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orld War II Veteran RAW novel - Chapter (159)
세계대전 참전군인으로 살아남기-159화(159/161)
#159
패튼이 베를린으로 질주하던 그 순간, 가장 날카로운 창이 바로 에이브럼스라면 언제든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방패는 맥네어였다.
“이러다 우리만 너무 튀어나오면 보급 잘리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 기름은 받아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수하들의 걱정에 패튼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이리 대답했다던가?
“맥네어가 얼마나 능력 있는데. 맥네어라면 우리가 베를린에 갈 때까지 무조건 보급을 해줄 거라고.”
패튼의 말이 틀렸다고 하기엔, 어쩐지 맥네어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닌 게 아니라, 패튼이 또다시 질주를 시작했다는 소리에 맥네어는 바로 수하들을 소집했다.
바로 지난번 파리로 향하는 지옥의 레이스를 함께한 일당백, 피 대신 위장약과 각성제가 흐른다는 소문의 인사들이었다.
“이번에도 절대 보급 때문에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한다. 할 수 있겠나?”
“네, 할 수 있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수하들의 외침에 맥네어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래, 이기자!”
“이기자!”
이토록 유능한 미군과 달리 영국군은 좀 맹했다.
물론 패튼의 뒤를 따르면서 후방지원을 하라는 말에 영국 놈이 덥석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간의 경험이 있으니까.
“뭔가 좀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네. 저 맥아더가 우리에게 조커 카드를 줄 리가 없잖습니까.”
무섭게 베를린으로 향해 동진 중인 미 7군의 후방 관리를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요청에 영국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차라리 라인란트에 힘을 보태라던가, 공수부대를 차출해서 폴란드를 도우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했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뭐 좋기는 한데, 그래서 더더욱 의심스럽단 말입니다.”
그러나 언감생심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미군이 해주자, 영국은 오히려 이럴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에 의심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걸 그럼 안 받고 던집니까?”
“이러다 진짜 프랑스 놈들에게 밀려나게 생겼는데요?”
“그런 또 그렇기는 합니다.”
그러나 미군의 제안은 삼키자니 뭔가 꺼림직하고, 뱉자니 너무 맛있어 보였다.
처칠을 시작으로 몽고메리가 쫓겨난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해롤드 알렉산더 등 여러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보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거부하기엔 너무 달콤한 제안입니다.”
그리하여 신나게 내달리는 미 7군단의 뒤를 바치는 것은 영국군과 캐나다를 비롯한 영연방군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맥아더를 비롯한 미군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참 늦은 시기였다. 바로 루르의 핵심인 에센에 도착한 직후였기 때문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와아! 지원군이다.”
“영국군이다. 영국군이 왔어!!!”
그들이 도착하자 너무도 반가운 얼굴로 뛰어온 에센 주둔군의 모습에 내심 흡족한 표정을 지었던 알렉산더의 인상이 찡그려진 것은 앞에 나온 이의 계급장 때문이었다.
“대위?”
아무리 그래도 겨우 부관만 내보내서 마중이라니.
그러나 이어진 상대의 인사말에 알렉산더는 기겁하고 말았다.
“네. 에센 주둔군을 맡은 리처드 앤더슨 대위입니다.”
당연히 주둔군 사령관의 부관일 거로 생각했던 이가 책임자라니,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자네가 여기 총책임자라고?”
“아, 네. 오신다는 소식에 정말···.”
너무 기뻤다면서 그를 환영하는 대위의 얼굴은···.
“많이 힘든가?”
저도 모르게 나온 질문에 대위는 울먹이는 어조로 그간의 고생을 털어놓았다.
“저기 있는 저놈들 전부 겉보기엔 멀쩡해도 못 움직이고요. 저놈들은 움직이긴 하는데 깡통이고요···.”
부대원이라고 남겨둔 이들의 태반은 부상자에···.
주둔군이라기보단 패잔병, 낙오병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솔직히 후속 부대가 오기 전에 독일 놈들이 쳐들어오면 그냥 항복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결국 알렉산더를 비롯한 영국군은 에센에 사단 하나를 그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교통의 요지, 루르의 핵심인 에센을 다시 독일 놈들에게 뺏기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던가.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뮌스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거기선 더 많은 병력을 남겨야 했다.
