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28)
한편 60주년을 위해 발간된 특별 단편집, [코이누르>를 읽고 있었던 것은 비단 영국인들만은 아니었다.
“······실로 대단하군.”
소설을 통해 바깥 세계, 그리고 유럽에 대한 기초지식을 획득한 민영환 또한 [코이누르>를 통해 퍼지고 있는 열기를 보며 가만히 감탄하고 있었다.
“영길리인들이 어째서 스스로는 황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음에도 이토록 꾸준히 왕실을 존중하고 경애하는지 알겠군. 이런 식으로 쉬이 글을 읽을 수 있고, 그 글을 통해 황상의 은덕을 알게 되니, 어찌 경애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설마 성인께서는 이런 것까지 생각하시며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걸까.
하늘이 내린 위대한 성인(聖人)이신 세종대왕께서, 범인(凡人)을 초월한 성지(聖知)로써 직접 창제하신 문자까지 가진 나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신문으로도 이런 소설을 연재한다고 하던가.’
갑신년의 난리(갑신정변) 이후 손을 놓긴 했지만, 신문이라는 것 자체가 쓸 만하다는 것 자체는 조정에서도 인정되고 있던 바였다.
만약, 이번 얻게 되는 차관 중 일부로 박문국(博文局)을 다시 세우고 신문을 펴낼 때, 이런 구매 욕구를 상승시킬 패관소설을 더하여 만인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게 만든다면?
판매 방식도 기존처럼 구독에서 더 인접한 방식으로 바꾸고 말이다.
‘한성주보(漢城周報)의 실패를 딛고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민영환이 각종 영자로 된 신문과 잡지들을 빠르게 읽으며 발의안을 머릿속에서 다듬던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계정 형.”
누군가가 그를 향해 뾰로통하게 말하였다.
함께 영국에 온 같은 여흥 문가 소속의 참사관, 민상호(閔商鎬)였다. 촌수로는 한 항렬 위지만, 7살 아래인 그는 민영환에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계정 형은 대체 그깟 패관이 뭐라고 그런단 말이오. 차라리 총칼이나 화포 같은 거라면 모를까.”
“너야말로 잘 모르는구나.”
민영환은 민상호를 돌아보며 그리 답하였다.
친척 이전에 같은 정동구락부(貞洞俱樂部) 소속으로서 조선의 개화와 생존을 위해 힘쓰는 동료를 달래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이······ 흠, 여기 있군. 이, 잡지, 라 했던가?”
민영환은 [스트랜드 매거진>을 집어 들며 말했다.
“들었느냐? 이 잡지를 파는 거부가 올해 만진 돈이 우리 조선의 한 해 군비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다.”
“······크흠, 그건 대단하지만.”
하지만 민상호는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난 잘 모르겠구려. 돈이 아무리 많다 한들 왜놈들이 가진 총칼이라면 당장 쳐들어와서 훔쳐 가도 이상하지 않을 거 아니오.”
“그리고 그걸 막을 총칼도 돈으로 사겠지.”
그러니 우선 돈이 있어야 무엇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민영환은 호텔 바깥에서 런던을 보며 말했다.
영길리의······ 식민장관(Secretary of State for the Colonies)이라고 했던가?
그가 책임자로서, 일부러 황상의 금강경축(金剛慶祝)을 의식해서 최대한 호화하게 꾸미고 있다는 륜돈(倫敦)은 확실히 한눈에 보기에도 휘황찬란했다.
청사 곳곳에서는 만국의 국기가 휘날렸고, 예행 연습을 한다는 기병연대의 장대한 체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데도 굉장히 위압적이었다.
말을 타고 오와 열을 맞춰 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는 민영환으로서는 저 훈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갔을지 상상해 보다가 머리가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더욱 아득한 점은 저 기병대의 복식이 전부 제각각이라는 것. 대충 봐도 최소 11개 이상의 복식이었다는 점이었다.
복식에 따라 소속 군이 달라지는 것은 고래로부터 상식이었으므로, 민영환은 이것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최소 10개 이상의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이겠지.’
심지어 저 정도 군대를, 전투도 아니고 축제를 위해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고, 또 강대한 나라가 이 대영길리 제국이란 뜻이다.
그가 지난날 만나고 온 황상의 영향력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새삼 말도 안 되는 기회였다고 다시 생각된다.
