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902)
902화
이번에 보는 시험은 저번에 배웠던 마법 >하급 체내 시간 연장>, >하급 시간 감속>, >하급 시간 가속>의 성취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하급 체내 시간 연장>은 2서클 마법으로서, 개인이 체감하는 시간의 길이를 늘이는 효과가 있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난이도가 높고 연산량이 많은 시간 마법에서는 필수적인 기초 마법이었다.
>하급 시간 감속>이나 >하급 시간 가속>은 물체에 직접적으로 거는 3서클 마법.
생명체에 거는 시간 마법은 안 그래도 어려운 난이도가 훌쩍 뛰는 만큼 무생물에 먼저 거는 연습이 필수였다.
“확인해주십시오. 교수님.”
“……”
그리고 이한은 셋 다 깔끔하게 성공했다
저번에 보여줬던 불안정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안정적인 시전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떨떠름함을 숨기며 물었다.
“저번에 어렵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이한 학생?”
“그래서 연습했습니다.”
“그렇군요…”
가르시아 교수는 갑자기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자신의 마법 실력을 질투하던 친구들을 한심하게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자신의 책임도 아주 조금은 있는 것같았다.
‘나도 이렇게 보였을까?’
“교수님?”
“앗.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한 학생. 완벽하군요.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면서 저번에는 왜 그렇게 어렵다고 투덜댔는지 모르겠지만…”
“저번엔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런데 연습하니까 잘 되죠?”
“예.”
“혹시 방금 나눈 대화에서 깨달은 게 없나요?”
“마법의 세계는 넓고 방대하니 절대 오만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그거 말고… 아니다. 됐어요.”
가르시아 교수는 제자한테 자신감을 좀 가지라고 하려다가 포기했다.
어차피 이런 건 성격이라서 금세 달라지기 힘들었다. 가르시아 교수는 문득 제자가 나중에 교수가 되고 나서도 ‘새 마법이 어렵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상상했다.
“여하튼 만점이군요.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잠깐. 그러면 번개걸음 교수님은 아직 바쁘시겠네요.”
시간을 확인한 가르시아 교수는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번개걸음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럼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참. 혹시 교수님께서 조언해주실 건 없으십니까? 이런 일에 경험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제자의 질문에 가르시아 교수는 등을 돌린 채로 우뚝 멈춰섰다.
“무슨 뜻이죠, 이한 학생? 경험이 많다니? 혹시 내가 불법적으로 에인로가드에 대형 희귀 생물을 갖고 와서 기른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예? 아뇨… 그러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가르시아 교수가 갑자기 왜 저렇게 정색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없죠! 하, 하하. 농담이었어요. 이한 학생. 농담!”
“앗. 그렇군요. 어려운 농담이라 제가 이해를 못했나봅니다. 제가 말한 경험은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상담해주신 경험을 이야기한 거였습니다.”
“아… 그 경험이요?”
가르시아 교수의 목소리가 한층 올라가고 굳은 표정이 풀렸다. 헛기침을 한 트롤 혼혈 교수는 겸손하게 말했다.
“그건 다른 교수님들이 휠씬 더 많을 텐데요.”
“누구요?”
“…이한 학생. 그런 걸 하나하나 물어보는 건 예의없는 짓이에요.”
자기 자신도 딱히 떠오르는 다른 교수가 없었기에 가르시아 교수는 권위로 압박했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교수가 대체 누구지? 은퇴한 사람인가?
“그래도… 이한 학생이 의지해주니 기쁘네요. 부족하지만 지혜를 좀 짜내볼까요.”
가르시아 교수는 서고를 뒤지더니 붉은 책을 하나 꺼냈다.
“아차.”
교수는 혼잣말로 ‘표지를 지우는 걸 잊었네’ 중얼거리더니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불가살이 양육일기>라는 글자가 흐릿하게 사라졌다.
“한 번 볼까요. 고집을 피울 때, 고집을 피울 때…”
“무슨 책입니까?”
“예전에 얻은, 마법사가 대형 희귀 생물을 키우면서 쓴 기록책이에요.”
“그런 책이 있습니까? 혹시 저도 빌릴 수 있을까요?”
