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25)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25화(12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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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프란은 천천히 에반이 제작했다는 타이탄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확실히 대충 만든 티가 났다.
왼팔과 오른팔이 눈에 보일 정도로 짝짝이에다, 손은 손가락은 만들기 귀찮았는지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는 모양새. 기사가 탑승하는 걸로 보이는 콕핏트는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눈앞의 거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프란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몇몇 열강에서 비밀리에 기사가 탑승하는 거대 골렘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은 들었었다.
‘진짜였을 줄이야.’
골렘은 마법사에게 친숙한 존재.
고위 마법사 중에도 프란처럼 어지간한 기사보다 빠르게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마법사 중 상당수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호위 골렘을 제작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타이탄은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말, 기사가 탑승하는 거야?”
“직접 보여드리는 게 빠르겠죠?”
씩 웃은 에반이 사다리를 탁탁 뛰듯이 밟고 올라가 콕핏트에 안착했다. 우웅 하는 마력의 소용돌이와 함께 훤히 드러나 있던 콕핏트를 반투명한 막이 감쌌다.
탑승한 기사를 보호하는 마법으로 보였다.
프란은 조금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마법사들의 특권, 마나를 관측하는 세 번째 눈을 떴다.
‘5성급 보호 마법 정도인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에 방어마법을 덕지덕지 도배한 외갑을 두르면 6성급 기사나 마법사도 콕핏트 안의 기사에게 피해를 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아. 잘 들리세요?”
타이탄의 입 부분에서 에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들려. 이제 움직여 봐.”
“하하······ 사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게 오른팔 하나뿐입니다.”
“그거라도 움직여 봐.”
끼리, 끼리릭-
쇠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느릿하게 움직인 타이탄의 오른손이 좌우로 흔들리며 프란에게 인사했다.
“조종은 마법사가 대형 골렘을 다루는 방식과 똑같은 거야?”
“네. 모든 감각이 타이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럼 대체 기사가 탑승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가장 큰 이유가 있죠.”
다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인 타이탄의 팔이 바로 옆에 있던 거대한 쇳덩이를 집어 들었다.
프란은 타이탄을 제작하다 남은 철근 정도라 생각했던 그것이 어떻게 보면 ‘검’처럼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 보세요.”
고오오오-
프란은 콕핏트에서 시작된 마력의 소용돌이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우웅- 우우웅-
타이탄이 들고 있는 몽둥이가 검명을 토해냈다. 프란은 경악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둘러싸고 있는 마력의 실, 검사를 바라보았다.
검사?
저걸 검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러를 둘둘 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력! 지금 얼마나 많은 마력을 소모하는 중이야?”
“이게 워낙 엔진의 효율이 극악해서 맨몸으로 마력을 운용하는 것보다 많이 소모합니다. 대략 다섯 배 정도?”
“그것밖에 안 된다고?!”
언뜻 보기에도 저 타이탄의 몽둥이질 한 번이면 5성 기사 스무 명이 동시에 휘두르는 것과 맞먹는 파괴력이 나올 것 같았다.
‘6성 기사의 오러도 충분히 버틸 수 있겠어. 아니, 오히려 압도할지도?’
심지어 에반은 방금 엔진의 효율이 극악하다고 했다. 타이탄의 엔진을 개량하면 훨씬 향상될 거란 말 아닌가.
프란은 눈을 감았다.
묻어놨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믈 제국의 서북부 침공 당시 자신에게 남겨진 이들을 부탁하던 친우, 에반의 외조부 리처드 베이른.
물밀듯 밀려 내려오는 하믈 제국군과 맞서던 북부 전장에 저 거대한 거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의미 없는 가정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확실한 것은 타이탄의 등장은 비공정이 처음 세상에 나타났을 때만큼 충격적일 거라는 사실이다.
고오오오- 푸쉿.
콕핏트의 문이 열리고 에반이 얼굴이 드러냈다.
“어때요? 쓸만하겠죠?”
“너, 알면서 묻는 거지. 쓸만하냐고? 저게 등장하는 순간, 기존 기사단의 가치는 쓰레기통에 처박힐 거야.”
씩 웃으며 콕핏트에서 폴짝 뛰어내린 에반. 프란은 그에게 물었다.
“······ 저거··· 당연히 오러도 사용 가능하겠지?”
“이론상으로는요. 지금은 안 될 것 같아요. 최상급 마정석을 세 개나 박은 엔진인데도 말이에요.”
