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56)
“쿠키 좀 사 왔는데, 드실래요?”
“오오. 조, 좋지.”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해 두는 거지만, 루이스 캐럴이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다.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여유롭게 쿠키 같은 거나 사서 왔을 리가, 막 마지막 잎새처럼 떨어지는 낙엽을 세면서 죽 같은 거나 먹이고 있었겠지.
“거참 그러니까 몸 좀 조심하라니까, 왜 이런 환절기에 사진 찍는답시고 싸돌아다니다가 감기에 걸리십니까?”
“크, 크흠······ 미, 미안하네······ 에츄!”
거참, 영감님 기침 소리 하고는······.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그의 머리맡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따라 주었다.
캐럴 영감님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들며 홀짝였다.
뭐, 진짜 별건 아니고 이런 상황이다.
평소부터 출사 다니기를 좋아하던 루이스 캐럴 영감님은 슬슬 추워지던 이 가을에 밖에서 밤을 새웠다가 감기에 걸려 버렸고, 그 꼴을 본 여동생분들이 내게 연락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성 토마스 대학 병원’에 말이다.
여기는 매지가 다니는 킹스 칼리지 런던 부속 대학 병원이기도 하고, 그 나이팅게일 여사도 추천할 정도로 시설이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강제로 입원을 시킨 다음 여러 검사를 맡게 한 거다. 그 탓에 오늘 매지의 통학길을 내가 운전한 거기도 하고.
아무튼 뭐, 검사 결과는······ 다행히 방금 말했다시피 단순 감기로 밝혀졌다. 괜히 걱정해서 손해 봤네.
“후, 후우······ 좀 진정되는군.”
“괜찮으세요?”
“괘, 괜찮네. 허허······ 덕분에 말년에 이렇게 좋은 병원 신세를 다 지는군.”
따뜻한 우유가 몸에 돌아서 그런가? 아니면 이 시설 좋은 1인실에 적응이 돼서 그런가?
캐럴 영감님의 말을 더듬거리는 버릇도 꽤 많이 나아져 있었다. 물론, 간호사만 들어오면 다시 또 말더듬이가 되겠지만.
“돈도 많으신 분이 이제 좀 누리고 사셔야죠.”
“허허, 그, 그런 건 내게 안 맞아. 이젠 그저 교외에서 아이들과 사는 쪽이 훨씬 좋다네.”
“대학생들도 애들인데요.”
“너무 컸잖나. 징그러워.”
거참, 사람 참 안 변하네그래.
이 나이가 되도록 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 나이라서 그렇다고 해야 하나.
뭐, 반대로 보자면 변치 않아서 안심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앞으로는 좀 조심하세요.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시면서.”
“뭐, 그건 그러겠네,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거든. 꼭 필요한 일이어서.”
루이스 캐럴 영감이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덕에······ 완성할 수 있었지.”
나는 그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 왕과 수학의 기사> 최종장, 캄란 전투 편이다.아서 왕이 치른 최후의 전투. 로마 원정을 간 사이 클라렌트를 훔친 조카인 모드레드(Mordred)와 캄란 언덕에서 싸워, 성창 롱고미니아드(Rhongomyniad)로 찔러 죽이지만, 동시에 아서 왕도 큰 부상을 입고 형 케이와 적통 후계자였던 가웨인을 잃는다.
멀린도 진작에 비비안에게 봉인되어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
그는 수식(數式)의 힘이 악용되지 않도록, 개국공신이었던 베디비어와 그래플릿을 시켜 엑스칼리버를 비롯한 모든 ‘유물’을 호수의 요정에게 넘겨 봉인하고, 아발론으로 넘어가 이능의 힘을 영원히 격리한다.
이후 아서왕이 다스렸던 로그레스(Logless) 왕국은 아서 왕의 사촌 동생인 쿨루흐(Culhwch)에게 이어지고, 쿨루흐는 갤러해 드나 로엔그린을 비롯한 원탁의 기사의 2세대들과 함께 왕국을 지키는 것으로 끝난다.
“깔끔하네요.”
