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70)
파쇼다 사건.
한 세기 뒤, 전혀 상관도 없는 극동의 교과서에조차 ‘영국과 프랑스의 극한에 다다른 제국주의가 남수단 파쇼다에서 충돌하게 된 사건’이라고 적히게 되는, 19세기 최후의 빅 이벤트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본질은 서아프리카 식민지를 제패하고 이를 마다가스카르와 이으려는 프랑스의 횡단 정책과, 나일강 일대를 제패해 수에즈 운하의 안전을 확실하게 도모하려는 영국의 수단 남하 정책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앞뒤를 따져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굳이, 러시아와 독일의 위협이 거세지는 이 시점에서 프랑스와 충돌해야 했는가.
굳이, 수단의 소요를 전부 진압한 뒤임에도 그 긴 나일강을 전부 확보해야만 하는가.
굳이, 식민지 총독 겸 대영 제국 육군의 미래로 불리는 허버트 키치너(Horatio Herbert Kitchener) 장군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었는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빅토리아 여왕은 그 진범을 호출하게 되었다.
“예, 폐하. 소신이 직접 키치너 장군에게 밀명을 보냈사옵니다.”
솔즈베리 후작, 로버트 개스코인세실.
본래는 총리가 되야 했으나, 역사의 뒤틀림으로 현 캠벨배너먼 내각에서 외무장관직으로 한 단계 내려앉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남자는, 당당히 답했다.
그런 그에게 빅토리아 여왕은 욱신거리는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설명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한차례, 우아하게 고개를 숙인 솔즈베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신의 의도는 애초부터 하나였사옵니다.”
그것은 물론, 나일강의 확보나 현지인들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한 전 수단 총독, 찰스 조지 고든의 복수를 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프랑스의 횡단정책을 막고자 하였사옵니다.”
“······괜찮겠는가?”
딱히 왜 그랬나, 라는 의문은 없었다.
아, 그도 그럴 게 프랑스 아닌가.
영국인은 원래 프랑스인이 바게트 먹는 데에도 태클을 걸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문제는, 지금 돌아가는 대계(大戒)가 그 소소한 취미생활 하나 허락하지 못할 정도로 녹록지 못하다는 것.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리저리 돌아가는 다른 상황들 때문에 프랑스와 손을 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프랑스의 발목을 잡아도 되겠는가······ 라는 것이 빅토리아의 의문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사옵니다, 폐하. 지금의 프랑스 정부는 도저히 아군과 싸우지 못하옵니다.”
“설명해 보라.”
“얼마 전, 가브리엘 아노토(Gabriel Hanotau)를 비롯한 프랑스 내각이 해산했사옵니다.”
그 말에 빅토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노토라면 그럴 수 있다. 이미 그가 프랑스의 외무장관을 맡았던 게 4년 즈음이었으니.
하지만 다른 내각들은 바뀐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인제 와서 또?
“드레퓌스 사건을 아시옵니까.”
“모······ 를 수가 없지.”
여왕의 표정이 오묘해졌으나, 충직한 솔즈베리는 ‘역시 영민하십니다’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기에 그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파나마 운하의 실패에, 드레퓌스 사건까지······ 현재의 프랑스 내각은 완전히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사옵니다.”
“······그 가구장이 아들놈이 불쌍해질 지경이군. 그래서, 어차피 못 싸울 것이니 막 질렀다는 것인가?”
“삼국 동맹(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동맹)을 막기 위해서라면, 프랑스에게 남은 수가 없으니 말이옵니다.”
솔즈베리 후작이 잠시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웃음을 거둔 그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오니 폐하, 이 일은 소신에게 맡겨 주소서.”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충절로 가득했다.
“부디 과거 비컨즈필드 백작(벤자민 디즈레일리)이 폐하께 인도 아대륙을 통일하고 무굴의 황위를 바쳤던 것처럼. 소신은 통일된 아프리카 대륙을 여왕 폐하께 헌상하여 두 번째 황위에 모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사옵니다.”
“두 번째 황위라······.”
빅토리아는 솔즈베리 후작의 텅 빈 민머리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아직은 희망 사항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훨씬 달콤함이 덜하기 때문일까.
빅토리아는 어째서인지, 그 ‘통일 아프리카 제국의 황위’라는 말이 굉장히 공허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분명 죽기 전에 그 위업을 달성하고 갈 수 있다면, 영국의 역사에 다시 없을 영광일 텐데도.
‘······아하.’
그래서인가?
빅토리아는 문득, 좁은 창밖을 보며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았다.
그리고 그 태양 빛을 반사하는 솔즈베리의 빈 머리를 보았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68세.
그가 방금 언급했던 디즈레일리가 일흔여섯에 죽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역시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는 않은 셈이다.
물론 글래드스턴처럼 비정상적으로 오래 살 수도 있긴 하지만, 그 역시도 결국 올해에 하나님의 품으로 떠나갔지 않은가.
그리고······.
“솔즈베리 후작.”
“예, 폐하.”
“책은 좀 읽나.”
“책······ 말씀이십니까?”
당혹스럽다는 듯, 개스코인세실은 그저 눈을 끔벅였다. 빅토리아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자네는 글래드스턴처럼 오래 살긴 글렀네, 솔즈베리.’
단순 당파의 문제가 아니었다.
괜히 사제지간이 아니라는 듯, 솔즈베리는 하는 짓에서부터 글래드스턴이 아닌, 디즈레일리를 더 많이 닮았으니까.
