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38)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38화(138/203)
138
<138>
((이름이 뭐지?))
((라누아라고 합니다.))
((라누아······ 분명 칸족의 언어로 아름다운 별이란 뜻이지? 잘 어울리는 이름이군.))
말을 하는 동시에 유령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톡 건드렸다.
━━━━━━━━×
라누아
성별 : 여
나이 : 19
종족 : 인간
.
.
.
[관계 : 평상]━━━━━━━━
나보다 두 살 연상.
내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칸족은 14살이면 성인식을 치른다. 너무 어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칸족의 여인들은 키가 작은 편인데,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았다. 여자 중 상당히 큰 편인 레이나보다 살짝 작았다.
하긴, 거구인 누르갈의 딸이었다.
다른 칸족의 여인처럼 작았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관계는 평상인······.’
「라누아와의 관계가 개선되었습니다.」
??
‘뭐지?’
내가 한 거라곤 이름을 묻고 칭찬한 게 다일 뿐이었는데.
의아한 얼굴로 라누아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슬쩍 내 시선을 피했다. 볼에 홍조가 살짝 피어있었다.
아······ 설마?
내 첫인상이 마음에 든 것인가?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벌써 나를 찾아온 거지?))
((어떤 분인지 궁금해 소녀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마 대족장의 지시가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녀 단독으로 내가 머무는 게르에 불쑥 찾아왔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진짜 그렇다면 개념이 없는 거고.
굳이 캐묻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확인했으면 이제 가보는 게 어떤가?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외간 남자와 단둘이 오랜 시간······.))
스르륵.
갑자기 외투를 벗는 라누아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아니, 갑자기 옷을 왜 벗어?
또 안에는 왜 그렇게 헐벗은 건데?
그녀의 탄력 넘치는 피부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리오넬 왕국인과 미묘하게 다른 피부색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 난로 때문에 너무 더워서 그런데 외투를 벗고 있어도 괜찮겠습니까?))
걸터앉았던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라누아의 얼굴이 새빨간 홍시가 되었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허락을 맡을 거면 외투를 벗기 전에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아무리 난로 근처라 하지만, 너무 춥게 입었군.))
공간확장주머니에서 상의를 덮는 케이프를 꺼내 둘러주었다. 이제야 마음 놓고 눈동자를 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식만 놔두고 그대로 나가면 곤란하나?))
((앗! 그, 그게······.))
당황하는 라누아.
대족장이 시켜서 내 게르에 온 게 맞았다. 아무래도 그가 그녀에게 오늘 당장 나와 거사를 치르라 명한 것 같았다.
나는 음식을 올려놓은 탁자를 바라보았다.
입맛에 침이 고이는 요리들의 냄새.
습관적으로 유령손으로 음식들을 쓱 훑었다. 어떤 알림도 뜨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란 소리였다.
((같이 먹겠나?))
((저,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나 혼자 먹도록 하지. 근데 이건 어떻게 먹는 거지?))
나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엉덩이처럼 생긴 요리를 보며 라누아에게 물었다.
((아,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이프로 찢어서 뜨거운 수증기를 빼낸 뒤에, 안에 담겨있는 고기를 건져 드시면 됩니다.))
((신기한 요리군.))
만두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고기를 한 점 먹어봤다.
맛도 신기했다.
근데 어째 맛으로 먹기보다는 원기 회복을 위해 먹는 음식인 것 같았다. 고기를 한 입 베어먹었을 뿐인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만두피 같던 부분을 작게 잘라 먹어봤다. 쫄깃쫄깃한 식감. 전생에 먹던 곱창이 생각났다. 어떤 동물의 내장 같았다.
((이건 뭐지?))
내 물음에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던 라누아의 안색이 다시 벌게졌다.
((그··· 케틀라의 고, 고환입니다. 노야 부족 사람들이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자재입니다.))
케틀라는 칸족이 신성시하는 거대한 들소다.
아주······ 귀한 부위였구나.
어쩐지 얼굴에 화끈화끈 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
노야 부족의 대전사, 오르한.
에반 일행을 노야 부족 마을까지 안내했던 그는 바로 자신의 게르로 이동해 잠을 청했었다.
