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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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1)
“성공을 축하하네, 한스!”
“모두 돌봐 주신 덕분이죠. 하하하.”
벤틀리 출판사.
나와 벤틀리 씨는 [수학의 기사>의 성공을 자축하며 축배를 들었다.
다만 우리 둘만은 아니었다. 한 명이 더 끼어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은 나와 공동 저자인 루이스 캐럴······!이 아니었다.
마크 트웨인.
이번에 신문광고에 대대적으로 평론을 넣어 주신, 바이럴 마케팅의 1등 공신이다.
─봄바람처럼 경쾌하고, 여름 바다처럼 시원하며, 가을의 마법처럼 신비하고, 겨울의 눈송이처럼 포근하다.
─존경할 만한 두 작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린 새싹들에게 보내는 성실한 헌사.
─영국인들은 그들의 이웃을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 미래를 위해 위대한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이토록 큰 선물을 한 문예가는 이제껏 없었다.
이전, 루이스 캐럴이 [피터 페리>에, 조지 버나드 쇼가 [빈센트 빌리어스>에 해 준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란 이름은 이 둘과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갖고 있었다.
물론 문호(文豪)로서 앞의 둘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예(文藝)에는 정답이 없으며, 그 아름다움의 형태는 문호마다 다른 것을, 어찌 저열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 깊이를 재려 드느뇨?
다만, 마크 트웨인은 미국······ 그러니까, 영국에게 있어선 외국의 대문호.
즉, 소위 ‘국뽕’이 찬다 이 말이다.
“주모······ 아니, 마스터! 여기 에일 한 사발 추가요!”
“역시 문학 하면 우리 영국이지! 암!”
“근데, 루이스 캐럴이면 그 변태 놈 아닌가? 여자애들 벗기고 논다던······.”
“아, 지금 그게 중요해?!”
국위선양에 눈 돌아가는 건 동서고금 나라 가진 사람들이면 다들 똑같다.
특히 현시대의 영국인에게 있어 미국이란, 몹시 쓸데없는 이유로 박차고 나가서 독립해 버린. 말하자면 가출해서 이젠 데면데면해져 버린 첫째 아들 같은 나라가 아닌가?
그런 나라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대문호가, 진심으로 칭찬했다는 것은 그 뽕의 맛을 더욱 깊게 정제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말인가.”
“영국인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만큼 미국인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요.”
“하! 싫어할 테면 싫어하라지.”
역시 진성 반골로 유명한 사람답게, 마크 트웨인은 콧방귀를 뀌며 당당히 말했다.
“난 머리에 총을 들이밀어도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네! 알겠나? 내가 자네와 캐럴 선생이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말한 건 결코 헛소리가 아냐.”
살짝 흥분한 듯 거세게 내뱉은 콧바람에 그의 콧수염이 흔들렸다.
“알겠나? 우리 같은 이들은 언제나 우리의 생각을 아이들을 어떻게 전하느냐를 고민하지. 나 역시도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긴 했지만, 그 자체가 크게 도움이 되진 못했어.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지.”
“아, 그건 역시······ ‘짐’의 이야기군요.”
내 말에 그는 마치 정답! 이라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답하였다.
“그렇다네! 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쓴다고 하면서도, 차별의 타파와 노예 해방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네.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지.”
대문호는 깊은 한숨을 쉬며 품에서 자신의 파이프를 꺼냈다.
“자네라면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이야기에 주제는 척추와 같지. 주제가 하나로 수렴한다면 모를까, 조화되지 않는 주제들은 서로를 방해해. 결국 미혹이 되는 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둘 다 마크 트웨인의 명작이지만, 일반적으로 ‘동화’로서의 평가는 [톰 소여>가, ‘사회 비판물’로서의 평가는 [허클베리 핀>이 더 높다.이유는 간단하다.
[톰 소여>는 이야기가 쉽다. 순수하게 톰 소여의 천방지축 어리둥절 돌아가는 악동의 하루를 담고 있다.하지만 [허클베리 핀>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노예제의 사악함을 조망하고, 미국 사회를 통렬히 비판한다.
그렇다고 양쪽 모두 어느 정도 양립이 안 된 물건이란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역사에 남는 고전이 되지도 못했겠지.
하지만 이 대문호에게 있어선 어느 쪽도 완벽한 글이 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미혹이 들어가면 고찰이 되고,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네. 그래서 난 언제나 그 중심을 잡는 데 고생을 해 왔지.”
