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71)
“가니마르 경감. 분명히 말하겠소.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신뢰할 수 없소. 당신이 정말 뒤팽(Auguste Dupin)과 르코크(Monsieur Lecoq)의 후계자가 맞는 거요?”
“면목이 없습니다. 클로존 씨.”
가니마르는 묵묵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 홍당무 같은 얼굴을 보라.
‘이제는 국제적으로 굴욕을 겪는군.’
파리 경시청 근속 30년 차. 이제껏 수도 없이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범죄를 사냥해 온 형사는, 이제 씻을 수 없는 굴욕으로 엉망진창으로 되어 있었다.
‘이게 다 뤼팽 때문이다.’
빌어먹을 아르센 뤼팽! 도대체 어디까지 그를 구렁텅이에 떨어트려야 만족할 셈인가.
하지만 클로존 부부는 이미 그를 그 이상의 굴욕에 빠트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하기로 했소.”
“전문가,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설마, 가니마르는 생각했다.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며, 클로존은 음흉하고도 은밀한 쾌락을 느끼며 내뱉었다.
“베이커가 221번지에 전보를 부쳤소. 셜록 홈스 씨가 조만간 도버를 건너올 것이오.”
***
프랑스, 파리.
“이거 보게, 모리스 군!! 역시 하면 되잖아!!”
과학을 비롯한 잡다한 지식을 싣는 월간잡지, [주 사 투(Je sais tout : 나는 뭐든지 알아)>의 편집장 피에르 라피트는 새로운 원고를 보며 껄껄 웃었다.
역시 재밌다. 그가 적극적으로 권고해 창조해 낸 프랑스의 천재 괴도, 아르센 뤼팽과 이미 탐정의 대명사가 된 영국의 신사, 셜록 홈스의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쟁!
여기에 돈을 내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단언컨대, 이 파리에 사는 파리지앵(Parisien) 중엔 단 한 사람도 없으리라!
“······이래도 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라피트 씨.”
하지만 정작 그것을 쓴 작가 겸 전직 기자─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애초에 그는 이런 장르문학에 대해서는 뜻이 없었다.
비록 저 간악한 놈에게 끌려 영국으로 갔고, 런던에서 본 서적들의 마력에 붙잡혀서(덤으로 점점 얇아지던 그의 잔고를 확인하며) 글을 쓰기 시작하긴 했으나······ 이런 글을 쓰는 데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이런 와중인데 하물며 판매에 양국의 불화를 이용한다고? 발상이 천재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 악마 같지 않은가.
제아무리 프랑스와 영국이 철천지원수 같은 나라라지만 허락도 받지 않고 캐릭터를 쓰고, 이를 깔아뭉개다니.
이건 도의적으로 좀 그렇지 않나······ 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된다네, 모리스.”
그에게 아르센 뤼팽을 쓰라고 종용한, 신조차 모독하는 천재 편집자 피에르 라피트는 음흉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했다.
“지금 밖을 보게. 우리 프랑스 대중들이 원하는 게 뭔지 보이잖나?”
그리고 이런 것을 노리진 않았지만······ 그 악마적인 발상을 등 떠밀 듯, 돌아가는 상황도 심상치 않았다.
그래. 지금의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대중은 매일같이 드레퓌스 사건으로 쌈박질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드레퓌스를 편을 든 에밀 졸라를 매국노라고 욕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서 파쇼다가 터졌다.
심지어 영국 쪽에서 먼저 그 소식을 알려 오는 치욕까지!
결국 에밀 졸라가 망명한 영국을, 저 노르망디의 기욤 2세(Guillaume II : 정복왕 윌리엄)처럼 다시 한번 정복해 주자 길길이 날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자랑, 셜록 홈스를 프랑스의 인기 괴도 캐릭터가 참교육하는 소설이 나온다? 아, 이건 못 참지.
그래서 예정보다 더 빠르게 출간한 게 아니던가.
“장담하지. 이 소설이 세상에 풀리는 순간, 자네는 에밀 가보리오(Émile Gaboriau : 르코크 탐정 시리즈의 작가)를 초월하는 거야! 프랑스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가 되는 걸세!”