“아니, 패튼 이 작자는 정말 미친 것인가?”
오죽하면 그 온화하기로 유명한 알렉산더가 이렇게 소리를 쳤다는데,
“그걸 이제서야 알다니.”
몽고메리나 처칠과 달리 지극히 정상적이고 온화한 알렉산더는 정신 나간 패튼의 폭주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인사였다. 그의 상식으론 점령지를 패튼처럼 내팽개치고 진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에센도, 뮌스터도 아주 안정적으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답니다.”
“좋군. 폴란드는 좀 어떻다던가?”
##
미군 수송기를 타고 돌아가는 조국.
자유 폴란드군의 공수사단 사령관 소사보프스키 소장의 얼굴은 긴장으로 잔뜩 굳어있었다.
내부의 동지들이 호응하여 봉기를 일으킬 예정이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그와 함께하는 젊은 장교들이나 사병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래도 듣기론 소련군의 기세가 엄청나답니다.”
“네, 소련이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지 않겠습니까?”
소련이 대공세를 시작했고, 그 발터 모델조차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단 소식이 들려온 것이 바로 어젯밤.
바로 지척에 소련군이 대규모 공세를 시작했으니, 조금만 버티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 조국의 해방을 일궈낼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한 이들의 얼굴은 짙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뒷사정을 아는 소사보프스키는 좀처럼 웃을 수가 없었다.
카이로에 가진 않았지만, 그곳에서 있었던 미국과의 밀약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미국과의 밀약은 오히려 반가운 이야기였다.
소련이 믿을 만한 아군이 아니라 독일 못지않은 승냥이라는 사실을 소사보프스키는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인근의 핀란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거기에 그간의 오랜 역사는 러시아가 절대 믿어선 안 될 놈들이란 사실을 명명백백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그와 같은 경험 많은 이들의 걱정을 기우로 취급했다. 오히려 나치 독일을 몰아내기 위해 소련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겼다.
그런 순간에 미국이 내민 손길은 그 무엇보다 반가울 수밖에.
‘영국 놈들이 한 짓거리를 보라지.’
미국의 약진에 당황한 영국 놈들은 자신들을 소련 놈들에게 팔아넘기려 들지 않았던가. 겉으로는 공산주의 척결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상관없다는 태도가 어찌나 역겹던지.
그런 면에서 차라리 미국은 솔직하기라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놈들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
미국놈들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겠다는 심보인 것은 똑같았다. 그러니 소사보프스키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이들은 여전히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곧 조국의 해방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철없이 해맑게 웃으며 미래를 그리는 이들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까지 그의 뇌리를 어지럽히던 생각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일단은 해방이 되고 보아야지. 빌어먹을 제리 놈들을 모조리 몰아내고 봐야지.”
“그럼요.”
“당연한 말씀을요.”
그의 말에 힘차게 호응하는 수하들을 보며 소사보프스키가 간절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러니 다들 죽지 말게나. 살아서 꼭 해방된 조국의 봄날을 봐야 하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결의를 다지는 저들 중 얼마나 살 수 있으려나.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수하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소사보프스키는 시린 눈으로 수송기 내부를 훑고 또 훑었다.
-치지직, 목표 지점 도착. 행운을 빈다-
파일럿의 마지막 인사와 동시에 출입문이 열리고 세찬 겨울바람이 기내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조국의 해방을 위하여!”
“위하여!”
간절한 바람을 외치며 대원들은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몸을 날린 것은 소사보프스키였다.
휘잉. 세찬 바람에 장갑을 꼈음에도 손이 시린 것 같았다.
펄럭. 다다다다다
낙하산이 펴지고, 잠시 후 땅에 발을 디딘 소사보프스키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운, 꿈에서 그리던 조국의 공기였다.
“그래. 미국이든 소련이든 일단 해방부터 하고 보자고.”
그 뒤의 복잡한 일이랑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
저 멀리 깜박이는 불빛을 확인한 소사보프스키의 손짓에 공수부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르샤바 봉기가 시작되었다.
원 역사에선 실패로 끝났던 바르샤바 봉기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마켓가든에서 녹아내렸던 공수부대의 가세에 우리의 든든한 지원까지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련의 대규모 공세인 바그라티온 작전과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컸다.
