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41)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41화(141/203)
141
<141>
오르한을 추적한 지 약 한 시간.
심장이 터지고,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았다.
고통을 참고 달리며 라누아에게 건넨 팔찌에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거리가 멀어지면 자동으로 알림이 오는 기능도 추가했어야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
그런 마도구는 서너 시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가가 전문적인 장비를 가지고 며칠을 고생해야 완성할 수 있다.
왕국으로 돌아가면 그쪽 방면에 일가견 있는 금탑에 정식으로 의뢰를 넣을 계획이었다.
라누아에게 건넸던 팔찌는 [만물상]에서 도난 방지 마법이 부여된 걸 구해 개조한 것.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루카스에게 새로운 마도구를 보낼 때까지만 더 그녀의 밀착 경호를 부탁하려는 찰나, 오르한이 내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행력을 선보였다.
납치 계획을 세우고 준비가 된 뒤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못 해도 사나흘은 걸려야 정상 아닌가?
노야 부족 내 가족, 재산도 다 필요 없을 정도로 라누아가 놈에게 1순위 존재였다는 것을 알지 못한 나의 패착.
한눈에 누군가에게 꽂혀 정열적인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다.
그런 별별 생각을 다 하며 팔찌의 위치를 가리키는 화살에 시선을 주었다.
거의 다 따라잡았다.
‘저쪽 언덕인가?’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땅을 박찼다.
언덕의 정상을 찍는 순간 저 멀리 하믈 제국의 국경이 보였다.
거대한 장성이 쌓여있거나 하진 않았다. 멀리 떨어진 간격으로 초소가 있는 정도.
‘저길 넘기 전에 잡아 다행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데.
바스락, 바스락.
누군가 발버둥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을 눈에 집중하고 소리가 들린 수풀 쪽을 자세히 관찰했다.
사지가 결박된 라누아에게 징그러운 얼굴을 갖다 대고 있는 오르한이 보였다.
‘저 자식!’
강제로 키스라도 하려는 건가?
급한 대로 최단 시간으로 발현할 수 있는 [마력 화살]을 놈의 머리통에 날려줬다.
쇄애애액─
콰앙!
((누구냐!))
그래도 대전사라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오르한. 대형 도끼로 [마력 화살]을 막아낸 놈이 크게 외치며 나를 바라봤다.
((후우······ 후우······ 늦을 뻔했군.))
거친 숨을 내뱉으며 라누아와 시선을 마주쳤다.
화색이 도는 그녀의 얼굴.
이내 나 혼자라는 걸 확인하곤 걱정의 눈빛을 보냈다. 안심하라는 의미로 부드럽게 웃어줬다.
***
에반의 얼굴을 확인한 오르한은 긴장의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떻게 쫓아왔지?’
그게 먼저 머릿속을 스친 의문.
이어서 걱정이 되었다. 에반이 자신을 쫓아왔다는 건 누르갈도 함께 왔을 수도 있다는 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대족장이 왔으면······ 나는 죽는다.’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오르한의 대형 도끼가 라누아를 노리기 좋은 방향으로 슬쩍 이동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그녀를 인질로 삼을 생각이 들었던 것.
‘내가, 라누아를 인질로?’
오르한은 멈칫했다.
그는 라누아를 위해서라면 심장을 꺼내 바칠 수도 있을 거라 믿었던 과거의 자신이 틀렸었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소중한 것, 그건 라누아가 아니다.
자신의 목숨이다.
((안심해, 나 혼자니까.))
에반의 말에 오르한의 긴장이 풀렸다.
그렇다면 해볼 만했다.
저놈의 머리통을 쪼개고 대족장이 오기 전에 자신에게 두 번째로 소중해진 라누아를 데리고 하믈 제국으로 건너가면 된다.
‘멍청한 녀석.’
무슨 방법으로 자신을 쫓아왔는지 모르겠지만, 호위기사 한 명 대동하지 않은 걸 처절히 후회하게 해주리라.
오르한은 입술을 핥으며 에반을 살폈다.
헛소문은 들어봤다.
5성 마검사인 에반이 왕세자 즉위식에서 하믈 제국의 19황자가 펼치는 심상영역을 깨트렸다고.
우상화도 정도껏 해야지.
