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n Obsessive Servant RAW novel - Chapter (165)
165
디프의 근거지에서 약속한 대로, 오늘은 에드릭의 고향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품에 쿠션을 꼭 껴안은 나는 앞에서 양피지를 읽는 남자를 유심히 봤다.
동남부 특유의 환한 햇살이 창문을 통과하여 덴카르트의 새로운 주인이 될 남자를 아름답게 비추었다.
어릴 때처럼 이마를 부드럽게 덮은 앞머리와 긴 속눈썹 아래 예쁜 녹색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평소처럼 눈길을 주지 못했다.
공작…… 아니, 아버님이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승계식과 결혼식을 준비했어도, 그도 바빴다.
동시에 진행하는 터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사실 어머님께 가는 것도 무리한 일정이었으나 간신히 시간을 냈다.
나는 쿠션에 턱을 괴고서 묘한 감상에 빠졌다.
‘……처음 에드릭의 고향에 갈 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가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는데.’
의외인 것은 더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한테는 결투를 신청한다고 했었지.’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했다.
담담하게 결투 계획을 말한 에드릭과 달리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냐며 당연히 노발대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드릭은 뻔뻔한 얼굴로 ‘그럼 그냥 묻어버릴까?’라고 물었을 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가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이다.
뒷목을 잡던 나는 그를 설득하려 애썼다.
[ 당연, 당연히 안 되죠! 혹시 나중에……. ] [ ……나중에? ] [ 나중에,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아이를 낳게 되면 애들이 뭘 배우겠냐고요! ] [ ……! ]나는 아픈 몸이기 때문에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낳는 꿈을 모두 버렸었다.
만약 결혼하더라도 배우자를 힘들게 할 테고, 아이를 낳아서 병이 유전될까 두려웠었다.
하지만 기적처럼 병이 낫고, 더 기적처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난 이상 자녀 계획도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지……!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팼다는, 콩가루 집안 같은 기록을 남기는 일은 절대 사양이란 말이다!!
[ 그래서 나도 지금 아, 아버님이라고 호칭을 바꾸면서 노력하는데!!!……. ]내 예시에 그는 이제야 완벽히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도 조금은 안도했다. 그러면 내 뜻을 따라줄 테니까.
그러나 에드릭이 굉장히 들뜬 얼굴로 내게 물었다.
[ 그럼 전에 말한 대로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되는 거지?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내게 달려드는 그의 입술을 아프게 깨물어버렸다.
물론 에드릭은 그것마저 좋다고 신음했지만…….
‘그런데 그게…… 아직도 남아있네.’
매끈한 선을 가진 입술이 아직 빨갛게 부어있었다.
혹시 잊은 건가 싶어서 내가 치유의 능력을 써주려고 했지만, 에드릭이 강경하게 거부했다.
마치 사탕을 빼앗기는 아이보다도 절박한 얼굴이라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았다.
‘……그게 그렇게 좋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그의 입술을 집중해서 빤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크게 바뀌었다.
……어?
마차 의자에 앉아서 그를 구경하던 나는 어느새인가 카펫이 깔린 마차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내 시야에 마차 천장을 등진 에드릭이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었다.
눈빛도 어둑해지고, 긴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는 게…… 예감이 썩 좋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나 잠깐, 아!”
그러나 말을 맺기도 전에 발목이 쑥 잡혀 내려갔다.
풍성한 드레스 자락에도 어떻게 내 허벅지며 발목만 저렇게 잘 잡아내는지…… 매번 경험하고서도 놀라웠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었다.
나는 허벅지를 조이며 그의 머리카락을 힘주어 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세세하게 얽히는 감촉이 이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아…….”
습기에 김이 서려 엉망이 된 마차 창문을 멍하니 응시하던 나는 어느 순간에는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새하얀 쾌감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
도착한 마을은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세계는 원래 살던 세계보다 변화가 느렸으며, 특히나 귀족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런 시골 마을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촌장과 그 아들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청력을 높여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돈을 챙기자마자 마을을 떴었는데, 마차 강도를 만나 지금은 누구도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자업자득이었다.
내 옆에 붙어 앉은 에드릭도 저 얘기를 들었을 텐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좋아하거나 씁쓸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다만 그는 아까보다 헝클어진 머리 아래 눈을 빛내며 나를 응시했다.
원래도 사랑이 가득한 눈에서 애정이 더 뚝뚝 흘러넘쳤다.
“……왜, 왜 그렇게 봐요?”
설마 조금 전까지 그렇게 해놓고 또 하려는 건 아니겠지…….
속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경계하는데, 그가 슬그머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아깐 그렇게 사람 산 채로 뜯어 먹을 듯이 보더니?
어쩐지 궁금해져서 나는 그에게 캐묻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러는 건데?”
“…….”
“에드릭?”
“……그냥. 그때 생각이 또 나서.”
에드릭은 알 수 없는 말을 뱉으며 뺨을 붉혔다.
그러더니 거의 하나처럼 깍지를 낀 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의아하게 바라보자, 그가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났지, 하고.
