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41)
로마의 군주. 황제는 아니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황제가 아니라 할 수 없는 자.
카이사르는 조심스럽게 전방을 살폈다.
역사에도 새겨진 그의 능력은 다름 아닌 심리 조작.
그 누구보다 아군을 고무하며, 그 누구보다 대중을 선동하고, 그 누구보다 여인의 마음을 잘 후릴 수 있는 그에게 있어, 이 상황은······ 참으로 부조리하기 짝이 없다.
‘내가 도저히 선동할 수 없을 것 같은 자들을 지휘하라니.’
그나마 생전 양아들이었던 아우구스투스는 그렇다 치자.
한니발을 쓰러트린 명장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에 로마 제3의 건국자 가이우스 마리우스, 거기에 그의 라이벌이자 독재자 술라.
그리고······ 그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국의 개조 로물루스까지.
정말이지, 잘도 이런 사람들을 모았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생각도 오래 가지 않았다. 전장이 시작된다는 걸 안 순간 몸에 전기가 흐르고. 그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지시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켈트 야만인들의 대가리 목을 베는 데 집중하겠소. 스키피오, 우측면으로 돌아 새어 나가는 놈 없는지 감시하고 요격하시오. 가이우스는 주변 경계, 이 구역 주위로 돌아나가려는 놈 다 때려 부수시오. 그리고. 콤모두스.”
그 말에 검투사 황제, 로마 제국을 망가트린 폭군이 고개를 들었다.
이에 카이사르는 짧게 말했다.
“부숴 버려(Smash).”
“흐흐흐흐!!”
그와 동시에 하루에 100마리의 사자와 곰을 때려죽인 괴력을 가진 남자가 전장에 투입되었다.
어찌 보면 그에게는 이런 삶이 더욱 어울리지 않았을까.
카이사르는 그렇게 짧게 생각하며 적─ 켈트 브리튼의 왕, 아서의 군세를 보았다.
1인 전투력이 가장 높은 멀린과 랜슬롯은 콤모두스로 붙잡아 두었다.
측면의 갤러해드는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막고 있다.
후방을 돌아오려던 케이와 모드레드는 가이우스와 술라에게 막혔고, 이제 남은 건 적을 직접 치는 것뿐.
‘좋아, 승기는 잡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우구스투스의 말을 놓으려던 순간.
그들의 위로, 하늘을 가로지르며 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슈우우웃—!
“뭐지?!”
천상에서 내려온 것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깃발이었다.
저게 왜?
저게 무엇인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저게 저쪽 진영에서 나올 리 없다 여기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를 향해,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아리따운 목소리가 들렸다.
─나의 이름은 잔 다르크! 주의 이름 아래에, 귀공들의 방패가 되리라!
“아니 아니, 이건 아니지!!”
카이사르로 플레이하던 이는 순간 패를 움켜쥐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아서 덱을 굴리던 상대는 어리둥절하면서 되물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아니, 문명을 섞어 놓으면 어쩌자는 건가! 이건 규칙 위반이야!!”
“아뇨, 규칙에는 섞지 말란 법이 없었는데요? 용병을 쓰는 건 자유 아니겠소.”
“그건······! 그렇긴 하네만! 그렇다고 해서 영국 문명을 굴리면서 잔 다르크를 굴려?! 자네는 양심도 없나!?”
“양심은 얼어 죽을! 승률이 중요합니다, 승률이!!”
“이런, 비겁한!!”
“자, 테이블로 돌아오시죠! 듀얼을 속행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미국의 한 강도귀족 꿈나무는 눈을 반짝였다.
‘이거, 써먹을 수 있겠는데?’
***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아무튼 잠시 소란 정도였지만.
“흠흠! 미안하네. 내가 좀 흥분했군.”
장소를 옮겨서, 나는 마크 트웨인 작가님과 함께 벤틀리 출판사로 왔다.
정확히 말하면 작가 연맹에서 끌고 왔다.
아니, 후배들 다 보는 앞에서 그 깽판을 쳐 놓고 ‘좀 흥분’이요?
“아무튼, 클레멘스 작가님이 그렇게 난리를 피우실 정도로 이 게임이 성공했다는 건 알겠습니다.”
“크흠, 커흠. 그, 거리감 느껴지게 왜 굳이 본명으로 부르는 겐가······.”
“그런데 클레멘스 작가님.”
“미안하네, 미안해! 내가 잘못했네! 그러니까 본명은 치워 주게!!”
