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96)
896화
‘이 사람들이 마법범죄자 아닌가?’
마저 설명을 들은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이 기사들이 마법범죄자보다 더 극악한 걸지도.
마법범죄자들은 최소한 이한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하고 있는데 여기 기사들은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지 않은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제시한단 말입니까?”
“말도 안 되진 않지…”
기사들은 이한에게 공격받자 살짝 서운하다는 듯이 반박했다.
그들은 나름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의견이죠! 아니, 다대다 전투에 참가해서 남몰래 합공을 펼친다는 게 대체 무슨 시험입니까?”
평소 외부의 권력자들에게는 비교적 친절한 태도를 보여주는 이한이었지만 오늘은 워낙 충격적인 일이 많았다.
가면을 쓰기에는 눈앞의 기사들이 지나치게 사악해 보이기도 했고…
“음. 이 시험의 장점은 자네가 눈치채기 힘들다는 것일세. 자네도 눈치채지 못하고, 학생들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자네는 자네에게 걸맞은 시험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거지. 부담을 가지거나 긴장할 필요도 없고.
참 좋지 않은가?”
“전혀 안 좋습니다. 최악의 시험입니다.”
“……”
이한의 태도에 기사들도 살짝 분개했다.
역시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답게 오만함은 숨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우린 그냥 친구를 도우려고 했을 뿐이다.”
“맞아. 그리고 이 일의 가장 큰 이유는 너 때문이잖나.”
“…아니, 비열하고 사악한 합공이 대체 왜 저 때문입니까?!”
“용을 타고 괴물을 토벌하는 학생한테 걸맞은 시험을 내는 게 얼마나 어렵겠냐? 흥. 잉걸델 교수도 최선을 다한 거다.”
허를 찔린 이한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승리한 기사들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잉걸델 교수의 은혜를 알겠나? 얼마나 좋은 교수인지?”
“용을 타고 괴물을 토벌하는 것만 좋은 시험이 아니다. 마법사. 우리의 합공도 나름 좋은 시험이야.”
“…다들 워다나즈 그만 괴롭히게.”
보다 못한 잉걸델 교수가 나서서 친우들을 말렸다.
* * *
“침입자는 안 잡으십니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정신을 차린 이한이 화제를 바꿨다.
기사들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뭐… 용과의 계약 앞에서 저런 놈은 사소한 일일 뿐이지.”
“흐음… 범죄자한테 두려움을 알려주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야. 그냥 잡으면 교훈을 얻지 못하겠지.”
‘장난하나.’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용과의 계약을 구경할 시간에 남은 침입자를 쫓아가서 잡아야 할 것 아닌가!
“엇. 배그렉 교수.”
이한을 위로하려던 잉걸델 교수는 저 아래서 걸어오는 볼라디 교수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그 옆에는 자한 가문의 캐튼 학생도 있었다.
“자한까지? 무슨 일로 왔나?”
“자한! 오랜만이군. 저번에 제안한 건 생각해봤나?”
“기사단은 자네 같은 인재가 필요한데 말이야.”
친구인 잉걸델 교수를 뒤로 밀어버리고, 기사들은 캐튼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눈빛에는 ‘어떻게든 기사단에 가입시키고야 말겠다’는 열망이 이글거렸다.
이한은 남 일처럼 한가하게 말했다.
“캐튼 선배님도 참 힘드시겠습니다. 저렇게 인기가 좋으시니. 하하.”
“……”
잉걸델 교수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지금 캐튼이 겪는 강도의 한 수십 배 정도로 나중에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도 똑같이 겪을 텐데…?
‘아, 아니. 워다나즈는 오늘 충분히 힘들었다. 괜히 힘든 미래를 미리 지적해 줄 필요는 없지.’
기사들의 열렬한 구애에도 캐튼은 흔들리지 않았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마법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크윽…! 에인로가드 네 이놈!”
“이 저주받을 마법학교 같으니! 다른 마법사들도 많은데!”
기사들은 인재를 놓아주지 않는 에인로가드에 분노했다.
어차피 제국 전역에서 인재들을 데리고 오는데 한 명 정도는 놓아줘도 되지 않는가.