우리는 곧 어머님의 묘지에 도착했다.
덴카르트에 옮기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결국 에드릭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어머니께서 이곳을 가장 좋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슬픈 기억이 많았지만, 좋은 추억도 많았다고 했다. 그것으로도 그녀는 충분할 거라며 걱정하는 나를 달래주었다.
나는 묘지 주변을 걸으며 나무와 꽃에 생기를 불어넣고, 향기가 가득 맴돌게 했다.
묘비 부근에는 그녀가 생전 좋아하던, 디프의 섬에서 가져온 꽃을 심었다.
에드릭의 어머니가 잠든 곳이니 언제든 향기롭고 포근하길 바랐다.
“어머님, 저 또 왔어요. 잘 지내셨죠?”
“…….”
“아, 그런데요. 그땐 부인이라고 했었는데, 그때부터 어머님이라고 말씀드릴 걸 그랬나 봐요. 전 사실 그때부터 에드릭이 귀엽고 좋았거든요.”
옆에서 에드릭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들, 그보다 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
“그리고 저희 결혼하려고요.”
“…….”
“제가 에드릭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허락해주세요.”
그때, 휘이잉! 하고 강풍이 한차례 불어닥쳤다.
놀란 내가 에드릭을 올려다봤다.
“네가 한 거야?”
“아니야.”
“…….”
맞는 것 같은데.
내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에드릭이 굉장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에드릭이 그런 짓을 벌일 성격은 아니지만……. 이상한데.
어찌 되었든, 어머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말다툼을 벌일 수는 없었다.
흠흠, 나는 목을 가다듬은 채 말을 이어갔다.
“허락해주신다고 믿을게요. 이제는 정말 하나뿐인 제 목숨을 걸고 말하는데, 이 세상에 저보다 에드릭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거든요.”
“…….”
“어머님 빼곤 에드릭을 제가 제일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 에드릭은 앞으로도 제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쉬세요.”
내가 심은 꽃과 정화된 식물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이곳에서 시들지 않고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에드릭의 사랑은 그보다 더 오래갈 것이다. 내가 곁에서 꼭 그렇게 만들 테니까.
***
“재혼은 나랑 해.”
세상에는 참 여러 가지 인간 군상이 있는데 마넬라노는 그중에서 독보적이었다.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대륙 역사를 다 뒤져봐도 결혼식 날 새신부에게 재혼 운운하는 건 아마 저놈뿐일 거다…….
그나마 신부 대기실 밖이 소란스럽고 이 안에는 나와 그만 있을 뿐이었다.
내 치장을 도와주던 언니들과 틸리 언니가 함께였으나 마넬라노의 존재감에 겁을 먹고 조용히 나갔다.
‘와준 건 고맙긴 한데…….’
사실 오기 전부터 문제였다.
이미 내 마음이 확고하다고 뜻을 밝혔었지만, 제대로 전달이 된 것 같지 않아서 따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때, 마넬라노가 내게 물었었다.
[ ……내가 싫어서 그래? ]우울한 눈동자가 상처를 입은 채 무리에서 쫓겨난 늑대 같았다.
이미 실연의 상처를 받았던 사람을 더 들쑤실 수는 없었다.
나 때문에 히스 레잔다르와 불미스러운 일에 얽힌 게 미안하기도 해서…….
[ 싫다기보단…… 제가, 에드릭을 사랑하는 거죠. 죄송합니다, 마넬 님.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싫진 않다는 거네?’라며 뭔가 눈을 반짝이는 게……. 어째 영 불안했었다.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그 후부터 마넬라노는 덴카르트에서 하객의 선물은 정중히 거절한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선물을 보내려 했다.
덕분에 가뜩이나 예민한 에드릭이 검을 갈았고, 웨인은 밤낮으로 괴로워했다.
한편 내 눈빛을 뭐라고 해석했는지 그가 삐딱하게 말했다.
“결혼을 굳이 한 번만 할 필요 있나? 네가 원하는 만큼 놀다가 와. 난 끝까지 기다릴 수 있어.”
“주례를 선 대신관님 앞에서 할 맹세를 마넬 님한테 먼저 할 줄은 몰랐네요.”
나는 허공에 한 손을 선약하듯 들며 엄숙히 말했다.
“로벨리아 덴카르트, 테루아 제국력 471년 가을 달 첫째 날에 맹세합니다. 죽는 날까지 에드릭 덴카르트만을 사랑하겠습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순간, 간이 막사를 젖히는 백색 장갑이 보였다.
안에서 말소리가 들릴 텐데 누가 들어오나 했더니, 이보였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빙그레 웃었다. 보는 내 마음이 놓이는 부드러운 미소였다.
혹여 내 거짓말에 실망하거나 불쾌하지 않았을까 염려한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이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알고 보니 그는 몇 년 전부터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내심 짐작했다고 했다.
물론 마넬라노는 누가 오든 말든 옆에서 시끄럽게 지껄였다.
