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orld War II Veteran RAW novel - Chapter (161)
세계대전 참전군인으로 살아남기 161화(161/161)
“그러니까 포모사도 중국도 아니라 조선이요?”
육군의 제안에 킹은 코웃음을 쳤다. 중국이 지금 뒤집혔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나?
딱히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킹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쉰 마셜이 씩 웃어 보였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일본 아닙니까? 유럽에서도 복잡한 것은 다 제쳐놓고 히틀러를 잡겠다고 베를린으로 내달리고 있답니다.”
“흐음. 그래요?”
아닌 척했지만, 킹이 맥아더에게 나름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마셜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럽 이야기가 나오자 킹의 반응이 달라졌다.
“조선이라···. 하지만 거긴 잽스 놈들이 꽤나 오랫동안 공을 들인 땅 아닙니까?”
여러 가지로 병신이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 일본군은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특히 근래 들어 미군의 속을 썩이고 있는 것은 일본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였다.
“아니, 이쯤 되면 적당히 항복하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항복이 아니라 저리 죽자 살자 버티는 것인지, 원.”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전쟁의 결과는 나온 지 오래였다.
일본이 제아무리 발악한들, 그들이 승리하는 길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군들 사이에선 일본이 늦게 항복하길 바라는 이들도 상당했다.
“그래야 잽스를 하나라도 더 죽이지.”
“그럼, 그렇고말고. 조만간 일본어는 지옥에서나 쓰는 말로 만들어 주지.”
“오오. 멋진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껏 이어야 하지 않겠나.
전쟁을 오래 끌면 끌수록 결국 죽어가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미군 수뇌부는 이제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일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적당히 항복하는 것이 순리건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총력전을 외치고 있었다.
사이판과 같은 작은 섬에서조차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들까지도 항복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면서 버티는 통에 미군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솔직히 일본 본토를 말려 죽여 보겠다고 기뢰를 그렇게 깔았지만 버티고 있잖습니까. 그게 다 이 조선이 살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 우리 육군 참모부의 의견입니다.”
“흐음.”
동남아시아에서 오는 보급은 이제 거의 끊어진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중국이나 조선에 오가는 것까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조선을 독립시키기로 결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마셜은 조선 반도를 가리켰다.
일본 열도를 방파제로 두른 천연 항구. 위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아주 좋은 위치에 있는 땅이었다.
그에 킹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받았다.
“하긴, 소련 놈들이 유럽에서 아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조선의 독립을 이야기했던 카사블랑카에서만 해도 소련은 시베리아를 비롯한 태평양 연안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들 역시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포기할 수 없는 데다,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현재에도 그와 같은 관심과 열의를 표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당장 바그라티온 작전이 성공리에 끝나긴 했지만, 여전히 독일 국경까진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그러니 베를린에 꽂힌 스탈린이 당장 급하지도 않은 동쪽 끝 시베리아에 관심을 보일 여력이 있을 리가.
“그러니 더더욱 좋은 시점 아닙니까?”
조선을, 그리고 그 주변을 확실히 미군의 영향권 아래 둘 수 있다면 동북아시아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소리였다.
더더욱 지금처럼 소련의 몫을 줄일 수 있다면 더 좋기는 했다.
“하지만 조선 반도를 점하자면 대규모 상륙작전을 벌여야 할 텐데요.”
“어차피 상륙이야 섬을 쳐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둘의 대화에 끼어든 것은 루즈벨트였다.
“그건, 그렇습니다.”
“거기에 상륙의 난이도는 섬의 크기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이어진 마셜의 말에 킹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라면 무슨 소리냐 싶은 말이지만, 태평양 전쟁은 상륙작전의 난도와 섬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다.
사이판 같은 섬을 공략하는 데는 예상치 못한 희생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수비 쪽이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느냐의 문제이긴 하지요.”
“그럼 여기저기 작은 섬들 들쑤시지 말고 큰 거 하나 제대로 하자는 육군의 의견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하지만 섬에 상륙하는 것과 조선 반도는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네. 조선 반도는 일본이 오랜 시간 관리해온 터라 주둔군의 규모나 무장 수준도···.”
