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22)
오토 릴리엔탈.
사실 내가 이 양반을 잘 아는 건 아니다. 다만, 현대에서 영지물을 쓰면서 몇몇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모르려야 모를 수 없더라고.
항공학의 아버지, 세계 최초의 항공기 개발자.
공기 역학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본격적으로 인류가 하늘에 관심 가지게 만든 인물이었으니까.
원래 이쪽이 그렇다. 뭔가 그럴싸한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자본이 투입되어 연구가 진행되거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그의 연구는 이후 대중의 관심과 더불어 수많은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었기에 가히 지대하다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놀랐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음? 그나저나 이 사람 아직도 살아 있었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 이미 죽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내가 딱히 사람 죽는 걸 원해서 그리 생각한 것은 아니다.
무슨 원한이 있다고? 다만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간단한 추론에 의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앞으로 몇 년 뒤면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 동력 비행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들은 오토 릴리엔탈의 죽음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고.
그렇다면 그런 엄청난 연구가 고작 1, 2년 걸리는 건 아닐 테니 당연히 이미 죽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거지.
‘반대로 말하면, 오토가 죽지 않았으니까 라이트 형제도 연구를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이거 뭔가 많이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흥미가 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당장 엘리엇 철강회사의 알루미늄 관련 계약 법인인 [앨리스와 피터> 재단 경영 고문 자격으로 그 대리인을 만나 보았다.
그런데 거기서 그가 하는 말이······.
─네? 지금 뭐라고?
─하하. 네, 맞습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확 떠오른 거라고 하셨습니다. 마침 복엽기(複葉機)를 시험 중이셨는데 그 축의 강도와 경량화에 고민이 많으셨거든요.
그게······ 내가 쓴 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붙잡은 딕터 박사의 어깨 위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프레임과 그 위에 크게 펼쳐진 거대한 천을 보았다. 그레이스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 그건?”
─“행글라이더(Hang Glider)일세.”
이 짧은 세 줄.
그 세 줄이 항공학이 막 꽃피고 있던 이 시기에는 더없이 중요한 세 줄이었다고, 오토 릴리엔탈의 대리인은 그렇게 말했다.
─알루미늄, 알루미늄이라! 확실히 잘 만들면 목재와 비등할 정도로 가볍겠군!
─연구해 보니 충분히 그 이상으로 튼튼합니다!
─좋아, 퍼시. 가서 있는 대로 매입해 오게!!
그렇게.
“······그래서 알루미늄 프레임 연구를 시작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원래 잡혀 있던 시험 비행 일정까지 미루고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 대리인이라고 온 사람, 알고 보니 이 사람도 보통이 아니었다.
“사실, 제가 그 글을 보여 드렸거든요. 처음엔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개발한 지 1년도 안 된 행글라이더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알고 계신 건지······ 분명 작가님도 평상시부터 하늘에 관심이 많으셨겠지요? 동지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꼭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싶더군요.”
“아하하······.”
퍼시 싱클레어 필처(Percy Sinclair Pilcher).
오토 릴리엔탈의 대리인이라 소개했는데 실은 제자로, 무려 내가 가볍게 [딕터 박사>에서 썼던 행글라이더를 만들었던 사람이더라고.
그런 사람이 눈을 반짝이면서 이쪽을 쳐다보는데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아니, 저 몰라요. 공기 역학이고 뭐고 모른다고요······.
“하, 하하. 저, 아니 저희 작가님도 비행 성공 기사를 매우 감명 깊게 보셨다고 합니다.”
“오, 그런가요? 그럼 언제 한번······.”
“네, 의견은 전해 보도록 하죠.”
아마 응해 줄 일은 없겠지만!
그래서 난 정체를 숨기고는 적당히 체임벌린 뒤에 숨어서 단순한 경영 고문인 척했다.
그도 딱히 내가 ‘그’ 한슬로 진이라 생각하진 못했는지, 내 대답에 만족하고는 다시 사업적 이야기로 돌아갔다.
