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orld War II Veteran RAW novel - Chapter (160)
세계대전 참전군인으로 살아남기-160화(160/161)
#160
“우리는 미국인입니다.”
“우리의 충성심은 오로지 성조기에 있습니다.”
백인은 아니지만,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랐다.
그러나 일본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일본계라서, 혹은 일본계와 구분되지 않는 생김새 때문에 수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의심과 비난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그에 수많은 젊은이가 입대를 원했다.
“우리의 충성심을 증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우리도 싸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모두 모여 제442보병연대를 구성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백악관은 물론이고 전쟁부와 육군참모부에 서한까지 보내면서 반대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저들을 어떻게 믿습니까?”
“키도 작고 덩치도 작은 놈들이 싸움이나 제대로 하겠습니까?”
“우리 장병들의 발목이나 잡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차라리 일본에 보내 포로로 잡힌 이들과 교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나마 그들이 번듯한 연대로 구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뿐 아니라 조선인들을 비롯한 여타 아시아인들도 함께한 덕분이었다.
“우리는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미국인입니다.”
“성조기 앞에 빛나는 충성심을 증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대다수 조선인들은 임시정부에 합류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조선인이 되기보단 미국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조선인들 외에도 다양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함께 해준 덕분에 재일 아시아인들은 일명 ‘니세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연대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대를 구성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태평양 전선에 투입하기엔 좀···.”
일본계가 대다수인 부대를 태평양 전선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반대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전장은 대서양 건너 유럽이 되었다.
대서양을 건너 낯선 이국땅까지 왔지만, 그들을 원하는 이들이 없었다.
“저 짜리몽땅한 놈들을 어디다 씁니까?”
“제대로 된 놈들을 주셔야죠.”
“저는 좀···.”
인종차별이 만연한 20세기 초 미군에게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제442보병연대를 선뜻 받겠다는 지휘관은 없었다.
니세이 부대는 미운 오리 새끼나 다름없었다.
이리저리 떠밀리던 그들을 받아준 것은 패튼이었다.
“유색인종이라고? 잽스? 그게 뭐. 우리가 싸우는 놈들은 제리잖아.”
“그렇죠.”
“그럼 상관없는 거 아냐? 팔다리 멀쩡하게 붙어있고,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것은 물론 쓰는 것도 된다며.”
“네. 심지어 대학 졸업자들도···.”
“그럼 당장 받아야지. 그 정도면 완전 특급이잖아. 피부색이 뭐가 중요한데.”
패튼에게 중요한 것은 피부색 따위가 아니었다.
능력만 있으면 피부색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외치는 패튼에게 니세이 부대는 초특급 신병이었다.
그렇게 제442보병연대는 베를린을 향해 내달리는 7군에 합류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용맹하게 싸워야 한다.”
“당연하지요.”
“여기서 우리가 미국인임을, 누구보다 충성스러운 미국인임을 증명해 보여야···.”
일본계들은 그래야 본국에 남은 가족들이, 그리고 자신들의 후손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조선계들 역시 간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선군에 가는 대신 여기에 온 데는 이유가 있잖나?”
“그렇지요.”
“여기서 성공해야···.”
조선인보단 미국인으로 남고 싶어서, 선대 조상들이 조선으로 돌아가기엔 그 행적이 지저분해서, 좌파 이력이 남아 있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조선군이 아니라 미군이 되길 선택한 이들 역시 성공에 목마른 것은 똑같았다.
“그러려면 훈장 하나 정돈 들고 돌아가야지요.”
“그렇지. 그게 안 되면 적어도 집안에 참전용사 유가족이라는 영예라도 보내야지.”
그중 한 명이 김영옥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할 기회가 주어졌다.
쾌속으로 진격하던 7군이 독일군의 저항에 멈춰 선 것이다.
“독일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네, 거기에 토이토부르크 숲도 문제입니다.”
에센과 뮌스터까지는 패튼의 말대로 기동력으로 화력을 갈음하는 것이 가능했다.
독일군은 7군의 움직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제공권을 장악한 항공대의 협조는 독일에는 좌절을, 패튼과 7군에는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뮌스터를 떠난 이후부터 좋지 않았던 날씨가 문제였다.
항공지원도 받지 못한데다, 7군의 장점인 기동력도 죽어버린 것이다.
신실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 끝에 쾌청한 하늘을 얻어내긴 했지만, 이미 독일 놈들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숲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길게 뻗어 있는 데다, 꽤나 울창합니다.”
본래도 숲이란 기갑부대엔 딱히 상성이 좋은 지형이 아니었다.
특히나 그들 앞을 가로막은 규모는 작았지만 빽빽하기 그지없었고, 독일군은 그곳에 매복한 채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숲, 그것도 겨울 숲에서 독일군을 상대하게 된 패튼이 제일 먼저 부른 것은 항공대.
