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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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행어(2)
한때는 처참하게 망할 뻔했지만, ‘리처드 벤틀리와 아들’ 출판사는 현재 런던에서 제일 오래된 출판사들 중 하나다.
찰스 디킨스, 토마스 무어, 제인 오스틴, 윌리엄 윌키 콜린스······.
그리고 이젠 한슬로 진까지.
수도 없이 많은 인기 작가들이 그들의 잡지에서 소설을 연재했고, 연재하고 있다.
그 역사는 고스란히 3대 벤틀리, 아직은 부사장이지만 사실상 사장이나 다름없는 편집장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에게 녹아들었다.
“자! 다들 진정들 하게.”
그런 벤틀리가 손뼉을 치며 말하자, 직원들은 떨떠름하면서도 그의 말에 따랐다.
이것이 돈 주는 고용주의 권능이다.
물론 목숨이 진짜로 위험하다면, 그 고용주의 권능조차도 생존본능에 무시당하겠지만.
그것을 직감한 벤틀리는 짐짓 웃음을 띠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다들 걱정 말게. 어차피 중요한 원고는 전부 창고나 인쇄소로 옮겨 놨고, 이미 스코틀랜드 야드도 불러 놨잖은가?”
한슬로 작가님 말씀대로 말이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지금 떠올리고 있는 것은 이번 달 [템플 바> 원고가 들어온,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벤틀리 씨, 3권을 출판하기 전에 한 가지 실험을 해 보고 싶은데요.
─예? 실험이요? 어떤 실험입니까?
─뭐, 별건 아니구요······ 제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정도?
그의 입장에 있어선 그런 게 의미가 있나? 싶은 주제였으나,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뒤이은 ‘원고를 미리 빼 두라’는 암시는 더더욱 의미심장했고.
그래서 벤틀리는 그때 더 자세히 들어 두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원망해야 했다.
‘설마하니 진짜로······ 폭동을 일으킬 줄은 몰랐지.’
아무리 그래도 어디 못 배워 먹은 야만인들이나 덜 교화된 하급 노동자들도 아니고, 세계 제일의 도시인 런던의 시민들이 그런 야만적인 짓을 할까. 벤틀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한슬로 진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고, 그래서 [템플 바>를 비롯한 원고를 빼돌려 두라는 그의 말을 따랐다.
─만약 진짜로 폭동이 일어난다면······ 대단한 모험 하나를 실행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단한 모험.
벤틀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는 한슬로 진의 열렬한 사도가 되기로 결심하며 말했다.
“다들, 몸만 챙기게. 몸이 재산이야. 혹시라도 병원비 들 일이 생기면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치료비를 대 주지.”
“저희야 물론 사장님을 믿습니다만······.”
편집자들이 서로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정말일까? 라는 의심과 더불어,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본 벤틀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손뼉을 쳤다.
“그래그래. 그러니까 다들 창문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당장 안 다치는 것만 생각하게. 괜찮아! 곧 스코틀랜드 야드가 오면 저들도 이렇게 과격한 행동을 계속할 순 없을 게야.”
“그, 그렇겠지요?”
“그래,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얼만데!”
쨍그랑─!
“괜, 찮을 걸세! 분명!!”
다시 한번 창이 깨지는 소리에 모두가 움찔했으나,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는 뻔뻔하게 말했다.
사실 통금 시간에 저런 소요 사태를 일으키는 무리다. 명색이 치안 조직인 경찰이 저 소리를 듣고도 출동을 안 하면 그쪽이 직무 유기다.
제아무리 스코틀랜드 야드가 과도한 업무량 탓에 나가떨어지는 자들이 산더미 같다곤 해도.
이런 특수한 일은 구획 담당자들, 그리고 추가적인 지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튼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러 올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벤틀리는 지금, 그것을 마치 자신이 야드에 요청해서 이뤄 낸 일처럼 꾸며 내고 있었다.
말장난에 불과하고, 뻔뻔한 거짓말이지만, 어쨌든 효과적이었다. 직원들이 여유를 되찾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벤틀리는 그 여유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럼, 스코틀랜드 야드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내기나 하나 할까?”
“내기요?”
“그래, 이 사건을 딛고 일어선 우리의 다음 달 실적을 맞춰 보는 거지. 난 전달의 2배 이상에 걸겠네.”
“2배라고요?”
“그래, 이보다 더 적든 많든. 아니면 아예 판매 부수가 내려가든. 어느 쪽에 베팅해도 좋아. 만약 내가 지면 배당에 추가로 유급휴가까지 내주지.”
휴가.
그것도 유급으로.
