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85)
885화
조우린은 ‘내가 맞췄노라!’의 눈빛으로 의기양양하게 이한을 쳐다보았다.
이한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일단 눈앞의 선배가 우선이었다.
“선배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
유크벨티레는 후배의 단호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짓이냐니?
“>마법대수학과 비전기하학> 시험이라고 했잖아.”
“…아니. 그 뜻이 아니라. 대체 왜 제가 먼저 시험을 봐야 한단 말입니까.”
이한의 주장에 유크벨티레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후배가 왜 이런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설명해주지.”
“참고로 저는 시험을 미리 보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뭐?”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걸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상대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자 이한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내가 시험을 미리 본다는 소문을 듣고 온 게 아니었나?’
아무래도 조우린처럼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유크벨티레는 탁자 위에 쌓아올린 두꺼운 종이 뭉치를 하나 집어서 손가락으로 펼쳤다. 위에는 >마력발산평면 정리를 응용한 마력발산공간 정리 증명> 같은 흉흉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한은 위화감을 느꼈다.
‘저번에 배운 내용이 아니지 않나?’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너는 작년 나이튼 교수님의 강의 때 혼자 다른 시험을 봤었지.”
“예.”
과거의 일이 떠오르자 이한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외부 출신이라 정상인이라 믿었던 알펜 교수가 그런 광기 넘치는 짓을 저질렀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배신감에 가슴이 쓰라린 일이었다.
“원래 다른 내용의 시험을 볼 때는 별도로 보는 게 맞다. 필요한 시간도 그렇고 필요한 준비물도 다르니까.”
“…??”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이한은 당황했다.
“다른 내용의 시험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혹시 이번에도 저 혼자만 따로 시험을 보는 건 아닐 테고…”
유크벨티레는 대답 없이 빤히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 차가운 얼굴에서 이한은 정답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저만 다른 시험을 보는 게 맞군요!”
“그래. 이제 >비블레의 제도기>를 꺼내도록.”
유크벨티레는 이한이 납득했다고 생각했는지 손짓했다.
물론 이한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바로 격렬하게 항의했다.
“선배님에게는 그걸 판단하고 결정 내릴 권한이 없으십니다! 저는 교수님이 지정하신 시험을 보겠습니다!”
아무리 유크벨티레가 알펜 교수를 대행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시험을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지만 이건 선을 넘은 일이었다.
유크벨티레 멋대로 다른 시험을 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후배의 격렬한 항의에 유크벨티레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이게 나이튼 교수님께서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 네게 지정한 시험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
제국 고관 출신인 알펜 교수는 관료 출신답게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다.
해골 교장을 돕기 위해 급히 수도로 출발하는 와중에도 강의를 듣는 제자를 잊지 않은 것이다.
그 특별한 대우에 감동한 이한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시험 시작해도 되나?”
“예…”
* * *
세 시간 후.
“만점이군.”
유크벨티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시험지를 챙긴 뒤 돌아서서 나갔다.
이한은 분노, 피곤, 허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교수 욕도 나오지 않을 만큼 지친 것이다.
조우린은 이한이 걱정되어서 빤히 쳐다보았다.
이한. 조우린이 대신 풀어줄 수 있었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솔깃했던 이한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물론 에인로가드의 시험이란 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온갖 부정행위를 허락하는 약육강식의 장이라지만 아직 어린 황족한테 대리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이한에게도 아직 양심이란 게 조금은 남아있는 것이다.
“아. 잊을 뻔했군.”
휴게실을 떠났던 유크벨티레가 문을 열고 다시 돌아왔다. 이한은 의아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뭐 두고 가셨습니까?”
“잠깐… 아. 여기 있군. 시험 잘 봤다. 대단하군. 후배.”
유크벨티레는 작은 쪽지를 꺼내더니 읽었다. 조우린은 질색하는 얼굴로 유크벨티레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저렇게 칭찬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일반적으로 보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상대가 버두스 교수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것이다.
버두스 교수가 저렇게 쪽지에 적어 와서 감사 인사를 하다니 감동적이구나!
“감사합니다. 선배님. 디레트 선배님한테도 참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디레트는 왜? 이번 시험에는 관여 안 했는데.”
“하하. 그냥요. 참. 이거 갖고 돌아가시죠. 공부하실 때 옆에 두고 드세요.”
이한은 초콜릿을 녹여 넣은 커피를 병에 담은 뒤 다른 간식 몇 개를 바구니에 넣어 건네줬다.
유크벨티레가 갖고 돌아간 뒤 조우린이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이한. 조우린이 궁금한 게 있노라.
“뭡니까?”
유크벨티레는 왜 훨씬 선배인데 이한이 챙겨주는 거지? 반대여야 하지 않아?
“…!”
예리한 질문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지금 성장 속도를 보니 에인로가드에 몇 달만 더 있으면 차기 황제가 될지도 몰랐다.
“그건…”
그건?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에인로가드의 신비 같은 거죠.”
???
“자. 저 공부해야 합니다. 여기 책 드릴 테니까 읽고 계세요.”
조우린은 이한이 말을 얼버무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건네주는 동화책이 재밌어서 일단은 넘어갔다.
위대한 드래곤 아지르모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다.
