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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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 가문의 개
“퇴근합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고생했네, 지미!”
“수고하셨습니다, 제임스 과장님!”
런던의 한 무역회사.
과장 제임스는 최근 몇 달간 그랬던 것처럼 활기차게 퇴근했다. 아니, 오늘은 평소보다 더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늘이 드디어······!’
월급날······ 이면 물론 그것도 좋겠지만, 이 역시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에 못지않은 날.
바로 [스트랜드 매거진>의 정기 발간일이다.
품위 있는 런던 시민이자 정통 있는 셜로키언, 그리고 최근엔 한슬리언에도 합류한 그는 매달 이날만 되면 지출액이 평소의 두 배 가까이 뛰곤 했다.
사실상, 이 한 달간 절약하는 이유는 오직 이날만을 위해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던브링어>의 발간을 놓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와 일부 소설 광팬들이 이용하는 단골 서점으로 들어갔다.
조금 외진 곳에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스트랜드 매거진>과 같은 경쟁이 지나친 책들을 구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정말이지, 저번에도 최고였지!’
설마하니 새로운 라이벌인 형사이자 빛의 전사, 라이트레이(Lightray)가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의 전인(傳人)이자, 에드먼드 에어하트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다니. 런던의 평화를 수호하는 두 전사가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경쟁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한니발과 스키피오를 보는 듯했다.
그야말로, 셜록 홈즈가 죽어 버려 생긴 그의 갈증을 완벽히 메워 줬······ 다.
‘정말 그러한가?’
순간 제임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던브링어는 재밌다.
충분히 그 자체로도 [스트랜드 매거진>의 간판이 될 만한 매력을 가진 강력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그렇기에 그도 이렇게 열광하고 있는 것 아닌가.
[던브링어>의 에드먼드 에어하트는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뒷골목을 호기심의 눈으로 보게 만들었다.그가 최근, 뉸스 사가 판매하기 시작한 쓸모는 없지만 멋진 왼팔 전용 완갑(腕甲)을 산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셜록 홈즈>와 완전히 같은 맛이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신화와 전설, 독특한 세계관을 표방한 가슴 뛰는 전투는 좋았다.
하지만 범인의 행적을 추리하고 서술하면서 냉철한 판단을 하는 홈즈나, 무거운 순간 추임새를 넣는 감초 같은 왓슨. 이런 무게감 있는 추리물의 분위기는 없었으니까.
위스키가 아무리 맛있다 해도, 칼칼한 맥주를 먹고 싶을 때는 또 다른 법. 먹다 보면 취기가 올라온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둘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하아, 어쩔 수 없지. 영국의 자랑 셜록은 이미 죽었는걸.’
그도 이젠 체념의 단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는 평생, 이 아릿한 그리움을 안고 살리라고.
그런 아쉬움을 참고, 그는 단골 서점에 들어서려고 했다.
즉, 들어서진 못했다.
그는 멈춰서 눈을 비빈 뒤, 서점 창문에 붙어 있는 한 선전 문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서 코난 도일 신작 입하!
아서 코난 도일.
제임스가 지금 제일 절실히 찾던 맥주 장인.
좋아할 법도 하건만 그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젠장, 또 그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다시 회원을 모아 불매 운동을 해야겠군!”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최근에 발매됐던 소설이 그 재미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역사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맥주 장인이 맥주를 말지 않고, 갑자기 와인 만든답시고 포도 식초나 만들고 있는데 화가 안 날 수 있나?
몇 년 전에 그가 응원하던 스토크 풋볼 클럽이 꼴등으로 강등됐을 때도 이토록 화가 나진 않았다.
‘아, 화염병 마렵네······.’
하지만, 그 밑의 문구는.
─셜록 홈즈가 돌아왔다! 신작 장편 [바스커빌 가문의 개> 출간!!
“장편······!?”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아, 이건 못 참지!
제임스는 후다닥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단골들이 평소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로 책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그들과 그 자신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제임스는 이미 그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으므로.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마침내 신작,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손에 쥔 승리자가 되어 책방을 나섰다.
그리고 집까지 달려갈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이름도 잘 모르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천천히 책을 펼쳤다.
얼마 전에도 곱씹어 봤던, 그것과 비슷한 문체의 글이 거기 있었다.
[“홈즈 씨, 그건 거대한 사냥개의 발자국이었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자신의 말에 본인도 심하게 동요된 듯, 모티머 박사의 목소리 또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홈즈도 흥분하였는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두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박사, 박사께서 그 발자국을 보셨다고요?”
