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67)
애초에 100만 부란 수치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가능성의 여부를 따진다면 영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어쨌든 7천만이나 되는 인구, 70명 중 1명만 사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망도 인쇄 기술도 열악한 터라, 일개 출판사의 수준에서 100만 부의 책을 만드는 건 감당하긴 힘든 시대.
그럼에도 100만 부가 팔린 것에는 일단 마크 트웨인과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값이 있었으며, 둘째로 그만큼 미국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찍었다는 뜻이었다.
이것까진 좋다. 좋은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회수하기 어려워진다는 소리였다.
미친 듯이 돌아간 윤전기의 금액은 공짜가 아니었으니까.
만약 회수하려 친다면 번 것에 지지 않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돈이 깨져 나간다는 거다!
테슬라는 물론, 마크 트웨인에게 그 회수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특히, 지금의 마크에게는 더더욱.
‘수지가 완치됐어요.’
숙모, 수잔 크레인의 집이 있는 엘미라에서 온 편지.
병약했던 큰딸, 수지 클레멘스가 이번에 번 막대한 금액으로 회복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에, 마크 트웨인은 뛸 듯이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투자 실패로 빚까지 있었는데, 이번 일로 그 모든 게 완벽하게 해결했으니 그는 지금 뭐가 되어도 좋았다.
게다가, 솔직히 그로서는 니콜라 테슬라의 걱정이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나로서는, 자네 걱정이 이해되면서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지금 시민들이 다치고 있잖아!!”
“그걸로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소송이 걸리면 문제지. 하지만 그런 것도 없잖나.”
마크 트웨인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들은 분명히 책의 첫 페이지에 적어 두었다.
‘이 책의 과학 원리를 제외한 모든 것은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지명 단체 인물 사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또한 일부 내용은 위험할 수 있으니 따라 하는 것을 지양할 것을 권고드리며, 이 책을 보고 따라 하는 모든 일은 저자 및 관계자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온전히 독자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책의 주제를 정했을 때, 한슬로 진이 이런 명문을 반드시 적어 두라며 주장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마크 트웨인과 담당 출판사, 그리고 출판사 전속 변호사는 각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니콜라 테슬라는 더더욱 그런 반응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우리가 지금 시민들을 위험에 빠트렸는데 소송이 문젠가!?”
“솔직히 그 정도 위험은 빠져도 돼. 애들은 원래 다들 그렇게 크는 거잖나.”
마크 트웨인은 당당하게 말했다. 니콜라 테슬라는 그런 마크 트웨인을 기괴하다는 듯 보다가, 깨달아 버렸다.
본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세르비아 지방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테슬라와 달리, 마크 트웨인.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는 내츄럴 본 아메리칸.
그것도 남북 전쟁 당시, 남측의 편을 들었던 미주리 주 남부 출신이다.
물론 그 동네의 성향과는 정반대로 열렬한 인종평등 주의자이며, 양성평등 운동권의 첨병이긴 하지만, 다른 것은 오직 방향성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올곧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전진하려는 성향만큼은 남부인 출신의 그것이 맞았다.
한마디로 속은 깡 마초라는 소리다.
오죽하면 지금의 부인과 결혼할 때, 당시 시댁에서 반대하자 일부러 마차에서 스스로 굴러떨어져서 억지로 그 집에 며칠을 머물며 설득해서 승낙을 받을 생각을 했겠는가.
“게다가 거, 알잖나? 나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거 많이 했다네. 내가 해니벌(Hannibal, 미시시피 강변의 소도시)에서 미시시피 강변을 쏘다니면서 브라질까지 갔다는 얘기는 했던가?”
“그 얘기는 한 번만 더 들으면 진짜 귀에 딱지 앉을 것 같으니까 조용히 하게.”
하아······.
니콜라 테슬라는 결국 깊은 한숨을 쉬고, 결국 주저앉아야 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섬세하기 그지없는 유로피안의 색을 다 버리지 못한 친구를 씁쓸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물론 자네 말도 이해가 안 되진 않아. 나도 사람들을 온건하게 계몽시키고 싶었지, 이런 식으로 자폭하게 만드는 건 원하지 않았다네. 하지만 이게 우리만 판권을 가진 책도 아니지 않는가.”
“끄으으응.”
