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900)
900화
“…농담 하지 마라.”
“아닙니다. 확인해주십시오.”
이한은 향기가 담긴 목함을 내밀었다. 우레걸음 교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설마 마력으로 무식하게 파괴했나?!”
“어, 그래도 됩니까? 그러면 목함이 부서지는 줄 알았는데요.”
“…그렇지.”
우레걸음 교수는 이한의 마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당연히 그걸 감안해서 추가 함정도 설치해놨었다.
우악스럽게 마력으로 밀어붙일 경우 담은 목함 자체가 박살나버리는 것이다. 자단향은 아주 섬세하고 복잡한 향이었다.
만약 이한이 좌절한 얼굴로 ‘목함이 부서졌습니다’하고 찾아오면 자못 안타깝다는 듯이 ‘이 시험은 해향의 시험이지 파괴의 시험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마력으로 부수려고 하지 말거라’라고 하려고 했었는데…?
탓!
목함을 뺏은 우레걸음 교수는 그대로 열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제자한테 말했다.
“잠깐. 뒤로 세 걸음 물러서라.”
“예. 그런데 왜요?”
“ユ냥.”
“잠깐. 설마 지금 제가 교수님을 습격할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이한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드워프 교수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우레걸음 교수가 뒤로 물러나라고 할 이유가 이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우레걸음 교수는 겸연쩍은 눈빛으로 수염을 매만졌다. 정말 눈치 하나만큼은 대단한 제자였다.
“약간은 그런 면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날 탓하지 마라. 네 선배들을 탓해라.”
“선배들 중에 이런 식으로 습격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었다고요?”
“그럼 없었겠냐.”
우레걸음 교수는 회중석(灰重石)이 박힌 반지를 꺼내든 뒤 목함 위로 훓었다. 다행히 잡히는 위험은 없었다.
“오, 기특한 제자 같으니. 난 널 믿고 있었다!”
“……”
교수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떨떠름해했다.
“너무 마음 상해하진 마라. 이런 의심은 어떻게 보면 칭찬이지. 다른 2학년한테는 이런 의심을 안 하잖냐.”
“왜 안 하십니까?”
“보통 3학년 때부터 하니까…”
“흠. 과연.”
이한은 하나 배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우레걸음 교수는 아차 싶었다.
혹시 방금 자신이 새끼 드래곤한테 속임수를 쓰는 방법까지 가르쳐준 거 아닐까?
‘그래도 버두스 교수가 먼저 당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우레걸음 교수는 목함을 열었다. 안에서 잔잔한 향기가 차례대로 흘러나왔다. 완전히 해향된 자단향의 각 성분들이었다.
“……”
우레걸음 교수는 차라리 제자가 습격을 했으면 덜 놀랐을 것 같았다.
물론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원래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아예 짐작도 안 가는건 처음이었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해향을 했단 말인가?
“벼락 맞을 수염이시여… 도저히 안 믿기는군… 이걸 어떻게 했지?? 혹시 방학 때 자단향을 해향한 적이 있나?”
“아닙니다.”
“해향한 게 문제가 아니야! 네가 해내더라도 최소한 이번 주말은 되어서라고 생각했는데.”
우레걸음 교수가 이한을 노리고 시험을 만들었다지만 제자의 능력을 완전히 경시하지는 않았다.
기간 내 아슬아슬하게 갖고 올 수는 있겠다고 조금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날이 바뀌자마자 이렇게 바로 들고 오다니.
수염이 삐죽 곤두설 만큼 충격을 받은 우레걸음 교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무 말이나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혹시 조우린 전하한테 용석이라도 받진 않았겠지? 아니. 내가 말했지만 너무 헛소리군. 전하가 아무리 널 따라도 그렇지 그렇게 간도 쓸개도 다 빼주실 리 없는데.”
교수는 자신이 말해놓고서도 고개를 저었다.
조우린이 아직 어리고 유치한 드래곤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자신에게 악의를 가지거나 욕심을 가진 자는 핏줄의 힘으로 바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만약 이한이 ‘파이를 구워드릴 테니 용석 좀 주십시오’했다가는 가차 없이 앞발을 휘둘렀으리라.
