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orld War II Veteran RAW novel - Chapter (158)
세계대전 참전군인으로 살아남기-158화(158/161)
#158
클레이튼 윌리엄스 에이브럼스 2세.
1936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에이브럼스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졸업생 276명 중 185등.
꼴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병과를 골라서 갈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덕분에 그의 첫 발령지는 기병사단이었다.
그러나 에이브럼스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단 끊임없이 노력했고, 덕분이 그가 복무하던 부대가 기갑사단으로 전환될 때 제일 먼저 자원했다.
그 결과 패튼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북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시칠리아를 거쳐 파리까지 패튼의 옆에서 그의 선봉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동기들보다 빠르게 대령까지 진급할 수 있었다.
이제는 여단의 지휘하는 위치에 올랐지만, 오래전 맥아더 원수가 그랬듯 에이브럼스 역시 최전방에서 탱크를 타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릇 사내라면 제일 앞에서 돌격해야지. 그거야말로 용맹한 지휘관의 표상 아니던가.”
다른 부대였다면, 대령씩이나 되어서 계급값도 못 한다는 욕을 먹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도 그의 소속은 미군.
맥아더와 패튼이 버티는 미군에서 에이브럼스는 그저 평범한 장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여하튼 패튼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에이브럼스는 이번 베를린 진격 작전에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항공대에서 연락입니다.”
“얼마나 걸린다나?”
“10분 내로 작전 구역에 진입한답니다.”
통신 사관의 말에 에이브럼스는 바로 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잠깐 뒤로 물러나자고.”
독일 놈들을 때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괜히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눈먼 폭탄 세례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항공대가 지나가고 나면 바로 돌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항공대가 후방을 때리고 지나가면 동시에 돌격, 길게 늘어선 독일군의 옆구리를 잘라버리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쌍안경을 들어 독일 놈들을 보자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찍 도착했기에 멀찍이서 살짝 워밍업 삼아 포격했는데 효과가 꽤 좋았다.
“확실히 신형이라 그런지 좋습니다.”
“그렇지?”
초도 생산분이었던 지난번 놈은 자잘한 고장이 많았는데, 이번 놈은 확실히 상태가 좋았다.
잠깐 수다를 떠는 사이 하늘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지며 시야가 어둑해졌다.
“항공대입니다.”
순식간에 그들을 지나친 육군항공대가 독일 놈들의 머리 위에 불벼락을 떨어뜨리는 것이 보였다.
“좋아, 시동 걸고 준비하자고.”
에이브럼스의 외침에 전차들이 일제히 그르렁거리며 엔진소리를 토해냈다.
“가자!”
“베를린으로 가자.”
“제리 놈들 대가리를 깨부수자!!!”
여기저기서 살벌한 외침과 함께 진격을 시작했다. 당연히 제일 앞에서 쏘아지듯 달려 나가는 것은 에이브럼스가 탑승한 전차였다.
간간이 살아남은 독일군 전차와 대전차포에서 불을 뿜어대며 항전해왔지만, 에이브럼스는 두렵지 않았다.
M26 퍼싱의 방어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
“와, 진짜 저 철망 하나 달았다고 이렇게 방어력이 올라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무겁게 시멘트를 안 발라도 되니까 속도도 안 죽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대령님.”
“왜?”
“저희 포위당했는데요. 독일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부하의 말에 주변을 돌아보니, 확실히 독일 놈들이 그와 부하들보다 많아 보였다.
“항공대 새끼들 하는 일이 그렇지.”
분명 엉뚱한 데에 아까운 폭탄을 낭비하고 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달랐다.
“좋군.”
“네?”
“이제 조준할 필요가 없잖아? 아무 데나 쏘기만 하면 다 맞는다는 소리 아닌가!”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미친 소린가 싶은 말이었지만, 에이브럼스의 부하들은 달랐다.
“오오!!!”
“그렇네요.”
“조준도 필요 없고, 그냥 쏘라신다.”
몇 시간 후.
“정리가 그럭저럭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
“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본대와 합류합니까?”
질문을 건넨 수하를 보며 에이브럼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쯧. 네가 그러니 아직 소령밖에 못되었지.”
“아. 진짜 왜 그러십니까?”