“딱히 원작대로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왕국이 멸망했다거나 그런 걸로 끝나면 해피엔딩이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여기까지 [수학의 기사>는 총 7권. 그런데 아동용 학습도서로 시작한 책이 쭉 이어져 오다가 ‘그래서 왕국은 망하고 앵글로색슨족이 켈트족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니들이 그 앵글로색슨이에요.’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상식적으로.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조금 부족하긴 한데······ 어쩔 수 없었다. 루이스 캐럴의 갬성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더라고.
나였으면 팍팍 전개하다가 막판에 다 뒤엎고 모든 것을 역전시키는 것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뭐, 어차피 쿨루흐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안 적었잖아? 그러니까 세이프다, 세이프.
수학도 3차 방정식까지만 나왔으니 이 정도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까지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그래, 그건 좋은데.
“이걸 왜 굳이 밤에 밖에 나와서까지 완성해야 했냐고요.”
“후후······ 글쟁이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꽂힌 게 있으면 무조건 그 자리에서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젓는 내게, 루이스 캐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가 보고 싶은 곳이 생겼는데······ 원고를 빨리 끝내야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말일세.”
“가 보고 싶으시다니, 어디를요?”
나는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내가 알기로 이 사람, 슈퍼급 아싸다 보니 평생 어디 돌아다니지도 않았을 텐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극이 흥행할 때 딱 한 번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 외는 뭐, 러시아 여행 한 번? 그 과정에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곳도 봤다지만.
“미국.”
“미국이요?”
“자네, 마크 그 친구가 비행기 만든 그 형제를 만났다고 했지?”
“예······ 엇, 설마?”
“그래.”
루이스 캐럴은 열정으로 불타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하늘에서 사진을 찍어 보고 싶네.”
“아하······.”
“참으로······ 창대하지 않겠나? 나는 이제껏 순수함을 찾아왔는데, 그 비행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하늘이라는 미답의 공간이 있었다는 걸 새, 새삼 깨, 깨달았어.”
그 미답의 공간에 발을 디디기 전엔, 그리고 그 순수한 하늘을 사진 속에 담기 전엔 죽을 수 없다.
너무 흥분한 탓인지 평소의 더듬거림이 부활해 버린 루이스 캐럴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런 그를 달래며 다시 한번 우유를 먹였다.
“알겠어요, 알았어. 그러면 일단 기운 좀 먼저 차리시고요. 항공사진 찍으려면 일단 몸부터 추스르셔야죠.”
“크흠. 알겠네. 고마우이.”
그러는 동안, 타이밍 좋게 성 토마스 대학병원의 간호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도지슨 환자님, 약 드실 시간입니다.”
“으, 으음······ 고, 고맙소.”
“선생님, 그러면 전 다음에 또 올게요.”
“그, 그러시게. 아, 아니. 굳이 올 필요 없대도.”
“또 올 겁니다! 무조건!”
나는 그렇게 엄포를 놓으며 대학병원을 나왔다.
안 오면 내가 무슨 소리 들으라고 오지 말라고 하는 거야. 무조건 와야지.
흠, 그건 그렇고.
“항공 사진이라······.”
마침 잘됐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이거 관련해서 만날 만한 사람이 있었으니.
아까 이곳에 오면서 본 그걸로 문득 떠오른 게 있었거든.
어떻게 보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까.
그리고······.
“돈벌이가 될 수도 있는 일인데.”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
“상황 확인용 거울(rear―view mirror)······ 말씀이십니까, 한솔 씨?”
“예.”
상황 확인용 거울.
말은 거창하지만, 별거 아니긴 했다.
결국 백 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말하는 거였으니까.
퍼시 필처 씨가 세운 글라이더 회사.
나는 퍼시 필처 당사자와 엘리엇 철강회사 사장 자리에 앉아 아예 산업계 1티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네빌 체임벌린을 불러 모았다.
“요즘 자동차 많이 굴러다니잖습니까?”
“그렇죠. 덕분에 우리 알루미늄 제조 공장도 생산 물량을 못 따라가서 안달입니다.”