“주신 거 맞습니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뭐?”
“주신 거 맞다구요.”
이한은 마치 어린 막내동생이 사고를 처서 좌절한 첫째처럼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왜 조우린이 자꾸 멋대로 행동하는 것일까?
* * *
어제 새벽.
다른 공부를 얼추 끝낸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의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목함을 붙잡았다.
옆에서 몇몇 친구들이 이 시험에 도전했다가 호되게 당한 꼴을 봤기에 이한도 꽤 긴장했다.
‘요네르가 시험 진짜 개같이 만들었다고 욕하던데.’
나중에 졸업하면 같이 우레걸음 교수님을 습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한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흔히 물약으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연금술이란건 사실 모든 물질의 합성에 관련된 학문이었다.
그 대상은 물약일수도 있었고 금속일 수도 있었으며 심지어 키메라도 가능했다.
그리고 우레걸음 교수는 조향(調香)의 달인이었다. 이 자단향은 어찌나 잘 만들어졌는지 보는 순간 골치가 아파왔다.
그나마 이한은 향기를 맡아도 별 일이 없어서 다행이지, 다른 친구들은 잠깐 의식이 외차원을 오가는 경험을 하며 진행해야 했다.
‘흑영사(黑影沙).’
시약주머니에서 한 줌의 검은색 모래를 꺼낸 이한은 천천히 자단향 위에 뿌렸다.
기묘한 빛과 함께 모래가 자국을 남겼다.
‘자국 위로 제라늄을.’
제라늄의 꽃잎이 자국 위로 하나씩 떨어졌다.
실수로 빗나간 꽃잎 하나가 향의 궤적과 닿자, 목함 안의 자단향이 요동치더니 흑영사를 날려버렸다.
“……”
이한은 욕이 나오는 걸 참으며 다시 접근했다. 어떻게든 향을 하나씩이라도 분리해내야 했다.
‘안 되겠군. 좀 비싸지만 청록석을 쓴다.’
사람이 화가 나면 감정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
이한은 평소라면 쓰지 않을 비싼 시약을 사용해 향을 분리해보려고 나섰다. 굳이 시약주머니 안을 열어서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아는 만큼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꺼낼 수 있었던 것이다.
탁-
광석을 붙잡은 이한은 목함 위로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그러자 목함 안익 자단향이 요동치더니 갑자기 수십 갈래의 향기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
이한은 목함 안의 변화에 당황하느라 자기 손에 있는 광석의 색이 청록색이 아니라 황금빛이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자단향은 완전히 해향되었다.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이한은 자신이 꿈을 꾼 줄 알았다.
‘뭐야?’
자신이 청록석의 새로운 사용법을 발견했나 고민하던 이한은 뒤늦게 자신의 손에 들린 광석이 좀 이상하단걸 깨달았다.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비범해도 너무 비범했던 것이다.
일단 색부터 달랐고(청록석은 심지어 시약주머니에 따로 있었다), 안에는 마치 수백, 수천 가지 시약의 기운이 한 곳에 응축되어 있는 것처럼 천변만화했으며, 은은한 빛이 끝없이 뿜어져 나왔다.
시약 하나가 수백수천의 시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다니. 마치 현자의 돌 같았다.
물론 진짜 현자의 돌은 이런 식으로 상온에 둘 수 없고 몇 겹의 마법 봉인으로 보관해야 하니 현자의 돌은 아닐 테고, 비슷한 게 있다면 전설 속 용석…
“….조우린! 조우린!!”
뒤늦게 깨달은 이한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소매 속 휘감겨있던 새끼 바실리스크는 놀라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조우린 너!”
무슨 일이지?
아까부터 잠든 척 기다리고 있던 조우린은 방금 일어난 시능을 하며 눈을 떴다.
이한은 매우 엄한 시선으로 어린 드래곤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전하’란 호칭은 사라져있었다.
“내 시약주머니에 용석이 들어있는데. 누가 했는지 혹시 알고 있어?”
조우린은 모르겠노라.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박이며 조우린은 대답했다.
그보다 자단향은 해결됐는지 궁금하노라! 어떻게 되었지?
“조용히 해. 지금 내가 묻고 있으니까.”