드래곤들은 그 숫자도 많지 않은데다가 대부분이 고립주의, 방관주의적 성향이 강해 의외로 이름이 그리 남지 않았다.
그런 드래곤들 사이에서 이름을 남긴 아지르모는 실로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조우린은 아지르모처럼 위대한 드래곤이 되어 역사에 꼭 이름을 남기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못된 오수는 나이 먹으면 다른 용들처럼 게을러질 거라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탁-
이한. 다 읽었노라.
“아. 잠시만요. 이거까지만 쓰고 새 책 찾아 드리겠습니다.”
조우린은 재밌는 책을 원하노라!
“가이난도가 모아놓은 토베리즈 시리즈가 있습니다. 예전에 도서관 들어가서 절판된 희귀본을 구했다는데, 그걸 드리죠.”
와!
조우린은 기쁨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기어와 이한이 하는 일을 구경했다.
…일레그 선배님,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이번 음악 마법 시험을 통과시켜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음. 역시 이한은 중간고사를 먼저 보는 게 맞노라.’
조우린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이한은 이상하게 부정했지만(아직도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과가 증명하고 있었다.
지금도 강의를 가르치는 선배에게 시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음악 마법 시험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냐고 물어보신 것에 대해 답장 드리자면, 지금 시험 난이도는 지나치게 쉬운 것 같습니다…
???
조우린은 눈을 크게 떴다. 인기척을 눈치챈 이한이 고개를 돌려 조우린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전하?”
어… 이한… 그… 무슨 편지야?
당황한 조우린은 평소처럼 예의 갖추는 것도 잊고 물었다.
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이한이 시험 내용을 정하고 있었다.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시험 내용을 정한다니 대체…?
“아. 전하께서는 모르실 수 있겠군요. 일레그 선배님이십니다.”
이한은 불사조 탑의 5학년 선배에 대해 설명했다.
안경곰 수인이고, 힘이 매우 세지만 책을 좋아하는 선량한 후배고, 음악 마법에 관심이 있어서 강의를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고…
“저는 운이 좋아서 음악 마법에서 어느 정도 성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님이 이번 시험도 통과시켜주셨고요.”
응. 그건 조우린도 봤는데… 시험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았어?
“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시험 내용이야 일레그 선배님이 정하시죠. 저는 그저 의견을 구하시길래 대답만 하는 겁니다.”
이한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조우린이 오해하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조우린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다.
일단 미리 시험을 통과하는 건 그렇다 치자.
이한은 아직 2학년에 불과한데 시험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그렇다 치자(그렇게 치기 힘들었지만).
…그런데 이한은 대체 왜 그걸 진지하게 답장해준단 말인가?
조, 조우린은 혼란스럽노라… 이건 교수가 할 일 아닌가?
“전하. 원래 5학년쯤 되면 하는 일이 반쯤 교수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5학년 없다고, 이한은 매우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5학년을 말한 게 아니라 이한을 말한 거라니까!
“전하. 이건 그냥 조언입니다. 시험을 준비해서 내는 건 차원이 다르죠.”
‘조우린이 이상한 건가?’
조우린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나중에 수도로 돌아가게 되면 황제 폐하에게 이게 맞는 건지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조우린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노라… 그렇지만 이한이 너무 진지하게 답장을 쓰는 것 같은데… 난이도는 왜 올려야 하는 건가?
“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음악 마법이란 게 기본적으로 한동안 실전됐었을 정도로 까다로운 부류에 들어갑니다. 더군다나 배울 수 있는 사람의 적성도 크게 타지요. 이런 마법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목표를 높게 잡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에 불과할 테니까요.”
음악 마법 강의를 시작하면서, 일레그는 전용 마탑까지 따로 지을 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만큼 음악 마법에 입문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에게 각자 악보를 하나씩 뽑아 나눠주면서 그걸 한 해의 목표로 잡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이한은 막힘없이 깃펜을 놀렸다.
…저번에 나눠주신 악보들의 성과는 실로 흥미롭습니다. 말이나 소리 자체에 마력을 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마법사의 감정이나 몰입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가 관찰된다는 건 꽤 희망적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 시험 때까지 악보를 어느 정도 마법적으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 해 내내 악보로 연습하다가 아무런 성과도 얻어가지 못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선배들을 위해서라도 일레그 선배님께서 엄격히 진행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한 본인은 아직 저번에 받은 >그림자 요새로의 피신> 악보를 익히지 못했지만, 그래도 연주할 수 있는 음악 마법이 있었다.
그렇기에 당당히 다른 선배들을 채찍질해서라도 성취를 올려야 한다고 편지에 남기는 게 가능했다.
일필휘지로 길게 써내려가던 이한은 잠깐 멈췄다.
‘흠. 내가 너무 과격하게 의견을 쓰고 있나?’
생각해보니 선배들도 다른 강의를 듣고 있을 텐데 음악 마법 시험 하나에 그렇게까지 시간을 쏟지 못할 수도 있었다.
좀 더 여유를 두는 게 맞을지도…
‘아니다. 이 정도는 하는 게 맞아. 이건 다 선배들을 위해서다.’
잠깐 들었던 고민을 단호하게 떨쳐낸 뒤 이한은 다시 편지를 끝마무리했다.
조우린은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마법 관해서 다른 마법사들한테 엄하게 대하는 건 오수와 비슷한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