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Writer in the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82)
한슬로 진이 병가를 선언하고, 프랑스로 떠났다는 것이 알려진 뒤.
런던의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그야말로 벌집을 쑤신 듯했다.
“한슬로 진이 파리?! 파아아아리?!”
“웃기지 마!! 어째서 우리 대영제국이 사랑하는 인기 작가를 개구리 놈들에게 뺏겨야 하는 거냐!!”
“출판사는 당장 해명하라!!”
영국에게 있어 프랑스는 백년전쟁 이래 줄곧 앙숙과도 같은 관계.
특히 나폴레옹이 유럽을 일통하여 천명을 받든 제2의 로마가 될뻔한 것을, 영국이 필사적으로 막은 데 성공한 이후 더더욱 그러했다.
단순히 1위와 2위의 갈등이라든지, 혹은 이웃 나라끼리의 갈등이라 정의하기엔 매우 멜랑꼴리하고도 복잡미묘한 관계가 바로 프랑스와 영국의 전통적 앙숙 관계다.
심지어 국력은 영국이, 문화력은 프랑스의 승리였으니 서로의 우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다는 점이 이런 앙숙 관계를 더욱 부채질했다.
차라리 국가별 GDP나 GNP를 매년 발표해 순위를 매겨 주기라도 하면 어느 한쪽이 승리자로서의 아량이라도 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는 시대.
두 나라의 레퍼토리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
“나폴레옹 전쟁도 지고 보불전쟁도 진 패배자 개구리들!”
“응~ 뭐라고? 장어 젤리나 먹는 삼류 문화국 애들 말이라 안 들려 에베벱!”
그리고 본래 사람은 나약한 놈, 이란 욕보다 무식한 놈, 이란 욕에 더욱 화를 내는 생물.
자연스럽게 영국인들 역시 그들의 여왕만큼이나 ‘문화’의 힘을 강구했고, 그 대답 중 하나로 튀어나온 ‘문학’이라는 백마 탄 초인에게 열광했다.
그런데.
그 문학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인, 한슬로 진이 프랑스로 갔다?
그것도 [피터 페리>를 완결 내놓은 상황에서?
“크흐흑, 어째서!!”
“한슬로 진이 없는 것도 슬프지만, [피터 페리>가 없다는 건 더 서러워!!”
“아니, [빈센트 빌리어스>랑 [던브링어>는 있잖······.”
“월간이잖아!! 지금 누구 놀리냐?!”
작가들과 별개로, 이미 독자들은 [피터 페리>에 의해 주간 연재 소설에 길들여진 상태.
월간으로 감질나게 나오는 것에 질려 버릴 수밖에 없는 만큼, 독자들은 더더욱 휴가 간 한슬로 진을 원망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의 글을 열망했다.
이렇게 모든 조건들이 모였다.
바로 이런 욕망, 즉 수요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돈을 벌기 위해 아편도 팔아치우는 영국 상인들이라고 할 수 없을 터.
“그래, 한슬로 진이 없다 이거지?”
“만약, 그가 없어져서 생긴 이 거대한 수요의 틈을 메울 수만 있다면······!”
“뭐 해?! 가서 인기 떨어진 작가들, 야설 쓰던 고학생들을 전부 모아! 이젠 우리도 잡지사다!!”
본래 19세기, 인터넷이 없는 시대라고 해서 야설이 흥하지 않은 적은 없다.
프랑스 혁명에도, 나폴레옹 전쟁에도 일조했던 것이 야설 아닌가.
일설에는 동양에서 흘러들어온 전설적인 동성애물에 대한 전설들이 귀부인들 사이에 돈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실체가 확인된 적이 없는 내용이고······.
아무튼 이런 식의 값싸고 원가 절감도 쉬운 ‘펄프’지(紙)에 찍어 넣을 싸구려 글을 양산할 작가(지망생)는 얼마든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런던에는 때아닌 인쇄소, 작업실, 그리고 주간잡지사가 급작스럽게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이에 뛰어든 자들은 대개 등급으로 치면 2~3등급 권의 차상위(次上位) 권의 자본가들.
암암리에 진짜배기 Top Secret이 오가는 초상위권의 계층에게 그들의 행보는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과도 비슷했다.
“로스차일드가 뒷배라면서?”
“버킹엄 궁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소.”
“그게 아니더라도 출판업계는 조지 뉸스가 꽉 잡고 안 놔주는 동네 아닙니까. 그런 덴 들어가는 게 아니죠.”
“허허, 그런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겠다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그들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본래 크게 될 상인은 누울 자리를 알고 다리를 뻗어야 오래 사는 법이다.
조지 뉸스만 해도 그들과 비견되는 대부호인데, 로스차일드와 왕가까지 침을 발라놨다? 아, 그럼 그건 그냥 못 먹는 신 포도라고 치고 물러나야 정상이다.
