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81)
─과거에는 ‘부부’가 친밀하게 생활을 공유했어.
(중략)
하지만 이제 얼마나 달라졌는지 봐. 오늘날에는 남편이 떨어져 살아. 아내는 아내 나름대로 일을 하고. 두 사람이 길에서 부딪치면 마치 남인 것처럼 인사를 나눈다고. 남편은 이따금 아내를 방문해. 아내는 때때로 저녁 식사에 남편을 초대하고, 드물게는 저녁을 함께 보내. 요컨대 오늘날 부부들은 거의 만나지도, 보지도, 대화하지도 마음을 터놓지도 않아. 그저 자식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뿐이지!
“허, 참.”
나는 감탄하며 책, [20세기 파리>의 원고를 내려놓았다.
쥘 베른이 1863년에 썼다는 이 책은, 대학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한 청년이 주인공이었다.
대충 문과생이라는 소리다.
그리고 작중의 20세기 파리는 지나치게 기술적으로 발전한 도시.
비즈니스와 엔지니어링으로 가득찬 세계다 보니, 문과로서의 전공을 살릴 곳은 없고, 취직한 기업에서는 실직당하며 군대에는 드론뿐이라 입대도 거절당한다.
사랑하던 사람은 있었지만, 결혼이란 제도마저 형해화되어 의미를 찾지 못해 고백은 하지 못한다.
결국 그녀마저 수사학 교수 아버지의 죽음으로 사라지자, 주인공은 결국 빈곤 속에 죽어 간다는······.
급진적이고 암울하기 짝이 없는 디스토피아의 이야기.
과연, 어째서 사람들이 그를 ‘허황한 이야기나 하는 사람’이라 불렀는지 알만한 내용이었다.
“정말 인물은 인물이구나······.”
하지만 나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그도 그렇잖아?
이거······ 디테일함은 좀 다를지 몰라도 미래에 그대로 실현되는 내용들이니까.
취업난. 삭막해진 사회. 성 갈등 문제. 50년 뒤면 인구의 절반이 준다는 미래상까지.
드론 때문에 군인을 안 뽑는다는 것은 좀 과하긴 했다. 왜냐하면 21세기에도 인건비가 하드웨어보다 훨씬 싸다보니 그냥 생체기계를 징병해다 굴리니까.
실제로 그 가격을 해결 가능한 천조국은 드론 및 가제트들을 통해서 많은 작전들을 진행했고 말이다.
만약 거기까지 완벽하게 맞췄다면 나는 쥘 베른라는 사람을 ‘세기의 천재’가 아니라 나와 같은 시간 표류자로 생각했을 거 같다. 빙의자라던지.
애플 사이 콩그르.
“아무튼, 확실히 편집자에게 퇴짜를 먹을 수밖에 없었겠네.”
현재는 그야말로 ‘겉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평화로운 시기니까.
본디 글로써 보이려면, 제아무리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 해도 대중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벨 에포크는 뭐랄까······ 좋게 말하면 낙관주의, 나쁘게 말하면 대가리에 꽃 단 시대.
이건 정말, 정말로 너무 앞서 나갔다는 거다. 그런 시대에 이런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글은 출판사 입장에선 영 팔릴 각이 안 보였겠지.
게다가 쥘 베른은 그 이름값이 상당한 작가.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니 폭망할 게 뻔한 작품을 억지로라도 낼 순 없었을 거다.
요컨대 위대하신 작가님께서도 슬럼프였다는 거지. 그리고 송구하게도 나와의 대화로 그 무언가가 깨진 모양이다.
하긴, 애초부터 걱정은 없었다.
어차피 그는 죽기 직전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 그게 무엇이 되었든 분명 새로운 무언가를 내주리라 믿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겸사겸사.
“후후, 제아무리 술자리의 약속이라 해도 사인이 오간 이상 게임 오버지.”
정말, 이번 프랑스 여행에 있어 제일가는 소득이 아니었을까?
