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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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나(2)
뭐지?
나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 나는 자선기금을 위한 낭독회(의 탈을 쓴 연극 겸 콘서트)에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웬 할머니랑 장교한테 끌려 나와 갑자기 마차를 탔고. 그리고, 그리고······.
음······.
‘나, 혹시 납치된 건가?’
그런 내게 납치범, 마치 드워프 대족장처럼 생긴 할머니······ 알렉산드리나 씨가 내게 말했다.
“흠, 꽤 긴장했나 보군요.”
“어, 음. 예.”
“뭐, 걱정할 거 없어요. 이 할망구가 성질은 더러워도 애꿎은 사람을 해코지하진 않으니까.”
“에······.”
뭐지 이 사람? 왜 나한테 은근히 화가 나 있는 거 같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알렉산드리나 씨가 내게 슬며시 몸을 숙이더니······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피터는 왜 죽이셨죠? 미스터 한슬로 진?”
······뭐요?
“쿨럭, 쿨럭!”
“저런. 여기, 물 좀 가져와요.”
그 말에 장교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맑은 물을 쪼르르 따랐지만, 나는 도저히 그것을 받아 마실 정신이 없었다.
아니, 설마 피터 죽인 것 때문에 날 납치한 거야? 그보다 내가 한슬로 진인 건 어떻게 안 거고?
‘이거, 그거지? 코난 아서 도일이 겪었다는 그거.’
와, 내가 이걸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아니 그보다 난 착실히 부활시켜 뒀잖아? 애초에 죽은 것도 아니고 그냥 죽기 직전인데 살아난 거잖아? 그거면 된 거 아닌가?
“혹시나 해서 말이지만, 사경에서 간신히 살아났으니 된 거 아니냔 핑계는 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때 이 늙은 몸에 줬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으니까.”
“딸꾹.”
“아, 손주 며느리가 한동안 울었단 것도 추가해야겠군요. 순진한데 이상한 부분에서 고집이 강한 아이라, 달래는 데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도요.”
“그······ 면목이 없습니다······.”
“그럼 설마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요? 그냥 쓰던 대로 쓰면 될 걸 왜 그런 헛짓을 했나 몰라.”
코웃음을 치며 그렇게 말한 노파의 그 말에 나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만큼은 말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빛을 보며 노부인 역시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흐음? 혹시 할 말이 있으시오?”
“예, 그렇습니다.”
“면목이 없으면서 할 말은 있다?”
“······.”
“좋아. 한번 들어 보죠.”
“크흠, 그러면.”
운은 띄웠는데 어쩐다······ 나는 나를 납치한 납치범의 행색을 살폈다.
내가 비록 탐정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류층과 오래 교류하면서 대충 눈치는 충분히 길렀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이 할머니는 보통 상류층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하는 데다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에서 묻어 나오는 에고(ego)가 상당히 강한 편이다.
심지어 무례하진 않으면서도 하대가 능한 것을 보면······ 얼마나 높으신진 모르겠지만, 아마 꽤 높으신 집안의 뒷방에서 부처님마냥 앉아 계신 분이겠지.
그리고 그 손 위에서 손오공이고 뭐고 다 놀려 먹고 계실 거고.
즉, 아주 완고하고, 아주 높은 사람이며, 사람 말을 더럽게 안 들어 처먹는 부류다.
이런 부류엔 전문적인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안 들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냥 다이렉트하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그냥 때려 박는 게 최선이다.
“저는, 그게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썼습니다.”
“흐음.”
됐다.
콧김을 불긴 했어도 말을 끊지는 않는 것을 보면, 일단 들어는 주겠다는 얘기.
나는 차분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말씀하신 대로 주인공을 죽여서 독자분들께 너무 큰 충격을 드린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설사 그 원고를 쓰기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똑같이 쓸 겁니다.”
“자신만만하군. 왜지?”
“말씀드린 대로, 그게 제 글을 제일 재미있게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노파, 알렉산드리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팡이를 쥘 듯한 손이 울긋불긋해지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휘두르고 싶은 모양새였다. 나는 다시 이야기의 맥을 이었다.
“저는 제 글은 쉽고 가볍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 글은······ 제가 말하기도 뭐 하지만, 휘발성이 매우 강합니다.”
“휘발성?”
“쉽게 말해, 금방 잊힌다는 겁니다.”
“잠깐, 그건······.”
노파는 무어라 반박하려 했지만 금세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 책의 어느 장면, 어떤 문장을 읊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기억나지 않았겠지.
피터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장면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는 기억나지만, 그게 대사나 문장까지 완벽히 출력되긴 힘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건 등가교환이니까.
쉽게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쉽게 머리에서 빠져나간다.
