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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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도서(1)
“이자들이 돌아 버린 건가?”
아서 코난 도일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건 그가 관심이 있는 역사를 주제로 [아이반호>나 [전쟁과 평화> 같은 장대한 역사 소설을 써서, 20세기의 호메로스(Hormer)로 이름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셜록 홈즈>로서 데뷔해, 명성을 쌓고 돈을 번 최근의 집필 생활은 불만족의 나날일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몸은 편해지는 데 마음은 괜스레 급해진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지.”
얼마 전, 아서 코난 도일은 결단했다.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자가 뭐라든, 어머니나 다른 가족들이 뭐라든.
그에게서 태어났고 그에게 막대한 부를 주었던 존재, 셜록 홈즈를 완전히 죽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급작스러운 발상이었기 때문에, 마치 기계장치를 타고 내려온 것 같은 악역(Deus ex Machina)에게 전부 몰아 버린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서 성토하는 분위기와 출판사의 습격 사건이 있었다는 거 같지만, 그는 싸그리 무시했다.
어쨌든, 이제는 정말 쓰고 싶은 글만 쓰면 되니까.
그걸 위해 셜록 홈즈를 그만둔 것이다. 아서 코난 도일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는 잘 알고 있다.
[셜록 홈즈> 따위에 신경을 썼다간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없을 거란 것을.그도 그럴 것이, 그는 묘하게 역사 소설을 쓰는 재능이 없었다. 이것은 추측이 아닌 결과로 이뤄진 이야기다.
쓰기 싫은 걸 억지로 써 내려갔는데도 대성공한 [셜록 홈즈>와 달리, 역사 소설은 세 번이나 썼는데도 몽땅 실패를 했으니.
첫 번째, [마이카 클라크> 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미끄러질 때가 있으니까.
두 번째, [백의의 기사단>에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이야 가능하지만, 두 번은······ 마음이 꺾이니까.
세 번째, [위대한 그림자>에서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직 모자라다.
이상과 현실을 모두 만족시킬 정도로 글을 쓸 수 없다······ 고.
그래서 다짐했다.
[셜록 홈즈>고 뭐고 틀어박혀서 이번에야 말로 최고의 글을 세상에 내놓겠다고.‘그래, 고증. 고증이 중요해. 그리고 거기서 연결되는 새로운 사건과의 고리까지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작법은······.’
이번에야말로, 비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런 나에게 뜬금없이 왕립 문학 회원 초청이라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야······ 뭐.”
아서 코난 도일의 절친한 친구, 제임스 매슈 배리(James Matthew Barrie)는 그렇게 말하며 뜸을 들였다.
그 역시 작가였고, 왕립 문학회가 영국에서 어떤 입지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 아서 코난 도일의 문예(文藝)가······ 어떤 위치인지도.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왕립 문학회가 싫어할 만한 스타일이지.’
역사소설이라면 왕립 문학회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아서 코난 도일의 대명사는 ‘셜록 홈즈’였으며, 그 셜록 홈즈 시리즈는 명백히 왕립 문학회가 싫어할 장르다.
그런데도 왕립 문학회가 그 아서 코난 도일을 회원으로 초청하겠다는 건······.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군. 아서.”
“왜 아니겠나, 배리.”
아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역시 [템플 바>를 애독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 시작한 [빈센트 빌리어스>도 확인했다.
즉.
“아마도 나와 한슬로 진을 싸움 붙이려는 모양이지.”
“어찌할 텐가?”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야.”
작가가 무슨 싸움닭도 아니고, 어떻게 글과 상관도 없는 집단을 대변하면서 경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건 대전사(代戰士)나 용병의 일이지, 작가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작가들 사이를 갈라치려 들기나 하니 왕립 문학회 취급이 지금 요 모양 요 꼴이지.
아서 코난 도일은 그렇게 씹어 댔고, 제임스 매슈 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잘됐군. 그러면 자네, 한슬로 진과 싸울 생각은 없단 뜻이지?”
“글쎄?”
“······응?”
제임스 매슈 배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친구, 아서 코난 도일의 눈에서 불타고 있는······ 이른바, 작가 특유의 집필욕이라는 감정을.
“아, 아니. 설마? 자네! 왕립문학회의 용병이 되긴 싫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랬지.”
“그런데 왜!”
“그거랑은 별개로.”
런던에서 제일 인기 있는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썩어도 왕립 문학회지. 그런 곳이 날 후원한다면, 이번에야말로 괜찮은 역사소설이 나와 주지 않겠나?”
“자네······!”
“알고 있네. 나는 아직 미숙해.”
씁쓸하게, 아서 코난 도일은 말했다.
배리는 그것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가를 알면서도, 얼마나 배고파서 나오는 말인지, 역설적인 감정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슬로 진과 아서 코난 도일.
[피터 페리>와 [셜록 홈즈>.첫 연재 시기부터 비슷했던 두 소설은 각자의 장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은 연재를 관두었다.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라는 그 말은, 아서 코난 도일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도 공허하니까.
“제아무리 치졸한 자들이라도 저들이 가진 문학적 지식, 그리고 보유한 역사적 기록들까지 윤락한 것은 아니지. 그 자료들을 손에 넣는다면······ 완벽한 고증이 가능할지도 몰라. 난 내 비원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겠다네.”
“······정말, 하고 싶은 게로군.”
“가끔 이러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지.”
“에휴, 모르겠네. 알아서 하시게나.”
“그럴 생각일세.”
아서 코난 도일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배리는 그런 그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상당히 불안하긴 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도 작가였으니까. 자기가 쓰고 싶은 글로 성공하고 싶다, 그 욕구를 모르지 않았다.
