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906)
906화
침입자를 쫓아다니면서 잡는 건 하인들이나 할 법한 일.
에인로가드 정도 되는 마법학교의 마법사들이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특정 마법사가 ‘침입자들이 교장 선생님의 보물을 갖고 있을지도?’같은 헛소문을 퍼뜨렸다면 조금 예외적인 상황이 됐지만…
이한은 그런 설명은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썩어나기라도 하는 게 아니라면!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분노한 햄스터의 찍찍거림을 방해하지 않고 이한은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분노를 토해내고 나면 햄스터도 곧 진정하리라.
햄스터가 탈출을 포기하고 우리에 머무르면 이한에게도 좋고 미친 분신에게도 좋고 모두에게 좋았다.
“큰일났습니다!”
“???”
밖에서 인타렌달스의 비명이 들려오자 이한은 깜짝 놀랐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여유와 친절함을 잃지 않던 시종장이었다. 그런 시종장이 저렇게 비명을 지르다니.
이한으로서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고나달테스 님의 상태가 불안정해지셨습니다.”
“…이 놈이 범인입니다!!”
이한은 바로 햄스터를 가리키며 고발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발각된 이상 햄스터가 책임을 져야 했다.
햄스터는 황당함의 찍찍 소리를 냈다.
그래도 대귀족 가문 출신 놈인데 어떻게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배신을 한단 말인가?
‘마법범죄자도 1초는 고민할 것이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마법사가 범인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놈이 꾸민 흉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한은 햄스터가 꾸민 흉악한 함정에 대해 빠르게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인타렌달스는 즉답했다.
“별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 그렇습니까?”
“예. 고나달테스 님께서는 변질된 영혼의 흔적을 눈길만 둬도 곧바로 알아차리실 겁니다.”
-헛소리. 그렇게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햄스터가 발끈했지만 인타렌달스는 무시했다.
“그리고 애초에 침입자들은 전부 붙잡혔지 않습니까?”
-……
햄스터는 풀이 죽었다. 저건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럼 스승님의 상태가 불안정해지셨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그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력한 파동이 공방 안을 휩쓸었다.
대마법사가 귀환한 것이다.
그 도착에 인타렌달스는 처음 보는 초조한 기색으로 허둥댔다.
“이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예상보다 빨라도 너무 빠른데…”
‘대체 뭐지?’
초조함은 이한에게도 전염됐다.
인타렌달스는 산전수전 다 겪은 고대 제국 출신 강자니 초조함에서 그쳤지만 이한은 바로 두려움을 느꼈다.
상태가 불안정해지다니, 혹시 제자를 공격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고나달테스 님. 어서 오십시오!”
시종장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이한은 햄스터에게 속삭였다.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불안정해졌다니?”
-나도 모르겠다.
원래라면 이한의 배신에 화를 냈을 햄스터였지만 그러기에는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노련한 마법범죄자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미친 대마법사의 제자도 두려움을 느끼는데 노예 이하는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짐작가는 건… 원래 저 폭군은 광증이 있었다.
햄스터는 살기 위해 최대한 두뇌를 회전시키며 경험했던 일들을 되짚어보았다.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징조가 있었지.
“…지금 설마 마법사 님을 공격했다고 미쳤다는 건 아니시죠?”
이한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그냥 평소 미친 분신이었다. 이한도 자주 공격당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솔직히 이 햄스터는 좀 매를 벌었다.’
-닥치고 들어라! 그걸 말하는 게 아니다.
햄스터가 말하는 건 이한이 갓 납치, 아니 제자로 선택되어서 공방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하루 안에 5서클 마법을 완성하라고 한 뒤 안타곤달스에게 시험시키겠다고 선언했던 때의 이야기.
“기억납니다. 생각해보니 마법사 님은 제가 5서클 마법 못 익히고 죽을 거라고 악담했었지요.”
이한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햄스터는 오싹함을 느끼며 못 들은 척 넘어갔다.
-그 때의 이야기다.
* * *
이한이 5서클 마법을 익히는 동안 안타곤달스는 공방 밖으로 나가 유쾌하게 기다렸다.
젊은 풋내기 마법사들이 과분한 욕심으로 파멸하는 걸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 의외로 미친 분신은 공방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더 시키실 게 있으십니까?
-……
-스승이시여?
-이게 맞는가?
-…맞습니다. 스승이시여.”
-무엇이?
-모든 것들이 말입니다!
퍽!
-왕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아첨하지 마라. 쓰레기.
* * *
“??”
설명을 들은 이한은 의아해했다.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망하는 꼴을 즐겼다는 건 알겠는데.’
“뭐 어쩌란 겁니까?”
-이런 멍청한 놈. 저 폭군은 생명체가 아니라 사념체다. 마력으로 구성된 사념체! 그런 사념체가 의문을 품고 혼란스러워한다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다.
저 대화 이후로도 폭군은 햄스터를 공격하며 가르치는 방식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했다.
그 때는 그저 세계가 거부하는 탓에 마력사념체가 광증을 일으키나 보다 싶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게 징조였다.
-폭풍이나 지진이 스스로 의문을 품고 혼란스러워할 것 같으냐? 절대 그렇지 않다.
“과연. 그럼 광증을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도 모른다.
“……”
이한은 대마법사를 존중하는 눈빛이 아닌, 살 찐 햄스터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햄스터는 격분해서 변명했다.
-사념체의 광증을 누가 치료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그러기 전에 대부분의 사념체는 세계의 거부 때문에 소멸된다. 저 폭군은 고대의 비전으로 버티고 있는 거고!
