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70)
이런 말을 하면 내가 뭔가 ‘라떼이스 홀스‘가 된 것 같아 매우 거시기하지만, 한때 장르문학은 게임판타지에 지배당한 적이 있다.
[방주>, [로얄 로드>, [대장장이 시아>······ 그 트랜드의 파도를 타고, 수많은 소설들이 나왔었다.그건 말 그대로 파도, 쓰나미였다. 많게는 한 달에만 해도 수십 종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그렇게 대여점에 나오고 스러지고를 반복하며 게임판타지는······.
멸망했다.
시장 자체가 없어진 장르.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아무튼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옛사람들은 이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이처럼 장르의 흥행은 파도와 같다. 좋게 말하면 트렌드, 나쁘게 말하면 시류(時流).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가르는 경계이기도 하다.
상업물은 트렌드에 충실하지만, 순수예술은 시류를 배척한다.
상업물은 시류에 영합하지만, 순수예술은 트렌드를 선도한다.
어느 쪽이 우월하단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양자 모두 가치가 있다. 장르 안에는 우월이 있지만, 장르 사이에는 우월이 없는 법이니까.
아무튼, 나는 짧지만 인생의 절반을 장르문학 작가로 살아왔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하는 법. 그렇기 때문에 이 트랜드에 민감하고, 최대한 연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피터 패리>도 직접 연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트렌드의 특혜를 철저히 받은 작품이 아니었나.그런 만큼 차기 작품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최근의 유행, 혹은 시류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 답은 무엇인가? 단언할 순 없지만, 나는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다름 아닌, 모험(adventure)이라고.
프론티어 정신은 비단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벨 에포크 말기, 서서히 근대화 끝난 도시에도 적응한 시민들은 느지막이나마 자연에 위안하기보다 정복하는 식으로 ‘국뽕’을 느끼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바로 10년 전, 헨리 라이더 해거드(Henry Rider Haggard)가 출간했던 [솔로몬 왕의 보물(King Solomon‘s Mines)>의 인기였다.
그야말로 어드벤처 장르의 조상님다운 작품이다.
물론 요 몇 년간 이러한 모험에 대한 작품은 셜록 홈즈와 고딕 소설에 밀려서 애매해졌지만.
그 탓인지 해거드 작가도 [위키드 템플>의 경쟁지인 [팃-비츠(Tit-Bits)>에서 주간 연재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것도 이상한 로맨스 소설이나 쓰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시점. 1890년대 후반에, 다시금 모험소설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것을.
이후 [인디아나 존스>, [언차티드>, [툼 레이더> 등으로 발전할 빅 웨이브를.
그 근거는 바로.
─대영 제국 잭슨-햄스워스 원정대, 북극에서 노르웨이 탐험가 구조!
크게 실린 기사는 아니다. 원정대장이라는 프레데릭 잭슨도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난 이 기사에서 말하는 ‘노르웨이 탐험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
북극 탐험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다.
아직 노벨상은 제정되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이 말은 곧, 조만간 아문센과 섀클턴, 로버트 스콧의 두근두근 남극 정복 시즌이 온다는 뜻이다.
넘쳐나는 모험기와 탐험록, 하나하나가 엄청난 인기였다.
그 유명한 광고.
‘남자 선원 구함 – 위험한 여정, 적은 임금, 혹한, 몇 달간 지속되는 길고 완전한 어둠, 끊임없는 위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수 없음, 성공 시 영광과 명예를 얻을 수 있음’.
이 상남자스럽기 그지없는 패기 그 자체의 문구에, 197대 1의 경쟁률이 붙었다는 걸 생각해 보라.
지금, 유럽은 바야흐로 대모험시대!
그렇다면 이들을 후원한 유럽 제국(諸國)들은, 절대 돈 안 나오는 그 남극 탐사를 앞다퉈서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당연히 지도의 빈 구석을 채워 넣겠다는 인류의 욕망을 실현하고, 그 달성감으로 국뽕을 채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뽕의 승리자는 다름 아닌 노르웨이, 미국, 영국. 이 3개 국가고.
