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11)
레프 톨스토이가 영국에서 숨겨 왔던 인싸 본능을 아낌없이 표출하고 있던 그때.
반대로 러시아로 와 길이 엇갈렸던 조지 버나드 쇼는.
“미안하구려. 술을 드려야 하는데 내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
“신경 쓰지 마시오. 보드카는 이미 많이 마셨으니, 이······.”
“크바스(Kvass)라 하오.”
“그래, 이런 색다른 것도 괜찮구려!”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과 국경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기왕 러시아까지 왔는데, 굳이 곧장 돌아갈 필요가 있나?
러시아란 것이 원래 옆 마을 가듯 쉽게 갈 수 있는 동네도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모든 작가들은 한때 독자였고, 평론가를 할 정도로 깊게 파고든 독자라면 더더욱 그러한 법이다.
특히 버나드 쇼는 단순한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평론했던 문화의 미식가이며 대식가이고 잡식가(雜食家).
그중에서도 문학에 버금갈 정도로 깊게 파고든 것이 음악이고, 러시아는 독일과 함께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다.
표트르 차이코프스키(Pyotr Tchaikovsky, 1840~1893)의 묘소에 참배하고, 러시아 국민악파의 대명사인 러시아 5인방 중 생존한 셋의 사인을 받아 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리노프스키 극장에서 발레를 관람.
그것만으로도 조지 버나드 쇼는 개인적인 욕망을 아낌없이 풀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톨스토이가 없다고 러시아에 문호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표적으로 지금 버나드 쇼의 술잔에 크바스를 채워 주고, 자신은 적당히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마시는 러시아인.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는 창백한 얼굴에 애써 쓴웃음을 지으며 프랑스어로 말했다.
“크흠, 이거, 먼 곳에서 손님이 왔는데 미안하오. 톨스토이 선배가 워낙 성격이 그래 놔서.”
“흐흐, 거장들이란 사람들 성격이 원래 다 그렇지. 신경 쓰지 마시우.”
조지 버나드 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프랑스어로 화답했다.
체호프는 영어를 못했고, 버나드 쇼는 러시아어를 못했지만, 국제 공용어인 프랑스어면 충분했다.
“그런데 의외군. 정말 톨스토이 선생이 [빈센트 빌리어스>를 그 정도로 극찬했단 말이오?”
“물론이오. 큭, 이건 비밀이지만 자기 젊었을 때랑 정반대라 맘에 든다더군. 아! 물론 나도 괜찮게 생각하오. 프랑스어 번역판을 구매해서 봤는데, 문장이 간결한 게 맘에 들더군.”
“하긴, 나도 그의 작법 스타일을 보고 체호프 당신이 많이 떠올랐소. 그러고 보니 그 친구, 경구처럼 이야기하는 것 중엔 당신이 말했다던······ 그, 총 얘기도 가끔 있었지.”
“총? 그건 혹시 복선에 관한 얘기요?”
“그렇소. 1막에서 등장시킨 총은 최소 3막에선 쏴야 한다던 그거요.”
“거참, 이상한데······.”
체호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서사 이론은 맞다. 하지만 그건 분명 후배에게 보낸 개인적인 편지에서만 잠깐 언급한 것일 텐데?
“뭐, 이름만 땄을 뿐이지 스스로 터득한 이론 아니겠소?”
“흠.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떡밥을 뿌려 뒀으면 무조건 써야 한다.’ 정도의 이야기니까.
비단 안톤 체호프뿐만 아니라 아서 코난 도일 같은 추리소설 작가들도 종종 하는 이야기고.
물론, 체호프와 별개로 조지 버나드 쇼는 이어진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러면 맥거핀(Macguffin)이라는 것은 대체 어디서 배워 온 말이지······.’
맥-이라고 붙은 거 보면 어디 스코틀랜드 말인 것 같긴 한데, 정작 스코틀랜드에서는 들어 본 말이 없는 단어였다.
그쪽 출신 작가들에게서도 들어 본 적이 없었고.
심지어 아서 코난 도일이 전해 주길, 이런 문답을 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북부 산악지대에서 사자를 잡는 데 쓴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에는 사자가 없네만······.