“생각을 좀 해봐라. 생각을. 기름 아깝게 뭘 돌아가, 돌아가긴.”
“그럼, 여기서 본대를 기다릴까요?”
이번엔 한숨이 아니라 조인트가 날아왔다.
“시간은 안 아깝나?”
“네?”
“가자, 뮌스터로.”
“그럼 포로들이랑···.”
“퍼져서 이동 못하는 놈들 있다며. 그놈들이 남아있으면 되지.”
좀 있으면 본대가 올 테고, 그럼 보급품도 있을 테니 그걸로 수리하고 따라붙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에이브럼스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뮌스터는 그냥 작은 도시가 아니잖습니까.”
“야, 그러니까 박살이 나서 아무것도 없을걸? 항공대 놈들이 폭격을 몇 번이나 했는데, 거기 뭐가 남아있겠어?”
거기에 다른데 지원한다고 이렇게 많은 병력을 내보냈으니, 더더욱 남은 방어군도 없을 거란 에이브럼스의 말은 어쩐지 그럴듯했다.
“정 불안하면 항공대에 연락해서 폭격 한 번 더 요청하면 되잖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패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 어이가 없네. 에이브럼스, 이 새끼가 참 유능하긴 한데 말이야. 저렇게 날뛰다간 오래 살기 힘들지 싶다.”
여하튼 패튼과 그의 부하 에이브럼스의 벼락같은 진격에 힘입어 독일 제6군 사령부가 있었던 뮌스터 역시 하루 만에 함락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소식을 들은 수많은 사람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온 우주의 기운이 그들을 돕고 있었다.
패튼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독일군이나,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히틀러 혹은 어떻게든 패튼을 지원하기 위해 눈앞의 독일군을 물고 늘어진 여타 다른 미군들 외에도 그들의 진격에 한 손 거들겠다는 이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중 첫 번째는 저 멀리 동쪽, 우크라이나에 있는 이들이었다.
“뭐? 벌써 어디까지가? 에센이면 루르 아닌가?”
벌써 라인강을 넘어 독일 핵심 공업지대인 루르를 손에 넣었다는 소식에 스탈린은 화들짝 놀라 펄쩍거렸다.
“네, 이제 겨우 에센만 손에 넣었을 뿐···.”’
어떻게든 미군의 공적을 최소화하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에센은 루르의 핵심이잖나. 거길 손에 넣었으면 다른 곳도 순식간이지. 젠장.”
잔뜩 열이 받은 스탈린이 소환한 것은 게오르기 주코프였다.
“동무, 양키놈들이 독일 국경을 넘어서 루르를 손에 넣기 직전이라는데, 이를 어찌 생각하시오?”
그러니까 현재 동부전선의 상황은 격렬했다.
방어의 사자, 발터 모델이 동부전선을 맡은 이후 소련군의 진격 속도는 확연히 느려진 상황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부족한 독일군과 달리 사람이든 물건이든 물량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소련이었기에 어떻게든 진격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패튼이 선봉에 선 미군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미군의 진격 속도를 늦춰보겠다고 카이로로 날아가 회담까지 하면서 시간을 벌어보았지만, 그동안 소련군이 나아간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독일의 중부집단군을 일거에 쓸어버리기 위한 작전을 준비 중입니다.”
“준비?”
“아, 준비는 모두 끝나고 실행 직전입니다. 실행하면 폴란드까지는 바로 진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믿어도 되겠소?”
“네, 동무. 저를 비롯한 소련군 모두는 베를린까지 쉬지 않고 내달릴 것입니다.”
생존 욕구만큼 강력한 것이 또 어디 있던가.
게오르기 주코프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위에서부터 내려온 삶에 대한 욕구는 소련군 전체를 휘어 감았고, 그리하여 시작된 바크라티온 공세.
소련은 그간 미국의 렌드리스로 받은 전차와 차량을 모조리 투입해 기동력과 압도적인 전력으로 동부전선 전체에 걸쳐 파상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발터 모델이 암만 방어의 기재라지만, 압도적인 물량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후퇴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고 펄쩍거리는 히틀러였다.
“그러면 지원군을 보내주십시오. 지원 없이는 후퇴도 힘듭니다. 이대로 그냥 죽으란 말입니까!!”