그런데 어머나? 난 지금 영국에 있네?
시류가 온다는 걸 알면서도 안 먹으면 그게 병신이지.
그렇게, 나와 벤틀리 씨는 모험소설 붐에 올라타기 위해 신작, [딕터 박사의 기묘한 모험(Dr. Dictor‘s Bizarre Adventures)>를 런칭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중이었는데······.
“자, 작가님.”
“헐, 씨발.”
나는 그렇게 얼빠진 목소리로, 채링크로스 거리에 나타난 시위대를.
정확히는, 그들이 에워싸며 끌고 오는······ ‘거대 피터 페리 위커맨(wickerman :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축제용 허수아비)’를 보며 어이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건 뭐야······ 몰라 무서워. 까딱하면 오다이바 거대로봇이랑 비슷할 것 같은데.
─‘벤틀리와 아들’ 출판사 사장, 리처드 벤틀리는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그리고 그 위커맨을 끌고 온 시위대의 선두가 소리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우리는 [피터 페리>의 완결을 막기 위해 결성된, ‘피터 페리 완결 반대 시위 연대’다!!
─우리는 우리의 형제, [피터 페리>의 모험을 끝내려는 출판사의 음모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우리는 단호히 요구한다! [피터 페리 시리즈> 2부를 출간하겠다고 맹세하라!!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이상의 요구사항을 들어 주지 않겠다면, 우리는 우리의 결의를 이렇게 표방할 수밖에 없다.
그 외침과 함께, 피터 페리 위커맨의 발목에서부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열은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증명하듯, 위커맨은 순식간에 파이어맨이 되었다.
화끈한 열기가 이쪽까지 훅, 하고 퍼졌다. 재 냄새에 내 얼굴까지 화상을 입을 것 같았지만······ 그 순간의 나에겐 그 어느 때보다 추운 시베리아 칼바람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제가 오만했어요. 저는 병신입니다. 저는 트렌드를 읽지 못합니다.
아니, 저걸 대체 어떻게 읽어. 제기랄.
“자, 작가님? 괜찮으십니까?”
“저야 괜찮죠.”
그래. 내가 만든 캐릭터가 저런 거대 사이즈의 위커맨이 돼서 이릉의 숲보다 더 잘 타고 있긴 하지만······ 여기까진 아직은 괜찮다.
문제는, 저 되지도 않는 요구를 하고 있는 독자님들이지.
“쓰으으읍.”
“어쩌죠, 작가님······.”
벤틀리 씨가 울상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확실히 나도 울고 싶긴 해.
“일단 커피 한 잔 주시겠습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마리아!!”
“여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아라고 불린 편집자님이 가져다준 커피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쭉 들이켰다.
음, 역시 아-아로군. 올 때마다 열심히 주장한 보람이 있다.
그렇게 현실 부정을 하기도 잠시······ 난 머릿속을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저거 어쩐담?
세상에, 셜록 홈즈마냥 배드 엔딩을 낸 것도 아니고, 소드마스터 개떡락 엔딩을 낸 것도 아닌데? ‘그렇게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해피엔딩인데? 그런데도 2부 내놓으라고 요구한다고?
내가 아는 한, 그 어떤 웹소설도 이 정도의 요구를 받은 적은 없······ 다고 생각하려다가 고쳤다.
생각해 보니 나도 감나무에 이런 짓을 하려 했었구나.
게다가 웹소설 시장은 결국 끝까지 잘 끝내면 작가님들이 알아서 복귀하시고, 워낙 좋은 작품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즉, 독자들이 굳이 특정한 단일 작품에 목맬 필요가 없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좀 다르지.
나오는 작품 자체가 많지 않다. 판타지는 더더욱 적고.
거기에 여러 가지 뽕맛을 첨가한 내 작품은 유니크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이지.
그래서 극히 일부, 이번엔 그게 내 쪽에 매달리게 됐다는 얘긴데.