“최상급 마정석 세 개?”
중형 철갑선과 비공정의 엔진에도 하나 정도 들어가는 게 최상급 마정석이었다.
프란은 과연 타이탄 한기에 그 정도 마정석을 사용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되었다. 저걸 하나 만들 돈이면 중형 비공정 세 대가 낫지 않을까?
그런 프란의 생각을 읽은 에반이 입을 열었다.
“비공정도 처음 만들 때는 소형에 최상급 마정석을 사용했어요.”
“그렇지······ 그걸 지금의 엔진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게 비공정의 아버지 라이트의 업적이지.”
“그리고······ 상급 마정석으로도 최상급 마정석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스텔라가 완성된다면, 최상급 마정석은 지금처럼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 아니게 될 거예요.”
프란은 잠시 입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엘프와 인간 모두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프란의 어린 시절은 흑백이었다. ‘마법사’로 인정받던 순간, 그녀의 세상은 색을 되찾았다.
하프엘프인 프란이 아닌, 마법사 프란이 그녀의 본질이 되었다.
마법사로서의 명성이 올라갈수록 프란의 세계는 다채로워졌다. 그게 그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에반의 경고에도 호라이즌에 나가 스텔라를 발표하려 했던 이유.
“마공학부의 학부장. 맡아주실 거죠?”
프란이 에반의 속내를 잘 알게 되었듯, 그도 그녀의 많은 것을 파악했다.
타이탄의 어머니 프란.
전자레인지의 어머니보다는 백배 천배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
왕국력 500년 7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왕실사관학교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반발하는 이들이 없진 않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었다.
적용 시점은 내년 3월 신입생들부터.
슈이츠의 조언을 받고 서로 화해한 클리앙, 밀로아와 함께 축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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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8월 11일.
프란과 함께 오랜만에 검은 모루 부족을 찾았다.
본격적인 타이탄 개발에 착수하기 위해서였다.
하믈 제국의 저거트-00 설계도를 참고해 혼자 타이탄을 만들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 특히 뛰어난 금속 조형 기술을 가진 이들이 절실했다.
처음 내 설명을 들은 길루드는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실물을 보고 결정하겠다 답했다.
왕국력 500년 8월 13일.
내가 만든 타이탄, 가칭 ‘폰’을 접한 길루드의 눈이 하트모양으로 변했다. 그는 부족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에메랄드궁에 방을 잡았다.
역시.
길루드라면 저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거대 기갑 병기는 남자의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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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8월 19일.
길루드의 짐을 챙겨 온 드워프들이 타이탄을 구경하더니 부족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 연구실에서 숙식하고 있다.
오늘도 연락 없는 그들을 찾아왔던 검은 모루 부족의 인원들이 또다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가만히 내버려 뒀다가는 에메랄드궁이 드워프들로 꽉 찰 기세.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길루드를 찾아 비밀연구소를 짓기로 합의했다. 그가 책임지고 불필요한 인원들을 부족으로 보내버린다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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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9월 10일.
슈이츠가 ‘붉은사신’의 백신을 완성했다.
오늘은 드디어 임상이 시작되는 날.
붉은사신은 온몸에 붉은 종기가 피어나면 사신이 방문한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은 전염병이다.
치명률도 매우 높고, 완쾌해도 보기 싫은 흉터가 남는 점이 전생의 천연두와 비슷하다.
임상에 참여한 인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도 직접 백신을 맞았다. 내가 백신 주사를 맞는 모습에 다들 안심하는 표정으로 백신을 맞았다.
주사를 맞은 왼팔이 뻐근하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고 업무 중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백신, 안전하겠지?
왕국력 500년 9월 16일
하믈 제국이 전자레인지 뿌란니를 출시했다.
심지어 가격은 프란니의 거의 절반.
아이라가 상도덕도 없는 놈들이라며 성토했다. 강력히 항의하고 붉은별열병의 치료제인 제네롤, 제니시아의 공급을 차단할 거라며 울부짖었다.
그녀의 말대로 했다가는 범국가적인 조직인 만신전이 귀찮게 할 게 뻔했기에 차분히 진정시켰다.
아이라가 나에게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냐며 물어봤다.
그저 빙긋 웃어줬다.
나도 놈들의 저거트-00 설계도를 참고해 타이탄을 개발 중이니 이번만큼은 웃으며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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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0월 10일.