글래드스턴은 닥치는 대로 책을 사들이는 유명한 애서가였던 반면, 저들 사제는 딱 공부하기 위한 책만을 필요한 만큼 구매해 나머지는 그저 장식용으로 쓰는 평범한 수준의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디즈레일리, 글래드스턴, 그리고 솔즈베리.’
자신의 치세를 뒷받침했던 세 사람이 전부 사라진다.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셈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이름은 바로 자신, 빅토리아일 것이고.
이 시대의 생존방식은 제국주의라 불렸다.
하지만 그다음 시대도 그러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후.”
빅토리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아직도 사랑하는 부군 앨버트 공이나, 아들 에드워드, 아니면 손자인 조지도 아니고, 하필이면 그 동양인 놈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지.
“좋다, 솔즈베리. 이번 일은 더 묻지 않고 맡기겠다.”
“예, 폐하!”
“가 보도록.”
솔즈베리 후작은 더 없는 경애의 환희로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는 떠나갔다.
그 뒤를 보며, 빅토리아는 한차례 한숨을 쉰 뒤 생각했다.
앞만 보고, 국익을 위해 달려오긴 했으나······ 이게 맞는 길이었을까.
물론, 인제 와서 이 길에서 내릴 순 없겠으나.
그녀는 문득, 최근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의 플린더즈 페트리의 말을 떠올렸다.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현지 주민들도 감동시키고 민심을 다잡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린 그자.
어쩌면, 너무 늦어 버린 자신과는 달리······ 새로운 길을 찾아낸 것일지도 모르는 그자를.
“······후.”
자신은 너무 일찍 태어나 버렸다.
빅토리아는 홀로 남은 왕좌에서, 타들어 가는 황혼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
한편, 작가 연맹에서는.
“[미래에 대한 묘한 통찰력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
떨떠름한 듯,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에밀 졸라는 그렇게 말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아니, 저도 몰랐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휘저으며 부정했다.
물론 나도 파쇼다 사건이란 사건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이렇게 타이밍 좋게 터질 줄은 진짜 몰랐다고.
내가 무슨 걸어 다니는 브리태니커도 아니고, 날짜 하나하나를 전부 기억하고 있겠냐!?
하지만 이미 수십 번을 말했지만, 조지 맥도날드 대표, 조지 버나드 쇼,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까지. 나를 이미 몇 번이나 봐 온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아니꼬왔다.
마치 ‘자네, 너무 그렇게 겸손 떨지 말게.’라는 표정이다······ 으으, 억울해.
“자,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에밀을 버리잔 여론은 완전히 사그라졌으니, 정말 다행일세.”
다행히 맥도날드 대표께서 적절히 끊어 주셨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잇는다.
“돌아가는 이야기는 완전히 뒤집혔어. 오히려 프랑스와 마찰을 빚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 순간 매국노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상황이 격해졌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왕립문학회에서도 극도로 당황해서 뭔가를 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군요. 오히려 프랑스를 비난하는 사설을 쓰기 위해 신문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으음······ 이렇게 너무 극단적인 분위기가 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일 것 같긴 합니다만.”
“뭐, 그건 그렇지.”
조지 맥도날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상황이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대표가 계관시인으로서 정부에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진지하게 해군부에서 함대를 옮겨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하니까.
흐음,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 일로 영‧프 전쟁이 터지진 않을 텐데?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는 확실하다.
솔직히 제국주의 열강 1, 2위를 다투는 두 나라가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건, 진돗개 수준이 아니라 진돗-케르베로스가 지옥 불을 뿜어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아니냐고.
그래서 어느 정도 평온한 나와 달리, 작가 연맹 수뇌부도 어느 정도 불안해하는 모양새였다.
“어쩌지? 진짜 전쟁이 나겠나?”
“으음, 그래도 둘 다 이성이 있는 기독교 국가인데 설마 전쟁이 터지겠나.”
“[적어도 내가 보고 온, 지금의 프랑스는 전쟁 같은 걸 치를 여력이 없소. 내부 상황이 어마무시하게 복잡하거든. 날이면 날마다 부부가 싸우고 형제가 싸우는데 전쟁을 치를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니, 어떤 의미론 그게 더 무서운데?
프랑스는 대체 무슨 인외마경이 되어 가는 거야? 설마 전 국민이 태극귀와 빨갱이로 나뉜 그런 상황인 건가?
아무튼.
“뭐, 당장 우리에게 불똥 떨어지는 일은 아니니 좀 침착하면서 하던 원고나 계속 쓰고 있죠.”
“자네는······ 참 평온하군.”
“뭐, 그야.”
나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어쨌든 영국에서 전쟁이 터지려면 아직 30년은 더 남지 않았나. 그때도 본토 침공은 안 당했고.
그러니까 뭐, 너무들 걱정들하지 마세요. 섬나라라는 게 그렇게 쉽게 공격당하진 않으니까······ 아, 식민지도 있긴 하구나. 그놈의 식민지는 언제 어디서나 문제네.
“그래도 고맙네, 한슬.”
“예? 뭐가요?”
“전쟁이 안 터질 거라고 해 준 거.”
아서 코난 도일은 파이프 담배를 물며 그렇게 말했다.
이 양반이 갑자기 왜 이러나, 생각한 나는 이내 그의 동생이 육군 포병 장교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 항상 전쟁 터지면 군인들이 제일 먼저 죽어 나가지.
후. 착잡하구만.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이번 사태는, 조금 희한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고 있었다.
“한슬! 아서!! 여기 있나!?”
“에, 뉸스 사장님?”
“이것 좀 봐!!”
나는 눈을 끔벅였다. 조지 뉸스가 전해 준 그 잡지에는, 프랑스어로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스(Arsène Lupin Contre Sherlock Holmès)>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