“역시 이번에 완결되는 건 1부고, 다음은 2부라고 해 볼까요? 만약 시간이 필요하시다면, 잠시 휴재를 하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시는 게······.”
“안 돼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나도 저 바람에 타고 싶다. 존나게 타고 싶다. 아니, 대놓고 불 지피고 올라타라고 손짓하는 저 독자님들이 건네는 달달한 돈이 겁나게 벌고 싶다고.
근데, 저 바람은 녹 업 스트림(Knock Up Stream)이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만약 내가 거기에 올라탔다가, 잘 타서, 하늘섬에 도착하면 괜찮다. 하지만 내 돛······ 그러니까, 내 소설이 감당을 못하면? 그러면 배 자체가 떨어진다.
깨장창난다고, 깨장창.
한때 지구를 정복했던 사신/닌자/해적 중 사신과 닌자 작가들이 완결 낸 다음 뭐 그렸나? 그런 거 없다.
후속작 바람에 열심히 올라탔다가 필력이 안 돼서 돛 다 찢어지고 결국 추억 속에 그대로 있어 달라고, 커뮤니티에 악평이 자자했지.
원래 기대감이라는 그런 거다. 채우지 못하면 빠가 곧 까가 된다. 제일 무서운 가정이다.
아마 그때는······ 불타는 게 저 위커맨이 아니라 이 출판사가 되겠지.
“안 그래도 피터 페리는 단편용 소재를 억지로 8권까지로 늘린 거였잖아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하지만, 저대로라면 후속작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아마 영향은 없을 겁니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어쨌든 저 사람들은 내 독자님들이다. 지금은 여운이 남아서 난리를 피우고 있지만, 결국 나만 잘하면 알아서 돌아올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난 [피터 페리2>를 잘 쓸 자신은 없지만, 후속작에는 자신이 있다.
웹소설 작가들은 주제 정하고 비축 쌓는 시간이 문제지,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거든. 지난 삶이 그래왔으니까. 완결 치고 바로 다음 글 써야 밥을 빌어먹는다고요.
그러면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커피잔을 완전히 비운 나는 벤틀리 씨가 불안하게 내려다보는 것을 느끼며, 책상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사실, 원래대로 이 불길을 잦아들게 하는 방법은 하나다.
시간.
내가 그냥 조용히 쌩 무시하고, 신작을 열심히 잘만 쓰면 저 사람들은 알아서 신작으로 넘어온다.
이건 내 자만이 아니라 상수다.
어쨌든 내 이름값이란 건 디폴트로 자리 잡은 모양이니까.
물론 어느 정도의 손해는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아예 전혀 다른 장르, 예를 들면 여성향 로맨스를 쓰는 건 아니잖은가.
[빈센트 빌리어스>도, [던브링어>도 어느 정도의 독자층을 확보한 상황이니 별문제는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저걸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좀 거시기하지.
당장 내 독자들 아닌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서 다음 작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만약 극단적 선택이라도 했다간······ 절대 용서 못 한다.
결국 이런저런 경우의 수들을 모두 상정해 본 결과······.
“그렇다면······ 쓰읍, 이 수단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작가님?”
“벤틀리 씨.”
나는 천천히 리처드 벤틀리 주니어를 돌아보았다.
이미 수차례, 벤틀리 출판사의 사장이자 얼굴마담으로서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했던 내 대변인이자 내 담당 편집자.
“고대 중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중, 인성은 개호로자식인데 전술은 기가 막힌 명장들의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중에 이······ 회피기동을 하기 위해 희생용 번제물을 바치는 게 좀 있거든요?”
“서, 설마.”
“죄송합니다. 벤틀리 씨.”
나는 착잡하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
“인터뷰 한 번만 해 주시죠. 그러면, 모든 게 깔끔히 정리될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시작으로, 다음과 같은 호외가 런던을 시작으로 전 영국을 강타했다.이른바, 병가 작전.
‘피터 페리 완결 반대 시위 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