‘조금만 더 제정신이었다면 보다 좋은 내용을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을 돌리고 싶군.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기병대는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병대가 지나간 자리에는 군악대라 하는, 오로지 행악(行樂)만을 위한 군대가 행진했다.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물들인 금속 취타(吹打 : 악기)는 근본이 저들의 악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마치 그 부의 차이를 대놓고 보이는 듯하여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과거엔 어땠을지 모르나.”
정저지와(井底之蛙).
우물 속의 개구리는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다.
민영환은 그 고사가 더없이 자신을 가리킨다고 여겼다.
“지금은 우리가 이(夷)고, 저들이 화(華)라는 것은 분명하네.”
“······알고 있소.”
“한때 왜인이라 천시했던 일본 또한 저들의 문물을 받아들여 화(華)가 될 수 있었지.”
그렇다면, 한때 소중화(小中華)였던 조선이라 하여 안될 것이 뭔가.
민영환은 스스로가 기자(箕子)가 될 수 없음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최치원(崔致遠) 정도는 되어야······ 조선이 살아남을 수 있음은 잘 알고 있었다.
‘바꿔야 한다.’
그것이 그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불타오르는 불꽃 한 송이였다.
***
본래 빅토리아 여왕의 60주년,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구경하기 위해 영국에 온 외국인들은 단순히 축하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11명의 식민지 총독과 30여 개 국가의 사절단뿐만이 아니었다.
─진짜로 그 ‘유럽의 할머니’가 결국 60주년까지 살았네?
─루이 14세 이후로 처음 아니던가?
─가자, 런던으로!
─이거, 평생 살면서 두 번 하기 힘든 구경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의 열국에서는 해외여행이 가능한 모든 사람은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무려 200여 년 만에 열리는 60주년 즉위 기념식을 구경하기 위해 배편을 끊었다.
어쨌든 평생 살면서 두 번 다시 할 수 있을 법한 구경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것은 돈이 모인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돈이 될 법한 것들을 전하기 위한 자들도 함께 움직이게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잡지와 신문의 기자들이었다.
“이것을 보게, 모리스. 역시 영국의 잡지 문화는 굉장하지 않나!?”
“아, 알겠습니다. 라피트 씨. 그러니까 제발······.”
“제발, 뭔가!? 큰 소리로 말하게나!”
말해 봤자 듣지도 않을 거면서.
기자 겸 작가, 모리스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신입 편집장을 바라보았다.
왜 하필이면 그의 사수 겸 담당 편집자가 이, 프랑스인 기준으로도 지나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던 걸까······.
그는 자신의 불운에 눈물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결국 오고 싶지도 않던 런던 출장까지 끌려오고.’
이럴 시간이 있으면 원래 했던 대로, 모파상의 소설을 읽으면서 쓰던 글이나 계속 쓰고 싶은데.
물론, 이미 출장비까지 다 받은 마당에 택도 없는 소리였지만.
그런데도 그가 불만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편집장님. 저희는 그 영국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식의 기사를 쓰기 위해서 온 건데, 어째서 일정의 대부분이 영국 잡지와 관련된 곳들의 취재나 영국 시장 조사에 쏠려 있는 거죠?”
“허허, 그래서 자네가 안 되는 걸세. 어차피 뻔한 내용인데, 그런 남들이 다 쓰는 것을 쓰러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겠나. 그런 건 돌아가서 대충 베끼면 돼!”
“아니, 그러지 말라고 출장비 받은 거잖아요?!”
“허어, 어수룩하긴.”
라피트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모리스가 어이없어하든 말든, 그는 단호하게 소리쳐 말했다.
“알겠는가?! 자네가 그래서 성공을 못 하는 거야.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해선 결코 성공할 수 없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일을 찾아서 성과를 내야 하는 법이야!”
“그러다가 성과도 못 내면 잘리는 거 아닙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진짜 엉망진창이다, 이 인간.
모리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광장 구경을 할 때 공짜로 받은 음료수를 홀짝거릴 뿐이었다.
음, 이거 맛있네. 이름이 립톤(Lipton)이었나?
그런 생각 없는 부하 겸 담당 작가에게, 라피트는 호텔로 오면서 집어 들었던 수많은 잡지를 내던지듯 보여 주며 말했다.
“됐고, 이거나 보게! 자네는 이 작가들의 피 튀기는 격전을 보고 느껴지는 게 없나? 응? 응!?”