─아, 그럼 맥거핀은 아무것도 아닌 거군요.
─??
─모든 것이기도 하고요.
─????
······결국 그냥 동양의 어느 신비한 말을 억지로 번역한 것이 아닐까, 정도로 끝냈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돌아가서 언젠가 각 잡고 물어봐야지.
그렇게 결심한 조지 버나드 쇼는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 버리고 다시금 체호프와 술잔을 기울였다.
아직 러시아의 대문호들에게 묻고 싶은 것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았으며······.
만날 인연도 많이 남아 있었다.
고리키라는 전속 통역가도 있겠다, 그렇게 반쯤 러시아 일주가 시작되었다.
시인 콘스탄틴 발몬트(Konstantin Balmont), 소설가 알렉산더 에르텔(Alexander Ertel), 발레리 브류소프(Valery Bryusov)와의 자리에 대놓고 끌고 다녔으며, 고리키 역시 이를 영광으로 여겼다.
마지막으로.
“[처음 뵙겠습니다!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Ivan Alekseyevich Bunin)이라 합니다!>”
“반갑네. 버나드 쇼일세.”
막심 고리키보다 2살 어린 청년으로서, 경력으로 치면 고리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활동한 차세대 문인인 이반 부닌까지.
영국의 평론가이자 극작가로서, 만족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다닌 덕에, 조지 버나드 쇼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고맙네, 고리키 동지. 덕분에 정말 뜻깊은 관광을 하고 가는 듯하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이름 없는 작은 호텔.
푹신한 의자에 몸을 뉘인 버나드 쇼는 그렇게 말하며 고리키에게 보드카를 따라 주었다.
불곰 같은 고리키는 우직하게 고개를 숙여 그것을 받아 마셨다.
“저야말로 감사하지비요, 쇼 동지. 덕분에 개안을 하였습네다.”
처음에는 그 몸짓 하나하나에 움찔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버나드 쇼는 그저 기특한 후배를 만족스럽게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호의를 확인한 고리키가 물었다.
“그러면 동지, 귀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네까?”
“자네도 알지 않은가? 올해 런던에서 국제 사회주의 노동조합 총회(International Socialist Workers and Trade Union Congress)가 있는 걸 말일세.”
“물론입네다. 그걸 주최하는 게 동지의 페이비언 협회인 것두요.”
“그래. 그 전에 돌아가서 준비를 해 두어야 하지 않겠나.”
정식 개최일이 7월 26일부터이니, 돌아가면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했고, 고리키는 그런 버나드 쇼를 잠시 뜻 모를 깊은 눈으로 보더니 말했다.
“실은, 동지.”
“무슨 일인가.”
“동지께서 만나 주셨음 하는 자가, 하나 더 있습네다.”
“내가?”
버나드 쇼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리키는 ‘예.’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후배 겸 안내인을 영문 모를 눈으로 보던 버나드 쇼는 수염을 잠시 쓸고는 몸을 일으켰다.
“자네 덕에 러시아에서 많은 편의를 보았으니, 그 부탁 한 번 못 들어 줄 것도 없지. 좋아, 같이 가세.”
“조금, 아니 꽤 위험합네다.”
“위험한 거 따지면 사회주의자 같은 거 못하네.”
버나드 쇼는 단호하게, 그러나 웃으며 말했다.
그런 반응에 막심 고리키는 잠시 물기 어린 눈으로 버나드 쇼를 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벌떡 일어나 말했다.
“하면, 모시겠습니다.”
“좋네.”
그렇게 고리키는 그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뒷골목으로 안내했다. 밤이었고, 어두운 뒷골목이었으며, 애초에 수도임에도 전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거리는 깜깜했다.
“겨울에 오지 않으신 것이 다행입니다. 동지.”
“그 정도인가.”
“얼어 죽는 인민들이 넘쳐 나니 말입네다.”
고리키는 묵직하게 말했다. 버나드 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모스크바와 함께 러시아의 2대 도시가 바로 현시점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다.