아서 3세 또한 말을 보탰다.
그래도 섬은 보급이 끊긴 이상 한계가 있지만, 조선 반도는 크기부터 시작해서 쉽게 생각할 수준이 아니라는 해군의 반론이었다.
조선 반도를 공략하려면 노르망디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대대적인 규모의 상륙작전을 준비해야 할 터였다.
“그래도 조선 반도라면 조선인들이 앞장서지 않겠나?”
조선인들의 우수한 전투력은 이미 유명했다.
항공대, 특히 여성 조종사들의 활약은 여러모로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들어보니까 내부에서도 레지스탕스가 꽤 호응해줄 것 같던데.”
“그렇지만 그건 다 그들의 말이니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중국 놈들만 하겠습니까?”
마지막 마셜의 말에 킹과 아서 3세는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일본 본토 상륙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포모사 이후엔 오키나와 같이 작은 섬들뿐이잖습니까.”
“나 역시 비슷한 의견이네. 조선이라면 저렇게 독립 의지가 높으니, 내부 호응도 상당할 것이고 오랜 시간 본토처럼 여겨온 땅을 빼앗기면 포모사나 다른 땅을 잃어버린 것보다 더 충격도 크겠지.”
고민하던 루즈벨트의 선택은 조선이었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전후를 생각하면 태평양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어떻게든 축소해야 하네. 그러려면 조선이 조금 더 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카사블랑카에선 사할린과 만주 동북쪽 일부까지 소련에 약속했지만, 원래 약속이라는 것은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럼 조선인들의 역할이 중요하겠군요.”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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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입니까?”
아이젠하워에게 미 본토의 결정 사항을 전달받은 김구는 북받쳐 오르는 감격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구만이 아니었다. 중요한 이야기라기에 함께 온 안창호를 비롯한 임시정부 인사들의 눈은 하나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알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오.”
“아무리 어려워도 우린 해낼 것입니다. 꿈에 그리던 일인데,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그들만이 아니었다.
조선으로, 고국을 해방하러 간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아이고, 할배요. 할배는 안 된다니까요.”
“안되기는 뭐이가 안돼. 내가 아직까지 농사짓고···.”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닌 것 아시잖아요.”
“그라믄 병사 아이라도 된다. 밥 짓는 거, 안되면 짐꾼도 상관없으니까···.”
대체 어디서 소문이 퍼진 것인지 필리핀 곳곳은 난리가 났다. 조선인들이 너도나도 몰려와 자신들도 입대하겠다고 난리였다.
“18살 맞다니까요. 울 어매가 신고하는 걸 좀 늦어서 그랬지, 이 팔뚝이랑 덩치 보소. 내가 어데 봐서 얼라요?”
“여자들도 받아 준다고 들었는데요. 저 빨래도 잘하고, 밥도 잘하고요···.”
남녀노소가 없었다.
처음엔 기밀이 흘러나간 것에 대한 불쾌감이 먼저였다.
중국보다 낫다더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는 실망감이 든 것도 잠시, 조국의 독립에 어떻게든 한 손 거들어 보겠다는 조선인들의 열망을 확인한 다음엔 생각이 달라졌다.
“저 정도면 어디로 상륙하든 실패는 안 하겠군.”
“네, 여기 있는 이들이 저러면 본토에 있는 레지스탕스도 기대해볼 만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디 전쟁이 마음으로 하는 것이던가.
“기습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소문이 너무 나버리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필리핀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 미군의 다음 목표가 조선 반도라는 소문이 나자, 해군은 단번에 못마땅한 심사를 표했다.
“글쎄요. 어차피 내부에 있는 레지스탕스들의 도움을 얻고, 잽스들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 대신 놈들의 방어가···.”
“어차피 우리가 움직이면 알려질 것이 뻔합니다.”
영국에서야 반나절도 안 되어 프랑스 해안에 닿을 수 있으니, 작전 직전까지 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사실 노르망디도 완벽하게 기밀이 유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독일은 언젠가 연합군이 상륙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갈 것인지만 들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건 우리도 아직 결정을 못 했는데···.”
“아, 아. 그렇네요.”