아편전쟁 당시 먼저 이니시에이팅을 걸었던 건 뭐냐고? 그건 누울 자리가 아니라 뜯어먹을 자리지 않은가, 그런 야만인들의 미-개한 추장보단 네이선 메이어 로스차일드가 훨씬 무섭기 마련이지.
“조만간 경매에 값싼 매물들이 쏟아져나오겠군.”
“하하하. 우리는 그저 결혼식 보고 케이크나 드십시다.”
“오, 그거 [빈센트 빌리어스>에서 나온 말 아니오?”
“아시는군요. 안 그래도 요즘 제과업체에 흰색 5층짜리 웨딩 케이크 형식이 정형화되고 있다더군요.”
“하하, 파티쉐들이 고생 많이 하겠소.”
“자, 그건 그렇고 다음 이야기요. 요즘 남아프리카에서─.”
아무튼. 그렇게 해적물이 넘쳐 나는 대해적 시대는 시작되었다.
혹자가 이르기를, 낭만의 시대였다.
***
“그래서.”
벤틀리 씨에게 설명을 다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 문체를 흉내 낸, 이런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작가님! 아이고, 억울해서 어찌합니까!!”
으음. 그 정도인가?
나는 떨떠름하게 벤틀리 씨를 보았다. 그게 이렇게까지 발광할 일인가, 싶긴 한데.
그런 내 기색을 읽은 건지, 옆에서 잡지들을 가져온 마리아 편집자가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실은 작가님, 이런 표절잡지가 늘어난 뒤로 저희 [위클리 템플>의 매출이 상당히 감소했습니다.”
“흐음, 얼마나요?”
“최소한 20% 이상은 빠졌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흐으음.”
그 정도라면 확실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웹소설 연재할 때도 24시간 내 n천 명 선이 무너지면 수익 최소 선이 감소한 걸로 보곤 했으니까.
참고로 제일 심각한 게 1천명 선이다. 그 밑은 최저임금도 안 나온다는 소리거든.
그런 와중에 20%. 다섯 중 하나가 빠졌다라······.
“[피터 페리>의 완결 문제는 아니고요?”
“그걸 감안해도 너무 많습니다.”
하긴, 지금 [위클리 템플>에서 연재 중인 다른 작가들도 나름 네임드니까.
즉, 다른 말로 하자면 그 나름 네임드 작가라는 사람들이······ 독자들이 주간 연재에 바라는 점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벤틀리 씨, 혹시 다른 작가님들한테 제 형식을 따라 해 보라고 제안해 보진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좀 더 짧은 문장이라던가 1화 완결 형식이라던가요.”
“저라고 맞불 작전을 생각해 보지 못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름있는 작가님들이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는 작가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굳이 오스카 와일드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작가란 예술가의 부분집합이고, 예술가는 대부분······ 개성이 강하다.
스스로의 내면에 파고들어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개성이 약할 리가 있나.
그런데 다른 사람의 개성을 따라 해라? 그건 예술가에게 ‘차라리 죽여!’란 말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말이다.
장르문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뭐, 순문 쪽이나 안 보는 사람들은 전부 ‘개성이 지워진 양산형’이라고 폄하하지만, 이쪽은 오히려 그 좁은 트렌드 소재 내에서 지닌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기만의 색을 만들지 않으면 되레 자리 잡기 어려운 장르다.
괜히 그쪽 양반들이 이쪽을 쉽게 보고 왔다가, 고배를 마시고 독자 탓을 하면서 돌아가는 게 아니다. 독자들도 바보가 아닌데 말이지.
“그리고 작가님, 그런 건 결국······ 표절이 아닙니까?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표절은 아니죠.”
“그건 아니오.”
나와 아서 코난 도일이 동시에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진짜로 이 잡지들 중에, 표절이라고 할 만한 글은 얼마 안 된다.
잘해 봐야 두셋 정도?
근본적으로 표절과 양산형, 아니 여기에 추가로 오마쥬의 차이는 무엇인가.
흔히들 하는 오해와 달리, 표현물이 아닌 발상, 아이디어, 형식, 장르는 표절의 대상이 아니다.
그걸 해석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표절로 거론되는 거지.
쉽게 예를 들어 보자.
무협은 근본적으로 동양의 톨킨 김용이 창조한, ‘무인의 협행’이라는 이데아를 미메시스(mimesis, 재현)하는 장르다.
그렇다면, 김용 외의 무협은 전부 표절인가?
아니다.
‘무인(武人)’, 그리고 ‘협행(俠行)’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작가의 개성이 천차만별로 갈라진다.
무인이라고 해도 단순히 무술(武術)만 사용하면 무인인가, 아니면 검기를 뿜어 내야 무인인가.
협행이라면 대가 없이 대의를 따르는 것이 협행인가, 아니면 대의를 무시해서라도 은원을 갚아야 하는 것이 협행인가.