그러나 현재 독일에는 여유가 없었다.
본래라면 동부전선에 보냈어야 할 지원군과 보급품을 몽땅 몰아넣어 시도한 안트베르펜 기습 작전은 대실패. 그렇다고 뺄 수도 없는 것이 미군이 라인강을 넘으며 그들을 붙들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동부를 저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에 고민하던 구데리안이 입을 열었다.
“폴란드의 병력을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폴란드?”
히틀러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밀리면 폴란드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 어떻게든 동부전선을 유지하려면 지원군을 보내야 했다.
그러자 이번엔 서쪽에서 급보가 날아왔다.
“뮌스터가 함락되었답니다. 패튼이 이끄는 미 7군이···.”
소식을 들은 히틀러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대체 룬트슈테트는 뭘 하고 있나? 안트베르펜만 찌르면 되는데, 어째서···.”
안트베르펜은커녕 도로 라인강 너머로 쫓겨나고 있건만, 히틀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동부도 서부도 모두 지원이 필요하다며 악을 쓰는 난감한 상황에 히틀러를 비롯한 독일 수뇌부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폴란드 주둔군을 빼서 서부로 보내자니 동부가 걸리고, 그렇다고 동부로 보내자니 뮌스터까지 온 미군이 걸렸다.
인상을 잔뜩 쓴 히틀러가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그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전달하려던 순간,
“총통 각하, 급전입니다.”
바르샤바에 연락이 왔다. 조금 전의 골치 아픈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소식이었다.
“바르샤바에서 봉기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연합군 놈들이 공수작전을 벌였답니다.”
원 역사에선 마켓가든에서 녹아내렸던, 자유 폴란드 군단의 공수부대가 우리 미군의 특급 배송으로 폴란드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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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의 공세가 엄청나답니다.”
“그래?”
“폴란드 친구들이 잘 버틴다면, 소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속도를 좀 내야겠군.”
그리고 내 말을 듣기라도 한 듯 패튼이 새로운 소식을 보내왔다.
“뮌스터를 점령했다는 소식입니다.”
“뮌스터? 오늘 아침에 에센에서 출발했다고 안 했나?”
“에이브럼스 대령이 이끄는 기갑연대의 활약이···.”
패튼에 에이브럼스까지 더해졌으면 그래, 이해가 안 가는 속도도 아니지.
“영국군과 캐나다군에서 요청해온 작전계획안입니다.”
서류를 확인한 참모들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촌평하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약은 것 아닙니까?”
“네, 의도가 빤히 보입니다.”
현재 서부전선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라인강 전역.
홀로 질주 중인 패튼보다 서부군의 핵심 전력이 모인 지크프리트선의 전투가 훨씬 치열했다.
그런데 영국 놈들은 거길 지원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뇨.”
“아니, 말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거지, 진격로를 보면 7군 뒤를 따라가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네, 뒤에서 따라가다 기회가 되면 쥐새끼처럼 공적을 가로챌 기회를 엿보겠다는 심보가 분명합니다.”
“뭐, 그렇게 보이긴 하네.”
“허락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영국 놈들도 바보가 아닌데, 그냥 작전안을 내밀었을 리가 있겠는가.
“프랑스도 독자적으로 독일 내 진격을 이어 나가고 있잖소이까.”
“우리도 독자적으로 움직이겠소이다.”
프랑스는 하는데, 우리는 왜 안되냐고 삐약거리는데 어쩌겠나.
“가라고 해.”
“네? 하지만···.”
“토미 새끼들이 언제 뭘 제대로 하는 걸 본 적 있나?”
패튼의 뒤를 따라가다가 인터셉터 한다고?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맥네어도 없으면서 패튼의 뒤를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주제 파악도 못하는 것이 딱 토미들 수준이었다.
“그냥 7군 뒤를 따라가라고 해. 후방 지원하라고 하면 좋다고 할걸.”
차마 대놓고 말 못 한 핑계까지 우리가 던져주면 덥석 물 것이 분명했다.
“그게 우리도 좋지 않겠나?”
미친 듯이 질주하는 패튼의 뒤를 영국 놈들이 닦아주면 좋고말고.
기도하려고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