흠, 어쩔 수 없지.
나는 이쯤에서 그만 놀리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해야 할 것도 있는데 너무 놀리면 좀 그렇지.
“아무튼 그게 대체 무슨 소리세요. 이미 그쪽은 잘될 텐데.”
난 바로 고개를 돌려 이 모든 쪽을 주관하는 인물을 바라봤다.
“미국 쪽은 따로 계약하지 않았나요? 뉴욕에 이미 판매 계약을 했다면서요.”
“아, 예. 작가님. 사실 미국은 주별로 법률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각 주마다 따로 계약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뉴욕주는 마크 트웨인 작가님이 소개하신 뉴욕 저널(New York Journal) 신문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만—.”
“뉴욕 저널이요?”
“아, 날 특파원으로 고용한 신문사일세. 이름 그대로 뉴욕에서는 그럭저럭 잘 팔리는 신문사지.”
흠, 그런가······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지만, 이게 마크 트웨인에게는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네. 이 게임은 뉴욕에서만 내기엔 너무나도 아까워! 아예 내게 미국에서의 전권을 넘겨주게. 허스트 그 애송이 놈을 잘 구슬려서 아주 제대로 팔아 보겠네!”
“물론 저도 마크 트웨인 작가님을 못 믿는 건 아닙니다만, 계약을 다 따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잠시만요.”
나는 벤틀리 씨의 말을 끊고 중얼거렸다.
허스트? 뭐지? 익숙한 이름인데, 혹시······?
“혹시 그 허스트라는 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 말씀이십니까?”
“그래, 바로 그 친구일세. 자네도 아나?”
그야 모를 수가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유명한 강도귀족 칠무해 중 하나인 신문왕 허스트 아닌가?
물론 칠무해 안에서도 도황과 매의 눈의 위상이 다르듯, TOP3인 철강왕 카네기, 금융왕 모건, 석유왕 록펠러에 비하면 좀 ‘급’이 딸리는 인물이기는 하다.
하지만 썩어도 ‘왕’이라 불리는 사람인 만큼, 결코 그도 강도귀족으로서 어디 가서 빠지는 인물은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그 양반이 미국 황색언론의 대표주자 중 하나지, 아마?
내 입장에선 오히려 강도귀족을 비판해 온 마크 트웨인이 그를 안다는 게 더 놀라운데.
“강도귀족? 뭐, 졸부집 아들이고 날 고용한 뉴욕 저널(New York Journal)의 사주이긴 하네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간은 아닌데?”
“그런가요?”
“그래. 물론 나야 공짜로 영국에 보내 준다고 하니 왔네만, 정규 취직한다고 하면 고개를 저을 걸세. 굳이 따지자면 지금 뉴욕은 뉴욕 월드(New York World)의 죠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의 시대지. 뭐, 이놈이나 그놈이나 똑같이 생구라나 까는 기레기들이네만.”
퓰리처라······ 여기서 이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네. 그러고 보니 그 양반도 유명했었지.
그 유명한 퓰리처상을 제정한 사람이 아니었나? 그러면 아직은 허스트가 신문왕을 계승한 상황이 아닌 거군.
아무튼 그 허스트가 내가 아는 그 허스트가 맞다면······ 이건 잡아야 한다.
난 그리 생각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뭐, 작가님께서 이렇게까지 말을 하시는데 제가 빼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네요.”
“그, 그렇다면!?”
“네, 그럼 마크 트웨인 작가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일세! 지금은 허스트 그놈이 좀 쪼잔해서 뉴욕에만 팔고 있지만,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거든. 조금 지나면 과감하게 오리건부터 버지니아까지 매장을 쫙 풀어 버릴 걸세. 모든 미국인이 이 끝내주는 게임에 열광하는 걸 꼭 보고 싶군!”
“좋군요.”
나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돈이 모자라진 않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거든.
그리고 보자.
“아, 그리고 마크 트웨인 작가님.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신다는 건, 역시 게임 자체를 많이 해 보셨다는 뜻이죠?”
“응? 물론이지. 게다가 이래 봬도 나도 닉 그 친구랑 보드게임을 만들어 봤단 말일세. 그래서 알았지.”
이건 확실하게 성공할 거라고, 마크 트웨인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간단한 룰, 쉬운 조작 방식, 헷갈리지 않을 문장, 역사를 알면 알수록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모티브. 그리고······ 이 미려한 일러스트까지. 이런 화가는 어디서 구해 왔나? 프랑스 화풍인 것 같기도 하고, 중유럽 쪽인 것 같기도 하고?”