고금동서, 그 말에 혹하지 않으면 회사원이 아니다. 일은 덜 하고 돈은 더 받고 싶은 건 인류의 본성이니까.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는 부하 직원들의 눈에 공포 대신 탐욕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역시 돈이면 해결 안 되는 게 없다.
“자! 어쩌겠나?”
“저, 저는 1.5배에 걸겠습니다.”
“호, 1.5배라. 안정적이군. 좋아! 다른 사람은 없나? 아, 너무 세분되면 안 되니까, 10% 단위로만 나누겠네!”
“전 부사장님 따라가겠습니다! 200%요!”
“이런, 명색이 부사장이 돼서 직원 돈을 뺏을 수는 없지. 그러면 좋아, 내가 이겼을 땐 자네에게 내 배당까지 전부 몰아 주겠어!”
“감사합니다!”
“자! 또 없나? 과감하게, 더 크게! 3배에 걸 야수의 심장은 없는가?”
“부사장님, 그건 너무 많은데요!”
“제가 한번 걸어 보겠습니다! 어차피 인생, 한 방 아임니꺼!”
“좋아, 아주 용기 차군!! 저 친구에게 배당표 하나 내줘!!”
“예, 부사장님!”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는 히죽 웃으며 살짝 뒤로 빠졌다. 이제 돌을 굴려 뒀으니, 대화의 스노우볼이 점차 구르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폭도들은 해산하지 않았고,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어차피 저 폭동은 일종의 화전(火田) 같은 것이다. 잠깐 뜨겁다고 먼저 끄려 들면 오히려 불을 붙인 한슬로 진과 벤틀리 출판사만 손해다.
그리고 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불태워 남은 재는 밭에 남아, 다음 작물을 위한 양분이 될 테니까.
그러니 그 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출판사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심사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는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예, 어디서 오셨습니까?”
“부, 부사장님!”
“위험합니다!”
“괜찮네, 괜찮아.”
벤틀리는 손을 들어 만류하는 편집자들을 안심시켰다.
예상대로, 문을 두드린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야드였다. 그 사이에서 야밤에 출동하여 몹시 피곤하다는 얼굴의 중년 형사가 경찰 수첩을 보이며 말했다.
“런던 경시청에서 나왔습니다. 출판사 사장 조지 벤틀리 씨, 계십니까?”
“아버지는 명목상 사장이시고, 지금은 버크셔(Barkshire, 런던 서부의 근교 지역)에 내려가 계시오. 경영은 부사장인 내가 대리로 하고 있으니, 물어볼 것이 있다면 내게 말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그러면 벤틀리 씨. 요청 사항이 있으십니까?”
“요청이라······.”
벤틀리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확실히 경찰들이 도착해서 그런지, 꽤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시 형사들을 보았다. 수도 충분하고, 품에 리볼버 한 정씩은 숨기고 있는 것이 대놓고 보였다. 능히 한 사람 정도는 보호할 수 있겠지.
결론을 내린 벤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경호 좀 서 주시오. 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소.”
“사장님?!”
형사는 물론, 출판사 직원들까지 놀란 눈으로 벤틀리를 보았다.
괜찮다는 뜻으로 한번 웃어 보인 벤틀리는 거침없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타닥, 타닥-.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시오!!”
“아, 좀 나와 봐!!”
“우리도 말 좀 하자!!”
“조용히 해! 그 선 넘으면 발포하겠다!!”
벤틀리의 예상대로, 이미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소요 자체는 어느 정도 줄어들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잡지를 살 수 있는 이들이다. 만약 잡혀갔다가 직장에서 잘리기라도 한다면 다음 권을 살 수 없을 테니까.
심지어 저들이 지금 저러는 것은 약탈이나 폭행이 목적이 아니다.
저들이 화난 점은 단 하나.
끊는 타이밍도 타이밍이지만, 저렇게 해 놓고 다음 화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보통 소설들은 정기적으로 나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가끔 가다간 월간이 아니라 3~4개월. 길면 몇 년씩도 더 걸리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러니, 저들을 달랠 방법도 간단했다.
‘계획대로 하는 거다, 계획대로.’
벤틀리는 근엄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해 둔 원고를 들고는 소리쳤다.
“여러분, 여러분이 원하시는 [템플 바> 원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밤이다. 그리고 광원은 폭도들이 들고 있는 횃불밖에 없는 상태.
거의 의미 없는 잡설이 적혀 있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 과격한 팬보이들이 눈이 돌아가기엔 충분했다.
“저, 저거!”
“그만!”
“그 이상 오면 진짜로 발포하겠다!!”
폭도들의 탐욕과 경찰들의 원망. 그 중심에서 벤틀리는 당당히 외쳤다.
