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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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1)
그는 참지 않고는 밀러 씨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래, ‘참지 않고’다.
이 행동만으로도 그의 성향이 대략 예상이 갔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날 찾고 있다는 점이지만.
내가 움찔거리자, 밀러 씨는 멱살이 잡혀 흔들리는 채로도 웃으면서 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턱짓으로 조지 뉸스를 가리켰다.
아, 이거 대충 장난칠 때의 표정이다.
다른 의미로는 그 정도로 가깝고, 그러니 믿어도 된다는 의미기도 했다.
뭐, 그렇다면야.
난 가볍게 걸음을 옮겨 밀러 씨를 쥐고 흔들고 있는 그의 뒤로 다가갔다.
“왜 말이 없나? 당장 그 한슬로 진 작가를 데리고 오게!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그, 저기 실례합니다.”
“응? 아아, 미안하네. 조금 소란스러웠군. 하지만 내 지금 이 친구에게 따질 게 있어······.”
“아, 그런 게 아니라요.”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말했다.
“제가 바로 그 한슬로 진입니다.”
“어? 어······ 어, 어?”
“네, 접니다.”
나라고.
***
조지 뉸스.
현대 한국에선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미국의 신문왕 허스트에 비견되는 ‘잡지왕’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다.
스트랜드 매거진부터 시작해서, 와이드 월드 매거진, 웨스트민스터 가제트, 그리고 컨트리 라이프 같은 런던을 뒤흔들 잡지들의 창안자.
대중 시장이 원하는 주제로 잡지를 만들어 파는 데에 특화된 언론계의 거물.
뭐, 그런 사람이 나를 찾는 이유라고 한다면······.
“제발 좀 도와주게!! 이대로면 우리 스트랜드 매거진은 폐간하고 말아!!”
뭐긴 뭐야, 셜록 홈즈 땜빵이지.
내가 기억하기로, 셜록 홈즈가 죽은 건 1894년의 최후의 사건이었다.
그런데 아서 코난 도일 이 양반, 뭐에 꽂혔는지 원 역사보다 빠르게 셜록을 죽여 버렸다.
대체 뭐가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이유로 스트랜드 매거진의 매상은 원 역사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떡락했고 이윤이 존재 이유인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중대 사태였던 것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폐간은 좀 과장인 것 같지만.
그도 그럴 게.
“지금 연재하고 계신 다른 작가님들도 대단하신 분들 아닙니까?”
“물론 괜찮은 사람도 있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지금 연재 중인 작가,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러디어드 키플링, 아서 모리슨, 찰스 그랜트 앨런 등등.
셜록 홈즈만큼은 아니지만, 대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하지만 난 고작 그 정도를 원하지 않아.”
“고작이라니요.”
“문학적으로 좋은 작품이라는 건 인정하네. 하지만 그 작가들은 셜록 홈즈나 자네, 한슬로 진만큼의 대중적인 작품을 쓰지 않아!”
한마디로 돈이 되질 않는단 말이야!
그는 그리 말하며 텅! 하고 탁자 위에 머리를 박았다.
아니, 그래도 키플링이 그 정도는 아닐 텐데.
뭐, ‘백인의 의무’니 하니 뭐니 하는 말을 만드는 등, 좀 지나치게 꼰대에 제국주의자에 병신 새끼긴 하지만······ 그 사람, 이 시대가 원하던 백인의 시대 정신 그 잡채 아니었던가. 그래서 판매량도 나쁘지 않고.
하지만 조지 뉸스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말했다.
“그 인간, 지금 미국에 있네.”
“아.”
“좀 영국에 들어와서 진득하게 연재나 하라니까 말을 안 들어 처먹어! 아직까진 그래도 월간인데다 땜빵이 되니 망정이지, 대서양을 건너온 원고가 얼마나 대중을 잘 이해하겠나, 응?!”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게 대중 취향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한 달 사이에도 순식간에 바뀌는 게 대중의 방향성이라는 거니까.
게다가 이 시기의 영국과 미국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꽤 다른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애쉬필드에 있던 내가 런던에서 인기를 끌었던 건 뭐······ 그나마 보편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 동심과 사이다패스를 공략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잠깐 밀러 씨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거침없이 물었다.