부족의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도 거짓말쟁이라고 놀림당할 거다.
‘이상하군. 전혀 모르겠어.’
어지간하면 자신보다 떨어지는 놈인지, 만만치 않은 놈인지, 절대로 덤벼서는 안 될 놈인지 구별이 된다.
마검사라서 그런 것일까?
기사도 마법사도 되지 못한 반푼이인 마검사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을 쫓아온 걸 보니 6성 마검사일까?
아니다.
오르한은 역사상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존재가 자신의 눈앞에 있을 거란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사술을 사용한 것이리라.
그래도 일국의 왕이니 기상천외한 신물을 가지고 있는 게 확실했다.
‘대가리를 쪼개고 전부 빼앗아주지.’
콰앙!
누런 이를 드러내며 흉포하게 웃은 오르한이 땅을 박찼다. 그에 맞춰 에반이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라누아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알고 있는 오르한의 순수한 힘은 부족 내에서 대족장 다음. 그가 휘두른 대형 도끼를 검으로 막으려고 하면 검 채로 두 동강 날 것이다.
방심하다 오르한에게 죽임을 당한 제국의 기사가 한둘이 아니다.
“웁- 웁-”
그녀는 그 사실을 경고하려 했지만,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소용없었다.
발검하는 에반.
위이이이이이잉─!
기이한 검명을 토해내는 검이 오르한의 대형 도끼와 부딪친다.
라누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에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 동강 나는 모습이 절로 연상되었다.
그녀는 귀도 막고 싶었다.
에반을 두 동강 내고 땅까지 갈라버리는 대형 도끼의 굉음을 듣고 나면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았다.
한데.
서걱─
‘?’
라누아가 예상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탱그랑.
이건 마치 오르한이 대형 도끼를 힘없이 땅바닥에 떨구는 소리 같지 않은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커- 커-))
목이 절반 넘게 잘린 오르한이 몸에서 떨어지려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람 새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에반이 촤악- 검을 한 번 털어 검집에 넣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보기 좋은 광경도 아닌데, 조금 더 눈을 감고 있어.))
부드러운 에반의 목소리.
라누아의 긴장이 확 풀렸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밀려오는 수마에 마음 놓고 몸을 맡겼다. 눈이 스르륵 감겼다.
***
노야 부족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별것도 아닌 오르한 자식 때문에 복귀가 하루 늦어졌었다. 라누아라는 확실한 증인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미안하군. 라누아를 향한 녀석의 욕심은 진즉에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누르갈이 깔끔하게 사과했었다.
그가 칸족 전체의 동의를 얻은 뒤 있을 동맹 협약에서 약간의 양보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 정도면 만족.
오르한은 처리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왕궁에 복귀하자마자 금탑에 마도구 제작을 의뢰했다.
당연히 두 개.
라누아 것 하나, 레이나 것 하나.
칸족에서의 일을 알게 된 레이나는 이틀간 말이 없었다.
그녀도 내가 상황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왕비를 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갯머리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도 몇 번 했었고.
그런데 실제로 왕비에서 1왕비가 된다는 것이 상당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해할 만했다.
외동으로 지내다 동생이 생기는 것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라는데, 남편의 두 번째 아내라니.
태교에 안 좋을 것 같아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이게 숨기는 게 쉽지 않았다.
여자의 촉, 생각보다 대단하더라.
다행히!
아돌이 내가 노야 부족 방문 당시 라누아를 안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밀히 전달한 덕에 조금 마음이 풀렸다.
똑똑, 똑똑.
집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
창밖을 보며 칸족을 다녀온 이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던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폐하, 아이라 자작이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내.”
문이 열리고 밀로아의 뒤를 이어 당당한 신여성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아이라가 들어왔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크게 얻는 브랜드의 모피 코트를 입고 있었다.
과거의 소박했던 모습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그녀였다.
“손에 들고 있는 건 부탁한 보고서인가?”
“네. 작성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어요.”
칸족에게 식량을 공급한 이후 에이츠상회의 재정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관한 보고서였다.
“이해해줘.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
나는 그녀가 건넨 보고서를 받아 빠르게 훑었다. 마지막 결론 부분을 자세히 한 번 더 읽고 간단한 감상평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여유가 있네.”
“여유요?”
