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90)
890화
잘난 척 좀 했다가 졸지에 범인으로 몰릴 상황에 부닥치자 사라탄의 목소리가 더더욱 다급해졌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마법사 님! 믿어주십시오!
“믿어달라.”
-예!
“만나자마자 날 죽이고 탈출하려던 널 말이지.”
-……
사라탄은 ‘강한 존재끼리 다른 차원에서 만나면 서로 한 판 거하게 싸울 수도 있는 거지 뭘 아직도 그거 갖고 치졸하게 그러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마법사에게 몇 번 공격을 받은 덕분에 사라탄의 사회적 능력은 대정령치고는 매우 발달한 상태였다.
-오해입니다!!
“워다나즈, 저 정령 놈이다! 저 정령 놈을 토벌해야 해!”
“저 건방지고 배은망덕한 자식! 워다나즈가 괜히 힘으로 다스린 게 아니라니까! 걱정해줬더니 이렇게 은혜를 갚아?!”
각 탑의 친구들은 분노해서 이한의 지팡이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한이 없다면 바로 지팡이를 뺏어가서 직접 불태울 기세였다.
“일단 다들 진정해라.”
“워다나즈. 저 정령 놈을 믿어선 안 돼! 또 배신할 거라고!”
“아니. 지팡이 안에 든 정령을 안전하게 토벌하려면 사람 없는 장소에 가서 충격방지 마법을 걸고 해야 하니까 진정하라고 한 건데.”
“……”
자기들이 설득하기도 전에 어떻게 토벌할지 계획을 벌써 끝내놓은 워다나즈의 모습에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학년 수석다운 명석함이었다.
-안 돼! 안 됩니다, 마법사 님! 저는 봉인 당한 상태라서 소멸당하면 그대로…!
“그러게 잘했어야지 왜 뒤통수를 치지?”
-안 쳤다니까!!
그만!!
“???”
조우린이 비명을 지르자 학생들은 모두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전하. 왜 그러세요?”
“앗. 정령을 괴롭히는 게 보기 힘드셨나 봐. 걱정하지 마세요. 워다나즈가 안 보이는 곳에서 잘 소멸시킬 겁니다.”
그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저건… 저건 조우린이 했노라…!
“!!!”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한 조우린은 결국 진실을 말했다.
학생들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전하께서 했다니요? 혹시 정령을 지켜주시기 위해서 그러시는 건 아니죠?”
“너무 착하신데? 가이난도는 왜 이렇게 다른 거야?”
-야, 이 마법사 새끼들아! 내가 안 했다고 했잖아!!
사라탄은 지팡이 안에서 비명을 질렀다. 이한은 시끄럽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전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시죠. 그리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하께서 무슨 일을 하셨어도 여기 학생들은 화내지 않을 겁니다.”
조우린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리자 이한이 달래줬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요. 전하. 원래 에인로가드에 이런 사고는 일상 같은 거라고요.”
“그냥 저 정령이 했다고 하죠? 저희는 그렇게 해도 괜찮은데요.”
다들… 다들 너무 고마워!
“켁.”
조우린은 눈물을 왈칵 쏟으며 학생들을 껴안으려고 했다. 이한이 제때 염동력 쿠션을 깔지 않았으면 학생 몇 명은 갈비뼈가 나갔을지도 몰랐다.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노라…
한참 엉엉 운 뒤 진정한 조우린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이한이 화를 내지 않을까 싶어 눈치를 봤다.
“이건… 벤도졸 교수님 잘못이군.”
“맞아. 정령 잘못도 있어.”
“어떻게 보면 이런 마법학교를 만든 교장 선생님 잘못도 있지. 하여간 전하 잘못은 하나도 없어.”
이한과 친구들은 조우린을 달래기 위해 재빨리 책임을 분산시켰다.
조우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다. 벤도졸 교수도, 정령도, 고나달테스 잘못도 아니다… 조우린이…
-마법사 님. 제 잘못 아니라고 하잖아요! 안 들리십니까??