“제가 셜록 홈즈를 대신할 신작을 써 주길 원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네. 돈은 섭섭잖게 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조지 뉸스는 자신이 생각한 금액을 읊었다.
흐음, 확실히 그가 당당하게 말할 만큼의 금액이다.
······내가 아직 재단을 굴리기 전이었다면 말이지.
“좀 부족한데요.”
“으, 으음?!”
나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말씀처럼 잡지의 위기잖습니까? 겨우 한 작품이라지만 그래도 경쟁 잡지에 실리는 건데, 저도 저쪽의 면을 살릴 만한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좀 더 얹어 주시죠.”
“아니, 작가가 여기저기 연재할 수도 있지 무슨······.”
“아무튼! 저도 딱히 억지를 부리고 싶은 건 아닙니다.”
어차피 인세라든지 나올 수 있는 돈은 상한이 있는바, 내가 원하는 것은 오히려 이쪽이었다.
“그래서, 그곳의 스폰서를 맡아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내 말에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잠시 턱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렇게 잠시의 고민 후.
“······과연.”
조지 뉸스가 입을 비틀었다. 역시 잡지왕이라 불리는 사업가라 그런가, 눈치가 빠르다.
“자선은 자선대로 하고, 감세는 감세대로 받겠다?”
뉸스 사가 이쪽의 후원에 들어오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여럿 있다.
우선 감세의 혜택.
지금 내 인세가 꽤 많이 벌어들이고 있고, 이 시기에 프리랜서 감세 혜택 같은 게 아닌 만큼, 내는 소득세도 좀 센 편이다.
그리고 지금의 영국에도 자선 재단에 투자하면 그만큼 감세해 주는 제도가 존재한다.
이러면 답은 나온 거나 다름없지. 기왕 내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적게, 그리고 의미 있게 쓰이는 편이 좋으니까.
이것만 해도 상당하지만, 겨우 이 정도만 바랐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겠지.
내가 그를 이 일에 끌어들이고자 한 것은 보다 간접적인 이유에서였다.
우선, 이 시대. 카르텔이라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인맥 및 커넥션이 가진 파워가 어마어마하다.
가장 바닥인 하인조차도 추천서가 없으면 일하기 힘들 정도니 상류 사회 쪽은 오죽할까?
물론 내겐 밀러 씨라는 든든한 후견인이 있지만, 본디 이런 사업은 그 인맥이 거미줄처럼 빽빽이 얽히고설킬수록 견고해지기 마련.
게다가 조지 뉸스는 자수성가긴 하지만, 아버지가 성공회 목사이기도 했으니 미국 이민 출신인 밀러 씨와는 또 다른 루트의 인맥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거다.
무엇보다 이름 높은 출판사 둘이 얽힌 재단이라는 것이 주는 상징성 역시 무시할 수 없지.
이런 사업에 있어서 명분은 그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기도 하니까.
기왕이면 왕실의 후견으로 지원까지 받고 싶긴 한데······ 그건 좀 무리겠지? 제아무리 뉸스 씨라 해도 왕실을 끌어들일 정도의 인맥은 없을 테니까.
아무튼 언론계의 큰손을 끌어들이는 셈이니 나에게 있어서는 이득이 많았다.
게다가 이게 나만 이득이 되는 일인가 하면······ 아니다.
조지 뉸스 사 역시, 감세를 받을 수도 있고 이미지 세탁을 할 수도 있으며, 대중 컨텐츠의 선구자인 만큼 대중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한다는 명분을 가져갈 테니 결코 나쁜 장사는 아니겠지.
“우선 이런 느낌입니다. 어떤가요? 뉸스 씨에게도 상당한 득이 되리라 여겨집니다만.”
“허허, 협상에 능숙하군. 혹시 자네 중국 출신인가?”
“아뇨, 코리아 출신입니다만.”
“흐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아무튼.
조지 뉸스는 다시금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이윽고 만족한 듯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겠네.”
“좋습니다.”