안타까운 일이야.
그는 그리 말하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나도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머리에 든 게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이 생겨나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와 확실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웹소설, 즉 대중문학을 하는 사람이고, 상품을 만드는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듣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내 이야기만 할 거라면 순수문학을 했겠지.
장르를 막론하고, 대중을 고려하지 않는 상품은 결국 이상을 안고 익사한다.
물론 운이 좋아 그 이상이 현실에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진짜 운이 좋은 거지.
그 로또가 언제 또 터질 것이며, 그게 나라고는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미래에서 성공한, 이 과거에서도 성공할 만한 형식을 다듬어 내놓는 데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그 형식은, 다행히도 이 과거의 대문호가 보기에도······ 썩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반면 보게. 자네와 캐럴 선생이 보여준 [수학의 기사>를 보고, 나는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네! 세상에! 이토록 순수하게 어린아이들의 동심을 지키며 계몽도 시켜 주는 문학이라니! 문학가로서 아이들을 직접 계몽하는 방법을 알려 준 것이나 다름없지! 이런 인류 전체의 진보나 다름없는 일에 불쾌해하는 놈들은 전부 그리스도께서 지옥에 떨어뜨리실 게야!”
“하하, 저야 뭐······ 시각을 잠시 돌려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암!”
마크 트웨인이 불타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점점 보면 볼수록, 뭔가 속에 고성능 화력 발전소라도 키우고 계신 분 같다.
“그래서 설마, 수학 하나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아, 물론입니다.”
그건 당연히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으로선 대략······ 수학 포함해서 대여섯 개 정도의 과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음, 과학이 빠지진 않았겠지?”
“그게 고민입니다. 과학을 둘로 할지, 셋으로 할지로요.”
“허어?”
마크 트웨인의 경악에, 나는 쓰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었다.
사실 과학이라고 묶어서 퉁 치긴 하지만 물리와 화학, 생물학은 전혀 다른 과목이니까.
무엇보다 내가 문과니까 이걸 제대로 정하기가 어렵다.
내가 마지막으로 배운 과학은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략적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남을 가르칠 정도라기엔······ 아무래도 정리가 안 돼 있지.
기껏해야 원소주기율표 정도나 머릿속에 들어 있을 정도려나?
“둘? 셋?”
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에 마크 트웨인은 오히려 놀라더니 자신의 콧수염 끝을 빠르게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윽고 음, 그래. 그런 건가? 라고 중얼거리더니 히죽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자네, 생각보다 더 과학에 대한 관념이 깊군.”
“아, 예······ 뭐 그 정도까진 아니긴 한데.”
“하하, 뭘 그런 걸로 부끄러워하나. 배움에 대한 욕망은 죄가 아닐세.”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흐뭇하게 웃는 그는, 이윽고 눈을 가늘게 뜨며 피고 있던 파이프를 입에서 뗐다.
“흐음, 그러면 그쪽은 나에게 맡겨 주지 않겠나?”
“예? 혹시 과학을 통째로요?”
“그래. 내가 아는 과학자 중에 이런 쪽에 진심인 녀석들이 좀 많네. 특히 닉(Nick), 그 친구라면 툴툴거리면서도 발 벗고 나서 줄 게야. 안 그런 척하면서 자네 팬이거든.”
“하하, 그거 감사한 말씀이네요.”
“흐흐, 요정 같은 게 세상천지에 어디 있냐고 말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부리나케 노트에 메모하는 그 친구 모습을 자네가 봤어야 하는데······ 참, 그러고 보니 자네 진짜로 요정을 믿는 사람은 아니겠지?”
“하하하. 그건 그냥 쓰기 좋은 소재죠.”
“흐흐흐흐! 역시 그렇지?”
10달러 땄다고 좋아하는 마크 트웨인을 보며,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보자, 미국인 과학자인 닉이라. 근데 그런 사람이 있던가? 절로 고개를 갸우뚱거려진다.
물론 내가 미국 과학자를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닉이란 이름의 미국 과학자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퓨리는 정부 요원이고, 와일드는 아이스크림 장사꾼 출신 경찰이니까 말이다.
혹시 애칭인가? 니키? 도미닉? 니콜라스? 설마 니콜라 테슬라는 아니겠지?