이런 식의 해석이 작가의 수만큼 있고, 각자가 어떻게 이데아를 해석했느냐, 그걸 어떻게 미메시스하는 가에 따라 다른 것이다.
뭐, 화산파나 소림사 같은 설정을 그대로 갖다 쓰는 건 문제가 있긴 한데, 그쪽은 엄밀히 말하면 가상역사 시절의 흔적기관 같은 거라······.
그래서 문장, 혹은 등장인물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에서 표절을 구분하는 것이고.
그러니 보통 클리셰라는 것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이 시장이기도 하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원본을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것이 패러디, 원본을 알아봤으면 하는 것이 오마주, 원본이 그것임을 몰랐으면 하는 것이 표절이라고.
대사로 보면 더 간단하다.
─아, 이거! 푸하핫!
─오······! 이거?!
─······어? 이거?
그리고 이런 점은 어떻게 보면 탐정물이 더 심하다.
결과적으로 어쨌든 사람이 짜낼 수 있는 범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 [셜록 홈즈>도 결국 애드거 앨런 포나 에밀 가보리오의 영향을 짙게 받았지. 그러면, [셜록 홈즈>도 표절인가?”
“아,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요. 일단 확실히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표절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이거, 라면서 벤틀리 씨는 잡지 하나를 보여주었다.
[브라우니 베빈>이라는, [피터 페리>를 따라 한 듯한 작품이었다.특히 이 부분이 말이지.
─둔하네! 정말 둔해!! 즐거웠어! 너와의 우정 놀이!
─베빈!!
─그런 이름은 인제 그만 잊어 줬으면 좋겠는데.
─베빈이 손짓했다.
그 손짓을 따라, 곳곳에서 솟아난 검은 나방들이 파닥파닥 날개를 퍼덕인다.
그리고 그때마다 잿빛 가루를 휘날리며 베빈의 몸을 감쌌다.
말 그대로 내 작품 속에서 리스가 오베론임을 밝히는 그 부분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이건······ 뭐 앞뒤 지문까지 문장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붙여넣었으니 이럼 빼박이지.
“어찌 보면 제가 화를 냈던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작가님께서 이 장면을 쓰기 위해서! 이곳에서! 숙식하면서 정말 며칠을 꼬박 밤새워서 만드셨는데······! 제 속이 다 상합니다!”
“흐음, 확실히 이건······.”
좋아, 그러면 이건 로스차일드로 보내자.
변호사들이 알아서 씹고 뜯고 맛봐 줄 것이다.
“그래서 그 대응으로 한 것이. 바로······.”
“그래, 내가 이곳에서 신작을 쓰는 것이었다네.”
물론 스트랜드 매거진에선 이미 [공포의 계곡>이 연재되고 있었으니, [셜록 홈즈>는 아닌 다른 작품으로.
그 말에 나 역시도 흥미가 돋았다.
“혹시 볼 수 있나요?”
“음, 하지만 아직 회의를 거치고 있어. 아무래도 내 작풍과 맞추는 게 어렵다 보니 말일세.”
“그래도 대략 잡힌 것은 있으실 거잖아요. 러프한 시놉이라든지.”
“흠, 뭐 별것도 아니니 말해 주겠네. [제라르 장군(General Gerard) 이야기>라고 하네.”
아직 가제지만 말이야.
라고 그는 뒷말을 조심스럽게 뒷붙였다.
“허어.”
제라르 장군 이야기라. 나는 새삼 내가 역사를 바꾸고 있긴 있구나란 실감이 들었다.
왜냐면 이거, 원 역사에서는 아마 [제라드 준장(Brigadier Gerard) 이야기>이었던 거 같거든. 제라르 ‘장군’이 아니라.
뭔가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거 노기사 이야기인가요? [돈키호테> 같은?”
“일단 그렇다네. 마침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는 나도 시험 삼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지만, 쉽진 않더군.”
그러더니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쉽게 말하긴 하다만······ 그 문장을 줄이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야. 어떤 부분을 줄이고,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그것부터 고민이 많지.”
하긴, 지금은 만연체가 유행하는 시대. 평생을 그렇게 써 왔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쓰는 사람은 그 문장 하나하나, 디테일한 표현 하나하나에 다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걸 잘라 내야 한다니······ 쉬울 리가 없지.
“아, 아무튼 작가님. 손만 빨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소송을 하든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옆에서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벤틀리 씨. 그의 말은 타당했다. 그리고 투박하긴 했지만, 대응책 역시도 정확했다.
하지만.
“아뇨, 저희는 별로 할 일이 없을 거 같네요.”
“네!? 어, 어째서요?”
“그야······.”
이미 코난 도일 선생님께서 답을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까.
난 싱긋 웃으며 그에게 답해 주었다.
“이 시장에 있어서 답은 언제나 하나니까요.”
오직 재미. 그리고.
“저들은 그게 부족합니다.”
무조건 따라한다고 될 게 아니란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