“하여튼, 그래서 저희도 목재와 철사를 쓰던 글라이더에서 알루미늄으로 연구 방향을 선회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쯤 릴리엔탈 선생님께서도 프레임 설계로 머리를 싸매고 계실 거고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필처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됐을 줄 누가 알았겠어.
······흠, 가만.
그렇다면?
“그, 필처 씨.”
“예. 말씀하시죠.”
“불쾌하지 말고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그······ 동력 비행기 쪽으론 연구하실 생각이 없답니까?”
“동력이요? 아, [피터 페리>에 나온 드워프의 비행기 말씀이십니까?”
“아, 예. 그거요.”
그러고 보니 [피터 페리>에서도 ‘드워프의 신기한 발명품’이란 핑계로 대략적인 비행기를 넣었지. 그래서 그걸로 연구해 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았다.
혹시 이러다가 라이트 형제 대신 내 입김이 닿은 오토 릴리엔탈과 퍼시 필처가 대신 비행기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미 하고 있습니다만?”
“······예?”
“하하, 저희 릴리엔탈 스승님은 사실 발명가이시기도 하거든요. 이미 10년 전이었나, 더 오래됐나······ 하여튼 글라이더에 달 소형 증기 엔진을 개발하셨습니다.”
“그것······ 참 고무적이네요.”
아니, 그러면 뭐지? 왜 추락한 거야? 정말 소재 때문이었던 건가?
공학에 대해선 1도 모르는 나는 그저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그러면, 계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루미늄으로 비행에 성공하면 또 연락드리죠!”
“그땐 꼭 저희 엘리엇의 이름도 꼭 넣어 주셔야 합니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그렇게 우리와 엘리엇 철강회사는 퍼시 필처의 글라이더 연구소에 알루미늄을 판매하기로 했다.
아니, 설마 이러다가 진짜 라이트 형제가 위인전에서 삭제되는 건가?
‘어… 음….’
뭔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대단히 복잡한 기분이었다.
***
“폐하. 부디 거두어 주옵소서.”
정신을 차린 조지 맥도널드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그 모습에서 불쾌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것은 감히 작가 나부랭이가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불쾌감과, ‘작가 연합’을 자칭하는 불경한 무리의 수장이 보이는 겸손함이 주는 쾌감이었다.
“소인에게는 지극히 과분한 광영이옵니다.”
“뭐, 그렇겠지.”
빅토리아는 나른하게 말했다. 단순히 조지 맥도널드가 계관시인(桂冠詩人)에 임명될 인재가 아니라는 뜻만은 아니었다.
계관시인은 유럽의 궁정 문화에서 일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시인.
예술의 신 아폴론을 상징하는 월계관(月桂冠)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즉, 계관시인이라는 이름이 수여되는 것만으로 그는 그 국가에서 제일가는 시인임을 보증하는 거라 봐도 좋았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빅토리아 여왕은 엄숙하게 단언하였다.
“그대가 염려할 듯하여 말해 두는 거지만, 이것이 그대들 작가 연합이라는······ 불경한 무리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녀는 마치 찬물을 끼얹듯 그리 말했다. 조지 맥도널드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녀가 하는 말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본적으로 계관시인이라는 직위는, 그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단한 시인이 이렇게 대단한 왕실을 이렇게 대단한 시로 찬미해 준다’라는, 쉽게 말해 다이아몬드 같은 장식품이다.
물론, 이전 영국 최고의 시인으로 손꼽히던 앨프리드 테니슨(Alfred Tennyson) 남작처럼 아름다운 조사와 운율을 지배하는 문재(文材)만으로 일개 목사 아들을 귀족 위까지 올리던 경우가 없진 않았으나, 그것은 말 그대로 특이 케이스.
조지 맥도널드는 자신이 그 사례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되레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본디 이런 장식품이 필요하지도 않으실 분일 텐데······ 갑자기 무슨 일이지?’
바로, 이 절대자면서 절대자가 아닌 척하는 분이 갑자기 변덕을 부리는 저의였다.