드워프 도시의 거대 교류 송수탑에 감명받았다는 걸 보면 그럴싸하긴 한데······ 그 양반이랑 마크 트웨인이랑 친구 사이였던가?
에라 모르겠다.
중요한 것도 아니니, 맞으면 좋고 아님 말고지 뭐.
“그러면 과학 편의 집필은 맡겨드려도 될까요?”
“물론일세! 오히려 뜻깊은 일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군. 벤틀리 씨, 원고 다 쓰면 곧장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소.”
좋다.
나는 히죽 웃으면서 마크 트웨인의 손을 잡았다.
아직 구두계약이긴 하지만, 세상에. 내가 좌 캐럴 우 마크를 두게 될 줄이야. 이게 성공의 보증 수표지.
“참, 그런데 과목이 과목이다 보니, 아무래도 아서 왕 연대기에서 따오기만은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드네만.”
“아, 스토리 쪽은 자유롭게 꾸며주셔도 됩니다. 같은 학습 도서 시리즈로만 성립하면 되지, 굳이 연관성을 가질 필요는 없지요.”
“음······ 그게 그래도 괜찮나? 같은 출판사라곤 하지만, 같은 작가가 쓰는 것도 아닌데······.”
“레이블(Lable)로 묶으면 되죠.”
나는 담담하게 말하다가 의아해하는 마크 트웨인과 벤틀리 씨의 얼굴을 보고 헛기침했다.
그러고 보니, 이 구분은 원래 일본 쪽에서 유래했었지 아마?
“책 표지 제목 위에 무슨 무슨 시리즈라고 미리 적어 두는 겁니다. 당연히 저자명, 제목과는 별개의 색으로요.”
“호오······.”
“아니면 뭐, 가령 표지의 그림을 비슷하게 한다든지. 그렇게요.”
“흠, 표지만 봐도 알아볼 수 있게 하자? 그거 괜찮군.”
“하지만 작가님, 이번 [아서 왕과 수학의 기사>에는 그런 게 없는데요?”
“2쇄 본부터 붙이면 되죠. 아니면 두 번째 시리즈가 나올 때부터 붙이거나.”
학습만화 시리즈 중에서 조난생존 만화 시리즈가 이런 케이스였다.
그건 처음엔 4권 단위로 작가진이 바뀌다가 나중엔 어느 한쪽으로 정착을 했었지 아마?
“자네는 사업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군.”
마크 트웨인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일단 미래에서 성공한 방식이니까 해 보자는 것뿐이고 내가 떠올린 것도 아닌데. 이쪽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너무 부담스러우신데요······.
“어딜 가나 성공할 수 있을 법한 인간상이야.”
“에이, 설마요. 전 원래 있던 나라에선 그닥······.”
“아니, 자네의 임기응변 능력은 틀림없이 대단한 수준일세. 직업의식도 훌륭하고, 아주 바람직해.”
어, 음. 뭔가 과하게 얼굴에 금칠해 주시는 것 같긴 한데, 왠지 아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명확하게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눈빛이랄까? 그런 묘한 집념에 가까운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조금 머리가 아파진다.
“벤틀리 씨. 이 에일 좀 더 갖다 주시겠소? 이거 괜찮군.”
“아, 예. 알겠습니다.”
게다가 벤틀리 씨까지 내쫓으신다?
그렇게 나는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를 작은 노인의 몸에 응축시켜놓은 것 같은, 미국인 작가 겸 사회운동가와 한자리에 앉게 되었다.
“사실, 만나기 전에는 직접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만.”
“예.”
“한슬로 진, 하나만 묻겠네. ─자네는 여기서 만족하나?”
“······만족이라.”
나는 떨떠름하게 마크 트웨인의 말을 되새겼다.
만족(滿足), 만족(satisfaction)이라······.
글쎄, 묘한 말이긴 하다.
한자로는 채운다는 의미를.
영어로는 충족시키다, 배상한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 그리고 그 어원까지 가게 된다면 참회한다는 의미까지 지니게 된다.
과연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 이 단어를 꺼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난 아직 어떤 의미로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기엔 작가라는 생물은 생각하고, 표현하며, 독자라는 관심을 끝없이 갈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인간이니까.
“그래, 역시 그러했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마크 트웨인은 마치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테이블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린 채 이쪽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리고 이윽고, 나직이 툭 하고.
폭탄을 던져 버렸다.
“자네, 미국에 올 생각 없나?”
“······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