어렵게 들어온 것은 늦게 빠져나간다.
공부할 때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괜히 문제집 풀 때 자기 실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걸 풀라고 하는 게 아니다.
나만 해도,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웹소설의 문장들을 다 기억나지 않는다.
순문학은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순문학은 기억시킨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라거나, ‘시간아, 멈춰라. 너 참 아름답구나!’ 같은, 역사에 길이 남은 문장을 생각해 보면 명확하다.
단순히 명장면의 명대사라서가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가 잘 짜인 예술이라 그렇다.
어휘 하나하나 공들여서, 마치 화강암을 깎아 내듯 문장을 벼리고 또 벼려 낸다. 그렇기에 오래 인상에 남는다.
퇴고(推敲)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이다.
하지만 웹소설은 그런 문장을 짤 시간도, 주입시킬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웹소설은 이를 대신해 장면을, 그리고 캐릭터를 깎는다. 그리고 주입한다.
“주인공을 죽이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충격적인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3화 만에 죽어 버려 전설이 되어 버린 마법 소녀와 비슷하다.
실제로 그 마법 소녀는 그 뒤에도 계속 나온다. 회상이든 다른 시간대였든.
하지만 3화에서 매우 충격적으로 죽어 버렸기 때문에, 대중에게 그 캐릭터는 ‘3화에서 죽은 애’로 기억에 남는다. 잘 짜인 임팩트라는 게 그렇다.
물론 웹소설이라 할지라도 진짜 잘 쓰는 사람들은 장면도, 대사도, 캐릭터도 기억에 남게 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난 그 정도 경지는 아니라서.
다행히 알렉산드리나 씨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략 이해가 간 눈치였다.
“그렇기에, 쓰던 대로 썼다간 금방 잊힌다는 건가요?”
“예. 그래서 죽였습니다.”
잊히지 않기 위해.
죽음으로서 불멸이 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게 사실이니 어쩔 수가 없다.
“······참 자랑스럽게도 말하는군요. 결국 당신이 무능하기 때문이란 것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뭐라······.”
“근데, 무능한 놈은 살면 안 됩니까?”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차피 소설이란 건 근본적으로 환상을 파는 직업입니다. 특히 저처럼 요정 같은 허구의 산물을 주제로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제가 제 부족한 문장력을 포기하고, 빠른 전개를 선택한 것 역시 누군가에겐 허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구를 파는 직업이, 그 무능을 숨기는 허구조차 기술로 삼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하나의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허!”
“무엇보다······ 그래서 제 글은 재미없으셨습니까?”
이에 말문이 막혔다는 듯 노파, 알렉산드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다. 나도 이게 헛소리인 거.
하지만, 그 헛소리를 참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바로 매출이 아닌가.
나는 이미 주간지와 월간지에서 수십만 부를 팔고 있었고, 매출로서 내 능력을 증명했다.
대중이 인정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방식을.
노부인도 그것을 알고 있는 모양인지, 그저 말없이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한숨을 푹 쉰 그녀는 마차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지친 듯 물었다.
“······그러면, 그 아서 코난 도일인가 하는 놈은? 그놈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란 건가요?”
“그, 아뇨. 직접 만나진 못했습니다만, 그 작가는 진짜 죽여 버리고 싶어서 죽인 걸 겁니다, 아마.”
애초에 순수하게 역사소설을 쓰고 싶던 인간이었고, 셜록 홈즈라는 명작을 만든 주제에 이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양반이니······.
“후, 이해가 안 되는군요. 이해 가······ 하여간 이래서 예술가란 것들은, 쯧.”
아니, 그건 예술가라서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늙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흔히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꼰······.
물론 입 밖으로 냈다간 진짜로 화낼 테니 참았다.
머리에 피가 올라서 두다다다 쏘아낸 기분이긴 하지만, 왠지는 몰라도 이 할머니한테 거스르면 진짜 주옥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싹 돈단 말이지.
“그럼, 내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아, 예. 하십시오.”
“잘 쓰는 걸 도외시하고 그토록 열심히 ‘파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건, 그만큼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뜻일 텐데.”
“뭐······ 그렇죠.”
“그런데 왜 이번 기부 재단을 조성한 거죠? 게다가 돈까지 그렇게 많이 들여가면서.”
“아, 그건.”
“그렇게 열심히 써서 번 돈이잖아요? 그 돈을 얼굴도 모르는, 전혀 다른 나라의 비렁뱅이들에 뿌린다는 건······ 좀 아깝지 않나요?”
거참, 말이 심하시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노파를 보았다. 이러니 영미권 억만장자들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란 소리를 듣지.