“누군들 공자가 회복될 줄 알았겠어? 그리고 다시 아플지 누구도 몰랐잖아. 언제까지고 공자가 옆에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지.”
“……칭찬인지 악담인지 하나만 하실래요?”
“둘 다 아니야. 사실만 말한 거니까.”
“귀족이 되었으니 이름 하나 더 가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영광인지는 알지? 로벨리아 플로르에서 로벨리아 덴카르트. 다음은 로벨리아 스텔 하면 되겠네.”
“……하아.”
차마 와준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어서 손만 흔들며 나가라고 했다.
내 눈빛에도 그는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괴롭히려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예쁘네.”
“원래도 그랬지만, 아버님 안목이 훌륭하더라고요.”
“아니. 네가.”
“…….”
직접적인 칭찬에 어색하게 웃었다. 좀 쑥스럽기도 했고.
여기선 화장도 살면서 두 번만 해봤는데, 처음은 에드릭의 사교댄스를 도와줄 때이고 두 번째가 지금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서로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다. 어디를 가든, 먹든, 놀든 말이다.
그 사실에 흐뭇하게 웃는 사이 이보가 내게 다가와 장갑 낀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의아하게 바라보자 그가 손등에 입을 가볍게 맞췄다.
찰나이지만, 그의 눈빛에 애틋함이 스치는 듯했다.
“잘 가. 행복해.”
……잘 가라고?
이보의 첫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때마침 계승식과 결혼식의 시작을 알리는 연주가 울렸다.
며칠 전부터 연습하던 터라 이젠 혼자서도 흥얼거릴 정도로 익숙한 음에 가슴이 뛰었다.
“공작부인.”
그 부름에 몸을 일으키자, 막사가 젖혀졌다.
주변 녹음이 찬란하게 빛났으며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객들도 모두 감탄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에 내심 우쭐했다.
내 재주였다.
나는 동남부의 낙원이라 불리는 덴카르트 영지를 재현하고 싶어서 오자마자 계속 저택을 빙빙 돌며 손을 봤다.
하객들에게 최고로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좀 긴장되는데.’
천막 앞에서 기다리던 아버지의 손을 잡은 나는 순백의 웨딩 로드를 응시했다.
낭독회를 했던 후원으로 가는 이 길은
이 웨딩 로드는 바로 오래전 에드릭이 첫 낭독회를 했던 대정원으로 가는 길이다.
양옆에는 나무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 길이 끝나면 양쪽으로 손님들이 가득한 하객석이 나온다.
잠시 심호흡을 한 후, 나뭇잎의 문양이 신비롭게 물결치는 웨딩 로드에 발을 디뎠다.
에드릭이 신겨준 웨딩 슈즈. 그걸 신고 그를 향해 가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가끔 헛된 생각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랬다.
저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훤칠한 에드릭도, 내가 걷는 순간도 다 꿈이 아닐까 두려워질 때가 있었다.
‘…….’
헛된 망상이란 줄 알면서도 불안해졌다.
무섭도록 행복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디프의 힘으로 여느 때보다 선명해진 시야에 에드릭의 미소가 스치자, 그 모든 불안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길고 긴 세월처럼 느껴지는 웨딩 로드를 걸어 이윽고 그의 옆자리에 섰다.
아버지에게 내 손을 건네받은 그가 테루아 귀족의 혼례 절차대로 선언을 시작했다.
“테루아의 신실한 종, 에드릭 덴카르트, 테루아 제국력 471년 가을 달 첫째 날에 맹세하겠습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목소리에 마음이 설렜다.
낮지만 풍부한 음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그 작은 아이가 시 낭독을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이가 가문을 잇고, 나와 결혼 서약을 하고 있었다.
“덴카르트의 이름으로 테루아의 찬란한 미래와 무한한 영광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검은 사슬을 바쳐 테루아의 명예와 국경을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나는 점점 더 시큰해지는 눈에 힘을 주며 외웠던 맹세를 이어갔다.
로벨리아.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챘는지 에드릭이 나를 달래듯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나는 그 힘에 울음과 웃음이 반쯤 섞인 미소를 띠며 맹세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하나하나 꼼꼼히 기억해두려 애썼다.
언젠가 내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게 되면, 오늘을 꼭 생생히 떠올리고 싶었다.
나는 그때 분명히 웃고 있을 것이다.
***
결혼식이 끝나고, 덴카르트 영지로 향하는 마차에서 나는 진지하게 골몰했다.
그러다가 내 머리 장신구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떼어주는 그를 향해 대뜸 물었다.
“도련님. 공작님. 에드릭. 여보. 당신. 자기야……. 호칭도 참 많네. 앞으로는 뭐라고 불러줄까?”
“……글쎄.”
장난스럽게 묻자 마지막 장신구를 떼어주던 에드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불러줘.”
“…….”
“난 그게 제일 듣기 좋아.”
그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에드릭의 품에 안겼다.
비탈길을 달리는 마차가 이토록 포근하고 안락할 수가 없었다.
비로소, 내가 쉴 자리였다.
[완결]외전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