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174)
엄밀히 말해, [젠틀맨 클럽>은 공식 잡지가 아니다.
[스트랜드 매거진>이 연재되는 조지 뉸스사에서도, [래플스 시리즈>를 연재하는 [카셀스 매거진>에서도 일절 관여하지 않는, 오로지 작가 연맹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만들어진······ 말하자면, 동인지(同人誌).어느 미래인이라면 간단하게 ‘논캐넌(non─cannon)’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겠으나, 이 시대는 아직 공식 설정과 비공식 설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시대.
당연히 과거인, 특히 모리스 르블랑은 이 잡지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과거 기 드 모파상을 목표로 한 사람답게, 모리스 르블랑은 모든 소설을 사소설(私小說)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의 내면을 파고들고, 서사가 아닌 서정에 집중하며, 한순간의 번뜩임과 예술성을 가미한 문장과 사회를 완벽하게 모사, 비판하는 리얼리즘 문학.
르블랑은 그것에 감탄했고, 프랑스의 자랑스러운 천재 작가 모파상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으며, 이것이 자신이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점에 있어서, 장르문학은 어떤가? 통속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유치하고, 문장의 질도 번뜩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저열하다.
하지만.
“재밌······ 다.”
자유롭다.
이 [젠틀맨 클럽>이라는 잡지에는 오직 하나, 재미만을 추구한 자유로움이 있었다.
그 재미가 모든 것을 정당화 시켜 주었다.
뭔가가 벗겨지며 개안하는 듯한 느낌.
첫 번째, [큰 쥐덫>에서는 셜록 홈스의 파트.
이곳에선 홈스와 에드먼드가 공모하여 래플스를 포획, 홈스 자신의 행세를 시켜 프랑스에서 도둑······ 아마도 자신이 쓴 뤼팽을 잡게 만든다.
이 파트만 보면 이 [젠틀맨 클럽>은 모리스 르블랑 자신에 대한 아서 코난 도일의 화답이다.
‘네가 먼저 장갑을 던졌으니, 나는 그 도전을 받아 주겠다.’라는 듯한 의도가 느껴진다.
사실 이 정도는 예상한 범주의 내.
하지만 두 번째, 에드먼드 에어하트 시점의 단편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셜록 홈스의 부탁을 들어 준 에드먼드 에어하트가, 그와 함께 오페라 여가수를 지키고 사람인 듯했던 지박령을 퇴치하고, 그 지박령이 사실은 사람이었다는 식의 ‘그럴듯한 추리’를 만들어 내는 걸 재미있게 보는 것이 전부.
심지어 세 번째, 아서 J. 래플스는 어떤가? 프랑스에서 홈스로서 뤼팽과 대치했어야 할 일들은 전부 넘겨 버리고, 대뜸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끝낸 래플스는 베이커 가를 걷고 있었다’라고 시작하며, 셜록 홈스를 찾아가 보수를 논하며, 우연히 그를 방문했던 에드먼드 에어하트와 함께 홀리 피터스를 셋이서 잡아들인다.
즉, 첫 번째 단편에서 보인 바와는 달리, 이 잡지의 메인 악역은 홀리 피터스지, 뤼팽이 아니다.
오히려 뤼팽은 완전히 배제된다.
마치 모리스 르블랑에게 ‘너 따위와 결투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하는 듯한 이야기.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나?
아니, 재밌다.
철저히 무시당한 모리스 르블랑 본인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그리 잘 쓴 글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재미를 잡은 글이다.
뤼팽은 철저히 ‘계기’였을 뿐이다.
저들은 그를 이용해 자기들의 세계관을 합치고 더욱 넓히며,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세 주인공은 서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각각의 매력을 해치지 않고······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투닥거리며 자연스러운 만담을 펼친다.
그가 [셜록 홈스>의 부활과 동시에 치러진 [던브링어>의 콜라보레이션을 보면서 느꼈던, 읽기만 해도 입가에 소소한 미소가 지어지고 절호의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분출되는, 잘 짜인 캐릭터 코미디이자 추리소설이었다.
심지어 세계관은 어떠한가. 파리의 사건을 계기로 합쳐진 런던의 낮과 밤은 기묘하게 섞이며 빛나고 있었다.
이는 ‘도둑’이라는 직업이 유화제가 되었다.
“아······!”
그 시점에서, 모리스 르블랑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배제당한 게 아니다.
뤼팽은 배제했지만, 이것은 모리스 르블랑에 대한 점잖은 충고다.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정말인가?”
다시 한번 알아봐야 할 점.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싸가지가 없다.
여기서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싹수가 노랗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적인 부분이 아니라 인성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자기 내면을 들추고, 해체하고, 늘어놓고, 모아서 까발리는 직종이다. 인성이 밝아지면 그게 이상하다.
그렇기에 작가들의 인성은 영양분이 부족해 누런 황달이 뜨고, 그걸 일컬어 싹수가 노랗다고 표현한다.
그 인성 싹수가 노란 모리스 르블랑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분은 다름아닌 자신감이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의 감상을 느꼈으면서도 이 감정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애초에, 맞다고 해도 뭘 어쩔 텐가?
[한발 늦은 셜록 홈스>는 그렇다 치자.그건 그 자신도 열심히 아서 코난 도일을 트레이싱한 데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웠으니까. 물론 피에르 라피트는 다소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그래서 [금발의 귀부인>을 쓸 때는 자기도 모르게 셜록 홈스를 꽤 많이 뭉그러트렸다.
이는 아서 코난 도일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지만, 이 작업을 거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통장에 꽂히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유대 등잔>.
