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21)
“에휴, 진짜 저 양반은.”
나는 나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아니, 허버트 조지 웰스 저 양반 원래 극렬 인종 차별주의자 아니었나? 그런 사람이 한번 훼까닥 돌더니만 굉장히 부담스러워졌다.
심지어 신작인 [모로 박사의 섬>에서는 주인공을 아시아인 혼혈로 설정하더라니까.
모로 박사가 개조해서 창조한 수인(獸人)들을 ‘계몽’시켜서 반란을 일으킨다는 그 모습은 가히 충격과 공포였다. 아니, 무슨 러시아 혁명이야?
뭐······ 아직 그건 안 일어났으니 대충 프랑스 혁명을 모티브로 한 거겠지만, 아는 입장에서는 쭈삣 설 정도였단 말이지.
아무튼 정말 너무 극적인 변화라서 당황스럽기 그지없긴 하지만.
“흐으으음. 웰스랑 콜라보라.”
너무 부담스럽다 보니 말 돌리면서 거절하긴 했지만, 지금의 [타임머신>이나 [모로 박사의 섬>은 콜라보를 하기 생각보다 괜찮은 설정을 가진 작품들인 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그의 말처럼 [던브링어>나 [딕터 박사의 기묘한 모험>에서 섞어도 별 무리가 없을 건 분명하겠지.
하지만 나로선······ 역시 부담스럽단 말이지.
정확히는 허버트 조지 웰스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이미 한번 콜라보를 했는데 바로 이어서 하기가 말이다.
본디 이러한 콜라보라는 것은 단기적 이벤트기에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혹은 비슷하지만 디테일이 다른 작품이 섞이는 것에서 오는 신선함을 즐기기 때문이다.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그 신선함도 죽고 ‘당연한’ 것이 되겠지.
최악의 경우엔 서로의 작품성에 침범하며 양측의 매력을 죽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무척이나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저작권이나 수익 분배 문제도 있다.
애초에 설정만을 생각할 때, 크로스오버로서 [셜록 홈즈>와 교합이 잘 맞을 작품은 [던브링어>보단 [빈센트 빌리어스>였다. 어쨌든 판타지는 초반부 환생 빼면 최대한 배제되니까.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은 [던브링어>를 들고 왔다. 물론 이쪽이 ‘뽕’의 고점은 더 높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문제.
즉, 같은 [스트랜드 매거진>에서 연재되는 작품인 것도 컸을 것이다.
결국 친분은 친분, 사업은 사업이란 얘기.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얽혀 있는 문제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에는 이렇게나 많은 제약이 있다는 얘기다. 괜히 일본 만화나 한국 웹 컨텐츠에서 드문 게 아니다.
뭐, 잘만 구축되면 [인피니티 사가> 같은 장대한 서사시환(敍事詩環)을 만들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일단 시운도 좀 따라줘야 하는 문제고. 결국 각 잡고 중심을 잡을 사람이 필요한 거라.
그러니 허버트 조지 웰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댁하고는 좀 나중에 벤틀리 씨하고도 좀 상의를 한 다음에 해 보자고.
생각난 김에 나는 내가 이름 빌려준 다른 작품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일단 루이스 캐럴과 진행하고 있던 [아서 왕과 수학의 기사>는 그럭저럭 끝물이었다.
그래서 진행에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지.
근본이 아서 왕 설화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넣으면 될 것과 아닐 것, 혹은 수정해야 할 것을 따져야 했거든.
음? 아서왕 전설에 그렇게 거를 요소가 뭐가 있나고?
거 왜 그거 있지 않냐. 성배 탐색이 흐지부지 끝나고, 금프양 랜슬롯이 귀네비어 왕비랑 화끈한 불륜하고 프랑스로 튀어 버리는 그······ 개구리 놈들의 장대한 똥 덩어리.
그대로 모티브를 잡기에는 도저히 ‘학습 도서’라는 타이틀에 넣기 거시기한 내용이었고, 그렇다고 아예 빼자니 랜슬롯 자체는 기사 문학으로의 인지도도 강했기에······ 그래서 이거 관련으로 루이스 캐럴하고도 머리를 좀 맞대 봤다.