“끄으으응······.”
모리스 르블랑은 신음성을 흘렸다.
솔직히, 그 길은 그가 바라는 길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추리 소설 같은 통속적이고 선정적인 장르문학보다, 저 에밀 졸라처럼 통렬하게 사회를 비판하고 문학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순문학도였고, 넘고 싶은 사람은 기 드 모파상이지 가보리오가 아니었다.
하나,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 걸려 있다. 너무 많은 인기가 몰려들고 있다.
“자자, 모리스. 자네도 루이즈 키울 돈도 필요하고, 재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여동생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살 텐가?”
그리고 그런 귀에, 피에르 라피트는 마치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처럼 속삭였다.
더 자극적으로, 더 말초적으로.
셜록 홈스도, 에드먼트 에어하트도, A. J. 래플스도. 전부 발아래에 짓밟고, 빛과 어둠을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는 천재 괴도의 이야기를 쓰라고 말이다.
“끄으으응!!”
한 사람의 작가이자 아버지로서, 모리스 르블랑은 도저히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조지 뉸스가 격분하여 잡지를 아서 코난 도일과 한슬로 진의 앞으로 가져가기 며칠 전의 일이었다.
***
런던, 작가 연맹.
나는 멍하니 격분하는 조지 뉸스와, 찬바람 쌩쌩 날리는 얼굴로 번역도 안 된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스>를 보고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을 번갈아 보았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솔직히 말하자. 나는 아르센 뤼팽이 언제 나오는지 알고 있다.
아마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가 1905년이었지? 그전에 나왔던 [앵베르 부인의 금고>는 원래 뤼팽 시리즈가 아니었다가 나중에 편입됐고 말이다.
근데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8년이나 일찍 나왔어? 왜? 비행기야 내가 쓴 게 맞았지만, 이번엔 나 아무것도 안 했다고?!
“[그러고 보니 프랑스 출판계에서 그런 얘기가 있긴 했지.>”
“[예?>”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말을 건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손님, 에밀 졸라 작가님이었다. 에밀 졸라는 신음성을 흘리더니 천천히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영국에서는 인기 잡지 연재 소설들이 넘쳐 나는데, 프랑스에는 그런 게 없다고 말일세. 나야 어차피 그런 것에는 신경 쓸 이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친한 출판사 사람들은 다들 그런 이야기를 성토하고는 했네.>”
“[아, 아아······ 그랬군요.>”
“[아무래도 저건 그렇게 배 아파하던 출판사 중 한 곳에서 낸 게 아닐까 싶군. [주 사 투>라는 잡지 이름은 나도 처음 들어 봤지만 말일세.>”
그러니까······ 영국에서 장르문학 붐이 일어난 바람에, 프랑스에서 ‘왜 우린 이런 거 없냐’는 얘기를 했고, 프랑스식 장르문학을 추구하다가 모리스 르블랑이 더 빨리 뤼팽을 썼다는 건가.
확실히 그럴듯하긴 한데······.
그때였다.
“한슬.”
“아, 예.”
내가 고개를 돌리자, 아서 코난 도일이 일그러진 바위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우, 무섭다. 하긴 무단 표절 당한 작가들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지.
“자네도 읽어 보게.”
“예? 저도요?”
“음, 자네 이야기도 좀 있으니.”
“엑?!”
내 이야기? 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잡지를 훑었다.
원래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스>, 나중에 비판을 씨게 먹고 이름만 바꾼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는 장편인 [금발의 귀부인(La dame blonde)> 하나와 단편 [유대식 등잔(La lampe juive)> 하나가 각각 실려 있는 단행본이다.
하지만 아직 잡지 연재판이라 그런지 제목은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스>이고, 내용은 금발의 귀부인 쪽이다.
장편이라곤 했지만, 사실은 이 안에 사건 두 개가 연계도 엉성하게 얽혀 있어 평가가 나쁘다.