난 칙칙한 영국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마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소설이라고?
─네, 작가님의 상상력은 그것만으로도 보배입니다. 작가님께서 그리신 이야기를 보며 많은 이들이 꿈을 가졌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이들이 그럴 거에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보면서 사람들은 모험에 사무치며 탐험을 떠날 것이며, ‘기구를 타고 5주간’을 보며 받은 영감으로 인류를 하늘을 꿈꿀 겁니다. ‘지구에서 달까지’를 본 아이들은 연구하여 달까지 가기 위한 장치를 만들겠지요.
─크흠, 이거 너무 내 얼굴에 금칠을 해 주는 군······.
─아니요, 최소 100년 이내에 할 수 있을 겁니다. 제 모든 것을 걸어도 좋습니다!
······술이 들어가서 조금 오버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좋네, 안 그래도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며 손이 안 가던 와중이었지. 그런데 오히려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니······ 내 더할 나위가 없군.
그렇게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는 마치 20대와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지루한 시의원 생활에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면서 말이다.
“좋아, 나도 뒤처질 수는 없지.”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정렬적으로 창작욕을 불태우는 대선배의 모습에 나 역시도 의욕이 불타오른다.
마침 프랑스에서 푹 쉬었고, 런던의 ‘피터 페리 완결 반대’ 여론도 잠잠해졌을 터.
런던에 돌아가면, 슬슬 계획했던 신작을 런칭해야지. 그러면 1895년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이제야 돌아오셨군요, 작가니이이이이임!”
“베, 벤틀리 씨?”
오랜만에 들린 출판사의 입구에서, 마치 수년간 집을 비웠다 돌아온 주인을 향해 달려드는 리트리버의 환영이 보였다.
말 그대로 머리카락 빠질 듯이 달려오던 그는 헉헉 대면서 내 어깨를 꾸욱 쥐었다.
“대체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가! 아닙니다!”
평소보다 지나칠 정도로 흥분해 있는 그 모습이 뭔가 이상해 보인다.
뭐지? 내가 없는 사이 뭔가 문제가 터질 만한 게 없을 텐데······ 설마 내 생각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덜 죽은 건가?
아니, 그건 아닐 테다. 오는 길에 보였던 모습은 평온 그 자체였으니까.
음······ 설마?
“아, 설마 [빈센트 빌리어스>와 관련되어서 전에 미국에서 왔던 내용 때문인가요?”
“아니, 아니요! 그건 오히려 잘 처리되었습니다. 큰 문제도 없었고요.”
어라? 이게 아니야? 그렇다면 뭐지?
벤틀리 씨는 그 순간까지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비상! 초 비상이란 말입니다!!”
아니, 그리 말해도 전 잘 모른다니까요······.
그렇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하고 있자, 내 어깨를 두드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 이제 오나?”
“어라, 선생님?”
낯익은 사람이 낯익은 자리에 있는 낯선 장면을 보았다.
아서 코난 도일이 벤틀리 출판사에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코난 도일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네. 그나마 자네가 돌아와서 다행이군.”
“아니, 그래서 선생님은 왜 이곳에 계시는 건가요?”
“이번에 생긴 일 때문에, 여기 벤틀리 씨가 [위클리 템플>에 내 작품을 연재해 달라는 요청을 해서 말일세.”
“네!? 작가님의 작품을 [위클리 템플>에요?”
이건 또 상상도 못 한 이야기인데. 난 그렇게 놀란 눈으로 양쪽을 돌아가며 바라보았다.
물론 나도 그 아서 코난 도일의 주간 연재 소설이라면 더할 나위 없긴 하지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이거부터 받게.”
“예?”
나는 어리둥절하면서 아서 코난 도일이 내미는 명함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지?
작가······ 연맹?
“별건 아닐세. 작가들끼리 무언가 개인으로선 해결하기 힘든 도움이 필요하거나, 혼자 티 타임 즐기기엔 옆구리가 허전할 때 적당히 들어와 앉을만한 살롱 같은 걸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있어서 말일세.”
