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72)
“간만이군. 승리를 축하드리오.”
“하. 승리는 무슨, 병신 같은 자유당 놈들 때문에 피로스 1세가 된 기분이거늘.”
오랜만에 아서 코난 도일과 회동한 자리.
노동당에도 한 발 걸치고 있는 조지 버나드 쇼는 눈에 띄게 불쾌해하면서 말했다.
결국 연정으로 총리 자리를 획득할 정도로 이기긴 했으나, 그뿐.
결국 국정동력은 처음부터 없는 거나 다름없는 미숙아 정당이 뭘 할 수 있겠나.
이래 놓곤 아일랜드 독립이니 보편 복지니, 염병할 뿐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그렇게 씹으며 말했다.
“다음부턴 우리 노동당이 단독으로 도전해야겠소. 자유당 머저리들이 진보인 것도 글래드스턴까지지. 결국 이름만 다른 보수당 놈들이요.”
“그거야 뭐, 그대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성향과 별개로 정치엔 그다지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아서 코난 도일은 그저 그렇게 말했다.
어쨌든 지금의 그에겐 이 일이 더 급했다.
“슬슬, 하던 일을 마무리 지을 때가 아니겠소?”
“그러지. 그러고 보니, 그쪽도 참 재미난 일을 벌여 주셨더구만.”
조지 버나드 쇼는 이죽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짐작이 된 아서 코난 도일은 격렬한 두통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당해 보지 않은 입장이니 그런 말을 하는 게요.”
셜록 홈즈를 죽였을 때, 아서 코난 도일이 겪은 고난은 저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
게다가 뜬금없이 터진 이야기도 있었으니, 다름아닌 ‘한슬로진-아서 코난 도일 불화설’이었다.
타블로이드(tabloid)지로 발행된 황색언론에서 ‘[피터 페리>가 완결난 이유는 복귀한 아서 코난 도일이 [던브링어>를 내쫓기 위해 만든 술수로, 배신당한 한슬로 진이 크게 상심해 위독해졌다!’ 같은 기사를 내뱉은 것이다.
둘 사이의 우정을 생각하면 일고의 가능성도 없는 엉뚱한 내용이었으나, 하도 정보가 없던 상황인 터라 술렁임도 적지 않았다.
뭐, 아서 코난 도일은 그 내용 자체에는 동요하지 않았지만, 그 밖의 기사들에서 나오는 내용의 공통점인 건강 악화 자체는 평소부터 우려하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밀러 씨를 찾아가려 했는데······ 다행히 말리본의 그의 자택까지 찾아온 조지 뉸스가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니까, 꾀병이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네. [피터 페리> 완결 반대 시위 연대를 무너트리기 위해 퍼트린 헛소문이지. 나 참, 그 친구가 정치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야.
아서 코난 도일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진한솔 또한 이런 꾀병을 미래의 흔한 ‘검찰 출석 에디션’에서 따왔으니 부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양측 팬덤 분위기가 격화되면 답이 없다.
따라서 ‘당장 새 장편 원고를 내놓아라.’ 그것이 뉸스의 말이었고, 그렇게 아서 코난 도일이 넘긴 [공포의 계곡> 원고와, 조지 뉸스의 언론 단속 덕에 사태는 살짝 소강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음모론 자체가 사라지지 않긴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황색 언론 따위가 무너트리기에 그의 에고는 너무나 단단했으므로.
게다가 이런 황색 언론의 가짜 뉴스가 꼭 피해만 준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는······.
“뭐, 그 덕에 우리가 탄력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좋은 일이군.”
조지 버나드 쇼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고, 아서 코난 도일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는, [왕립문학회, 한슬로 진을 괴롭히다?!> 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나와 있었다.
‘작가의 병환’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런던 시민들이 떠올린 것은 다른 것들이 아니었다.
바로 살아 있을 적, 런던 문학계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작가.
찰스 디킨스다.
잡지 회사를 경영하고, 자선 사업에 참여하고, 소인 연극을 상연했고, 공개 낭독회를 열어 그 시대의 그 누구보다도 런던의 대중에게 깊게 다가갔던 남자.
하지만 뇌졸중이라는 신의 장난으로, 정말 갑작스럽게 빼앗겨 버렸던 비운의 작가.
─한슬로 진마저 찰스 디킨스처럼 잃을 수는 없다.
이것이 런던 시민들이 떠올린 생각이었고, 자연히 그다음에 드는 생각은 바로.
─한슬로 진이 아프다고?!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시오!?