후방에선 폴란드가, 최전방에선 소련이 독일군을 몰아붙이면서 중부 전선의 독일 집단군은 너나 할 것 없이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결과 소련군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무려 700km를 진격, 민스크를 해방하고, 바르샤바를 코앞에 두게 되었다.
그 사이 동부전선에서 가장 강력했던 독일의 중부집단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사이 패튼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날카로운 창끝 에이브럼스를 앞세워 내달리는 패튼의 앞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악착같이 라인란트 지방에서 독일 놈들을 물고 늘어지는 브래들리.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라면 베를린까지 보급 따윈 걱정 말라는 맥네어.
남쪽에서 독일의 허를 찌르며 진격을 시작한 드골.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독일군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는 주코프.
대대적인 공수작전으로 바르샤바를 되찾기 직전이 소사보프스키.
마지막으로 패튼이 폭풍처럼 쓸고 지나간 자리를 열심히 정리해주는 해롤드까지.
대독일 연합군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원하는 패튼의 대질주를 막아 세운 것은 독일군이 아니라 대자연이었다.
“날씨 때문에 오늘도 항공대 지원은 불가능하답니다.”
“뭐?”
패튼의 거침없는 진격을 가능케 한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항공대의 공중 지원이었다.
정찰은 물론이고 호출만 하면 그 즉시 날아와 적의 머리 위에 불벼락을 내려주는 항공대가 없다면 패튼의 공격력은 절반 이하로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비가 앗아간 것은 항공대만이 아니었다.
“길이 진흙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진격 속도가 예상보다 많이 느려질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언제 그친대?”
“그게 며칠은 갈 가능성이 크다고···”
인상을 팍 구긴 패튼은 한참이나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7군의 참모들은 당분간 이곳에 진지를 세우고 머무를 것 같다는 생각했다. 그에 참모들은 진지하게 임시 기지의 방어력을 강화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방어를 생각하면 기관포 진지도 좀 세우고···.”
“참호도 좀 파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제아무리 패튼이라도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을 없앨 방법은 없을 테니까. 아니,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패튼의 능력을 무시한 처사였다.
진지 강화를 토론하는 참모들을 일별한 패튼이 부관에게 명령했다.
“목사님 좀 모셔와 봐.”
“네? 목사님이요? 갑자기 왜···.”
부관의 되물음에 패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긴. 기도하려고 그러지.”
뜬금없는 패튼의 말에 다들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뭐, 딱히 말릴 이유도 없었기에 부관은 이내 군종 목사를 찾아 다려갔다.
잠시 후, 패튼 앞에 불려온 군종 목사는 어처구니없는 얼굴이 되고 말았다.
“어, 그러니까 승리를 위해서 눈과 비가 그치고 쾌청한 날씨를 내려달라고 기도를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하오. 지금 날씨 때문에. 보시오, 항공기도 못 떠. 우리 귀염둥이들도 진흙탕에 빠져서 빌빌 대지. 애들도 종일 비 맞고 콜록거리는 것이 가엾지도 않소? 분명 하나님께서는 정의의 용사들인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외다.”
“그···.”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런데 이게 과연 기도해서 바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목사의 뇌리를 스쳤다.
지금이 중세도 아니고 하나님을 믿는 것은 믿는 것이지만,
‘날씨 바꾸겠다고 기도라니. 참.’
그러나 목사도 군인.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그저 승리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간절하다고 생각하기로 한 목사는 진지한 얼굴로 기도문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7군 지휘소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맑고 쾌청한 날씨를 기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다같이 기도합시다. 전능하신 하나님, 승리를 열망하는 저희의 바람을 들으사, 맑고 쾌청한 날씨를 내려주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지휘소만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 7군의 모든 장병은 ‘맑고 쾌청한 날씨를 기원’하는 기도를 진지한 어조로 읊조리고 나서야 저녁 식사를 맞이할 수 있었다.
물론 그중에 그 누구도 그와 같은 기도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
“해, 해다.”
“기도가 효과가 있었어!”
“와!!!”
“하나님이 우리를 보우하신다!!!”
다음날 새벽, 거짓말처럼 맑아진 하늘에 가장 당황한 것은 패튼에게 불려 갔던 목사였다나.
그야말로 온 우주의 기운이 그를 돕고 있었지만, 독일은 그리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최단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