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4)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4화(14/203)
014
“정신교육, 시작한다-!”
나는 달려드는 아카드를 노려보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두근, 두근.
마나가 코어에서 심장을 거쳐 전신 구석구석으로 퍼지며 세포 하나하나를 각성시켰다. 힘이 넘치고 감각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심장에 마나를 쌓는 이들의 상징과도 같은 마력을 통한 신체 강화.
기존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 마력 컨트롤에 따라 스탯 한두 단계 차이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특정 신체 능력이 유달리 증폭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눈.
체감상 다른 곳보다 서너 배는 더 높은 증폭률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아카드의 검이 노리는 곳이 훤히 읽혔다.
‘오른쪽 어깨.’
까앙-!
첫 공격을 수월하게 막았다.
눈가를 꿈틀거리는 아카드.
여기서 반격을 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힘, 속도 모두 놈이 나를 압도했다. 곧바로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왼쪽 복부.’
챙-!
‘오른쪽 허벅지.’
까앙-!
공격을 막아나갈수록 표정이 일그러지는 아카드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쾌감이 치솟았다.
“이 새끼가!”
최소한의 동작, 하지만 사력을 다한 움직임으로 놈의 공격을 막아나갈수록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미지의 힘이 아주 미세하게 나의 움직임을 보정하고 있었다.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하마터면 인지하지 못할뻔했다. 나보다 월등한 힘과 속도를 지닌 아카드와의 대련이었기에 겨우 알아챌 수 있었다. 혼자서 검술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는 눈치채지 못했던 게 당연했다.
마법을 수련할 때도 느꼈지만 스킬을 익힌다는 건 단순히 이론이 머릿속에 새겨지는 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이것도 막아봐라!”
아카드가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내가 전생을 자각한 계기가 되었던, 머리통이 깨지기 직전의 기억이 데자뷰처럼 겹쳤다.
수호검술 1초식 태산 가르기. 그 준비 자세를 취하는 놈의 움직임이 아주 느릿하게 느껴졌다.
빈틈이 아주 훤하게 보였다.
‘리오넬 제식검술 3초식 쾌속 찌르기.’
쇄애액- 퍼억!
손목을 제대로 찔렀다.
에메랄드궁의 유령왕자였던 내가 세상과 분리되기 위해 스스로 쌓았던 벽을 무너트리는 기념비적인 첫 반격이었다.
“크아아악!”
연무장에 울려 퍼진 놈의 비명과 검을 타고 전해진 짜릿한 손맛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질러 버렸네.’
문득 그런 생각도 뇌리를 스쳤다.
3기사단의 연무장에 도착해 4왕자 무리를 처음 봤을 때부터 현 상황을 쉽게 모면할 방법이 뭔지 알고 있었다.
적당히 치명타를 피하며 놈의 흥이 식을 때까지 처맞아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어쩌나, 그러고 싶지 않은데.’
후회 없는 삶을 살자.
전생을 자각한 첫날 밤, 나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다짐했었다.
아, 그렇다고 타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삶을 살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후회가 없는 삶을 살겠다는 건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뭐랄까······ 문자 그대로의 뜻보다는 생의 마지막, 인생 제대로 살고 간다며, 크게 웃어주고 눈을 감고 싶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기억 여기저기에 숭숭 구멍이 나 있지만, 마지막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던 생각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상습적으로 원생들을 폭행하던 보육원장을 엿 먹였어야 했는데, 고아라며 무시하는 게 명백했던 면접장에서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야 하는데, 아는 친구 주선으로 만난 여자가······ 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채운 것이 그딴 기억들이었다니.
현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런 하찮은 후회들은 하고 싶지 않다.
에메랄드궁에 틀어박혀 죽은 듯 지내던 내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수록, 언짢아할 인간들이 많을 거란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내가 마력을 다룬다는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독이 든 우유] 같은 장난질도 늘어나지 않았나.
뭐, 됐다.
4왕자를 두들겨 패는 것까지는 그래도 불길에 뛰어드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 근처에서 날개를 펄럭이는 정도려나.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긴 하지만, 저 자식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추후 어떤 수작을 걸어올진 모르겠지만, 직접 처맞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너, 너, 너 이 새끼!”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린 아카드의 기세가 변했다. 새빨개진 눈과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혈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마력을 운용하고 있는 게 훤히 보였다.