─하지만 회장님, 왕립문학회는 뇌졸중으로 사망한 찰스 디킨스와도 대립했고, 이번 한슬로 진에 대해서도 알력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몰라! 모른다고!! 날 좀 내버려 두시오!!
사실 왕립문학회장, 할즈베리 후작 하딘지 기파드는 진짜로 억울했다.
아서 코난 도일과 싸움 붙인다는 계획도, 탈세 혐의로 고발한다는 계획도 전부 어그러졌다.
오히려 한슬로 진은 마크 트웨인 등과 어울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을 뿐.
이런 상황에서 그가 왕립문학회 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왕립문학회라는 이름 자체가 얼룩졌기 때문이지, 딱히 회원들이 그를 비토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아주 조용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때가 오길 기다렸다는 것에 더 가까울 거다.
그런데 뜬금없이 ‘암투설’, ‘집단 따돌림 설’ 따위로 기자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으니, 기파드가 학을 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뭔가를 하려고 마음먹긴 했지.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뭐라고 하는 건 좀 억울하지 않은가!
하지만, 모름지기 기자들이란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벌떼처럼 날아드는 존재들인 법.
자연스럽게 헤드라인에는 이런 기사들이 뜨기 시작했다.
[찰스 디킨스와 한슬로 진, 우리가 잃어야 했던 작가들에 관하여> [우리는 왜 찰스 디킨스를 잃어야 했는가? 왕립문학회 집중탐구!> [연이은 작가들의 위독······ RSL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그 기사들이 지금,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버나드 쇼가 보고 있는 이것들.
심지어 그들이 마음에 안 드는 작가들을 암살하는 특수 부대까지 운영한다는 기사가 나올 지경이니 정말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뭐, 그건 이쪽이 신경 쓸 바가 아니긴 하지만.
“이것들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지.”
조지 버나드 쇼는 멍하니 하늘을 보며 말했다.
“런던의 민심이 당신네, 대중 문학가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 허, 부럽구먼. 그 출판사 앞의 절반만큼만 우리한테 표가 들어왔어도 우리도 원내에 입성할 수 있었을 텐데.”
“전후가 다르오. 그들이 우리에게 온 게 아니라. 우리, 아니 한슬로 진이 먼저 대중에게 다가갔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 것이지.”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사람은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아서 코난 도일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고는 물었다.
“어디, 추리 소설 한번 써 보시려오? 아니면, 아동문학이라든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썩 괜찮은 농담이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지금 런던은 그 어느 때보다 왕립문학회를 대체할, 사랑받는 작가들의 조직? 학회? 커뮤니티? 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고 할 수 있었다.
즉, 신생 협회를 발족시키는 데에 대한 순풍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단 뜻.
“이쪽이 확보한 명단이오.”
“이쪽도 나름 열심히 모았소.”
대중 문학계에서는 로버트 바, 아놀드 베넷, 헨리 라이더 해거드.
아일랜드 독립운동계에서는 패트릭 피어스, 토머스 맥도너, 제임스 커즌스.
그 외, 편집자인 에드워드 가넷, 신입인 길버트 체스터튼, 폴란드 출신인 조셉 콘라드 등······.
그간 고생이 무가치하진 않았는지, 그들은 런던에서 ‘비주류’라고 불리는 인사들을 이만큼이나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흠. 아무리 그래도 키플링을 배제한 건 좀 아쉬운데.”
“그럼 난 버밍엄(George A. Birmingham)을 초청하겠소.”
“아니, 그 새끼는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했잖소.”
서로에게 한 방씩 스트레이트를 날린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았다.
극렬 보수주의에 인종차별주의자인 러디어드 키플링.
아일랜드 독립운동계에서 매국전범이자 변절자로 유명한 조지 A. 버밍엄.
어느 쪽이 더 심한 반발과 증오를 얻고 있는지는 애매했으나, 서로 입에도 올리기 싫어하는 인종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했다.
결국 두 사람은 암묵의 화해를 하기로 했고, 표정을 풀었다. 이게 대체 몇 번째 아니, 몇십 번째 화해인지는 알 턱이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중에 ‘얼굴’이 될 만한 사람이 부족한 건 사실이오.”
“하긴, 모았다는 양반들이 노동당에서나 좋아할 사람들이니.”
그 말에 조지 버나드 쇼는 순간 지금 노동당을 무시하는 거냐고 울컥할 뻔했지만,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후,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이다.
이런 일만 아니었다면 아마 함께할 일도 없었겠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이 이렇게 된 것을.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은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살짝 눈살을 찌푸린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단, 작가 클럽(Authors‘Club)과 작가 협회(Society of Authors)에도 말을 해 뒀소. 때가 되면 베산트(Walter Besant)와 메러디스(George Meredith)가 각각 타이밍 봐서 통합하기로 했소.”