“한슬로 진 작가님과의 계약 때문에 이것을 여러분께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벤틀리와 아들> 출판사는 여러분의 성원을 듣고, 저희의 시스템이 런던 시민분들을 만족시켜드리기엔 한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뭔 개소리야!”
“닥치고 그 원고나 내놔!!”
“그러니 여러분, 저희 [템플 바>는······.”
벤틀리는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선언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부터 자매지이자 주간지로서 [위클리 템플(Weekly Temple)>을 발간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피터 페리>를 한 달에 한 번이 아닌, 한 주에 한 번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1주에 1번?”
“잠깐, 그······ 러면, 다음 화가 다음 주에 나온단 소린가?”
팬들의 머리가 일시 정지했다. 주간연재가 드문 시대는 아니지만 월간연재가 대세인 이때.
월간으로 보던 작품을 주간으로 본다면······!
“와아아아!”
“벤틀리, 그는 신이야!”
“한슬로 진 작가님 만세!!”
경찰들은 어이가 없었다. 장례식인 줄 알았던 소요가 순식간에 축제가 되다니. 그 와중에 경시청 형사는 또 왜 저기 껴 있는 걸까.
그런 의문 사이로, 벤틀리는 위풍당당하게 회사로 돌아왔으며, 무수히 많은 직원들의 존경과 경애를 담은 악수 요청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달.
[벤틀리와 아들 출판사, 주간 잡지 [위클리 템플(Weekly temple)> 발표.> [최고의 아동소설 [피터 페리> 시리즈, 앞으로는 1주에 1번!>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 ‘독자분들에게 더 빠른 재미를!’>벤틀리 출판사는 350% 매출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
“흠, 그렇게 되었다고요.”
─예. 작가님.
“좋아요. 잘해 줬습니다.”
─아이고, 저야 작가님이 시키신 대로한 것밖에 없습죠, 헤헤!
거 너무 간신배 같으신데. 나는 피식피식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 주간연재 전환은 사실 내가 벤틀리 씨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슬슬 3권도 출간할 때가 되겠다, 좀 더 눈길을 끌려면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월간연재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지.
주간연재로 옮기면 연재 속도는 4배로 빨라진다. 그리고 자극적인 맛에 정신을 못 차리고 여기로 끌려드는 독자층도 많아질 거고.
연참 문화가 없어서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힘들다고? 그러면 나 혼자 연참을 하면 되는 거다. 남들은 1달 1화 낼 때 난 1달 4화를 쓸 수 있으니까.
물론 수요가 없었다면 나도 이런 무리한 전환을 하지 않았겠지만······ 그 수요가 있다는 걸 런던 시민들이 보여 주지 않았는가?
이건 그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 형성일 뿐이다.
“거, 참. 악랄하구만.”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죠, 뭐.”
나는 수화기를 살짝 내려놓으면서 밀러 씨에게 말했다.
이 전화기는 런던에서 내려온 뒤 얼마 안 돼서 밀러 씨가 설치한 물건이었다.
안 그래도 바빠진 벤틀리가 일 터질 때마다 런던에서 여기까지 내려올 수도 없으니, 겸사겸사 엑시터(데번 주의 주도)에도 전화선 설치 사업을 시작했다.
금수저인 밀러 씨의 재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디 축구 구단주 같은 일을 거침없이 하신단 말이지.
“좀 바빠지긴 하겠지만, 주간연재로 돌리면 판매금은 더 많이 들어올 겁니다. 월간 쪽의 판매량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뭐, 그쪽은 벤틀리 씨가 알아서 할 일 아닌가.”
“그건 그렇죠.”
“그런데······ 난 좀 다른 쪽이 걱정되는군.”
“예?”
다른 쪽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어리둥절하는 나에게 밀러 씨가 말했다.
“자네 책이 팔리고 있는 거, 영국만이 아니잖나.”
“뭐······ 그렇죠?”
벤틀리의 [템플 바> 잡지는 영국에만 팔리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에도 팔리고 있었다. 뭐, 그래 봤자 하나긴 하지만.
바다 건너, 미국.
정기적으로 계약한 미국 출판사가 한 번에 사들여서 팔고 있었다.
영미권에선 흔한 일이었다.
같은 나라였고, 같은 언어를 쓰니 당연한 일이다. 다른 나라 다른 시장이라기보다는, 같은 나라의 다른 플랫폼에서 파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그래, 그러면 영국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것처럼.”
그리고 뉴욕 출신의 미국인, 밀러 씨가 섬뜩한 예언을 했다.
“미국인들도 비슷한 거 아닌가?”
“어······.”
그러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