─이, 이거 아무래도 애들 보여주기는 영, 거시기하지 않, 않은가?
─그야 당연히 최대한 쳐 내야죠. 그······ 기네비어 불륜은 최대한 쳐 내고, 랜슬롯이 로마 황제한테 세뇌당했다고 전개하는 게 어때요?
─으, 으음. 확실히 이후 전개인 로마 원정으로 이어 가려면 그게 제일 적절하겠군.
에휴, 도대체 막장 드라마 좋아하는 프랑스 놈들의 빌어먹을 가필(加筆)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
물론 그렇게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교회 쪽에서 공격받는 일도 없고 판매량도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학습 도서라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
덕분에 내 통장에도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었다.
여기에다 마크 트웨인이 테슬라의 조언을 더해, 함께 진행했던 [꼬마 케빈의 집 지키기>도 벌써 5권까지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무려 캐나다 여행에 갔다가 설원에서 조난당하는 내용이다.
‘어쩌면 얘도 어쩌면 미래에 불행의 아이콘 비스름한 무언가가 되는 게 아닐까? 그건 그거대로 미안하긴 한데.’
정글에, 산맥에, 사막에······ 정말 많은 곳을 오가고 있지.
그런 스팩타클함에 반해 미국에서는 아직도 나오는 족족 매진 행열을 이어가는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마크 트웨인의 편지만 봐도 그가 얼마나 싱글벙글하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
아직 근본인 무인도가 나오진 않았는데도 이러니, 미래가 무척이나 밝은 작품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미국에서는 잘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수학의 기사>나 [딕터 박사>에 비해선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뭐, 사실 어쩔 수 없긴 하지. 아무래도 미국에 비해 환경 자체가 다양하지 않다 보니 깊은 산속이나 바다, 사막 같은 극한 환경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그게 인기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되레 와일드한 맛을 좋아하던 미국과는 달리, 한참 내 작품 속에 있는 과학 이론을 찾을 때 붐이 되어 독특한 마니아층을 가진 작품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호오,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아, 연결되었다.
─이거 참, 뭔가 퍼즐을 푸는 듯한 기분이구먼. 호기심을 자극시키는군.
묘하게 어른, 그것도 나이 많으신 분에게 더 인기가 있어서 놀랐지.
내가 생각한 의도와 정반대의 모습에 나 역시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시장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힘든 일, 이걸로 내심 자만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
어떻게 보면 그래서 근본으로 돌아가서 새 작품을 쓰게 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이 진행되는 것은 이렇게 서적만이 아니었다.
사보이 극장에서 만든 희곡판 [피터 페리>는 영국에서 성공한 다음 바로 프랑스로 수출됐다. 당연히 이걸 수입한 분은 지난번 알폰스 무하 관련으로 인연을 튼 사라 베르나르 여사.
딱히 얼굴을 텄다고 혜택을 준 게 아니라, 그 사라 베르나르가 직접 프랑스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인정하고 판권을 사 갔다.
꽤나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이, 직접 엘프의 지도자인 하이엘프(High-Elf) 역을 맡겠다고 하는 등, 여러모로 열정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현 프랑스의 기조와 엮여서 공연은 성황을 이루고 있단다.
그리고 한번 성공을 보이자, 이것이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
독일 쪽으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직접 가져가서 지휘까지 맡아보겠다고 하던데. 흠, 그쪽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사보이 오페라 같은 오페레타 유행은 이미 많이 지난 동네이긴 하니까.
아무튼, 이렇게 본업 쪽으로는 이럭저럭 다들 호조.
그렇다면 부업은?
밀러 씨네 화상(畫商)은 여전히 잘 나간다. 다만 이젠 내가 거의 빠져서 그런가 과감한 투자는 최대한 줄이고 밀러 씨 취향의 수집 쪽에 집중하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내가 추천했던 뭉크 등, 미래에서도 유명한 화가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는데······
가끔 밀러 씨가 특유의 센스로 묘한 작품들을 모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이건 나중에 한 번 이야기해 봐야겠네.’
최근 동양 쪽 물건에 자꾸 관심을 가지신단 말이지. 뭔가 꾸미는 게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한 일 중에서 투자금이 제일 많이 들어간 엘리엇 철강회사에서는.