후반야의 경계 책임자가 그였기 때문이었다.
야심한 밤.
자정이 다가온 시간에 하품을 쩍쩍하며 게르를 나온 오르한이 근무지로 이동했다.
전반야를 담당했던 대전사와 교대한 그는 초병들의 경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세 번째 초소를 방문했을 때였다.
안에서 2인 1조의 초병들이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르한은 인상을 있는 대로 찡그리며 초소 문을 열어젖혔다.
((누가 경계 임무 중에 잡담이야!))
((앗!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반사적으로 외치며 화들짝 놀라는 초병들. 그중 한 명이 오르한의 얼굴을 보더니,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형님이셨군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됩니까?))
((뭐야, 너였어?))
오르한의 사촌이었다.
그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특별히 봐줄 테니 앞으로 조심해. 다른 대전사에게 걸렸으면 네놈들은 한 달 내내 경계 근무를 서야 했을 테니까.))
((하핫. 감사합니다, 오르한 형님. 제가 형님 좋아하는 거 아시죠?))
((징그러우니 입 닫아.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었어.))
초병이 잠시 머뭇거렸다.
에반이 머무는 게르에 들어가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나오지 않은 라누아의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
초병은 오르한이 라누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빨리 말 안 해? 한 달 내내 경계 근무 서고 싶어?))
오르한의 겁박에 초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라누아가 부족을 방문한 외지인의 대장이 머무는 게르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답니다. 그 인간, 대체 정체가 뭐입니까?))
에반 일행이 리오넬 왕국에서 왔다는 사실은 그를 노야 부족으로 안내했던 대전사들만이 아는 극비 사항.
에반의 정체가 궁금했던 초병은 답을 듣지 못할 거란 걸 깨달았다.
안 그래도 험상궂었던 오르한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그를 잡아먹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라누아가 어딜 들어갔다고? 자세히 말해 봐.))
((저도 주워들은 건데 대족장이 라누아를 찾고 얼마 안 있어서 그녀가 그······ 케틀라 요리를 챙겨 외지인 대장이 머무는 게르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케틀라 요리라는 말에 오르한이 잡고 있던 문이 우드득 으스러졌다.
다른 곳은 몰라도 노야 부족에서 케틀라 요리는 신혼부부, 특히 신랑이 식이 끝난 후 저녁에 먹는 음식이었다.
멋진 첫날 밤을 보내라고 말이다.
‘누르갈!’
대족장의 의도는 명확했다.
라누아를 그 비실비실한 리오넬 왕국의 애송이에게 주려는 것.
-제게 라누아를 주십시오.
-오르한, 나이 차가 너무 나지 않나? 그리고 자네는 이미 아내가 셋이나 있는 걸로 아는데.
-형님들이 죽고 생계가 막막해진 형수들을 받아들인 것뿐입니다. 제가 원해서 맞이한 아내는 없습니다.
-뭐, 알겠네. 오르한, 자네가 슈르갈의 경지에 오른다면 생각해보지. 분발해보도록.
분명히 약조했었다.
자신이 대자연의 축복을 한 번 더 받게 된다면 라누아를 자신에게 주겠다고. 한데 저 소국에서 온 희멀건 놈에게 그녀를 줘?
당장 확인해봐야 했다.
오르갈은 서둘러 초소를 벗어났다.
((어······ 형님? 형님! 어디 가십니까!))
초병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그는 한달음에 리오넬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이동했다.
‘라누아는 내 여자야.’
그녀의 14살 성인식.
소녀에서 여인이 된 라누아의 매혹적인 춤을 본 순간부터 오르한의 가슴 속에 자리한 것은 그녀뿐이었다.
그렇게 한달음에 에반이 머무는 게르에 도착한 오르한의 눈이 재차 뒤집혔다.
본래 라누아가 사용하던 게르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안으로 들어가 에반의 머리통을 쪼갠 후, 그녀를 데리고 부족 밖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누구냐!”
게르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아돌이 창을 쥔 손에 주며 그를 바라봤다.
“응? 네놈은······ 분명 우리를 여기까지 안내했던 칸족의 전사?”