“지금 홈즈 씨를 보는 것만큼이나요. 확실하게 봤습니다.”
“황무지에는 목양견이 많이 있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홈즈 씨, 저도 꽤 세계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그런 개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것은─ 세상에 있어선 안 될 정도로 커다란, 개의 발자국이었습니다.”>
“오, 오오······!”
돌아왔다.
드디어 돌아왔다! 그가 기억하는, 위대한 런던의 수호자. 냉철한 이성의 고문 탐정.
그들의 냉정하지만 친절한 이웃이 마침내 돌아온 것이었다.
물론 배경이 1889년. 셜록 홈즈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진 것보다 훨씬 이전으로, 사실상 부활한 것이라기보단 이전의 내용이 발매된 것이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일단 지금 당장은, 셜록 홈즈의 새로운 모험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즐거웠다.
게다가, 이번 작은 특히.
‘재밌어······! 이전 작들보다, 훨씬!’
아서 코난 도일이 단편보다 장편의 퀄리티가 높은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더욱 흥미로웠다.
예를 들자면, 이번 작품의 셜록은 전반과 후반에만 등장하고 온갖 미스터리와 맞서며 사건을 파헤치는 중반부의 내용은 사실상 존 왓슨이 도맡고 있었다.
존 왓슨이 헛다리 짚는 것은 어디 가지 않지만, 그가 전직 군인이었다는 점을 잘 살려 적극적으로 싸우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다른 셜록 홈즈 시리즈 장편은 미국, 인도 등 외국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사연이 길어 분위기를 깎아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물론, 스케일은 전보다 작은. 순수하게 영국의 다트무어만을 배경으로 했으나, 제임스는 오히려 그렇기에 같은 영국인으로서 더욱 잘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클라이맥스에서 그를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
“쉿, 조심해. 온다!!”
홈즈가 외쳤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권총을 장전했다.
몰려오는 안개 무리 사이에서 타닥타닥 내달리는 소리가 희미하지만, 끊임없이 들려왔다.
안개는 우리가 숨은 곳에서 채 50야드도 되지 않는 곳까지 몰려와 있었다.
나는 홈즈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비록 창백했으나 의기양양했고,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컹! 컹컹!! 컹!!
나는 얼어붙은 손으로 권총을 쥐어 벌떡 일어섰다.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무시무시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총을 쏠 뻔하였다.
그것은 거대한 몸집의 새카만 사냥개였다.
그러나, 주여.
그것은 이승에서 볼 수 있는 사냥개가 아니었다.
이빨을 드러낸 주둥아리에서는 푸른 불길이 뿜어져 나왔고, 눈은 연기를 내뿜으며 붉게 타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암사자만큼이나 커다래 보였다.
단언컨대, 저 안개를 뚫고 나타난 저 포악하고 사나운 형체보다 더 사납고 흉악한 짐승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 짐승이 헨리 경을 뒤쫓는 것을 눈치챘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이후 잠들어 있던 군인의 정신인지, 아니면 친구로서 헨리 경의 목숨을 지키겠다는 용기의 발로인지. 어쨌든 나는 어느새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타아앙!!
짐승이 소름 끼치게 울부짖었다. 명중한 모양이다. 개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한쪽 눈은 예의 연기와 함께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앞으로 나서는 나에게 홈즈가, ─그도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그래. 비명을 지르듯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왓슨!!”
“홈즈, 레스트레이드와 함께 가게!! 여기는 내게 맡겨!!”
“하지만!!”
“어서 가! 스태플턴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
잠시 고민하던 홈즈가 믿겠다고 속삭이며 달려가는 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좋아, 나는 숨을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나도 개를 기른 적이 있었지. 그래서 알아. 네놈은 그냥 짐승이야.”
나는 개가 내지르는 울부짖음을 ‘고통’이라고 해석했다. 그것이 내 두려움을 씻겨 주고 있었다. 개가 상처를 입었다면, 주여. 그것은 유령이 아니라 주님의 산물이란 뜻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죽일 수도 있다.
나는 침착하게 피를 흘리는 개를 노려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홈즈는 스태플턴을 체포했을까? 메리가 그립다. 헨리 경은 잘 도망쳤을까? 형······ 그런 오만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아주 잠깐 동안에 스쳐 지나간 순간.
개가 뛰었다.
내가 방아쇠를 당겼다.
“윽!”