사라탄이 항의하자 이한은 조용히 마력을 불어넣었다. 경고를 이해한 사라탄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벤도졸 교수님은 책임 있는 게 맞죠. 원래 교수라는 자리가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교수님?”
이한은 도와달라는 듯이 볼라디 교수를 불렀다.
볼라디 교수는 냉큼 대답했다.
“교수라는 자리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지. 벤도졸 교수의 책임이 맞다.”
“거봐요!”
‘그런가?’
자책하던 조우린은 볼라디 교수까지 저러자 살짝 솔깃해졌다.
원래 어렸을 때는 다들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 솔깃하기 마련인 것이다.
“…여기서 다들 뭘 하고 있는 거지?”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듣고 뒤늦게 도착한 버드나무 교수는 덩치 큰 드래곤을 둘러싸고 위로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했다.
* * *
“벤도졸 교수 잘못이구나.”
설명을 들은 버드나무 교수는 단호하게 결론을 내려줬다.
교수가 같이 따라갔으면 옆에서 말리거나 최소한 수습이라도 했어야지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보십시오. 전하. 버드나무 교수님도 저렇게 말씀하십니다.”
정, 정말 그런 걸지도.
“내가 감히 교장 선생님의 규칙에 조언하려는 건 아니지만, 벤도졸 교수 같은 사람은 징벌방에 더 오래 있어야 하지 않나 싶구나… 뛰어난 마법사라고 교수를 시키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버드나무 교수는 경험이 담긴 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한은 솔깃해져서 물었다.
“벤도졸 교수님이 징벌방에는 왜 가신 겁니까?”
“전에 교장 선생님의 목장에 불을… 잠깐. 일단 만드라고라부터 달래줘야겠군.”
이한은 속으로 안타까워했지만, 버드나무 교수는 일단 급한 일부터 집중했다.
봉인을 풀고 온실에 들어간 뒤 과성장한 만드라고라를 잠재우고, 울음소리 때문에 피해를 본 식물들을 확인하고…
평소 느릿느릿 움직이던 교수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였다.
폭풍처럼 작업을 마친 버드나무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걸어 나왔다.
“다행히 크게 문제는 없구나. 그보다 전하. 용케 브레스를 온실 안에서 내뿜으셨군요. 아무리 벤도졸 교수가 권했다지만 위험한 일입니다.”
으응?
조우린은 당황했다.
상황 설명이 몇 번 입을 거치다 보니 약간 왜곡이 된 것 같았다.
브레스를 뿜은 건 조우린이 선택한 일이었는데 왜 벤도졸 교수가 권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건 조우린이…
“과연. 벤도졸 교수님이 참으로 사악하십니다.”
?!
이한이 끼어들어서 못을 박아버리자 조우린은 한층 더 당황했다.
놀라서 쳐다보자 이한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벤도졸 교수님이 한 걸로 하시죠.’
조우린은 전율했다.
이게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의 처세술?!
“만드라고라는 재워뒀으니, 이대로 내버려뒀다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수확하도록 해라. 그 정도면 충분하겠구나.”
“문제는 없을까요?”
자신의 성적과도 상관이 있는 만큼 이한은 만드라고라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
버드나무 교수는 잠깐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에 이한도 긴장했다.
‘문제가 있나?’
“너무…”
조우린도 긴장했는지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잘 자랐다는 것 정도?”
“하하. 교수님. 놀랐잖습니까!”
제자의 외침에 버드나무 교수는 인자하게 웃었다.
“잘 자랐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이한의 만드라고라는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성분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다른 비약이냐 영약이 아닌, 오직 순수한 태양의 힘으로 키운 덕분이었다.
칭찬을 듣자 이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조우린의 날개도 같이 펄럭였다.
헤헤.
“흐음. 그러고 보니 꼬마 너는 기말고사 때까지 할 게 없겠구나. 이 정도면 다 자랐으니.”