전사로 살아온 오르한의 본능이 만만치 않은 녀석이라고 속삭였다.
‘대전사급인가.’
옆에 부하로 보이는 기사도 대전사 바로 아래급으로 보였다.
은밀한 기습도 아니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일을 실제로 시행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물러나야 했다.
오르한은 아돌을 말없이 바라보다 이를 으득 깨문 후 조용히 등을 돌렸다.
“저 녀석, 뭐지?”
“저들도 저희를 여기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 아닐까요?”
“······ 그런가? 그런데 단순한 용무라기에는 뒤통수가 싸했는데······ 혹시 모르니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해야겠어.”
물러나던 오르한은 힐끔 고개를 돌렸다.
게르 속 난롯불에 비친 두 남녀의 실루엣이 천막에 비쳤다. 그건 분명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것이 되리라 생각했던 라누아를 빼앗겼다.
‘누르갈······ 에반 리오넬······.’
그의 머릿속 이성의 끈이 뚝 끊어졌다.
***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침대를 바라봤다.
새근새근 잠든 라누아가 기껏 덮어놓은 이불을 발로 밀쳐냈다. 저러고 좀 있으면 금방 춥다고 몸을 웅크리고 떨어댔다.
더운 것도 못 참고 추운 건 더 못 참는 것 같았다. 한숨을 쉬고 다시 침대로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동이 터오는 것 같아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갔다.
“폐하, 기상하셨습니까.”
“좋은 밤 되셨습니까!”
경계를 서고 있던 아돌과 기사가 아침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날도 추운데 아돌은 어제부터 고생이······ 응?
“왜 아돌이 아직도 경계를 서고 있어? 교대 안 했어?”
“이런 외지에서 어찌 부하들에게 폐하의 안위를 맡기겠습니까.”
하긴, 우리를 노야 부족 마을까지 안내한 대전사들이 6성 기사급. 그런 이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아돌의 불안함이 이해되었다.
“알폰소랑 교대하지 그랬어.”
“알폰소 시종장은 낮 동안 폐하를 보필해야 하지 않습니까.”
“별로 도움 안 되니까 경계나 서게 해. 따라다니는 건 줄리앙 한 명이면 충분하니까. 아직 활동하려면 시간이 남았으니까 녀석 깨우고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
“알겠습니다!”
“간밤에 별일은 없었고?”
“새벽에 대전사가 잠깐 왔다 갔던 거 빼면 없었습니다.”
“대전사가?”
“그 이빨이 유독 누렇던 녀석 있잖습니까.”
오르한 말인가?
머릿속이 간질간질했다.
그 녀석이 노야 부족에서 쫓겨나 하믈 제국의 앞잡이가 되었던 이유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았다.
칸족과 이렇게 동맹을 맺게 될 줄 알았으면 ‘미래’의 기억이 쌩쌩할 때 기록해두는 건데······.
당시에는 살아남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고개를 털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했다.
“그럼 아까 말한 대로 알폰소랑 교대하고 조금이라도 쉬어. 난 들어가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렁차게 답한 아돌이 힐끔 게르 안을 훔쳐보았다.
나도 모르게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그대로 내보냈다가는 대족장도 서운하고 그녀도 곤란할 것 같아 그냥 재운 거야. 귀가 있다면 들었겠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어.”
아돌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고 있습니다. 간밤에 아리따운 여인의 방문에도 단단한 정신으로 유혹을 이겨내신 폐하의 이야기를 제가 꼭 왕비님에게 전하겠습니다.”
그는 아직 라누아가 왕국의 2번째 왕비가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른다.
“······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 기껏 덮어놓은 이불을 다시 걷어찬 라누아가 보였다.
으음······.
객관적으로 아름다웠다.
아직 ‘우호’ 단계라 확인은 안 되는데 분명 누님과 동급의 [미인] 스킬을 가지고 있을 거다.
아마 칸족의 전사 대부분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을······.
아!
벼락같이 뇌리에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오르한, 칸족 제일의 미녀를 덮치려다 미수에 그쳐 팔이 잘리고 추방당했던 노야 부족의 대전사.
야밤에 그놈이 왔다 갔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