……
조우린은 생각보다 화난 것 같은 이한의 모습에 살짝 주눅이 들어서 날개를 접었다.
그래도 아직 조우린은 완전히 겁먹지는 않았다. 믿고있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조우린. 용석은 아주, 아주 희귀한 물질이야. 오직 드래곤만이 만들 수 있는 물질이지.”
조우린도 알고 있다.
‘저거 미쳤나!?’
조우린의 말대답에 가이난도는 벌벌 떨었다.
당장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우기면서 이한의 성질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우기기 유경험자로서 가이난도는 저런 말대답이 비참한 결과만 불러온다는 걸 잘 알았다.
가이난도만 겁먹은 게 아니었다.
‘나는 체스를 하며 지성을 단련한 것이지 논 게 아니다’, ‘나는 마법을 배우러 왔으니 기숙사를 위한 잡일은 하지 않겠다’같은 우기기를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제압당한 적 있는 몇몇 학생들도 침을 꼴깍 삼키며 대화를 지켜보았다.
…워다나즈는 드래곤도 꿀밤 때릴 놈인데…!
“그런데 분명 어제까지 내 시약주머니에 없었던 용석이 오늘 갑자기 들어있네. 그리고 우연히 휴게실에는 용석 이야기를 꺼낸 적 있는 드래곤이 한 명 있고 말이야. 자. 과연 그럼 누가 범인일까?”
후후. 이한이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도다.
“…내가 뭘 놓치고 있지? 말해봐.”
고나달테스도 말했고, 이한도 말했듯이, 에인로가드는 증거가 없으면 무죄인 것이다! 현장에서 잡지 못했다면 아무리 조우린이 의심스럽더라도 무죄인 것이지!
조우린은 에인로가드의 규칙을 자랑스럽게 꺼냈다.
이게 바로 어린 드래곤이 믿고 있던 구석이었다.
에인로가드의 자랑스러운 교칙은 확실한 물증이 있거나 현장에서 잡히지 않는 한 학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해골 교장이 학생을 괴롭힐 자유와 같이 보장되는 에인로가드를 지탱하는 두 개의 위대한 자유 중 하나였다.
“과연.”
후후. 조우린은 똑똑하노라. 자. 이한! 자단향은 어떻게 되었지?
승리감으로 다시 날개를 활짝 퍼며 조우린은 외쳤다.
“너 앞으로 외출금지다.”
이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획 돌아섰다.
어, 어어어?
조우린은 당황했다.
논리는 완벽했는데??!
왜!? 이한! 에인로가드의 규칙에 따르면…
“전, 전하. 그게… 에인로가드의 규칙이긴 한데요… 놓치신 게 하나 있습니다.”
조우린이 뭘 놓쳤는데!?
조우린은 울기 직전이었다. 학생들은 주저하며 말했다.
“무시하면 그만이란 거죠…”
……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원래 규칙을 잘 지키지 않았다.
그제야 논리의 빈틈을 깨달은 조우린은 뒤늦게 이한을 불렀다.
이한! 이한! 조우린이 잘못했어!
그러나 이한은 이미 계단 위로 올라가버린 뒤였다.
가이난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큰일났다. 5단계 분노야.”
“…5단계 분노라니. 큰일났군…”
대체 5단계 분노가 뭔진 모르겠지만 조우린은 그게 안 좋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인! 조우린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한이 화를 풀어?
“어… 그게…”
가이난도는 당황했다.
그걸 알면 자기가 맨날 싹싹 빌고 살진 않을 터였다.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비는 거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한! 조우린이 잘못했어!
전문가의 조언에 조우린은 계단 위로 연신 소리쳤다.
삐걱-
위에서 개인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드래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인! 이한이 나왔노라!
‘아니. 고작 이거 빈 걸로 봐준다고!?’
가이난도는 괜히 억울했다.
진짜 드래곤이라 특별대접해주나!?
그러나 이한은 계단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생명체가 터덜터덜 기어내려왔다.
그건 새끼 바실리스크였다.
-주인님이 전하랑 같이 살라고 쫓아냈어요… 이이이잉..!!!
…으아아앙!
두 어린 희귀 생명체들은 휴게실이 떠나가라 통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