오, 알루미늄이 그렇게 잘 팔리나? 그럼 더 좋지. 어쩐지 체임벌린 저 양반이 안색이 꽤 좋더라니.
“두 분 다 운전을 해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앉아서 주위를 파악하는 게 쉽진 않거든요. 그래서 길거리에 널브러지듯 주차되곤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자동차라던가, 비행기의 날개를 확인하는 부분에······ 어디 보자. 이렇게, 거울을 설치하는 겁니다.”
이미 말했지만, 이 시대는 아직 교통법규라는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았다.
당연히 교통사고도 이미 60년 더 전에 났었고, 영국에서는 적기조례라는 수구 반동이 일어나기도 했지.
근데 그 반동을 이겨 냈으면 당연히 뭔가 나아진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나도 이번에 자차를 사서 운전하다 보니까 확 느껴지더라고.
“······헉! 확실히 그렇군요! 비행 후 방향을 조정하려면, 꼬리가 방향타대로 조작되는지를 확인해야 할 테니까요!”
“바로 그거죠.”
역시 필처 씨야. 글라이더 짬밥이 1, 2년이 아니다 보니까 척하면 척이시구먼.
하지만 체임벌린은 좀 떨떠름한 모양이다.
“미스터 진, 물론 비행기에는 좋은 일이긴 합니다만, 아직 비행기도 초기 단계고, 자동차는 아직 런던에도 100대 안팎밖에 없지 않습니까? 굳이 이런 게 필요할까요?”
“체임벌린 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건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필처 씨가 기함하며 소리쳤지만, 체임벌린은 아직도 떨떠름한 모양새다.
흐음, 역시 우리 시대의 평화 씨답다. 어지간히 사업적으로 보수적이시구만. 이러니 외교전에서 그렇게 물을 먹었지.
“뭐, 영국엔 아직 필요 없겠죠.”
“아니, 미스터 진!”
“하지만······ 프랑스나 독일은 어떨까요?”
나는 빙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체임벌린은 눈을 깜빡이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긴 우리 영국은 이제 막 적기조례가 폐지돼서 필요 없을지라도, 더 많은 자동차들이 굴러다니는 프랑스와 독일은······!”
“차량도 많을 거고, 교통도 혼잡할 겁니다. 아마 사고도 많이 났겠죠?”
나는 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마 지금 그쪽 자동차들도 관련 문제를 인지는 하곤 있을 거다. 하지만 답을 찾긴 어렵겠지. 이게 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견되는 거니까.
바꿔 말하면.
“우리가 만약 이― 사이드 미러(Side mirror)의 특허권을 갖고, 그 특허권을 빌려준 자동차 기업이, 그 사이드 미러를 단 자동차를 ‘당신의 안전을 지켜 주는 자동차!’라는 식으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한다면요?”
“허, 허허······!”
체임벌린의 눈이 달러 모양으로, 아니 여긴 영국이니까 파운드화 금화 모양으로 변해 간다. 침도 질질 흘리는 거 보면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답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지.
안전, 자동차든 비행기든, 안전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타면서 정말 ‘불편’ 했던 것을 언급했다.
“그리고 필처 씨, 혹시 글라이더 타다가 몸이 확······ 빠져 버리거나 그런 위험은 없었습니까?”
“아니, 이를 말씀이십니까. 그거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역시 그렇구먼.
나는 히죽 웃으면서 가볍게 선을 그어 보여 주었다.
“그러면 여기······ 이렇게, 가슴 부분으로 교차시키는 X자 형태나, 아니면 삼각대 모양으로 분리시키는 형태의 끈을 달면 어떨까요? 이러면 고정되어 더 안정적이겠지요. 게다가 제동으로 튕겨 나갈 일도 없지 않을까요? 제가 물리학은 잘 모르지만, 힘이 이런 방향으로 분산되면 몸도 더 잘 버티지 않겠습니까?”
“······맙소사.”
필처는 입을 떡 벌리고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는 표정이었다.
당연히도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결과를 아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