왕국에 새로운 6성 기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아돌.
아버지가 되었단다.
내 주변 인간들은 왜 다들 신호위반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의 피앙세는 예전의 누님이 주선했던 자작가의 영애.
6성 기사는 기본적으로 남작의 작위를 얻게 된다. 당당한 아버지가 되기 위하여 그는 벽을 넘었다.
지금 연무장에선 달빛 아래서 눈에 독기를 품은 베록과 버논이 대련을 하고 있다. 저리 조급해서는 넘을 벽도 못 넘는데······.
일기를 다 쓰고 바로 잠들려고 했는데, 적당히 조언해주러 다녀와야겠다.
왕국력 500년 10월 11일.
어제 베록과 버논에게 시범을 보이는 과정에서 여섯 번째 별을 품었다.
6성 마검사가 되었다는 말.
오늘 하루는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새로 품은 별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왕국력 500년 10월 12일.
알폰소가 원혈목의 독기를 흡수하다 죽을 뻔했다.
발견이 조금 늦고, 마침 슈이츠가 에메랄드궁에 방문한 상태가 아니었으면 정말 저세상 갈뻔했다.
비몽사몽간에 ‘아돌 경, 왕자님의 왼팔은 저입니다.’라는 헛소리를 했다며 슈이츠가 알려줬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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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1월 1일.
왕실사관학교 마공학부의 건물이 완공되었다.
이번 달 중순에 마공학부 입학시험이 있는데, 조금 아슬아슬하게 완성되었다. 일부 왕실의 관료들은 검은 모루 부족이 게으름 부리는 거라며 성토했던 게 떠오른다.
마공학부 지하에 타이탄 비밀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는 그들이니 그런 생각을 할 만했다.
수고한 검은 모루 부족의 드워프들에게 최고급 맥주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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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1월 10일.
남부의 마력초전도체 연구단지의 수석 연구원으로 가 있는 이자벨을 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제 그녀가 국내 마력초전도체를 이끄는 최우수 인력이 된 셈. 연구단지 인원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느라 당분간 소홀했던 본인의 연구에 집중해달라 부탁했다.
왕국력 500년 11월 11일.
아돌의 결혼식이 있었다.
연무장에서 레이나가 베록, 버논과 1:2 대련을 하는 중. 그들의 무기가 부딪치며 들려오는 소리가 어쩐지 다들 생각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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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1월 16일.
왕실사관학교의 입학시험이 시작되었다.
총 삼 일에 걸친 일정.
마공학부에서 시험을 보는 이들도 살필 겸, 학교를 방문했다.
귀족 출신이 확연히 늘어난 것이 체감되었다. 왕실사관학교 졸업생을 관료 등용 시 우대한다는 정책이 꽤 효과적이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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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2월 1일.
프란이 중급 마정석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스텔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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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2월 13일.
루카스의 편지를 받았다.
콧물을 주르륵 흐르면 바로 고드름이 될 정도로 춥단다. 얼어 죽기 전에 딸을 한 번 보고 싶다고 구구절절 적혀있었다.
조금 불쌍해져서 한 달 휴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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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력 500년 12월 23일.
클리앙, 밀로아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
밀로아의 배가 많이 불렀다.
그녀에게 슬슬 출산 휴가를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진짜로 보내줄 거냐며 되물었다.
웃으며 내게 중요업무를 인수인계하라 했다.
줄리앙에게 은밀히 떠넘길 생각이다. 아이라와 함께 세계 각지를 둘러보고 온 그도 이제 일할 때가 되었다.
아! 며칠 전부터 줄리앙과 아이라가 같은 반지를 끼고 있다. 언제 또 덜컥 아기를 가졌다며 후다닥 결혼식을 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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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12월 31일.
리오넬 건국 500주년의 마지막 날.
국왕이 어쩐 일로 점심을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다. 신년회 준비로 조금 바빠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다.
내일은······.
타다닥, 타다닥.
일기를 쓰고 있던 나는 누군가 집무실로 달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지간히 급한 일인 모양이었다.
덜컹!
노크도 안 하고 문이 열렸다.
저럴 수 있는 인간은 하나뿐. 역시 알폰소였다.
“왕자님! 폐하가 승하하셨답니다!”
녀석의 말에 나는 펜을 내려놓고 일기장을 접었다. 국왕과 점심 식사를 같이하지 않은 게 조금 후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