“항공대가 여러 번 공습하기는 했습니다만, 효과가 적습니다.”
“숲 곳곳에 참호를 파고 매복해 있는 탓에···.”
독일군 수비대는 숲에 아예 요새를 구축하고, 눈 속에 지뢰 지대, 철조망, 부비트랩 등 만만의 방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숲 사이의 좁은 길과 개활지는 독일군의 기관총, 박격포, 야포 부대가 미리 사거리를 조정하고 조준 중이었다.
“전차는 기동이 어려운데, 놈들은 대전차포를 들고 종횡무진하고 있으니···.”
“상대하기가 너무 까다롭습니다.”
“나무도 문제입니다.”
“포탄에 맞은 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면서 부상을 입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에 비해 독일 놈들은 참호에 숨어있는 터라 미군과 달리 피해도 적었다.
“차라리 더 북쪽으로 우회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거기는 숲이 없나?”
“그건 아닙니다만···.”
숲이 전혀 없는 지역까지 우회하려면 한참 올라가야 했다.
숲이었던 곳을 차츰 개간해 도시로 만든 덕분에 근처엔 크고 작은 숲들이 곳곳에 퍼져있었다.
“숲이 없는 곳까지 가려면 얼마나 북쪽으로 가야 하지? 거의 해안선 가까이 가야 하잖나.”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물개 놈들 배를 타고 베를린 북쪽에 상륙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패튼의 말에 참모들의 입이 닫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를린으로 가는 최단 거리는 이곳 오스나부르크를 지나 하노버를 찍고 직선으로 서진하는 것이었다.
결국 미 7군은 보병대를 투입해 독일군의 방어진지를 하나씩 없애며 진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7군 참모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할 때, 쾌재를 부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니세이 부대원들이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다들 이야기 들었지?”
“네!”
“숲에 숨어있는 독일 놈들을 때려잡기 위해 보병들을 투입한단다.”
“이번에야말로 우리의 충성심과 능력을 증명할 기회입니다.”
“우리가 작다고 무시하던 놈들에게 우리가 어떤 놈들인지 제대로 보여주자고!”
“그럼요!”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사기가 높은 것은 제100보병대대, 그중에서도 김영옥 중위가 이끄는 소대였다.
소대원 대다수는 하와이 출신이었는데 험한 화산지대의 야외 생활로 단련된 그들에게 숲은 익숙한 장소였다.
“으, 이 눈은 정말 적응이 안 되지 말입니다.”
“그러게. 지랄 맞게 춥네.”
“대체 이 동네는 왜 이렇답니다. 하늘에서 이렇게 쓰레기가 떨어진다니.”
“그러니 살기 어려워서 이렇게 전쟁을 벌이고 그러는 거 아닐까?”
“그런가요?”
물론 하와이와 전혀 다른 날씨는 영 적응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소대원들의 움직임은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김영옥이 이끄는 소대의 임무는 숲 곳곳에 숨어있는 독일군 진지를 없애는 것.
그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쏟아지는 기관총 소리를 확인한 김영옥의 손짓에 소대원들이 모조리 몸을 웅크렸다.
다다다.
“저기 저 진지를 없애야 할 것 같은데···.”
“접근하기가 영 어렵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심스럽게 움직인 덕분에 아직 기관총 진지에 있는 독일군에게 발각당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숨어있는 위치에선 공격할 방도가 없었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발각될 것입니다.”
소대원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김영옥은 수류탄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래도 가야지. 여기 계속 숨어있을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머뭇거리는 소대원을 보며 김영옥이 물었다.
“겁나나?”
“네? 아닙니다.”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에 김영옥은 환하게 웃으며 일어났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그럼 가자고. 오늘은 딱 저기까지만 하고 가서 쉬자고.”
“알겠습니다.”
앞장서서 달리는 김영옥의 모습에 다른 소대원들 모두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소대장님의 뒤를 따르자.”
“가자.”
다다다.
갑자기 나타난 미군의 돌격에 당황했는지 독일군의 반응이 다소 느렸다.
덕분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놀란 독일군의 표정을 보며 김영옥은 쥐고 있던 수류탄을 선물해주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아니, 그건 그의 상상일 뿐.
퍽.
“소대장님이 쓰러졌다.”
“뭐!”
“소대장님을 구해야 해.”
“소대장님!”
그가 쓰러지자 뒤따라오던 소대원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반자이!”
맨 뒤에 있던 소대원 하나가 익숙한 말을 외치며 달려 나갔다. 그에···.
“반자이!”
“반자이!!”
모두 전염이라도 된 듯 같은 말을 외치며 돌격했다.
몇 시간 후.
“깔끔하게 관통된 터라 오히려 빨리 낫겠습니다.”
“하아. 다행입니다.”
군의관의 말에 소대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영옥을 바라보았다.
“다행은. 거기서 반자이가 웬 말이야.”
“아니, 저도 모르게···.”