그나마 발트해에 접한 러시아 최대의 항구도시에, 타국과도 가까운 만큼 나름대로 교통의 요지라서 다국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것이 곧 더 활기차거나 하단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항구도시 특유의 슬럼화가 더 심각했고, 한때 호수였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것인지 발트해는 겨울만 되면 얼어붙어 더더욱 추운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배를 띄울 수 없으니 연료를 받지 못해 얼어 죽고, 고기를 잡을 수 없으니 굶어 죽지비요.”
“끔찍한 일일세.”
더블린의 아버지 집에서 감자만 먹고 살던 기억이 떠오른 버나드 쇼가 이를 악물었다.
이게 다 황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열이 뻗쳤다.
아니, 대체 그 가진 놈은 뭐가 아쉬워서 최소한의 법치(法治)로의 개혁조차 못 하겠다고 뻗댄단 말인가?
─당신이 먼저 싸움을 시작했고, 싸움은 스스로를 기다리게 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자유주의자들이 니콜라이 2세에게 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이곳입니다.”
“감옥인가?”
“예.”
고리키는 이미 뇌물을 먹여 뒀다고 말하며, 간수가 열어 준 뒷문을 통해 감옥으로 들어갔다.
스쳐 지나가며 간수의 얼굴을 흘낏 본 버나드 쇼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문을 열어 주는 간수조차도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최소한의 치안을 지키는 공무원들조차 굶고 있는데.’
그렇게 천천히 들어간 감옥에서는 몇 달은 씻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나는 악취가 났다. 무기력감과 피로감, 그리고 분노를 닮은 악취를 맡은 버나드 쇼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긴 했으나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고리키는 그런 그에게 감탄하며 마치 제집처럼 감옥을 안내했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까, 버나드 쇼는 어두운 감옥 한편에서 고리키가 멈춰 서는 것을 보았다.
“이곳입네다.”
“[오, 이 목소리! 드디어 오셨는가!>”
마치 포효 같은 러시아어였다. 감옥 앞에 선 버나드 쇼는 쇠사슬에 묶인 어느 젊은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남자는 버나드 쇼를 이채 섞인 눈으로 보더니 물었다.
“그대가 버나드 쇼 동지겠군. 혹시 독일어는 할 줄 아시오?”
“조금은. 그대는 이름이 무엇이오.”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Влади́мир Ильи́ч Улья́нов).”
어눌한 듯하면서도, 마치 노래하는 듯한 독특한 어조로, 청년은 말했다.
“레닌(Lenin)이라 불러 주시오.”
“······동지가 날 보자 하셨소?”
“그렇소.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동지로서 위대한 영국의 선배를 뵙고 싶었지만······ 하하, 꼴이 이래서 말이오.”
레닌은 피식 웃으면서 무거워 보이는 사슬을 마치 조약돌처럼 가볍게 내보였다. 버나드 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초가 많으시군.”
“하하, 이 정도야. 나중에 망할 니콜라이 2세와 귀족 놈들이 받을 납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겠소.”
레닌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번뜩였다. 버나드 쇼가 입을 열지 못하는 사이, 그는 차갑게 말했다.
“버나드 쇼 동지, 동지에게 듣고 싶소. 영국의 노동자들은 어떠하오? 단결하고 있는가? 왕가의 목을 자르고 사적 소유를 철폐하여 인민대중의 독재 정권을 이룩할 준비가 되어 있소?”
“무슨 말인가, 그게.”
버나드 쇼는 눈을 크게 떴다.
사적 소유의 철폐야 사회주의의 궁극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왕가의 목을 자르고 인민대중의 독재 정권을 이룩한다니.
“인민대중이 뽑는 것은 철인(哲人)으로 충분해. 무고한 피가 대체 얼마나 많은 대중의 이반을 가져오리라 생각하는가.”
“하하? 그게 무슨 말이오.”
하나 그의 그런 답에 레닌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대도 우리나라의 니콜라이 2세가 한 짓을 보지 않았소? 왕가란 것들은, 귀족이란 것들은 우리 인민들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아! 설사 마음씨 착한 대중이 그들에게 동정적일 순 있어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 그들의 목을 잘라 존재 자체를 말살해야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단 말이오!!”
“그대들의 상황은 동정하네. 하지만 모든 왕족이 니콜라이 2세 같지는 않아!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우리 영국의 찰스 1세에게 사형을 언도했을 때처럼 모든 이들이 합의한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법일세!”