“이한 학생한테는 아직 너무 어려워서 안 돼요! 내가 필요한 부분만 해석해줄게요.”
‘고대의 사악한 생물 책인가?’
가르시아 교수는 책을 뒤적거리더니 ‘아’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말 잘 듣게 하는 물약. 이런 시도도 했었네요.”
“말 잘 듣게 하는 물약이란 게 있습니까?”
이한은 솔깃해했다.
혹시 그거 가이난도한테도 통하나?
“별로 효과는 없었어요. 원래 이런 계열 물약은 저항력 강한 생물한테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어서.”
“그렇군요.”
“전기충격을 사용한 체벌…”
“그건 너무 잔인한 것 같습니다만.”
이한은 난색을 표했다.
고대의 사악한 생물 책이라 그런지 훈육 방식이 너무 잔인했다.
어떻게 조우린을 번개로 지진단 말인가.
그리고 저항력을 생각해보면 잘 통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제자의 말에 가르시아 교수가 갑자기 콜록이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이길 하란 게 아니에요. 이한 학생. 그냥 기록에 있다는 거죠. 이 책을 쓴 마법사도 크게 후회했다고 적혀있어요. 대형 희귀 생물이 연구를 먹어버려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고.”
“저런. 근데 조우린 전하는 그런 짓은 안 하십니다.”
“……”
묘하게 자랑하는 듯한 말투에 가르시아 교수는 살짝 울컥했다.
그럼 조우린 전하는 성격 착하고 불가살이는 성격 나쁘다는 건가?
‘흥. 종족 차이일 뿐. 불가살이도 드래곤이었다면 휠씬 얌전했을 걸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회초리…”
“비늘 위로 때려봤자 별 타격도 안 갈 것 같습니다만.”
“대형 생물 상대로 물리 통증을 줄 수 있는 특수한 회초리를 썼어요. 물론 이것도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
가르시아 교수는 그 뒤로도 몇 가지 방법을 더 이야기했다.
전기충격, 회초리, 식사 금지, 무릎 끓고 서있기, 옛날 고서필사하면서 인격 수양하기 등등.
“어때요?”
“다 별로인 것 같습니다만.”
이한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 방법들 중 조우린에게 통할 것 같은 방법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르시아 교수는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한 학생. 여기 있는 방법들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이 방법들 하나하나는 효과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 대형 희귀 생물은 결국 마법사의 뜻을 이해하게 됐죠. 나는 그 이유가 신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기억들을 되짚어 본 가르시아 교수는 자신도 놓쳤던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 때는 하도 정신이 없고 고생하느라 상대를 원망하기만 했지만, 결국 불가살이는 철이 들어서 가르시아 교수의 뜻을 이해하게 됐다.
불가살이 본인도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도망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불가살이는 가르시아 교수가 자신에게 보내는 신뢰를 느끼고, 또 본인도 가르시아 교수에게 신뢰를 보낸게 분명했다.
서로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키는 건 결국 지나고보면 사소한 일이었다. 신뢰만 있다면 이런 일들은 고쳐지기 마련이었다.
“……”
“혹시 마법적 해결이 아니라서 불만인가요, 이한 학생?”
이한이 침묵하자 가르시아 교수는 슬쩍 물었다. 그러나 마법에 미친 제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교수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전하를 못 믿은 것 같군요.”
“이한 학생 잘못만은 아니죠. 누가 그렇게 용석을 꺼내줄 줄 알았겠어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그래도 이한 학생은 운이 좋은 거예요. 조우린 전하가 이한 학생의 연구를 다 먹어치우고 개인실을 박살내진 않았잖아요.”
“조우린 전하가 슬라임도 아니고 그런 짓을 왜 하겠습니까? 조우린 전하께서 얼마나 똑똑하신데요.”
“……”
가르시아 교수의 주먹이 잠깐 꽉 쥐어졌다가 풀어졌다.
“돌아가면 전하한테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습니다.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말한 길 믿어봐야죠.”
“그럼 이제 같이 시험보러 갈 건가요?”
“아뇨? 외출금지는 외출금지죠. 이번 주는 계속 외출금지 시킬 겁니다.”
대쪽 같은 대답에 가르시아 교수는 솔직히 감탄했다.
