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68)
서부 텍사스 군사 중학교(the West Texas Military Academy).
“더그, 이리 와 보렴.”
소년은 책에서 고개를 들어, 15세 소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절도 있는 태도로 벌떡 일어났다. 품위 있게 옷차림을 정갈히 한 소년은 어머니의 앞으로 다가간다.
“어머니, 부르셨습니까?”
차라리 중대장을 부르는 병사의 말투가 더욱 애틋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각 잡힌 말투였지만 그의 어머니, 핑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각 잡힌 걸로 치면 그녀가 더했으므로.
“테오발트 오트옌(Teobald Otjen) 하원의원님과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소년이 눈을 반짝였다. 하원의원 그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진학 기회를 주신다는구나. 하지만 시험을 통해 최종 추천자를 결정하시겠다고 한다.”
“반드시 합격하겠습니다.”
“그래, 그러잖아도 그 때문에 밀워키 고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모셔오기로 했다. 쉽게 모실 수 없는 분인 만큼, 결코 가르침을 허투루 해선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핑키가 탁자 위의 무언가를 가리켰다.
더그는 빠르게, 하지만 경망스럽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꼬마 케빈의 집 지키기>가 있었다. 그것도 무려 최근 나온 2권까지.
이런 걸 대체 왜?
읽거나 쓰기도 전에, 심지어 걷거나 말하는 게 가능해진 때와 거의 동시에 말을 타고 총을 쏘는 법을 배웠던 소년은, 이런 아동용 도서가 자신의 집에 있다는 것 자체에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읽거라.”
“하지만 어머니. 죄송하지만 이건······ 제가 읽어도 되는 책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도 저 책의 명성을 들었다. 지금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아닌가?
쓴 사람도 마크 트웨인,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칭송받고 있는 대문호다.
소년도 교양의 일환으로 그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었다. 물론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이 아닌, [도금 시대> 같은 걸로.
전자도 읽어 보려 하긴 했지만, 동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읽기엔 지나치게 말랑말랑했다. 그래서 이번 [꼬마 케빈>도 읽지 않았다.
물론, 읽고 싶냐 아니냐를 따지면 읽어 보고 싶긴 했지만.
친구들이 책을 읽고, 실험하거나 함정을 만드는 걸 보고 내심 부럽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튼, 군인의 품위에 어긋날 것 같아서 참아 왔던 것이다!
“최근, 육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다.”
“그럼 읽어야죠.”
소년은 자신이 생각해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말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잠깐 의아해했을 뿐, 소년의 내면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욕망이 드러났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몇몇 부대에서만 시범적으로 행하고 있지만, 효능이 입증되면 곧 모든 부대에서 교리로서 도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만약,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병사가 이 책으로 기초 생존 상식을 깨우치고 올 테니, 그들에게 공감하려면 읽어 두는 것이 좋겠지.”
물론, 그녀 자신은 이런 작품이 유행하는 현실 자체가 썩 탐탁지 않긴 했다.
이미 그녀가 모인 모임에서도 비슷한 어머니들이 몇몇 모여서 중복되는 키트를 교환하는 ‘교환 계모임’이 열리기도 했으며, 알음알음 중고거래를 하는 행태를 보면 속이 쓰릴 정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들을 ‘장군의 아이’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키우기 위한 치맛바람이다.
‘장군의 아내’는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아들 또한 그런 어머니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익혀, 기필코 웨스트포인트에 진학하겠습니다. 어머님.”
“믿겠다.”
더글라스.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본디, 텍사스 주는 미국의 최남부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가축과 축산물 생산량과 수익은 미국 전체에서 1위를 달리는 비옥한 농경지대이고, ‘텍사스 카우보이’라는 말이 21세기까지 회자될 정도로 딕시(Dixie), 백인 우월주의 보수주의의 중심이 된 주 중 하나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마크 트웨인을 링컨만큼이나 싫어한다는 뜻이다.
“껌둥이 노예들, 여편네들을 옹호하는 배신자 새끼!!”
“남부군에 입대했었으면서 총 한번 안 쏘고 탈영이나 한 놈이 문학의 아버지는 무슨!!”
“그래도 글은 좋은데······.”
“너, 북부 양키 새끼냐!? 매달아!!”
남북전쟁이 끝난 지 고작 30년.
여전히 흑인과 여자가 자신들과 같은 1표를 줘야 한다는 말에 반박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납탄을 박고 만다며 이를 가는 옛 목화밭 주인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도시민들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 많던 노예들이 해방되고, 지랄 같던 목화밭에서 나온 그들이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휴스턴, 댈러스, 포트워스와 같은 도시권에서 저임금 육체 노동자 중 흑인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을 바퀴벌레, 쥐새끼에 비유하며 박멸하자는 이야기는 도시 백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원수, 마크 트웨인의 신작─ [꼬마 케빈의 집 지키기>가 강타했다.
“뭐야, 이거? 마크 트웨인 이 배신자가 또 글 썼냐?!”
“볼 것도 없어! 책을 들여놓는 서점을 보이콧해!! 아니, 불태워!!”
처음에는 여느 때처럼, 격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모든 텍사스인들이 백인은 아닌 법.
처음에는 흑인 서점에서 자신들의 편을 들어 주는 고마운 대문호의 책을 보답하는 마음에서 구매했고, 그다음엔 흑인에게 호의적인 일부 백인들이 구매했다.
그리고, 고래로부터 둑은 그런 구멍들을 시작으로 터져 나갔다.
“거······ 재미는 있는데?”
“어쩐지, 흑인 놈들이 요즘 맘 놓고 일 나가더니만 이거 덕분이었구만?”
“유용하긴 해. 이것만 있으면 나도 우리 애 놓고 농장 보러 가도 되겠어.”