앗 하고 방심하다 제대로 맞으면 사지 하나 병신 되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았다.
신체 능력, 마력. 모두 놈이 나를 압도한다. 그런데도 위기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지금 그 얼굴. 여태까지 본 것 중 제일 잘생겼어.”
내 비아냥에 놈의 이성이 뚜두둑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뒤져어어어어!”
거친 포효와 함께 아카드가 땅을 박찼다.
수호검술의 5초식 사자의 포효.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돌진기. 코앞에 접근한 순간까지 어디를 노릴지 예측할 수 없다.
‘경지에 올랐다면.’
놈이 노리는 곳이 훤히 읽혔다.
심장.
기사들끼리의 대련에서 금기시되는 행위가 있다. 바로 마나를 보관하는 심장을 공격하는 것. 지금 놈이 그 짓을 내게 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덮쳐오는 아카드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검을 움켜잡은 양손에 힘을 주었다.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마나에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쇄애액-
나는 심장을 향해 쇄도해 오는 놈의 검을 향해 검자루를 내리찍었다.
리오넬 수호검술 4초식 파쇄.
검자루 끝에 달린 폼멜을 이용한 강타 기술. 이 기술의 영향으로 리오넬 왕국의 검들은 폼멜 부분이 굉장히 발달 되어있다.
숙련된 기사의 파쇄는 집채만 한 바위도 우습게 박살 낸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검면을 정확히 때린다면.
까강-! 쨍그랑!
평범한 가검을 부수는 데는 충분하다.
피슛- 주르륵.
사방으로 비산한 검 조각 중 하나가 아카드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 어, 어?”
나는 이성이 돌아온 듯 멍청한 표정을 짓는 놈에게 씩 웃어주었다.
“여기서 끝내는 게 어때, 형.”
아주 작게, 아카드에게 들릴 정도로만 ‘더 처맞기 전에 말이야’라고 추가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 그, 그래, 검! 검 때문이야! 이딴 쓰레기 불량품 때문에! 빨리 제대로 된 검을 가져와!”
얼굴이 시뻘게져 본인의 시종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는 아카드. 아무래도 처맞아야 정신을 차리려는 모양이었다.
뭐 고마운 일이었다.
두 번 다시 에메랄드궁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도록 개 패듯이 패줄 마음은 차다 못해 넘치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땀에 젖어 축축해진 손수건. 그걸 검을 들고 뛰어오는 시종을 바라보고 있는 놈에게 휙 집어던졌다.
찰싹!
손수건이 아카드의 얼굴을 찰지게 때렸다. 놈이 잠시 상황을 판단을 못 한 얼굴로 촉촉해진 본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이, 이, 이, 이······.”
상황은 금방 파악한 거 같은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 미안. 장갑을 안 가져와서. 처맞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얌전히 돌아가고.”
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병신을 만들지 않는 한, 결투라면 아무리 두들겨 패도 내게 직접적인 처벌이 내려오진 않을 거다.
“이 씨발새끼가!”
결투, 성립.
***
퍽! 퍽! 퍽!
“컥, 컥, 끅!”
에반의 검을 움직일 때마다 시원한 타격음과 멱따는 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그 근원인 아카드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한 달이다. 겨우 한 달 만에 살아있는 수련용 허수아비와 마찬가지였던 에반과 자신의 처지가 뒤바뀌어버렸다.
“크악, 이 씨발새끼야!”
쇄애액-
발악하듯 내지른 아카드의 찌르기가 에반의 머리를 노렸다. 눈이라도 맞으면 최하 실명, 최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공격.
까딱, 고개를 옆으로 틀어 가볍게 피한 에반의 눈에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곧 에반의 검이 아카드의 복부를 강타했다.
콰직! 우드득.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 통증.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진 아카드의 다리가 풀렸다.
“끄어어······.”
퍽! 퍽! 뻐억!
연이은 연격이 복부의 고통을 잊게 했다.