자한 가문의 캐튼이 뛰어난 마법사라지만 분명 기사로서 더 뛰어날 텐데.
“?”
이야기를 듣던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교수님. 캐튼 선배님이 뛰어난 마법사라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한은 혹시 검술로 마법을 구현하는 걸 말하나 싶었다. 확실히 그건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마법이긴 했다.
잉걸델 교수는 살짝 민망한 얼굴로 속삭였다
“…저 친구들은 자한의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외부인에게 에인로가드 교육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캐튼의 상황을 알면 더 집요하게 매달릴 게 뻔했다.
그리고 캐튼 본인도 마법 관해서는 좀 뻔뻔한 구석이 있었다.
“후후. 최근 마법에 있어서 아주 놀라운 성과가 있었습니다.”
“크윽. 그만 말하게, 캐튼! 우리들 앞에서 마법사인 걸 자랑하지 말게나.”
“여러분들께서 진심으로 제안해주셨으니 저도 진심으로 대답드리는 겁니다.”
“후… 그래. 마법의 길을 선택했으니, 그 성과를 기뻐해야겠지. 제국에 위대한 기사가 한 명 줄었지만 에인로가드에는 뛰어난 마법사가 한 명 늘었을 거야.”
‘아니. 조금 많이 뻔뻔하시군!’
이한은 캐튼의 말에 황당해했다.
최근 마법에 있어서 아주 놀라운 성과가 있었다니 대체 뭘 말하는 거지?
“뇌화(雷化). 잘 봤다.”
이한이 한가하게 캐튼을 구경하는 사이 위험은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새 접근해서 말하는 볼라디 교수의 목소리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예? 뇌화가 뭡니까?”
“번개 원소의 심화 응용.”
제자가 이해하지 못해도 볼라디 교수는 친절히 설명해줬다.
현재 이한이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알아서 심화 과정을 파고 있는 분야는 제법 많았다.
수옥탄 개선부터 시작해서 조르직 교수와는 청염 구현, 키르민 교수와는 영혼 마법, 흑마법 쪽에서는 상위 언데드…
그리고 번개 원소 쪽에서는 뇌화가 있었다.
예전부터 강력한 번개의 정령과 계약했기 때문인지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번개라는 원소가 가진 파괴력에 상당히 흥미를 보여 왔었다.
이 뇌화 또한 그 정령의 권능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권능에 대한 마법사의 해석이었다.
정령은 숨 쉬듯 할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법사는 그걸 해석해서 마법으로 구현해내야 했다.
번개 원소 마법과 변환 마법을 복합 응용해 마법사의 육신을 일시적으로 번개로 바꾸는 강력한 전투마법.
그게 바로 뇌화였다.
섬뢰화라고 불리는 페르쿠트라의 권능과 달리, 이한이 목표로 하는 마법은 비교적 한정적이고 제한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약하거나 쉬운 마법은 아니었다.
당장 소환된 악마 괴물을 퇴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강력한 번개 원소란 개념에 마법사의 존재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추가는 단순한 번개를 넘어 사상(思想)이 담긴 공격으로 탈바꿈시켰다.
아마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조우린 때문에 최대한 악마 괴물을 빨리 쓰러뜨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급히 불완전한 마법을 시전해 공격을 날릴 이유가 없었다.
“그런 것이지.”
“어, 제가 뇌화 마법을 썼단 말입니까?”
멍하니 볼라디 교수의 설명을 듣던 이한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랐다.
내가 그랬다고!?
‘이 사람. 사기 치는 거 아니야?’
이한은 일단 볼라디 교수를 의심하고 봤다.
혼란스러운 전투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꾸며낸 다음 ‘너는 한번 성공했으니 할 수 있다. 자 지금 뇌화를 해봐라’하는 것 아닌가?
“그래.”
“전하. 전하.”
응?
웅크린 채 구경하고 있던 조우린은 이한이 부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번개 마법을 썼었죠?”
응. 그랬노라.
“그거 그냥 번개 마법 아니었습니까? 평범한 페르쿤트라의 벼락…”
으으음!
조우린은 이한의 질문에 두뇌를 가동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뛰어난 드래곤의 두뇌는 상황을 면밀히 기억하고 정확히 복기했다.