누가 드래곤 앞에서 저렇게 한결같을 수 있을까?
* * *
“감사합니다, 교수님!”
“너희도 고생 많았다. 가서 쉬진 말고 다음 시험 공부하거라.”
번개걸음 교수의 덕담에 1학년 학생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차라리 그 원래 교수님이 나았을지도 몰라. 누구더라? 벤… 벤더절? 벤더절 교수님 있잖아.”
“예전에 모험가로 제국 신문에 자주 나오셔서 존경했었는데 완전 사기야!”
친구들의 욕설에 펭에린 가문의 알히들은 조용히 말했다.
“우린 벤더절 교수님이 누군지도 모르잖아. 번개걸음 교수님의 가르침이 가혹하지만 에인로가드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불가피한 걸 수도 있어. 불평도 좋지만 그후에는 다 같이 정진하자.”
탑 수석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책을 놓지 않는 친구의 말에 학생들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평소 오만하게 구는 놈이라면 바로 지팡이를 휘둘렀겠지만 알히들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정말 존경스러운 친구였다.
“펭에린. 가끔 난 네가 불사조 탑에 가야 하지 않나 싶어.”
“예전에 펭에린이 거만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어떤 놈이 낸 헛소문인지 모르겠어. 저 모습을 보라고.”
친구들의 칭찬에도 알히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소문이 맞아. 난 오만하고 거만한 마법사였어.”
“이 녀석..! 어떻게 이렇게 명예로울 수가 있는 거야?”
“푸른 지렁이들. 좀 비켜.”
뒤에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내뱉는 말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안색을 굳혔다.
“감히?”
“감히는 무슨 감히야. 비키라고.”
“그래. 비켜주지. 대신 이 웃음 저주 마법을 버텨봐ㄹ…”
“야! 울간! 울간 온다!!”
일행 중 한 명이 속삭이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같은 탑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너희들! 설마 다투는 건 아니겠지?!”
멀리서 달려 온 덩치 큰 친구가 쩌렁쩌렁 외치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기겁하며 부정했다.
“무, 무슨 소리야. 울간. 우리가 다투다니. 안 다퉜어. 그렇지?”
“물… 물론. 안 다퉜지.”
놀랍게도 푸른 용의 탑 학생들도 동조했다. 앞에 있는 울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 그만 싸워!
-꺼져, 울간! 너희 탑 놈들하고 같이 싸우던가 꺼지던가 해!!
-울간! 저런 소리를 들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 우릴 도와!
-그만 싸우라니까! 제발 그만! …그만 하라고 했잖아!!!
-컥! 억!
-악! 꼭!
싸움을 싫어하는 울간 앞에서 싸움을 일으킨 대가로 지독하게 두들겨 맞은 학생들은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아, 싸움을 싫어하는 사람을 자극하지 말아야겠구나!
“다행이다. 너희들이 다툰 줄 알았어.”
“하, 하하.”
“하하하.”
어색한 웃음이 한 차례 오고 가자 울간이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참. 저기 에안두르데가 식량 나눠주던데 빨리 가서 받아와.”
“뭐? 또?! 대체 어디서 식량이 나는 거지? 거북이 탑만 발견한 창고가 있나?”
“푸른 용의 탑 선배가 줬다는데?”
“아니. 어떤 미친 선배가 자기 탑도 아닌 후배한테 식량을 줘?”
학생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줄을 서러 달려갔다.
1학년들은 언제나 배가 고팠고 이런 배급은 뒤에 서면 받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카르레 사제님. 가까이 오지 마시죠.”
“왜, 왜 그러세요?”
“가까이 오면 훔칠 거잖아!”
“그런 무례한 말을…!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비버 수인이나 펭귄 수인처럼 다람쥐 수인은 표정만으로 사람들의 죄책감을 조종할 수 있었다.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몇 번 털려놓고서도 자신들이 잘못한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이 바구니도 대신 받아놨다고요. 여기요.”
“감, 감사합니다…”
“뭘요. 사제로서 당연한 기쁨이죠.”
식량 바구니 안에서 종이로 만든 마법 딱정벌레가 조용히 날갯짓했다.
카르레는 그 모습에 미소지었다.
드디어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의 창고 자물쇠를 열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