“귀신같으시네요. 체코 사람입니다.”
“과연, 그 동네가 옛날부터 예술적인 감각이 있었지. 보헤미아 사람들 아닌가?”
그런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를 생각해 보면 그런 걸지도······ 아니, 그건 집시 얘기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뭐, 아무튼 이런 장점들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단 말일세. 게다가 자네 이름값이 있으니, 웬만한 사람들은 최소한 ‘일단, 한번’ 입문을 시도해 보긴 할 테지.”
“흐음.”
“게다가 이건, 내가 봤을 때 유행하면 유행할수록 유익해.”
마크 트웨인은 카드 한장을 뒤집으며 말했다.
그것은 율리시스 그랜트(Ulysses Simpson Grant). 내가 미국의 영령 카드로 넣은 18대 대통령으로, 우직한 전략가이자 인종 차별을 반대한 인물로서 헌정하는 느낌으로 넣은 인물이었다.
“내가 평생 존경하던 인물이었지.”
“아······.”
우수에 찬 눈으로 카드를 읽던 마크 트웨인의 모습에, 나는 그가 남북전쟁 참전용사이자 율리시스 그랜트의 회고록 초고를 완성시킨 인물이었다는 점을 떠올렸다.
“원래보다 훨씬 잘 생기게 그려졌군. 이분도 만족하실 걸세.”
아무튼, 하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솔직히, 짧기만 한 우리 미국 역사에 이런 위인들이 있었다는 걸 가감 없이 적어 줘서 정말 고맙네.”
“아뇨, 소재로 좋으니까 쓴 것뿐인걸요.”
“흐음. 그것뿐인가?”
마크 트웨인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래 봬도 내가 사업을 몇 번 말아먹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 말아먹은 것도 아냐. 아까 말한 그랜트 그 양반, 말년에 보증 잘못 섰다가 파산한 걸 내가 살려 줬다는 건 아나?”
“예? 전직 대통령이 파산했다고요!?”
“그랬다니까. 나도 참 충격과 공포였지.”
세상에······ 역시 이래서 보증 함부로 서면 안 된다는 거구나.
“하여튼 회고록을 써서도 인세를 후려치기 당하려 하길래, 내가 가서 ‘원고를 내게 넘겨달라. 돈방석에 앉혀 주겠다’고 했지. 그 양반이 완성하기 전에 죽어 버려서 내가 가필하긴 했지만, 적어도 약속은 지켰네. 그랜트 가문은 지금 그 인세로 충분히 잘 먹고 잘살고 있지.”
“좋은 이야기군요.”
“아무튼, 나도 이게 돈이 된다는 건 확신하고 있네. 그래서 유통권을 달라는 거고.”
다만, 하고 마크 트웨인은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이건 정말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평화를 가져오는 신의 기적이 될 수도 있네. 알지?”
“······예.”
그리고, 나는 후자를 기대하고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흥왕> 3번째 애니던가, 슬럼가에서 태어난 등장인물이 글을 못 읽자, 유흥왕 카드를 보면서 글을 배우는 장면이 있었다.인터넷에서는 듀얼 만능주의의 일환이면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느낌을 확실히 살린 장면으로 호평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생각하면 이 카드 게임의 문명 풀을 늘리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이 대영 제국 사람들에게 생소한 문명과 역사를 소개하는 장이 되기도 할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역사를 배운 사람들은 그 나라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 테고.
반대로 보자면, 이것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를 이해하고 왜곡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나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충분히 조심하고 있다.
뭐, 처음엔 정말로 돈 되는 걸 위주로 생각해 낸 거긴 한데─.
─스스로를 되짚어 보고, 자네의 중심이 될 만한 삶의 목적을 찾아보게, 한슬로 진.
─매 순간, 자네 스스로가, 제일 먼저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해.
귀 따갑게 내게 충고해 준 대선배님들 말을 마냥 무시하는 것도 그렇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크 트웨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작가님.”
“고마우면 미국 문명 상향 좀 해 주게. 굴려 보니 회전율은 좋은데 억제력이 너무 약하군.”
“······말 그대로 역사도 짧으시면서 뭘 더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 이제 곧 현실에서도 방장 사기맵 빨 받고 날아오를 문명이잖아.
굳이 게임에서도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