니콜라 테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라고 해도,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영국 벤틀리 출판사와의 계약도 얽혀 있는 이상, 마냥 어깃장을 놓을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과학 학습 도서가 잘 팔린다는 것을 알고, [아서 왕과 수학의 기사> 또한 3권까지 출판하여 팔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같은 레이블 시스템으로.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니콜라 자신만의 어깃장으로 책을 회수한다? 그가 물어 줘야 할 위약금이 어디까지 불어날지 알 수 없었다.
“후우, 처음부터 자네 말에 놀아나는 게 아니었는데.”
“허허, 어디서 그렇게 빼는가? 자네도 은근히 만들면서 즐겼잖나.”
“재밌긴 했지만······ 나로선 이런 건 정말 원하지 않았단 말일세.”
“이해하네, 이해해.”
마크 트웨인은 니콜라 테슬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큰불은 껐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은 이대로 마냥 니콜라를 꽁해 있게 둘 순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잘 팔리지 않았는가? 그는 직감적으로 다음 작품이든 후속작이든,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경찰에 끌려갔던 도둑 형제의 복수,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이사한 케빈 가족, 새로 등장하는 케빈의 사촌 형제자매들이라든가?
이야기꾼으로서, 마크 트웨인은 이 꼬마 케빈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고 싶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꼬마 케빈> 시리즈를 이어 나가려면, 닉을 어떻게든 설득해야 했다.
절대 둘째 딸, 클라라 클레멘스의 피아노 과외비까지 벌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이게 다 미합중국 시민들의 계몽을 위해서지. 암.
무엇보다.
“걱정 말게. 나도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니야.”
“정말인가?”
“당연하네. 애초에 우리가 받아 온 이 레이블이 어떤 레이블이던가?”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의아하다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테슬라에게, 마크 트웨인은 당당하게 말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우리가 ‘따라 하지 마세요’라고 했음에도 따라 할 정도로 안전의식을 함양하지 못한 미국인들의 교육 수준이 문제가 아닌가.”
“으음······ 일단은 그렇지.”
“그렇다면 지금 이건 오히려 우리가 계몽시켜야 할 대상이라네! 그러니 느리지만 확실하게, 점진적으로 우리 미국인들의 지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
“그런 방법이 있겠는가?”
“우린 언제나 답을 찾을 것이네.”
마크 트웨인은 싱긋 웃었다.
“당장 생각해 둔 것도 몇 가지 있고.”
“뭐? 벌써 말인가?”
“혼자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문제지. 조금만 기다리게.”
그렇게 마크 트웨인은 놀라는 친구의 시선을 무시하며 태연하게, 영국 런던으로 보내는 전보를 부쳤다.
***
“······그래서 저한테 찾아온 거라구요?”
“예. 작가님.”
허참, 미주 천지가 복잡기괴하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부비트랩만 배우다가 일 치르는 양반들이 진짜로 나올 줄이야.
아니, 사실 예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괜히 책임 면피 문구 써 줬겠냐.
[나 홀로 집에>라던가, 틱택, 너튜브를 보고 따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터졌는걸.사실 그보다 닉이 진짜로 니콜라 테슬라인 건 놀랐다.
아니 대체 이 둘이 왜 친구야? 천재들끼리 끌리는 뭐 그런 거라도 있는 건가?
다만, 마크 트웨인도 그렇고, 니콜라 테슬라도 그렇고······ 너무 순진했던 게 아닐까 싶다.
천재들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전부 자기들처럼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줄 알아.
유감스럽게도, 사람은 그렇게 이성적인 생물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더욱 강하게 그 행태에 영향을 주지.
행태 경제학이 괜히 21세기의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게 아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무식하다.
심지어 이건 공교육이라는 게 있는데도 그랬었다.
그럼 그런 게 없던 19세기의 미국인들? 훨씬 더 무식하겠지.
돈에 눈먼 강도 귀족들이나 주장하는 야경 국가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미개한 시대니까.
그렇다면, 이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그런 거 없다······ 고 간단하게 말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니콜라 테슬라가 원하는 건 당장 해결하는 게 아니잖아?
마크 트웨인도 그것을 알고 있겠지. 그래서 이런 전보를 부친 걸 거다.
“역시 미국 문학의 아버지시네요. 포인트를 잘 잡았어요.”
“예?”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 전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제를 바꿔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예······ 저도 그렇게 보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단숨에 그게 가능할까요? 게다가 그게 과연 통하겠습니까?”