“아하.”
요컨대, 좀 더 사교적인 기능이 추가된 작가 노조 같은 건가?
하긴 내가 오기 전에도 영미권에서 작가 노조가 AI 문제 때문에 크게 파업한 적이 있었지. 확실히 그런 게 부럽긴 했다.
“당연하죠. 당연히 가입하겠습니다.”
아, 혹시. 그러면 그 [위클리 템플>에서의 연재도?
생각난 김에 그렇게 묻자, 아서 코난 도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벤틀리 씨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말일세. 자네의 친구인 나로서든, 작가 연맹의 회원인 나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인데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니. 아서 코난 도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발광 중인 벤틀리를 보았다.
보아하니, 아서 코난 도일 선생님도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 아시는 모양인 것 같은데, 흠.
“일단 벤틀리 씨에게 듣는 쪽이 빠를 걸세. 사실 나도 정확하겐 잘 몰라. 그런데 저 이가 저 상황이라니, 참.”
“그러면 제 프랑스 갔다 온 기념 선물이라도 읽고 계시죠.”
“응? 이게 뭔가?”
“쥘 베른 작가님의 미공개 단편이요.”
“뭣이!”
아서 코난 도일이 탄성을 지르며 내가 건네는 [20세기 파리>를 낚아챘다. 그러고 보니 이 양반도 엄청난 애독가에 다독가였지.
이 시대에 나온 웬만한 소설들은 전부 한 번씩 읽어본 게 아닌가 싶은 사람이 바로 아서 코난 도일이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니, 쥘 베른의 미공개 단편이란 말에 눈에 불을 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서 코난 도일은 독수리가 양을 낚아채듯 내 손에서 원고를 낚아챘다.
그러면 그사이, 나는 벤틀리 씨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벤틀리 씨, 일단 진정하시고, 확실하게 말해 주세요. 대체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으어어어······. 알겠습니다. 휴우우우······ 그러면 마리아, 그것들 좀 가져오겠나?”
“예, 사장님.”
결국 움직임을 멈춘 그는 직원을 불렀다.
그러자 밖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편집자 하나가 양손 가득, 처음 보는 잡지 여럿을 들고 왔다.
[펀치(Punch)>, [더 타이틀러(The Tatler)>, [블랙 타이푼(Black Typhoon)>······ 진짜 중구난방이네.그나저나.
“이게 다 뭡니까?”
이게 지금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난 그런 순수한 의문을 담아 벤틀리 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깊게 쉬고는 쥐어짜 내듯 답하였다.
“작가님의 표절작들이 실리고 있는······ 주간잡지들입니다.”
“······예?”
“정확히 말하면 표절은 아닙니다만······! 끙, 표절이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이게······!”
뭔 소리야, 이건 또?
나는 어리둥절해서 잡지들 몇 개를 펼쳤다.
그러자 거기에 들어가 있는 내용들은 대충······.
─소녀 샐리는 마녀들이 사는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서는 마녀들에게서 도망친 패밀리어(사역마)들이 살고 있었다. 패밀리어들은 샐리를 새로운 마녀로 추대하여 구 마녀들에게 반역을······.
─이탈리아 상인 로베르토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교역하던 상인이었으나, 간악한 오스만의 왕자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이 잘린다. 오스만에게 복수를 맹세한 그는 죽은 뒤, 천사의 도움을 받아 막내 왕자에게 빙의하는데······.
─태풍이 한차례 미국의 플로리다를 덮친 뒤, 태풍의 힘을 훔친 중국인 주술사 ‘핑 팸 풍’이 선량하고 정의로운 선원 닐스의 몸에 그 힘을 부여한다. 하지만 닐스는 오히려 그 힘으로 간악한 중국인 주술사 집단을 쳐부수기 위해, 힘을 사용한다······!
세상에.
도대체 뭐야, 이 끔찍한 혼종들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