아니, 상식적으로 범행의 비밀이라는 게 ‘사실 두 사건의 건물은 둘 다 데스탕쥬라는 건축가가 만들었고, 그 건축가가 비밀 통로를 숨겨 놨으며, 진범인 클로틸드 데스탕쥬는 그 건축가 딸인데 아르센 뤼팽 애인이라 다 알려 줬음!’이라는 게 말이 되나? 아무리 녹스도 안 나왔다지만 10계는 어디다 처먹었어?
게다가 이 과정에서 셜록 홈스는 온갖 방향으로 망가진다.
호텔에 맡겨 둔 짐을 털리고, 몇 번이나 뤼팽한테 갇히거나 납치당하고, 왓슨이 중상을 당하든 말든 내팽개치고······.
그래도 이기면 뭐라고 안 하는 데, 마지막에 뤼팽을 체포하는 데 성공을 해도 이 과정엔 우연에 너무 많이 기댔고, 이후 탈출한 뤼팽이 홈스를 놀라게 하는 장면이 있어서 별로 이겼다는 느낌도 안 든다.
마치 뤼팽이 봐줬다는 느낌이 팍팍 든단 말이다.
이러니 제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홈스 팬들한테 평가가 안 좋을 수밖에 없지. 구체적으로 나 같은 사람 말이다.
크르르릉. 죽여 버릴라.
그런데, 여기에 추가로.
─영국에서 온 에드먼드라는 자에게도 구혼을 받아봤는데,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더군요.
─아, 그자. 저도 알지요. 경매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결국 경매에서 패배하니까 붉으락푸르락해서는 화풀이를 하더군요.
─하하하. 역시 몰락 귀족은 어쩔 수 없지요.
아니, 씨바르?
예상도 못 한 유탄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니 뭐, 다른 건 그렇다고 치자. 에드먼드는 원래도 겉으로는 망나니를 연기한다는 캐릭터였으니 그런 점을 살리거나 재해석할 수도 있지.
그런데 거기에 실려 있는 내용은 그런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저 무척 원색적인─ 아니, 이러면 그냥 인신 모독이잖아!
그리고 이 기술 이름은 뭐야. 스콘 펀치? 야드파운드 킥?
아니 무슨 혐한 만화를 보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당해 보는 것에 어떻게 분노해야 할지 몰라 하는 느낌이라면, 나에겐 조금 더 익숙한 무언가가 떠오르는 느낌.
“한슬.”
“예.”
나는 뿌득 이를 갈았다.
아서 코난 도일 작가님한테만 시비를 걸어도 유분수인데, 감히 나한테까지 이니시에이팅을 걸었다 이거지?
문제는.
“지금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거나 다름없겠죠?”
“아마 그렇겠지.”
그 산 증인이 우리 옆에 계시니까 말이다.
나는 여전히 프랑스인으로서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에밀 졸라를 살짝 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미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였던 에밀 졸라조차 ‘매국노’라는 낙인을 찍었던 프랑스 법원이다.
그런 프랑스 법원에 가서, 그 에밀 졸라를 받아들인 나라의 소설이 표절당했으니 해결해 달라고 한다? 그럴싸한 저작권법도 없는 지금? 그건 무리지.
즉, ‘너 고소 빔’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거다.
군바리, 즉 액윽보수꼰대병신집단의 후빨을 하고 다니는 법복 귀족(Noblesse de robe)들을 뭘 믿고? 로베스피에르가 그러라고 혁명했냐?
“그럼 어찌하면 좋겠나?”
“그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는 작가잖아요?”
“흠.”
“글로 ‘싸우자.’를 걸어온 거니까, 한번 싸워 줘야죠.”
뭐, 어찌 보면 잘됐다.
어쨌든 작가들로서, 각자의 작품으로 싸우는 일이 아닌가. 키보드 배틀로 다져진 언론 플레이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보람 찬 건 역시 이쪽이지.
뤼팽도 뭐, 작품 그 자체로는 싫어하진 않고.
그러니.
“작가님, 호넝 작가님 좀 불러 주시겠습니까?”
“어니스트(Ernest William Hornung) 말인가? 그 샷건 맞을 놈은 왜?”
아니, 매제한테 그런 소리는 좀.
아무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말했다.
“괴도 대 탐정이라면, 정말 제대로 한번 보여 줘야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