헉 소리를 내는 아이라.
“아무리 빠듯하게 관리해도 1년 3개월이라고 쓰여 있었을 텐데······, 혹시 3년 1개월로 잘못 보신 거 아니세요?”
“아니, 정확히 봤어. 1년 3개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3개월의 여유가 더 있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이겠지?
“붉은사신의 백신, ‘천사의 날개’가 생각보다 매출이 높군. 아직 만신전 놈들이 안전하다는 인증을 안 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진짜 만신전은······ 2차 임상도 성공리에 끝났는데 왜 미적거리는지 모르겠어요. 매출이 높은 이유는 제네센, 제네시아의 전적이 있으니까 붉은사신이 유행하는 나라에서 믿고 구매해준 것이란 분석이에요.”
역시 이미지가 중요하다.
어느 사이, 에이츠상회의 상품은 일단 믿고 사용하는 기조가 생기기 시작했다.
“1차로 구매해간 나라들에서 붉은사신이 잡히면 만신전도 더는 인증을 미루지 못할 거야.”
“그렇게 되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더 길어지겠네요. 자세한 건······ 계산해봐야겠지만요.”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얼굴.
“아냐, 계산해 볼 필요는 없어.”
1년 이상이라는 계산만 나왔으면 그걸로 오케이.
아이라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나는 책상 서랍에 보고서를 넣었다. 공적인 볼일은 이제 끝. 이제 그녀에게 사적인 대화를 나눌 차례였다.
“줄리앙과 연인 사이라는 것을 메어튼 백작이 알게 되어 조금 곤란하다고 들었어.”
“앗! 그런 건 또 어디서 들으셨나요? 3왕녀님이시죠? 아니, 왕비님인가? 설마 밀로아 백작님?”
“출처는 비밀.”
줄리앙이 내 측근이긴 하지만, 작위가 없다.
주로 음지에서 활동하기에 논공행상할 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탓.
목숨을 살려준 게 어디냐 할 수 있지만, 측근으로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챙겨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조만간 줄리앙도 아이라가 가진 작위와 발을 맞출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말을 전해주고 싶었어.”
왕국의 서북부를 탈환 후, 칸족과의 비밀동맹을 체결한 주역이 그라는 것을 밝히면 자작위 정도는 충분할 터.
“전 밀로아 백작님의 뒤를 잇는 왕국의 신여성이에요. 그의 작위가 저보다 낮은 걸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고요.”
그냥 알겠다고 하면 될걸. 부끄러워하기는.
“줄리앙한테는 말하지 마.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네!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을게요.”
몇 마디 소소한 대화를 더 나누고 아이라를 보내줬다.
잠시 바람을 쐴 겸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산책하고 있던 레이나가 보였다. 품에 해리온을 안고 있었다.
녀석을 데려오고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작고 연약한 존재다. 고양이였으면 그 정도 시간이면 뛰어다닐 수 있지 않나?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네.’
다나르 교단의 세가 커지면 녀석의 성장도 빨라지려나?
만신전과 엮여야 할 일기에 다나르 교단을 퍼트리는 건 잠시 미룬 상태다. 일단 서북부를 탈환에만 전념해야 했다.
집무실을 나갔던 아이라가 레이나와 마주쳐 인사 나누는 걸 본 뒤 책상으로 돌아갔다.
책상 한편에 치워둔 신문의 헤드라인에 눈이 갔다.
『아르야 왕궁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살인마의 정체는?』
옆 섬나라에는 의문의 연쇄살인마로 들썩이고 있다.
기묘한 일.
‘미래’에는 없었던 사건이다. 분명, 나로 인한 나비효과.
[도서관]에서 검색해봤지만, 범인을 알아낼 수 없었다. 놈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뜻.싸한 느낌이 있던 아르야의 1왕녀도 조사해봤지만······.
>아르야의 1왕녀가 연쇄살인마일 가능성은?
「얀데르시아의 일기장에는 연쇄살인마를 두려워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현재로선 그녀가 범인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범인이 과연 누굴까?
‘뭐, 상관없나.’
칸족의 기별이 오는 대로 왕국의 핵심 병력을 북상시켜야 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나타나 아르야 왕실을 뒤흔드는 연쇄살인마.
감사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