일정이 다급히 진행된 탓에 사건의 과정은 뭉개졌으며, 쓰면서도 자가 복제의 산물이나 다름없이 날려 쓰게 되었다.
모리스 르블랑 역시도 계속되는 작업에 지쳤고, 그렇기에 스스로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원고를 제출했다.
어쨌든 편집장이 통과는 시켜 줬으니까.
즉, 인제 와서 원고를 고친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고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그것이 피에르 라피트에게 통과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배들에게 점잖은 충고를, 그것도 정답에 가까운 가르침을 받았는데도 이를 거부할 셈인가?
무엇을 위해? 자신의 알량한 자신감을 위해? 아니면, 더러운 돈을 위해?
모리스 르블랑은 갈등했다.
사흘 밤낮을 갈등하다가 딸의 비명을 듣고서야 깨어났고, 결국 그는 답을 얻기 위해 여느 고전들을 따르기로 했다.
즉, 직접 들으러 간 것이다.
누구에게? 그건 당연히 하나밖에 없지 않나. 그에게 택배를 부친 사람 말이다.
***
“아니, 그래서 지금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겐가?”
그리고 그 사람, 장르소설의 선구자 중 하나이자 아미앵의 시의원인 쥘 베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에, 그······ 작가님?”
그 당당하기 그지없는 노인의 말에, 모리스 르블랑 역시도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찾아온 주제에 무례한 질문을 하는 후배의 앞에서, 쥘 베른은 그저 영국에서 친우가 보내 줬던 홍차를 따라 마시며 입을 열 뿐이었다.
“난 그저 친구가 오랜만에 부탁을 하길래 그걸 들어 준 것뿐일세.”
“친구라면······.”
영국으로 떠난 에밀 졸라 이야기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한 모리스 르블랑에게 쥘 베른은 퉁명스럽게, 그리고 딱 잘라 말했다.
“한슬로 진.”
“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에 모리스 르블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때 한슬로 진이 프랑스에 왔었다는 소문은 있긴 했지만······ 그가 쥘 베른과 만났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는 쥘 베른도, 그리고 한슬로 진도 함구한 일이니까.
쥘 베른으로서는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슬로 진이 지닌 특수한 환경과 입장은 알려진다고 좋을 게 없었으니까.
이는 최근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정체를 까발려서 이득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대중문학의 대부로서 봐서도 정체가 드러나서 좋을 일이 하나 없어 보였다.
아무튼.
“그가 내게 한번 보라고 그 잡지를 두 부 보냈고, 그중 하나를 자네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일세. 나는 그 부탁을 들어 준 것뿐이고.”
“으, 으음······!”
“뭐, 나를 일개 배달부로 쓰는 그 심보가 나름 괘씸하긴 하다만······ 어쩌겠나? 사람이 필요할 땐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쥘 베른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차를 홀짝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모리스 르블랑은 다시 한번 다급하게 물었다.
“그러면 작가님, 여쭙겠습니다. 대체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무척이나 애매한 내용이었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원고를 다시 써야 하는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는가.
정확히 말하면 이런 질문이었다.
좀 더 아르센 뤼팽을 갈고닦아도 되는가, 아니면 지금으로도 충분하니 아르센 뤼팽을 내버려 둬도 상관없는가.
당연히, 그에 대해 쥘 베른이 할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이미 말했던 것 같은데.”
혀를 찬 노인이 힐난하듯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나?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인데.”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그······.”
모리스 르블랑은 잠시 말을 멈추며 골랐다. 뭐라고 해야 하지?
이런 통속소설을 많이 쓰지 않았냐고? 그런데, 그건 좀 많이 실례되는 얘기 아닐까?
그런 후배를 보며, 쥘 베른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대중에게 아양 떠는 글로 성공했지. 남들과는 다르게.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네.”
“그게······.”
“자네가 아직 이 분야에 적응을 못 했다는 건 알겠네. 뭐, 자네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
쥘 베른은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기실, 돈보다 명예가 좋다는 의지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아니, 그 이전에 이 대중소설이라는 ‘유행’이 얼마나 가겠는가?
저 영국만 해도 찰스 디킨스 때나 좀 반짝했다가, 아서 코난 도일과 한슬로 진의 시대에나 부활했거늘.
오히려 대중문학 외길이라고 당당히 선언하며, 더 통속적이게, 더 말초적으로 글을 추구하는 한슬로 진이 괴이한 편이다.
쥘 베른 자신도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지.”
“그게 무엇입니까?”
“자네는.”
쥘 베른은 모리스 르블랑의 눈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가?”
“······.”
모리스 르블랑은 입을 턱 다물었다.
영국 속담이지만,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다. 하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정말로 뤼팽을 억지로 쓰고 있었나?
정말로 그는, 순수문학을 쓰고 싶은 것인가?
“마음 가는 대로 하시게, 마음 가는 대로.”
쥘 베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젊은이를 놀리는 노인의 모습과 같았고, 사실 그다지 틀리지도 않았다.
모리스 르블랑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그가 눈을 떴을 때.
“죄송합니다. 작가님.”
“흐음.”
“혹시, 집필실을 빌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모리스 르블랑의 눈에는, 고요하고 정제된 불꽃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쥘 베른은 피식 웃었다.
자신도 그와 같은 불길을 피워 올린 적이 있었다.
아니지, 잠시 꺼져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불태우고 있다.
어느 건방진 후배의 덕택에.
“얼마든지. 후배여.”
그리고 다시 그 불은, 어느 경계인의 내면에 옮겨붙었다.
입문을 축하하네.
쥘 베른이 남몰래 모리스에게 속삭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