실제로 지난 4년, ‘알프레드 테니슨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계관시인 자리를 비워 두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후 그에 관해서는 어떤 반응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입명을 하다니.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조지 맥도널드가 깨닫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런 그녀에게조차, 가끔은 그 다이아몬드가······ 굉장히 화려해야 할 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올해가 무슨 해인지는 알 것이다.”
“올해라면······ 혹, 폐하.”
“그렇다.”
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
지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바로 올해, 1897년 6월 30일에 있었다.
“짐은 이번 축제를 동서고금, 해가 지지 않는 위대한 대영 제국의 이름에 걸맞은 거대한 행사로 진행하고 싶다.”
“그러, 하오면.”
“한데 아쉽게도 그대를 제외하면 그럴싸한 시인이란 놈이 없더군.”
그래서 그대다.
빅토리아는 선고하듯 말했다. 조지 맥도널드는 잠시 그렇게 없나,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앨프리드 테니슨이 계관시인에 임명될 때 경쟁했던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과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 1806~1861) 부부는 모두 테니슨보다 먼저 사망했다.
앨저넌 찰스 스윈번(Algernon Charles Swinburne)은 확실히 잘 쓰는 사람이긴 하지만······ 금기시되는 동성애, 식인, 피학성애, 반신론(Antitheism)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이단 중의 이단이니 논외.
토마스 하디는 스윈번보다는 온건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못잖게 반골이기도 하고.
앨프리드 오스틴(Alfred Austin)?
그거 정치 쪽으로 생색만 잘 내지 실력은 별 볼 일 없는 정치꾼 아닌가? 심지어 현 여당이 보수당도 아니니, 딱히 그가 설 이유는 없었다.
그래,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자신이 뽑힐 만도 했다.
다만······ 여전히 그는 이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키플링이 있지 않사옵니까.”
“하, 그대들이 그의 이름에 먹칠을 해 놓고? 됐다, 러시아에게 무시당한 인간을 세워 봤자 웃음거리만 될 뿐이지.”
작년, 톨스토이와 관련된 일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
조지 맥도널드는 성상의 은혜에 감읍해야 할지, 아니면 그 무엇이든 안다는 태도에 두려워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무튼 그러니 그대다.”
빅토리아는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지난 60년. 이제껏 앉으리라 예상하지도 못했던 왕위, 그리고 제국의 황위에 앉으면서 그녀는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갈증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臨渴掘井)고 했던가.’
[던브링어>였나, [빈센트 빌리어스>였나, 하여간 퍽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그러니 그녀는 저들을, 왕립문학회와 작가 연맹을 동시에 목마르게 만들 생각이었다.
스스로 우물을 팔 수 있게 만들도록.
왕립문학회는 조지 맥도널드에게 계관시인 지위를 ‘뺏긴’ 것으로 생각하고 더 열렬히 계획을 세울 것이다.
작가 연맹은 역이다.
드디어 이쪽의 힘이 올라갔으니 다른 쪽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이겠지.
본디 권위라는 것이 그런 거니까.
딱히 한슬로 진이 속해 있다고 편을 봐주는 게 아니다. 그저 저쪽이 지금은 더 약하니 힘을 더해 경쟁하게 이끄는 것일 뿐.
그렇게 저들이 서로 경쟁할수록 더 좋은 것들이 나올 것이고, 이 나라, 대영 제국의 문학은 더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러니, 반론은 더 듣지 않겠다.”
대영 제국의 황제가 선고했다.
이에 조지 맥도널드는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말해 봤자 소용이 없음을 그 또한 안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니 그저 한마디를 남기고 물러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늙은 시인이 떠나간 자리에서.
빅토리아는 깊은 한숨을 쉬며 무거운 고개로 천장을 보았다.
“시종장.”
“예. 폐하.”
“리스트에 ‘그들’이 있는 것은 확실한가?”
“그러하옵니다.”
그들.
빅토리아는 슬슬 마음을 정해야했다.
그곳에서 오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