“그, 그마- 커억!”
대련을 중단하겠다고 외치고 싶은 아카드였지만, 에반은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두 왕자의 대련을 지켜보던 3기사단원 대부분은 그런 생각을 하며 4왕자의 수행인들을 한 번씩 힐끔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치가 아니더라도 혼이 가출한 듯한 표정의 조지를 제외한 두 시종이 호위기사에게 두 왕자의 대련을 중지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었다.
“레, 레이나 경. 어서 말려주십시오.”
“저러다 큰일 나겠습니다.”
모시는 이를 걱정하는 충심이 우러나와 그런 건 아니었다. 아카드의 성질상 후에 자신들에게 불똥이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대련이 아닌 결투야.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거나 전투 불능이 되지 않는 한 개입할 수 없어.”
“이, 이건 제대로 된 결투가 아니오!”
“맞소! 저러다 4왕자님이 크게 다치시기라도 하면 엄벌이 내려질 거요! 레이나 경? 레이나 경! 듣고 있는 거요?”
“걱정하지 마. 저 정도론 크게 안 다쳐. 병신이 안 되도록 잘 때리고 있어.”
“그, 그게 무슨.”
레이나 잔느.
왕실사관학교 기사 학부를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 평민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2기사단에 입단한 그녀는 닭 무리에 낀 한 마리의 고고한 학 같은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쉽게 말해 왕따······ 이지만, 삼시세끼 해결할 수 있고 검을 수련할 장소만 있으면 되는 그녀였기에 스스로는 꽤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기사단의 업무에서 열외 상태인 레이나가 오늘 4왕자의 호위 임무를 맡게 된 데에는 여러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하필 원래 오전 호위를 맡던 기사의 아내가 예정보다 빠른 출산을 해서.
하필 대타를 서기로 했던 기사가 출근길에 마차와 교통사고가 나버려서.
하필······.
하여튼 평상시에는 일어나기 힘든 우연들이 연달아 겹치는 바람에 레이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으아아아! 그만하-”
뻐억-! 으드득, 털썩.
5왕자가 휘두른 검면에 턱을 얻어맞은 4왕자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널브러지며 대련은 끝이 났다.
시종들이 부산해졌다.
“와, 왕자님!”
“들것! 들것 가져와! 조지, 뭘 멍청히 서 있어! 이 병신새끼야!”
“어, 어. 아! 알겠습니다.”
레이나는 그 소란스러움에서 한 발짝 비켜나 대련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 5왕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단언했다.
‘괴물이네.’
용병단을 따라다니는 창부 집단의 손에서 자란 레이나. 그녀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감각을 하나 더 느끼며 살아왔다.
검이 움직여야 할 길, 검로.
가느다란 선으로, 달콤한 냄새로, 아름다운 선율로······ 그녀는 시시때때로 전혀 다른 감각을 통해 검로를 느꼈다. 단지 그걸 재현하기 위해 몸부림쳐왔을 뿐인데도 어느 순간 사람들은 레이나를 ‘괴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랑 똑같은 거야.’
그녀의 눈동자에 평소의 흐리멍덩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견 상상 속 왕자님을 실제로 만나 첫눈에 반한 영애의 그것과 닮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동류를 만난 기쁨이었다.
“알폰소, 돌아간다.”
“넵!”
레이나는 연무장의 기사들을 한차례 둘러보고 휙 떠나는 에반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자신도 모르게 그 뒤를 쫓아가기 위해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디뎠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묻고 싶었다.
왕자님도 저와 같은 거냐고.
“레이나 경! 오늘 있었던 일은 반드시 엄한 문책이 따를 것이오!”
“마, 맞소! 아카드 왕자님이 이리된 건 다 레이나 경 탓이오!”
자신에게 어떻게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종들이 달라붙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
「레이나 잔느와의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5,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3기사단의 연무장을 빠져나오던 나는 알림창에 뜬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뜬금없이 왜 그녀와의 관계가 개선된 거지?
「업적, ‘나도 알고 보면 인기쟁이’를 달성하였습니다.」
「5,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인명록]이 개방되었습니다.」
주어진 보상을 즐기며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