“흐음. 확실히 그 둘이 그나마 괜찮지.”
단순 사교 모임에 가깝지만 그래서 구성원은 제일 많은 작가 클럽과, 인원수가 적은 편이지만 저작권을 비롯해 작가의 법적인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노동 조합인 작가 협회.
이제까진 서로 따로국밥으로 놀던 이 두 조직을, 이번 기회에 하나로 뭉친다면······ 그럭저럭 왕립문학회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작가 조직이 태어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까지 규합할 얼굴이 없다는 건 그대로일텐데?”
“물론이오. 그래서 생각해둔 사람이 있소.”
“당신이 안 하고?”
“난 이제까지 그들하고 거리를 뒀었는데, 인제 와서 대장 노릇 하겠다고 하면 누가 따라 줄까.”
아서 코난 도일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여튼 이것도 저것도 결국 그를 각성시킨 한슬로 진 때문이다.
“그래서, 이분을 초청할 생각이오.”
“누구 말이오.”
“조지 맥도널드(George MacDonald).”
“······호.”
버나드 쇼는 찰스 디킨스와 같은 시기 활동했던 원로 소설가의 이름에 눈을 빛냈다.
“그분, 안 보인 지 꽤 됐는데 이미 돌아가신 거 아니오?”
“이탈리아로 휴양 간 지 오래되긴 했지. 하지만 루이스 캐럴 어르신을 통하면 연락이 닿을 거요.”
“흐으음. 확실히 그분이라면 우리 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어울리는 분이지.”
캐럴만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아동문학 작가로서 활동한 경력도 길다.
최근 10년간엔 일체 활동하지 않았고, 영국에도 못잖은 아동문학가들이 줄지어 등장한 탓에 잊히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작가들 사이에선 밀리지 않을 묵직한 이름임이 분명했다.
“그래, 그러면 이제 나올 건 다 나왔군. 자, 그럼······ 슬슬 우리 협회의 이름은 정했소?”
파이프를 문 신사는 짧게 답하였다.
“작가 연맹(Alliance of Authors).”
심플한 게 좋잖소.
아서 코난 도일의 그 말에, 조지 버나드 쇼는 피식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나쁘지 않군.”
***
“으으으음.”
“으으으웅?”
뒹굴뒹굴.
“으으으엄.”
“으으으엥.”
뒹굴뒹굴.
“으으으······ 꾸엑!”
“꾸엥?”
“애랑 같이 뒹굴거리면서 뭐 하는 거야, 지금!”
“아, 아가씨. 아파요!”
나는 얻어맞은 등짝을 부여잡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방학을 맞아 내려온 우리 아가씨, 매지 밀러가 나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가씨는 내 품에서 나랑 같이 굴러다니던 5살, 애거사 크리스티······ 가 아니라 메리 밀러를 빼앗아 갔다. 거참 너무하시네.
“휴가라고 듣긴 했지만, 이건 너무······ 그, 아마존 산다는 나무늘보같이 늘어져 있는 거 아냐? 좀 그, 건전하게 소풍이나 갈 생각은 없어?”
“뭘 모르시는군요, 아가씨.”
난 당당하게 말했다.
“사람은 말이죠, 원래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생물입니다!”
“임미다!”
내 말의 끝을 따라 하면서 까르르 웃는 메리, 그 모습에 매지는 깊은 한숨을 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나도 한슬이 간만에 휴가 나온 건 좋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일 너무 많이 했잖아?”
“에, 음.”
뭐, 너무 잡탕으로 많이 뛰긴 했지.
매지는 그런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간만에 쉴 때, 한번 제대로 쉬어 보자. 응? 남프랑스든 벨기에든, 이탈리아든 여행도 좀 가고. 좋은 것도 먹고 오고. 집에서 뒹굴거리지만 말고 그러면 안 돼?”
“······아가씨.”
나는 매지 머리를 잠시 쓰다듬었다.
이거이거, 아무래도······.
“고돌핀 스쿨 공부가 많이 힘드신가 보군요. 저를 핑계로 놀러가고 싶······ 엌!!”
“몰라! 한슬 바보!!”
정곡을 찔리셨군.
난 매지가 때리고 간 배를 살살 문지르며 생각해 봤다.
음······ 지루할 정도로 심심한 것은 사실이긴 했다.
“여행이라······.”
그런데 이 시기에 내가 여행을 갈만한 데가 있나? 그렇게 고민하던 나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슬슬, 새 컬렉션도 들여봐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