“배가 불렀군. 그대들에게는 법이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저 황제가 법이오! 그 알량한 법조문을 따르면 언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룰 수 있단 말인가!!”
“혁명을 부정하지는 않네. 하지만 그것은 마르크스가 말했듯, 자본주의가 자연스럽게 붕괴할 때 점진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법일세!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것도 반동(反動)이지만, 억지로 앞으로 돌리려는 것 또한 인력(人力)으로는 할 수 없는 법이야!!”
“하!!”
그때였다. 레닌이 핏발 선 눈을 번뜩이며 쇠사슬을 질질 끌고 버나드 쇼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버나드 쇼는 이를 똑똑히 받아들이면서도, 그 눈이 마치 이리나 승냥이 같은. 짐승의 그것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제 알겠소. 브리튼의 동지들은 이미 수정주의로 접어들었군. 슬픈 일이오.”
“이보게!”
“가시오. [고리키! 저 배신자를 모시고 가게. 그래도 손님이니 마지막까지 배웅해야지.>”
“······[알겠네.>”
고리키가 조심스럽게 버나드 쇼의 소매를 이끌었다. 버나드 역시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감옥을 나와, 호텔로 돌아가는 거리에서 버나드 쇼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저이가 지금 러시아의 혁명을 이끄는 자인가?”
“······젊은 동지들 사이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습네다. 동지.”
“아직까지 날 동지라고 불러 주는군. 고리키 동지.”
“저 역시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필요하다, 그리 생각합네다만.”
고리키는 묵묵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습네다. 레닌 동지를 비롯한 일부 동지들은, 지나치게 폭력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습네다. 저것은 오히려 농민들의 피를 흐르게 할 겁네다.”
“후우우우······.”
버나드 쇼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품에서 담배를 찾은 그는 그것을 물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시게. 난 좀 이 거리를 좀 돌아다녀야겠군.”
“괜찬으시겠습네까.”
“괜찮아. 이미 눈은 여기에 적응되었네.”
가슴은 그렇지 않지만.
조지 버나드 쇼는 답답한 가슴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국이 운이 좋은 것일 수 있다.’
니콜라이 2세가 일반적인 군주라는 것도, 그리고 그를 막으려면 그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버나드 쇼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죽이면, 그것이 파리 코뮌처럼, 외세의 지나친 배격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결국 그 코뮌의 실패는 반향적으로 더욱 강력한 폭압, 즉 나폴레옹 군사정권을 불러오지 않았는가.
물론 그것 역시 무너졌긴 했으나······ 그게 어디 간단하게 되었냔 말이다.
시민의 피, 그리고 외세의 침입이 동반하였다.
그러니 우려한다. 또 다른 코뮌을.
그러니 안도한다. 영국이 그렇지 않음에.
‘점진적으로, 하나하나.’
영국은 의회라는 수단이 있으니, 그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러시아는?’
의회의 존재조차 허락받지 못한, 이 어둡기 그지없는 러시아라는 제국은?
그때였다. 어두운 거리를 걷는다 생각했던 버나드 쇼는 어떤 벽과 부딪혔다.
“어이쿠.”
“[이런, 죄송합니다.>”
아니,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로등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체구의 사람이었다. 고리키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미안하군, 잠시 한눈을 팔았네.”
“[아, 외국인이었군······ 그러면 의미가 없나? 이만 실례하지.>”
귀밑머리부터 직각으로 깎여 내려오는 수염이 앞섬까지 가려진 것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 하지만 그 눈만큼은 여우를 닮아 있었다.
그는 뭐라 말하더니 고개를 까닥하고는 금세 지나갔다.
“거참.”
다른 건 모르겠고 러시아인들이 정말 큰 건 알겠다.
버나드 쇼는 그렇게, 한쪽 옆구리에 두꺼운 책을 끼고 지나간, 수도복 차림의 거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어째······ 익숙해 보이는 책이었는데.’
버나드 쇼는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다.
지나간 사람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이, 다름 아닌 러시아어로 번역된 [던브링어>의 설정집이었다는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