반동으로 팔이 당겨진 것이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총탄을 피한 저 끔찍한 개가 내 머리를 모자와 함께 넝마로 만들어버렸을 테니까.
한번 몸을 구른 나는 침착하게 개를 다시 한번 노리려 했다. 하지만 저 악마의 산물이 더 빨랐다. 나는 이내 괴물과 몸을 뒹굴었다.
“이, 놈이!!”
나는 손을 휘저어 떨어진 모자를 잡아, 개의 머리를 짓이겨 눌렀다. 운이 좋게도, 그쪽은 개의 하나 남은 눈동자가 있는 자리였다.
끔찍한 울음소리를 낸 개가 물러섰다.
나는 그제야 놈의 목덜미를 붙잡고 뒤로 올라탔다. 드디어 마운트를 잡았다. 군대에서 배운 제식 레슬링이 아직 쓸모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놈의 뇌수에 한 발을 쏘아 주었다.
총소리가 귀를 때렸고, 마침내 끔찍한 개가 몇 번 발을 휘젓고 나서야 영원히 침묵했다. 놈의 머리 한가운데에 난 구멍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내게 헨리 바스커빌 경이 다가왔다.
“왓슨 박사님!! 괜찮으십니까? 맙소사, 그게 대체 뭡니까?”
“이것이 무엇이든, 안심하십시오. 이제는 죽었습니다.”
“그렇군요. 박사님이 바스커빌 가문의 유령을 완전히 무찌르셨습니다!”
헨리 경의 반짝이는 눈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개를 살폈다.
우리 앞에 죽어 있는 짐승은 그 크기만으로도 범상한 혈통의 사냥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야만적이었고, 비쩍 말랐으며, 비정상적으로 컸다. 마치 늑대와 암사자의 교배종 같았다.
특히, 이미 죽어 꿈쩍도 안 하는 데도 거대한 주둥이에서는 푸른 불꽃이 일고 있었다. 나는 불쾌감을 참아내며, 그 주둥이에 손을 대 보았다.
이내, 내 손에도 그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인광성(燐光性) 물질이군요. 교활하게도 빈틈없이 준비했습니다.”
“이럴 수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글쎄요. 저로서도 참 의아합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내가 사람 전문 의사라지만 생물학은 인간과 짐승이 크게 다를 바 없는 살과 뼈의 구조물임을 알려 준다.
이런 생물은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거대한 짐승의 몸을 살폈다. 검은 털을 벗겨 내자, 옆구리에 작게 어떤 문신 같은 것이 보였다.
맨 앞에는 대문자 M. 그 뒤에는 일련의 숫자가 늘어서 있었다.
대체 이게 무엇일까? 더 알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헨리 경의 몸이 우선이었다. 사실 나 역시, 그다지 정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나는 홈즈에게 이 M과 일련의 번호에 대해서 제대로 들었어야 했다.
영국 최악의 범죄자이자, 거대한 악의 중심인 그 남자에 대해서.
***
“굉장하다······.”
어린 소년······ 이라기에도 너무 어린 어린애, 찰리는 눈을 빛내며 어린이집 교사가 읊어 주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들으며 눈을 빛냈다.
곧 6살이 되는 찰리는 책을 좋아했다.
한슬로 진, 아서 코난 도일, 루이스 캐럴. 누구 하나 어린아이에게 충격을 주지 않았다 할 수 없는 이야기의 마술사들이었다.
이 어린이집은 일반적인 시설이 아니었다. 루이스 캐럴과 한슬로 진이 설립한 [앨리스와 피터 재단>이 세운 어린이집이었다.
그리고 목적이 ‘문맹 타파’인 만큼, 당연히 어린이집치고도 꽤 많은 책을 비치해 두고 있었다.
그 덕에 찰리는 술집에서 일하는 가난한 여가수의 둘째 아들치고 풍부한 독서량을 자랑하고 있었고, 무럭무럭 꿈을 키우고 있었다.
“야, 너 또 거기에 나가 보려고?”
“넌 안 될걸. 너무 어리잖아.”
“그래도 할 거야.”
찰리가 꼭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보이 극장의 [피터 페리> 연극 단역 모집에 대한 공개 포스터.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살부터야 들어갈 수 있는 단역이라지만, 혹시 아는가? 6살인 그라도 혹시 어떻게 정말 운이 좋아서 들어갈 수 있을지?
불우한 환경의 집시계 소년, 찰리는 포스터를 꽉 쥐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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