그 자신도 [피터 페리>와 같은, 요정을 주제로 한 모험 소설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두고 보게나! 저 소설 하나 완결 냈다고, 나까지 죽이려 드는 훌리건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줄 명작을 쓰고 말 테니.”
아서 코난 도일은 당당하게 말했다.
***
‘애들이 어떻게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할 수 없을까’라는 희망사항은 원래 루이스 캐럴만이 가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분야에서 정점에 달한 것은 다름 아닌 아시아권의 학부모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매-우 극성맞은 걸로 유명하다.
심지어 만화나 소설마저도 ‘퇴폐문화’라면서 진시황식 분서갱유를 했을 정도니까.
거기에 편승하고, 퇴폐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브컬쳐가 어쩔 수 없이 숙이고 들어간 방식이 바로······.
“학습 도서입니다.”
“하, 학습 도, 도서?”
“쉽게 말해 소설에 애들한테 가르치고 싶은 지식을 끼워 넣는 거죠.”
뭐, 더 쉬운 건 만화긴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아직 단평용 풍자만화밖에 없다.
아니, 만화라고 하기도 그런 게 엄밀히 말하면 1화짜리 캐리커처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애초에 내가 뭔 재주가 있다고 만화를 만들겠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학습 도서라고 해서 학습 만화에 파급력이 밀리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만화는 캐릭터 일러스트 수준으로만 들어갔던 장편 학습 도서 시리즈도 엄청나게 팔렸으니까.
“스, 스, 스토리에, 지, 지식을 노, 녹여 내려면······ 너무 기초적인 거, 것만 쓰이지 않겠나······.”
“그게 포인트죠. 재밌게 만들면 장땡입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 이건 학습 도서는 아니고 학습 만화의 케이스지만, 내가 제일 재밌게 본 수학 학습 만화는 고등수학인 집합이나 명제까지 써먹은 적이 있다.
심지어 단순히 학습 만화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크 판타지로서의 틀로서 스토리 자체를 쫄깃하게 만들었고, 철학으로서의 수학을 잘 녹여 냈으며, 그 양쪽을 잘 조화시킨, 그만하면 이세계물 판타지로서도 수작인 작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화라고 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면서 내리까는 시선으로 시혜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봅니다.”
“그, 그거. 나, 나 드, 들으란 소, 소린가?”
“선생님이 앨리스 시리즈를 쉽게 쓰시진 않으셨잖습니까.”
뭐야, 왜 충격을 받아?
루이스 캐럴이 ‘어려운가······.’라며 중얼거렸고, 난 이에 당당히 답할 수 있었다.
‘네.’라고.
한국에서는 번역으로 [앨리스 시리즈>의 문장을 죄다 쳐 냈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스토리만 보인다.
하지만 원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근본적으로 ‘운율’을 중시하는 19세기 영문학의 특징을 극대화한 명작이다.
즉, ‘Was it a cat I saw?’ 같은 언어유희와 마더 구스 같은 동요를 모아, 수학적으로 계산해 배치해서 통일된 줄거리를 갖게 만든.
일종의 소설의 형태로 만든 단어 퍼즐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얘기다.
물론, 이러고도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들어가서 운율과 언어유희를 전부 죽여 버린 번역으로도 수작 동화라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루이스 캐럴이 얼마나 괴물인지 알 수 있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재미를 주는 것이다.
“물론 들어갈 때는 기초 지식, 수학으로 예를 들면 사칙연산부터 들어가야죠. 그러면서 점점 분수와 소수도 들어가고, 그다음에는 또 방정식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하나하나 들어가시면 됩니다.”
“꽤, 꽤 자, 장기 프, 프로젝트가 되겠군.”
“뭐, 원래 공부라는 게 평생 하는 거잖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루이스 캐럴은 그런 내 말에 감명에 받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고, 공부는 평, 생 하는 거라니······ 도, 동양에선. 그, 그런, 교, 교육을 하는 겐가? 대, 대단하군.”
음, 뭔가 오해가 좀 있는 거 같은데······ 조선에서 왔다고 소개하긴 했지만, 난 이 시기의 교육이 어떤지는 본 적도 없으니 말이야.
아무튼 유교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닐 테니 상관없으려나?
“뭐, 대충 그렇다는 걸로 해 둘게요. 아무튼, 어떻습니까?”
“화, 확실히. 조, 좋은 아, 아이디어야. 이, 익숙하진 아, 않겠지만······ 재, 재미는 있겠어.”
“좋군요. 그러면······.”
이제, 내 목적을 달성해 봐야지?
나는 히죽 웃으면서 루이스 캐럴 선생에게 서류 한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그걸 어떻게 팔지도 생각해 보셔야죠?”
“파, 판다니? 아, 아이들을 위, 위한 건데 도, 돈을······.”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요.”
단순히 애들만을 위해서라면 내가 루이스 캐럴을 만나러 올 이유가 없지.
“학습을 평생 한다는 얘기는······ 평생 작품을 사 주는 소비자가 있다는 소리죠. 당연히 돈이 됩니다.”
“그, 그게 무슨, 도, 돈 귀신 같은 소, 소린가!!”
“뭐, 좋은 게 좋은 거죠.”
원래 노동엔 가치가 따라야 하는 법이잖아요?
나는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학부모들 지갑은 좀 위협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심하진 않지.
이게 뭐 사교육마냥 공교육에 기생하면서 공포 마케팅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요. 아이들에겐 피해가 안 갈 겁니다, 아이들에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