이것만은 참을 수 없지. 난 얼굴을 찌푸리면서 답했다.
“말씀이 과하시군요. 그거야 당연하잖습니까.”
“허, 과해······?”
“당연히 제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이니까 그렇죠.”
그 당연한 것에, 큰 의미를 둬야 하나?
무엇보다.
“게다가 원래 작가란 자기 욕이 강한 생물입니다. 그리고 전 그 욕심이 아주 그득그득합니다.”
“욕심이라고요?”
“이스트엔드엔 가 보셨습니까?”
내 맥락 없이 내뱉은 말에, 노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딱 봐도 고귀하신 분인 만큼 그런 적은 없을 거 같은데······.”
“그래요. 내가 왜 그런 더러운 곳에 가야 하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은, 영국인 노파 알렉산드리나가 아니었다.
낄낄거리며 발을 걷어차던 누군가였고.
그런 거 볼 시간 있으면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던 누군가였으며.
귀찮음을 숨기지 못해 그저 쓴웃음으로 일관하던 일개 공무원 아무개였다.
그때 나를 위로해 준 것이 바로 소설이었다.
그래서 만들고 싶었다.
아주 잠시라도 재미있다, 궁금하다. 내일도 보고 싶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나는 말했다.
“글을 못 읽는 사람에게도, 글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도······ 그러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대중을 사랑하는가?”
“나고 자란 땅을 사랑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나는 담담히 내 나름의 대중론을 설명했다.
대중 문학가가 대중을 위하고, 대중이 생육하고 번창하게 하려는 건, 결국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라고.
내 얘기를 다 들은 노부인은 이제까지완 다르게,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책을 사 줄 대중 자체를 늘리고 싶다, 라.”
노부인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성장한 뒤에는 그대를 버릴 수도 있는데?”
“그건 제 능력 문제죠.”
나는 당당히. 아니, 스스로 광오하다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말했다.
“저는 버려지지 않을 겁니다.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글을 쓸 겁니다. 설령 버려지더라도······ 제 발로 기어 올라와서 어떻게든 성공할 겁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노부인이 마치, 천둥이라도 치는 것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마치 무척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는 듯, 혹은 확신을 얻었다는 것처럼.
미혹 하나 남기지 않은, 무척 시원하면서도 거침없는 웃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노부인은 이윽고 금박이 장식되어 있는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아 내더니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래, 그건 그나마 마음에 드는 말이군.”
뭐지. 말투가 뒤바뀌었다.
지금까지로도 부족한 카리스마는 아니었지만, 마치 숨기던 것마저 집어치웠다는 듯.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 감사합니다······.”
“왜 갑자기 그렇게 떨어 대나? 이미 소리도 치면서 할 말 안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만.”
아니, 뭐······ 그거야 잠깐 머리에 피가 올라서 그랬던 거고요. 저도 후회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그때였다.
“세우게.”
“예!”
노부인이 말하자마자, 귀신같이 마차가 멈춰 섰다.
그 앞은······ 어라? 사보이 극장이네? 그러면 거 뭐냐, 그냥 주변을 뺑뺑 돈 거야?
“아주 재밌는 팬 미팅이었소. 한슬로 진 작가님.”
“아, 음. 예. 저도 무척 재밌었······.”
“흰소리 말고.”
노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새하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러더니 만년필로 그 위에 무언가를 휘적이더니, 내게 내밀었다.
“갖고 가게.”
“예?”
“갖고 가라고. 그리고 어디 한번 열심히 해 보시게나.”
아니, 이게 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날 이 마차에 던지듯 넣었던 그 해군 장교가 날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럼, 다음에 또 보길 기다리고 있겠네. 출발해.”
“예!”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대체 뭐야······ 뭔가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그렇게 얼떨떨해하던 내게 굉장히 익숙한 누군가가 다가왔다.
“자, 작가님! 괜찮으십니까!”
“벤틀리 씨?”
“아이고, 예! 저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입니다! 갑자기 실종되셔서 정말 크게 놀랐습니다!”
실종이라······ 실종이라면 실종이지.
잠깐이나마 팬에게 납치당했던 거니까.
가만, 나 진짜 위험한 상황이었나? 혹시 ‘미저리’ 당할 뻔했던 거 아냐?
“그러고 보니 작가님, 손에 들고 계신 그건 뭡니까?”
“어······ 글쎄요?”
팬레터인가? 하고 내가 그것을 펼친 순간.
“······뱅크 오브 잉글랜드(Bank of England)?”
“자, 작가님! 이, 이거!”
“설마······.”
나는 입을 벌렸다. 그리고 다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것은 수표였다.
그것도 납치당한 것에 불만을 품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 적힌 수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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