“하, 진짜.”
“아니, 먼저 돌격하신 것은 소대장님이잖습니까.”
“네. 저희는 뒤를 따른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비롯한 니세이 부대원들의 활약에 힘입어 7군은 숲을 뚫고, 오스나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상을 들은 패튼은 바로 펜을 들어 서류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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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 서훈 요청서가 왔다고? 그게 뭐?”
부관의 말에 난 보고 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치열한 전투가 연일 이어지고 있었고, 일선 부대에선 하루가 멀다고 각종 보고서를 보내왔다.
그중엔 수하들에게 훈장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도 적지 않았다.
특히 패튼은 누구보다 열렬히 수하들을 챙기는 이들 중 하나였다. 늘 올라오던 것인데 뭘 굳이 보라고 하냐는 내 말에 부관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내용이 좀 많이 독특해서 말입니다.”
그에 난 읽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부관이 내미는 것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반자이 돌격이잖아. 이걸 왜.”
“아시는 전술입니까?”
내 중얼거림에 부관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 아. 일본 놈들이 잘 쓰는 전략인데···.”
김영옥이라면 한국군에게선 유명한 인사였기에 모르지는 않았다.
특히나 그가 이탈리아에서 일본계 소대원들을 이끌고 했던 반자이 돌격은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 아니던가.
그러나 워낙 원 역사와 달라진 점이 많지 않은가. 특히나 제대로 된 나라 취급을 받지 못했던 원 역사의 조선과 지금의 조선은 많은 부분이 달랐다.
이미 독립을 약속받은 것은 물론, 태평양 전쟁 초창기부터 조선 임시정부와 그 산하의 광복군은 미군의 동맹으로 참전하고 있었다. 이미 미첼 특공대에도 조선인들이 있었지 않았나.
덕분에 대부분의 조선계 미국인들은 미군이 아니라 광복군에 입대하고 있었다. 덕분에 광복군은 그 규모가 상당했다.
그래서 당연히 그쪽으로 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반자이 돌격이라니.
“조선 광복군이 아니라 미군에 입대한 것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은데, 정말 대단한 인사인가 보군.”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참 이건 정훈 부대에는 알렸나?”
“네? 아뇨, 아직.”
“바로 알려. 얼마나 좋은 이야깃거린가. 니세이 부대원들을 부각해도 좋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돌격하는 용맹함을 부각해도 좋고.”
“아, 그렇네요.”
유럽의 반자이 돌격이라면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되고말고.
그렇게 내가 예상치 못한 반자이 돌격에 놀라고 있던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 이런 미친놈들이 다 있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역정을 내는 것은 아이젠하워였다.
아이젠하워의 손에 들린 것은 현재 장제스의 옆에 있는 엘리엇이 보내온 보고서였다.
“내전? 전쟁의 끝이 보이는 것은 맞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잖나. 그런데 내전이라니···.”
그러니까 중국에서 국공내전은 일본과 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27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중국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 이후 장제스의 국민당과 공산당은 내전을 멈추고 먼저 일본을 몰아내자는 국공합작이 동의했다.
“역시 중국 놈들은 믿어선 안 된다는 참모총장님의 말이 맞았습니다.”
“네. 이 일이 물개 놈들의 귀에 들어가 보십시오. 중국 상륙을 주장한 우리가 아주 바보가 될 것이 뻔합니다.”
필리핀을 모두 수복한 뒤 아이젠하워와 킹은 다음 행보를 두고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아이젠하워는 육군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국 대륙 진출을 원했고, 킹은 포모사를 거쳐 일본 본토를 공략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이 국공합작을 깨고 나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미군이 대륙에 발을 제대로 디디면 어떻게 되겠소이까.”
“그전에 우리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늦어요, 늦어.”
소련과 손을 잡고, 버마나 베트남 등지에선 공산주의 계열의 민족주의자들과도 협력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반공을 외치는 국가였다.
특히 핵심 동맹인 필리핀이나 조선 임시정부를 보면 미국의 반공정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선 놈들을 보시오. 공산주의 계열은 아주 싹 죽어버리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있으면 우리도 그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 뻔하외다.”
그리하여 마오쩌둥을 비롯한 공산주의 지도자들은 국공합작을 깨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장제스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었고, 결국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에서 전투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물개 놈들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그건 좀 그렇지요?”
“당연하지.”
필리핀에서 피똥 싸면서 버틴 세월이 얼만데, 물개 놈들 좋은 일만 해줄 수는 없었다.
“저, 그럼 조선은 어떻습니까?”
“조선?”
“네. 중국 놈들 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럽잖습니까.”
“그거야 잘 알지.”
“어차피 조선을 독립시킬 예정이잖습니까. 그럼 좀 빨리 시키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대만이고 중국이고 결국 일본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면 제일 가까운 조선을 찍고 가는 것이 최단 거리 아니겠냐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