맥아더와 미첼의 밑에서 구른 아이젠하워를 상대하기에 태평양 함대 사령관 니미츠는 아직 부족했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럼 지금 정하면 되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아이젠하워의 모습에 니미츠 제독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해군이 원하는 대로 포모사 공략도 먼저 하기로 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되었습니다.”
한숨을 폭 내쉰 니미츠가 탁자 위에 놓인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지도엔 몇 군데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현재 조선군과 협의 하에 상륙지점을 몇 개 뽑아봤습니다.”
인천, 군산, 평택 등 모두 서해안에 있는 지역들이었다.
“흐음. 이쪽은 조수간만의 차가 상당하다고 알고 있는데.”
“압니다. 하지만 노르망디에서도 극복해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남쪽은 여기 이 섬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젠하워가 가리킨 것은 대마도였다.
“그리고 이쪽은 뭐···.”
남해보다 더 접근이 어려운 것이 동해이니 결국 남은 곳은 서해안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 군데 중에 하나를 정해야 한다는 건데···.”
세 곳 모두 장단점이 뚜렷했다.
“한 번에 크게 따보자는 이번 작전의 모토를 생각하면 여기가 가장 좋기는 하겠소이다.”
니미츠 제독은 인천을 짚으며 바로 옆에 수도가 있으니 상륙만 성공하면 최고겠다는 평을 내렸다.
“문제는 그만큼 방어도 잘되어 있을 거란 점이죠.”
“그야 당연한 소리 아니겠소?”
“다른 곳은 어디 봅시다. 군산? 이곳도 나쁘지 않아 보이긴 한데···.”
조선인들 처지에서야 저 남쪽에 있는 도시지만, 미국인들에게 200km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물망에 오른 지역은 평택이었다.
“앞의 두 도시와 달리 이곳은 큰 도시가 없답니다.”
“그래요?”
그렇게 어디를 상륙지점으로 잡을 것인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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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정이 안 되었다던가?”
“네. 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일인데 정작 우리 의견은···.”
독립을 약속받고, 드디어 국내 진공 작전을 코앞에 두었지만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미군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네, 그렇죠. 투입하는 병력이나 장비부터가 차이가 나니까요. 그렇지만 좀 씁쓸하기는 합니다.”
“그래, 그래도 어쩌겠나.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세나.”
미해군과 육군이 상륙지점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동안 조선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갔다.
제일 먼저 한 것은 국내에 있는 연락책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잠수함을 타고 들어간다고?”
“네. 미리 잠입해서 일본 놈들도 좀 때려잡고, 국내 있는 동지들에게 무기도 전달하고 그러려고 합니다.”
“그래, 그간 그 고되다는 훈련을 받았으니 어련히들 잘하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몸조심들 하게나.”
미군 부대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이들이 잠수함을 타고 미리 잠입해 들어갔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폭격기면 충분히 왕복하고도 남더군요.”
권기옥을 비롯한 항공대원들은 공습 작전에 열을 올렸다.
루손섬에서 떠오른 B-29는 매일 같이 일본군 주둔지를 정밀 공습했다.
오가는 중간중간 일본의 패망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곧 광복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조선에 상륙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선전물을 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조선 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부지, 이것 좀 보슈.”
“너어 이거 순사한테 들키면···.”
“그라면 뭐요. 그 새끼들 모가지에 힘주고 다니는 것도 얼마 안 남았시유.”
“그래도···.”
“그제 오전에 저 아래 일본군 주둔지에 폭탄이 떨어져서 아주 난리가 났대유.”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이들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은 조선인들만이 아니었다.
“이러다 우리 다 죽는 것 아닙니까?”
“본토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배, 배가 없다뇨!”
부산, 군산, 인천 등 항구란 항구는 모두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만원사례였다.
그리고 그들에겐 일본행 배보다 먼저 용궁행 폭탄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콰쾅, 쾅.
왜앵.
“폭격이다.”
“아악.”
급기야,
“총독부에 폭탄이 떨어졌다.”
경성에 자리 잡은 조선총독부에 폭탄이 직격하자, 더 이상 대본영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조선총독부에 폭탄이 떨어진 바로 다음 날, 미군과 조선군의 상륙작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다 가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