중간고사 때 만드라고라의 성장을 확인하고 기말고사 때 수확하는 것인 만큼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한은 가식적인 태도로 말했다.
“저는 온실을 돌보며 친구들을 돕겠습니다.”
여기서 건방 떨어봤자 더 높은 난이도의 기말고사 과제가 나올 뿐.
이한은 언제나 겸손했다.
하지만 이한이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건방을 떨지 않아도 어차피 더 높은 난이도의 과제는 나온다는 것!
“그래도 되겠지만 너무 심심하겠지? 흐음. 마침 잘 됐다. >제국 원예가 클럽>에 이걸 제출해보는 거다.”
“……”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과제가 추가될 것 같은 예감에 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그걸 눈치챈 조우린의 날개도 퍼덕거리는 것을 멈췄다.
“그… 클럽에 제출하는 건 많이 어렵습니까?”
“식물을 키우는 게 어렵지 제출하는 건 별로 안 어렵지. 어차피 수확한 뒤 만드라고라는 학생들이 직접 쓰거나, 남은 양은 직접 팔아보게 할 생각이었으니… 먼저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저번에도 설명했듯이 뛰어난 마법사는 뛰어난 재료를 뛰어나게 모을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버드나무 교수는 식물 관련해서는 특히 뛰어난 전문가였다. >제국 원예가 클럽>에 가입된 회원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클럽의 이름은 간단했지만 나름 제국의 권위 있는 식물학자들만 모이는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원래 학생들이 기른 만드라고라 정도는 클럽 경매장에 제출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워다나즈가 기른 만드라고라는 확실히 특별했다.
이 정도로 자란 식물이라면 회원들도 제출을 인정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돈을 내리라.
“돈을 낸다?”
“회원들끼리의 경매니까. 다른 학생들의 만드라고라도 제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힘들겠지.”
“돈을 낸다!”
“…꼬마야. 혹시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잘못 들었느냐?”
“아. 죄송합니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원예가 클럽에 제출한다는 게 경매에 내보낸다는 뜻인지 몰랐습니다.”
“물론 클럽의 장서관에도 기록이 남겨지겠지. 식물에 대한 기록은 아주 철저히 남기거든. 하지만 동시에 원예가 클럽 회원들은 모두 다 식물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아. 혹시 직접 써보고 싶다면 기록만 제출하고 경매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
“아닙니다. 클럽에는 전통과 규칙이 있는 법. 그걸 외부인이 무시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교수님의 체면도 있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기특한 소리를 하는구나!”
버드나무 교수는 자신의 체면까지 생각해주는 제자가 기특했는지 껄껄 웃었다.
교수가 돌아서자 조우린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이, 이한. 조우린 때문에 안 그래도 바쁜데 추가로 일하게 된 거지?
“전하.”
이한은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빛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번쩍였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한몫 챙길 수 있겠군요.”
조우린은 ‘달래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라고 말하려다가 그대로 압도당했다.
저건 절대로 거짓말일 수가 없었다.
그, 그, 그렇구나. 잘 됐다… 조우린도 기쁘도다…
“후후.”
‘이한은 왜 저렇게 바쁜데도 금화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어차피 계속 에인로가드에서 살 테니 쓸 일도 별로 없을 텐데.’
이제까지 다른 탑 친구들이 품었던 의문을 똑같이 속으로 떠올리며, 조우린은 이한의 뒤를 쫓아서 엉금엉금 움직였다.
“아. 말하는 걸 잊을 뻔했군.”
온실로 들어갔던 버드나무 교수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교수님?”
“정령과 많이 친해졌구나. 저번에 사이가 서먹했던 것과 달리 말이야. 참 보기 좋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네게는 충분히 정령과 친해질 능력이 있었지!”
“하하. 감사합니다. 교수님.”
-……
사라탄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이런 불합리한 지옥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미친 마법사 새끼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