[스트랜드 매거진>의 [던브링어>와 [셜록 홈스>. [템플 바>의 [타임머신>과 [빈센트 빌리어스>, [위클리 템플>의 [딕터 박사의 기묘한 모험>. [카셀스 매거진(Cassell‘s Magazine)>의 [아서 J. 래플스(A. J. Raffles)> 시리즈.게다가 작가 연맹이 자체적으로 낸 단편 소설집인 [코이누르>까지.
그 외에도, 각종 다종다양한 소설들이 수많은 잡지를 통해 연재되고, 싸우고 있었다.
본래 이 시기에는 연재되고 있지 않거나, 연재되고 있었더라도 별로였어야 할 소설도 수도 없이 많았으나. 어느 미래에서 온 작가의 날갯짓으로, 이 시기 영국의 잡지 시장은 급속도로 그 퀄리티가 상승 중이었다.
─젠장, 이게 재밌냐?! 야, [셜록 홈스>는 복귀하자마자 업계 매출 1위를 찍어 주는 데 너는 뭐야!? 퀄리티가 안 좋으면, 응?! [딕터 박사>처럼 주간연재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저, 저는 아서 코난 도일도 한슬로 진도 아닙니다!
─아니면 작가 생활 끝나!? 빠져 가지곤. 안 되겠어. 다들 나와! 입 벌리고 커피 부어!!
─으아아아!! 살려 줘!!
이미 한번 크게 데였던 적이 있는 런던의 장르소설 시장.
대충 만들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위기감에 영국의 모든 출판사, 잡지사, 신문사는 치열한 경쟁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우수한 성공사례와 더불어, 접근성이라는 탄탄한 토양에 확실한 예방제까지 주입되니, 시장이 병치레 없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국의 장르문학은 양만큼은 다른 나라의 시장을 크게 압도할 정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질이야, 어차피 양이 많으면 개중에 튀어나오는 법이고.
그리고 당연히 이에 질투하고, 샘내는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리스, 모리스!! 생각해 보게. 음식물 쓰레기를 자랑스레 접시에 올려 먹는 섬나라 해적 놈들에게 문학적으로 뒤진다고? 이 무슨 끔찍한 소리란 말인가. 논(Non)!!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돼!!”
“아니······ 그래서 제가 그런 글을 쓰려고 했잖아요.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고 그 변화를 아름답게 그려 내는, 진정한 문학적인······.”
“올 랄 라(Oh là là)! 그게 무슨 시대착오적인 소린가!! 요즘 사람들은 그런 건 도서관에나 들어간 다음에야 읽는다고!!”
그러니 대중문학이다. 피에르 라피트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애초에, 모든 분야에서 우리 프랑스가 해적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것이 백년전쟁 이래 프랑스의 의무라고 말하며, 피에르는 모리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반짝이는 두 눈은, 질릴 대로 질린 후배 기자이자 담당 작가를 태워 버릴 듯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다.
“알겠나? 자네에겐 재능이 있네! 최고의 모험 소설을 써서, [셜록 홈스>도 [던브링어>도 눌러 버릴 수 있는 재능이!”
“필요 없어요! 전 그냥 모파상 선생님이나 뒤마 작가님처럼 희곡이나 연애소설 써서 대문호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요!”
“뒤마 작가님? 아하! 최고의 모험 소설 [삼총사>와 복수물의 마스터피스인 [몽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작품을 쓰고 싶단 말이로군!”
“아드님 쪽이요!!”
“자, 자! 그만 칭얼거리고 어서 이걸 읽게! 여기 있는 동안 기사를 쓸 필요는 없으니, 온 김에 확실하게 공부해서 가는 거야!”
그 말에 편집장은 확언하듯 답하였다.
“자네는 글재주는 있지만, 시류를 보는 눈은 없어! 하지만 걱정 말게, 그것은 내가 채워 주면 될 부분이니. 일단 이것부터 읽어 보지. 아직 우리나라엔 발매되지 않은 것이지만, 보자마자 뭔가 팟! 하고 왔거든.”
“하아······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그는 편집장, 피에르 라피트(Pierre Lafitte)가 내민 원고를 건네받았다.
[셜록 홈즈의 빈집의 모험>과 [던브링어: 폭포 속의 명탐정>이라는 제목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