우려스러운 눈빛. 뭐, 당연하다 미친 듯이 돈을 벌은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데 굳이 그걸 바꿔서 다른 것을 낼 필요가 있냐 싶겠지.
하지만 우리가 떠올린 것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거다.
그러니.
“안 통할 수가 없죠.”
나는 확신을 갖고 말했다.
과학 지식을 활용하는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그 대상을 ‘자연’으로 한정한다면 문제가 적어지는 거 아닌가?
“자연재해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있으니까요.”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이나, 캘리포니아의 지진은 현대에서도 유명했지.
그리고 난 이것과 엮어서 나름의 정답을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위기 생존 넘버 원>입니다.”
정확히는 ‘살아남기’ 시리즈에 가까울까?
각종 사건 사고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을 그리는 거니까.
“······하지만 소재가 쉽게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자연재해의 종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뭐, 걱정하지 마세요. 우선은 허리케인이나 지진, 해일 등으로 시작하겠지만 나중엔 점차 넓어질 겁니다. 무인도, 화산, 문지방 등등······ 세계에는 위험한 게 너무나 많으니까요!”
처음에야 ‘집 지키기’ 포맷이니까 집에서 당할 만한 것으로 진행되지만, 케빈이 성장하면─ 얼마든지 이쪽에서 찾아갈 수도 있다.
즉, ‘야생에서 살아남기’ 포맷이다.
록키 산맥의 산림.
미시시피 강의 정글.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
오대호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거대한 호수.
정 뭐 하면, 대서양과 태평양까지.
널찍한 북아메리카 대륙을 통째로 차지한 미합중국은, 그 안에서 돌아다니기만 해도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살아남기’라니······ 20년 넘게 포맷이 이어지고, 애니화까지 된 전설적인 과학상식 시리즈 아닌가?
“으음, 그 부분은 그리고 또, 문제는 역시 실험 장치 세트랑 이······ 부비트랩 세트가 있습니다.”
“허, 참 여러모로 기가 차긴 하네요.”
처음 듣고 감탄했다. 아무리 저작권 개념이 처참하던 시대라지만, 이 시대에 이런 발 빠른 표절과 상품화를 이뤄내다니.
역시 트루-캐피탈리즘의 신성 아메리카 자본 왕국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뭐, 그래 봐야 19세기지.
“일단, 저희의 이점은 당연히 원작자라는 거죠. 테슬라 씨가 직접 실험 장치 세트를 만들어 보라고 해 보죠. 훨씬 전문적으로, 그리고 당장 나오는 실험을 직접 할 수 있는 것들로요. 게다가······ 안전 물품도 함께 들어 있으면 좋겠죠. 그러면 우리가 피해를 컨트롤 할 수 있을 겁니다.”
일종의 응급 키트 같은 것이다.
물론······ 이름은 그대로 가야겠지. 상마초들이라서 그런가, 이름에 구급 키트 같은 게 들어가면 가오가 안 산다고 기피 하는 놈들이 너무 많단 말이야.
어떻게 아냐고? ······ 알고 싶지 않았다, 썩을.
아무튼.
“하지만, 작가님 선점된 시장이 있는데······ 먹힐까요?”
“먹힐걸요? 2권부터 동봉품으로 끼워 주면, 안 먹힐 리가 없겠죠?”
“예!?”
“아, 당연히 가격은 살짝 더 높게 측정돼야겠지만요.”
아, 그래서 안 살 거야? 100만 부가 팔린 밀리언 셀러의 후속작을 안 살 거냐고?
심지어 이거, 일단 ‘공짜’라는 거다.
가격이 올랐다는 것에는 불만이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풍족한 내용물에는 만족하고도 남을 테지.
여기에 정품 딱지 붙이고, 음······ 게다가.
“동봉 세트 구성은 랜덤하게 나누자고 하죠. 하나는 테슬라 씨 특제 실험 장치 세트, 하나는 전기장치 세트, 하나는 부비트랩 장치 세트······ 뭐 이런 식으로요. 당연히 구매 전에는 어떤 세트가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도록 잘 포장해야 하고.”
“······작가님, 그럼 그거.”
나는 슬며시 경악하는 벤틀리 씨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 랜덤가챠상자······ 아니, 포토카드다.
19세기의 신성 아메리카 자본 왕국이여, 이것이 21세기의 트루-캐피탈리즘이다.
사인 추첨권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할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