“못하겠다는 거잖습니까.”
-그게 싫었으면 내가 준비한 수단을 방해하지 말았어야지!
“제가 언제 방해했습니까? 지금 설마 제가 마법사들과 거인들을 고용했다고 음해하시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방 입구에 미친 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는 시종장 인타렌달스가 매우 초조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의외로 멀쩡해보이시는데?’
이한은 오히려 당황했다.
불안정하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위로 거꾸로 솟구쳐 있거나 눈빛에서 살기가 폭사될 줄 알았는데 평소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마침 자리에 있었군.”
“앗. 예. 학문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
“그건 잠시 미뤄두도록 하여라. 더 중요한 일이 생겼으니.”
“그게 뭡니까?”
“지금부터 대륙을 정복하겠다.”
“……”
죽음보다 더한 침묵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뒤의 인타렌달스는 좌절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한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미친 분신이 앞에 있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대… 대륙 정복 말입니까?”
“그렇다. 제자 너는 왕족의 부관이자 지휘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순식간에 제국 반란 수뇌부로 끌어들이는 솜씨에 이한은 전율했다.
안 그래도 저번에 객성 아르나와 계약한 탓에…
…워다나즈 가문의 후예, 제국내란죄 혐의로 ‘충격’… 새 황조를 꿈꾼 것으로 밝혀져…
…황족들을 교묘하게 속인 야심가, 본색을 드러내다!…
…이런 제국 신문 기사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이제 이게 농담이 아니게 된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니 오히려 더 논조가 과격해질 수도 있었다.
“스승님. 이 제자가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한이 눈치를 보며 묻자 의외로 미친 분신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그… 대륙을 대체 왜 정복하시려는 겁니까?”
미친 분신은 작게 탄식했다.
그 탄식은 마치 ‘내 제자는 대체 왜 이렇게 아둔하고 어리석고 눈치가 없단 말인가’처럼 들렸다.
어찌나 진심이 담겨 있었는지 이한도 살짝 미안해질 뻔했다.
‘아니지.’
이한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이걸 이해 못하는 건 절대 이한의 잘못이 아니었다. 상대의 개수작에 넘어가서는 안 됐다.
“보아라.”
미친 분신은 열려 있는 공방 문 밖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푸르고 울창한 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 보이느냐?”
“산맥이 보입니다만?”
“왕족에게는 세상의 고통과 상처가 보인다.”
“……”
이한은 에메랄드로 새로 안경을 맞춰드리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 미친 분신에게 농담이 통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계속해서 고통과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어떤 마법이나 비의도 이들을 구원할 수 없다면 최소한 성왕(聖王)이 이들을 엄히 다스리고 교화해야 한다.”
“그… 그렇군요.”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지만 이한은 이제까지의 경험과 대화로 간신히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도 믿기 힘든 사실이었지만 해골 교장은 젊은 시절에 꽤나 선량한 사람이었고, 세상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했다.
>고나달테스의 영락> 같은 마법을 개발했을 정도였으니 그 열정은 확실히 진짜였다.
이런 열정은 실패하고 좌절한다고 해서 빗나가지 않았다. 방향을 바꿀 뿐 그 불길은 더욱 크게 타오르는 것이다.
마법적인 수단이 다 실패한 미친 분신이 ‘어쩔 수 없군 내가 대륙을 지배해서 다스릴 수밖에 없나’라고 판단을 내려도 그건 이상하지 않…
‘아니. 이상하긴 하군. 미친 생각이다.’
미친 생각이긴 했지만 원래 미친 분신이었다. 요즘 워낙 멀쩡해보여서 이한이 잊고 있었을 뿐.
설명이 다 됐다고 생각했는지 미친 분신은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제자는 들어라. 왕족이 군대를 준비하는 동안, 선봉대를 이끌고 저 마법학교를 점령하도록 해라. 영지의 마법사들은 마땅히 마도제국을 위해 헌신해야 할지어다.”
차라리 짜증을 내던 때가 낫게 느껴질 만큼 지금의 미친 분신은 무기질적이고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대륙 정복이라는 목적을 위해 탄생한 사념체 같았다.
너무 많은 정보를 소화시키느라 침묵하던 이한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선봉대라니, 누구를 말하시는 겁니까?”
“누구를 말하는 거겠나. 거인들이다. 이들이라면 충분하겠지.”
“스승님! 거인들은 절대…”
이한은 ‘거인들은 성격이 독립적이어서 절대 말을 안 들을 겁니다’로 설득해보려고 했다.
“거인들은 제자 네가 지휘관이라면 따르겠다고 하더군. 출발해라. 왕족은 새 군대를 준비하겠다.”
‘아오.’
도움 안 되는 거인들의 행동에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물론 거인들은 이한을 도와주려고 ‘이한이 습격한다고? 같이 가주지 뭐’느낌으로 대답한 거였지만 이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미친 분신이 밖으로 나가자 이한과 햄스터는 곧바로 시종장을 붙잡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대륙을 정복한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말릴 수 있습니까? 말려야 합니다!”
-아무리 이 폭군이 강하다 하더라도 절대 대륙을 정복하진…
“잠깐.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인타렌달스는 질문의 폭포에 잠깐 손을 뻗어 제지했다.
그리고는 햄스터에게 마법의 채찍을 휘둘렀다.
찍!
“봐줬더니 감히 죄수가 건방지게 기어오르는군.”
“……”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태도를 공손히 바로잡았다. 햄스터를 제압한 인타렌달스는 싸늘한 표정을 풀고 다시 공손한 시종장으로 돌아왔다.
“전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편, 편할 때 해주셔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