아닌 것 같노라! 그 이유는 다음과 같구나. 먼저 평범한 그냥 번개 마법이었다면 이한의 주문 영창 소리가 선행되었어야 했다. 둘째! 평범한 그냥 번개 마법이었다면 이한의 지팡이 쪽에서 나가야지, 빈손 쪽에서 나가야 할 이유가 없지! 마지막으로 조우린이 보기에 번개의 관통력과 파괴력은 일반적인 번개 마법과는 달랐노라! 비범함이 있었어!
“…그렇게 냉정하게 잘 아시는 분이 왜 멋대로 브레스를 쏘고 근접전을 시도하시는 겁니까?”
?!
신나서 추리하던 조우린은 갑자기 벼락이 날아오자 울상이 되었다.
‘큰일 났다. 나도 기억이 나는군.’
조우린의 말을 듣자 이한도 갑자기 기억이 되살아났다.
생각해보니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놓쳤는데,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이 한 줄기 번개로 변했던 것 같았다.
주문도 외우지 않았던 것 같고…
‘파괴력도 평범한 벼락과는 달랐다. 평범한 벼락은 아무리 마력을 많이 충전시켜도 그런 식으로 관통하지 않아.’
마법사 본인의 존재가 변신한 번개였기에 그 힘 자체가 달랐다면 설명이 됐다.
이한은 돌아가면 조우린에게 추리 소설 잡지는 그만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쓸데없는 부분에서만 너무 머리가 좋은 것이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있었던 일을 떠올리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
생각보다 상냥한 볼라디 교수의 말에 이한은 반색했다.
‘혹시 다른 일들이 많으니까 뇌화는 나중에 해도 된다는 소리를 하시려는 건가?’
“급박한 상황에서 성공한 마법이 유지되지 않는 건 흔한 일이니.”
“아. 그걸 말씀하시는 거였습니까…”
“?”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것도 나름 상냥한 말이긴 했다.
원래 난이도 높은 마법은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완전히 터득한 게 아니었다.
마법이란 건 결국 마법사가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어야 완전히 터득한 것이지, 한 번은 나가고 한 번은 안 나가면 터득한 게 아닌 것이다.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성공한 거라면 더더욱 그랬다. 급하게 구는 대신 천천히 다시 시도해야 했다.
“확실히 운이 좋아서, 우연히, 하늘이 도와서, 용이 내뿜는 기운이 마법사의 능력을 향상시켜서, 예지 마법에 따르면 길한 날이어서 마법이 성공하긴 했습니다만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꾸준히 천천히 연습해봐야겠군요.”
최대한 이유를 구겨 넣으며 이한은 대답했다. 여기서 우겨야 나중이 편해지는 것이다.
“급박한 상황을 다시 만드는 건?”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건가?’
볼라디 교수가 진지하게 다시 악마 괴물과 싸워보는 걸 권하자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저걸 말이라고!
“그걸 인위적으로 유도하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닐세. 허락만 해준다면 눈치채지 못하게 준비해줄 수 있네.”
뒤에 있던 기사들이 끼어들었다. 이한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교수님. 이 뇌화는 아직 제가 혼자 더 연습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 가서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수준이군요.”
“?”
“??”
기사들은 뭔 개소린가 싶어서 쳐다보았지만, 이한은 다시 한 번 무시했다.
“그러니 교수님께서도 못 본 척 잊어주십시오.”
“흠.”
볼라디 교수는 제자의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욘라모 교수에게 부탁받았지만, 말하지 않도록 하지.”
“…뭔 부탁이요?”
“뇌화와 관련된 부탁이었다.”
교수 휴게실에서 일어나는, 특정 학생에 관한 활발한 정보 공유에서 볼라디 교수는 꽤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변환 마법을 담당하는 욘라모 교수가 뇌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보이는 건 당연했다.
-정말 뇌화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그렇소.
-정말 성공한다면 말해주세요. 그걸 성공하면 굳이 시험을 볼 필요도 없을 텐데.
-알겠소.
“…교수님한테만 말하고 잊어주시죠?”
이한은 자신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걸 느끼면서 체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