내가 손을 내밀자 그가 강하게 맞잡으면서 위아래로 크게 손을 휘저었다.
이것으로 계약 성립.
자세한 내용은 이후 대리인을 통해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걸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봐야겠지.
그도 그럴 것이.
“자, 그러면 이제 어떤 작품을 실을지 이야기해 볼까?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재미! 대중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일세. 어중간한 이야기라면 설사 자네의 작품이라도 반려하겠어.”
“그야 당연하죠.”
어떤 작가가 기대 이하의 망작을 던지려고 생각하겠어.
내 대답에 그는 내심 기대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이쪽을 향했다.
“그래서 혹시 생각해 둔 이야기는 있는가? 아니면 뭔가······ 써 뒀던 이야기라든지.”
마치 등 뒤로 두근두근 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듯한 압박감이다.
이 아저씨······ 역시 아닌 척하면서 겁나 가슴 졸이고 있으셨구먼.
그런 모습에 보답하듯 나 역시 강하게 말해 주었다.
“아뇨, 그런 건 없는데요?”
“뭣?”
“이제 이야기됐잖아요? 당연히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죠.”
정말 없는 건 아니지만 잡지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거나, 전부 러프한 수준의 파편화된 밑그림에 불과하다.
그런 날것을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지. 상업성이 있는지, 대중들이 좋아할지, 장기 연재가 가능한 소재인지 등등 아직 답을 구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끙.”
그도 그 부분엔 동의하는지 애써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 잠시만요.”
나는 타운하우스 응접실 의자에 앉아, 수첩을 꺼내 들고 천천히 구상을 시작했다.
보자, 내가 지금 들어가는 건 [셜록 홈즈>의 땜빵이지.
그리고 내가 연재를 진행할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은 처음 연재할 때부터 [셜록 홈즈>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성인 취향, 이 시대답게 고딕 소설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 많다.
그렇다면······, 비슷한 장르를 쓰는 게 어필하기도 좋겠지.
고딕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흡혈귀, 늑대인간과 같은······ 인간이 항거하기 어려운 존재들에 휩쓸린 평범한 사람들을 다루는 소설.
그러면서도, 그것들에 항거하는 기독교적 도덕률을 충분히 갖춘 이성의 전사들.
현대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보자면 [검은 검사(Berserk)>나 [지옥의 노래(Hell’sing)> 같은 장르일까? 아니, 이 시기라면 [드라큘라>에 가까우려나.
‘그렇다면.’
머릿속의 소재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본다.
좋아. 이걸 이렇게 짜깁기를 하고, 거기에 연재에 적합한 설정을 넣으려면······.
정신을 차려 보니, 수첩 위가 빽빽하다. 정리되었다기보단 휘갈긴, 손가락이 만든 깜지였다.
좋아, 나는 모든 것이 조합된 내 나름의 마인드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기본 베이스로는 추리가 들어갈 겁니다.”
“추리라고? 혹시 탐정물인가?”
“하하, 그건 아니고요. 제가 그렇게까지 그걸 전문적으로 쓸 정도는 안 돼서······.”
물론 나도 셜록 홈즈 같은 추리소설 자체는 좋아한다. [꼬마 탐정 남도일> 같은 탐정 만화나 니시노 게이고(西野圭吾) 같은 본격파 추리소설도 재밌게 봤고.
하지만 전에도 말했던가? 웹소설에서 추리소설은 전혀 안 먹힌다고, 이건 작가들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연재 방식 자체가 추리소설과 안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써 본 적이 없다.
쓸 자신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스트랜드 매거진>에 본격 미스터리 추리물을 내는 건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그것도 한없이 잃을 확률이 높은 도박.
마치 원 페어를 들고 올인 거는 미친 짓과 진배없다는 거지.
“대신, 추리를 양념으로 쓸 순 있겠죠.”
“양념?”
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며 가볍게 웃으며 답해 주었다.
“이번 소설의 주제는 간단합니다. 권선징악이죠.”
“호오.”
“그렇군요, 대충 장르에 이름을 붙여 본다면······.”
난 밀러 씨 쪽을 힐끔 보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히어로물’이 되겠네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