“어서 오시죠, 미스터 진!”
“오랜만입니다, 네빌. 잘 지냈죠?”
“아, 잘 지내다뿐이겠습니까?”
네빌 체임벌린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 표정과 눈빛이 나와 아서 코난 도일의 콜라보레이션이 팔렸을 때의 조지 뉸스 씨와 똑같은 걸 보니, 확실히.
“성공했군요?”
“그렇습니다! 지금 알루미늄 가격이 거의 kg당 파운드도 아니고, 펜스 단위로 팔리고 있지요!”
얼핏 들으면 취급하는 물건의 가치가 떨어졌단 얘기로 들린다. 그러면 당연히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정반대.
원래 이런 BtB 사업은 좀 다른 모양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납이 금속으로 차지하고 있던 위치에 우리 알루미늄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강도 자체는 철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가벼운 금속답게 응용이 무궁무진하고, 가벼운 제품이 흘러가는 레일이나 건축용 새시, 저가형 금형을 비롯해 알루미늄이 쓰일 곳은 무궁무진하다.
“물론 프랑스로 넘어갈 개런티 자체는 아직도 굉장히 많습니다만, 그걸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높습니다. 그만큼 납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 가고 있다는 뜻이죠.”
“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군요.”
“하하,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면 왠지 모르게 서류 진행이 아주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루만에 통과된 적도 있다니까요? 운이 무척 좋았죠.”
오, 이런 쪽으로도 운이 따라주다니.
난 한껏 미소 짓는 그를 바라보며 같이 웃었다. 이대로라면 목표로 했던 것은 금방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최근에는 납과는 관련이 없는 다른 산업 쪽에서도 우리 쪽에 제안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 있겠군요.”
“이건, 독일 쪽에서 타진해 온 거군요. 자동차라······.”
“하하, 네 이번 계약이 체결되면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겁니다.”
보기 드문, 하지만 나에겐 익숙한 글자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기분이 싱숭생숭해진다.
확실히 아직 영국은 적기 조례의 영향 때문인지 마차가 더 대세다.
하지만 유럽엔 그런 게 없고, 그중 가장 많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독일.
그러고 보면 차알못인 나도 얼핏 들었던 자동차 회사 중에는 독일이 많다.
푸조, 마이바흐. 메르세데스-벤츠나 폭스바겐은 아직 안 나왔지?
근데 여긴 아직 알루미늄 관련 회사가 없다.
프랑스 쪽에선 보불 전쟁으로 발생한 독일과의 감정 때문에 알루미늄을 수출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거 우리가 전부 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마치 미중 갈등 사이에서 아슬하게 껴 있던 덕에 여기저기 팔아먹었던 것처럼.
그렇게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사이, 내 눈에 무언가 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응? 그리고 이건······.
“오토 릴리엔탈(Otto Lilienthal)?”
이 사람, 아직 살아있어?
***
“······송구하옵니다.”
작가 연맹 대표, 조지 맥도널드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저 일개 환상 문학 작가였고, 스코틀랜드 출신이자, 아룬델 트리니티 연합 교회에서 보편 교회를 주장하다가 쫓겨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즉, 스스로가 단 한 번도.
“여왕 폐하, 다시 한번만 더 옥음을 들을 수 있겠사옵니까.”
이런 식의······ 궁중 언어를 실제로 사용할 날이 오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예측을 산산조각 낸 여인, 이 대영 제국의 황제인 빅토리아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듣지 못했는가.”
“······송구하옵니다.”
“내가 아는 다른 작가와는 다르게 말을 잘 못 하는군. 뭐, 그래서 좋을 수도 있겠지.”
여제는 한차례 부채를 흔들었다. 그것을 본 버킹엄 궁전의 시종장, 공식적인 여왕의 ‘입’이 다시 한번 말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레이트브리튼 아일랜드 연합 왕국의 여왕, 신앙의 수호자, 하노버의─.”
“생략.”
“······빅토리아 왕립 기사단장이신 빅토리아 여왕 폐하의 이름으로, 작가 연맹의 대표, 런던 시민 조지 맥도널드를.’.”
연합왕국의 계관 시인(Poet Laureate of the United Kingdom)으로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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