“야, 읽지 마!! 재밌어하지 말라고!!”
텍사스 백인들이 극렬 보수 인종 차별주의자들이긴 하지만, 동시에 미국 초기의 프론티어 정신을 제일 많이 간직한 미국인들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서부 개척에 대한 로망을 간직한 이들이 아니라면, 멕시코 마적 떼가 심심하면 창궐하는 이 땅에 어떻게 왔겠는가.
그런 이들에게 ‘프론티어 정신’을 구현화하고, 복잡하다며 극혐하던 과학 지식이 생각 외로 유용한 생활상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 [꼬마 케빈>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텍사스인들은 자연스럽게, 서서히 케빈에게 자신의 마음속 귀퉁이 한구석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허 참, 이 케빈의 어머니 말이지. 샷건 한방에 늑대 대가리 깨는 걸 보니까 꽤 괜찮아 보이는데?”
“그렇긴······ 하지? 케빈의 이모부라는 작자도 깜둥이지만 믿음직하긴 해.”
“미쳤어, 미쳤어!! 제정신이야?!”
“마크 트웨인의 사상오염이 텍사스를 지배하고 있어! 당장 이 망할 책을 불태워야 해!!”
“아, 그럼 니들이 부비트랩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든가!!”
술 마시고 토해 내는 혐오가 시원하긴 하나, 그들도 술 깨면 애 두고 일 나가야 하는 불안한 부모임은 변함이 없었다.
하물며 이곳은 텍사스다. 서부 개척의 성지, 심심하면 멕시코 마적 떼와 토네이도가 집이고 농장이고 전부 쓸어가 버리려는 동네.
이런 동네에서, 개인이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꼬마 케빈>이 각광받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심지어 그것은 [꼬마 케빈> 2권이 나오고, 여기에 동봉된 랜덤 실험 세트라는 것까지 더해지자 권당 가격이 거의 2배 가까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거의 3~4배 가까이 늘어났다.
“뭐가 필요하다 뭐가 필요하다 찾기도 귀찮았는데, 다 들어 있으니 이것 참 편하군.”
“교환? 그런 계집 같은 짓을 할 필요가 있나? 까짓거 두 개 만들고 시간 나면 더 사면 되지!”
······물론 특유의 마초 문화 탓에 급증한 것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이는 곧 마크 트웨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래 봤자 ‘씹어먹을 배신자 새끼’에서 ‘그래도 쓸만하긴 한 배신자’ 정도였지만, 어쨌든 상승은 상승이다.
“허 참, 이 동네 분위기는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군요.”
그리고, 그런 휴스턴에 갓 이주해 온 은행원, 윌리엄은 헛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크 트웨인을 성토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이 되니 또 이렇게 호불호 갈리는 수준까지 여론이 올라오다니······.
그런 그의 친구이자 부동산 중개업자인 리처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상관없지 않나? 덕분에 간덩이 부은 양반들이 늘었어. 안 팔리던 미개척지에도 ‘[꼬마 케빈>과 함께하는 미답지 개척!’이라고 해 두면 어찌어찌 팔려 나간단 말이지.”
“그거, 사기 아닙니까?”
“뭐 어때. 실제로 난 책도 증정하고 있다네. 이 정도면 양심적이지!”
그래 봐야 75센트 더 들이는 거잖아. 윌리엄은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그가 할 말은 없었다.
그것은 그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주해 온 다른 지방 사람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그래서, 이번에 요즘 자네는 어떤가?”
“예?”
“시치미 떼기는, 재미 좀 보고 있다면서?”
꽂아 준 보람이 있군.
리처드는 껄껄 웃으면서 윌리엄의 어깨를 두드렸다. 윌리엄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적당히 말을 맞추었다.
“아, 뭐. 새 금융상품을 개발한 덕에 승진하긴 했죠.”
“나도 봤네. 괜찮아 보이던데? 수익도 높고 초기 투자자들에게도 신용도가 높고 말일세. 벌써 수익이 나고 있다면서?”
“그,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니까.
하지만 윌리엄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할 뿐이었다.
“그, 예. 일단 그, 4차 투자자들을 모집 중입니다.”
“치사하게, 이런 게 있으면 나한테도 말을 해야 할 거 아닌가? 혹시 내가 주지사 떨어졌다고 괄시하는 건 아니지?”
“쿨럭, 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말을 둘러대야 하나. 잠시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윌리엄은 어떻게든 말을 꾸며 내어,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그, 아무리 수익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것도 결국 투자니까요. 은인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하하하. 알겠네, 알겠어. 농담이었네.”
“하, 하하.”
“날 위해 마음 써 줘서 고맙네. 윌리엄.”
그렇게, 일할 시간이 되었다면서 리처드는 자기 부동산 중개업소로 돌아갔다.
진땀을 빼며 손님을 배웅한 윌리엄은 깊은 한숨을 쉬며 비칠거리는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눈에 방을 가득 채운, 작년 영국발 ‘베어링스 스캔들’ 관련 보도를 스크랩한 기사들이 들어왔다.
그는 그 사이를 걸어가, 영국 금융 당국에서 준비 중이라는 법안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와 마치 신줏단지처럼 모셔진 [빈센트 빌리어스>가 있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자, 들어 보게 포터. 이게 내가 런던 증권거래소에 있을 때, 이 책의 저자가 제출한 보고서에 있던 내용인데, 이거 한탕이면 우리가 이 한 주의 부를 전부 거머쥘 수 있어! 우리도 이제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단 말이야!
“그래, 이 한탕. 이 한탕만 제대로 크게 하고 빠지면 나도······!”
두 눈에 넘실거리는 검은빛.
오스틴 제1 국립은행의 은행원,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idney Porter)는 이 일확천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