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46)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46화(146/203)
146
<146>
하늘을 나는 비공정.
전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어마어마했었다. 하늘에서 일방적으로 마력포를 쏘아대는 비공정을 처음 접하는 상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비공정을 가장 먼저 전쟁에 도입했던 아이멘 왕국은 동대륙 절반을 집어삼키며 제국을 탈바꿈했다.
그리고 한동안 세계 각국은 비공정 건조에 사력을 다하게 되었다.
비공정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어마어마한 생산 비용과 유지비.
까다로운 마력포 사용 조건.
쓰레기 같은 연비.
연약한 내구성.
.
.
.
“보고드리겠습니다. 베링턴 요새에서 베이른 영주성에 도달하는 길목에 있는 하믈 제국의 모든 거점을 타격하였습니다.”
야심한 새벽, 베링턴 요새에서 일시에 날아올랐던 왕국의 비공정 선단은 순식간에 국경을 밀고 올라갔다.
그리고 북부 탈환의 거점이 될 베이른 성까지 큰 인명피해 없이 입성 완료.
100척이 넘는 비공정과 왕국 최정예 기사단이 일시에 투하된 기습작전은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가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아앙!
아직도 왕국의 비공정이 뿜어대던 마력포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옆집 불구경하는 심정으로 왕국과 칸족의 대치를 구경하던 하믈 제국군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던 상황이었을 거다.
“왕국이 동원한 대형 1척, 중형 8척, 소형 96척의 비공정 중 중형 2척과 소형 26척이 수리가 필요해 왕도로 복귀해야 합니다.”
줄리앙의 보고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하늘에서 마력포를 쏘아대는 것만으로도 비공정의 연약한 내구성에는 큰 무리가 간다.
소형 비공정을 빗대어 흔히 하늘을 나는 종이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그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
그래도 그렇지.
“하루 만에 사 분의 일이 전장에서 이탈이라니 너무하는군.”
“악천후 속에서 이 정도면 그래도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병력의 이동 상황은?”
“조금 전, 최선두 부대가 (구)아인베르크 자작령을 통과하고 있다는 통신을 보내왔습니다. 늦어도 삼 일 후면 주력부대는 이곳으로 집결할 수 있을 듯합니다.”
줄리앙의 답변에 문가에 있던 알폰소의 귀가 쫑긋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앞으로는 (구)라고 표현할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하믈 제국 측의 움직임은 파악된 게 있나?”
“제국의 황도는 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당연한 일이죠. 전국새가 도난당한 걸 알고 흥분해서 쓰러졌던 황제가 의식불명인 상태니까요. 부대마다 상반된 명령이 동시에 내려오는 일이 허다한 것 같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왕실기무대가 저런 정보를 입수한다는 것 자체가 하믈 제국의 상황이 개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몇몇 부대에는 저희를 막으라는 동일한 지시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겠지. 그중 절반 이상은 미적대며 상황을 관망할 거야.”
누가 내렸는지도 모르는 명령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우러 오는 미련한 지휘관이 얼마나 되겠나.
만약 내게 그런 명령이 떨어지면 중간지점에서 잠수 타버릴 것 같았다.
갑자기 비공정이 고장 나서.
물을 잘못 먹고 전원 탈이 나서.
중간에 길을 잃어서.
이유야 만들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현재로선 하믈 제국의 중앙군은 전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왕국이 빼앗겼던 서북부에서 리오넬인의 고혈을 빨아먹던 4개 주. 벽람주, 적흥주, 은화주, 그리고 황원주가 왕국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이라고 봐야겠지.”
“그렇습니다. 근데 벽람주와 황원주는 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못 움직일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앙이 말한 두 곳은 제외해도 되는 이유가 충분했다.
먼저 벽람주.
누르갈이 이끄는 칸족이 향하는 곳이 그곳이다. 본진을 침략하는 그들을 눈앞에 두고 여기를 신경 쓸 틈이 있을 리가 없다.
그다음 황원주.
황탑이 위치한 황원주는 그레이스틸의 가치를 가장 먼저 깨닫고 과거 북부를 침공한 가장 큰 원흉이었다.
하지만 황원주목은 섣불리 군사를 움직일 수 없다. 그의 손녀이자 황탑주의 제자인 11황녀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를 황제로 만드는 것과 그레이스틸.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적흥주와 은화주 쪽은 어때?”
“일단 상당한 병력이 집결하긴 한 것 같은데, 황제의 죽음이 코앞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군. 앞으로 3일이 중요해. 하믈 제국이 우왕좌왕하는 이 시기에 최대한 서북부의 주요 거점을 장악한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건 종군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읽어보시겠습니까?”
줄리앙이 종이 몇 장을 내밀었다.
제목부터 살폈다.
『[속보] 새벽 중에 일제히 비상한 왕국의 비공정 선단』
『[속보] 사라진 칸족, 그들은 어디로?』
『[속보] 리오넬 왕국군, 빼앗겼던 서북부를 향해 진격?!』
마지막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읽어보니 사실보다는 상상이 많이 담겨있는 기사였다. 한데 왕국군의 이동 경로와 목표를 사실에 근접하게 맞췄다.
종군 기자들은 아직 베링턴 요새에 남아있다. 보급 부대와 함께 느지막이 이곳에 올 그들은 왕국군의 행방을 몰라야 정상이었다.
슬쩍 기사의 작성자를 살폈다.
푸른달 종군기자 피셔.
아, 그 인간인가.
“사실관계를 조금 정정해준 뒤 신문에 실으라고 해. 이 정도로 근접하게 추론했으면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겠지.”
어차피 하루 이틀 뒤면 다른 기자들도 알 내용이지만, 단 몇 시간, 몇 분 차이로 특종인지, 아닌지 갈리는 게 그들의 세상이리라.
[도서관]에서 얻는 정보도 그런 면이 있다.천금을 줘도 듣기 힘들었던 정보가 한순간에 가치가 떨어진다.
「제국의 황제가 사망하였습니다.」
지금처럼 말이다.
황제의 유서에 관한 정보 가치가 수직으로 하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3년 전, 라드완 룬티아에게 납치되었다 극적으로 구출된 마리.
올해 그녀는 9살이 되었다.
“마리, 잠시 등에 손을 올려봐도 되겠니?”
“네!”
마리는 정기적으로 슈이츠의 진료를 받는다. 예전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9살이나 된 지금은 안다.
자신이 신성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다.
“금방 끝낼 테니, 가만히 있어 주렴.”
마리는 슈이츠가 등에 손을 대자마자 몸 구석구석이 따듯해지는 기운을 느꼈다. 이때만 되면 이상하게 졸렸다.
“으음······ 여전히 신성력의 흔적은 없나.”
작게 중얼거리는 슈이츠.
마리는 왠지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입술을 우물거렸다.
“좋아, 여기까지. 오늘도 고생했어. 이걸로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거 사 먹으렴.”
“네!”
동전을 쥐여주는 슈이츠에 마리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경쾌한 걸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마리는 종종걸음으로 페리쥬르 제과점으로 향했다. 왕실에도 초코 쿠키를 납품하는 유명한 곳이었다.
그녀가 슈이츠의 진료를 받은 후에 반드시 들르는 곳이었다.
“안녕하세요! 대왕 초코 쿠키 두 개 주세요!”
하나는 자기 것, 하나는 어머니의 것이었다.
“이런, 이미 만든 건 다 팔려서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려줄 수 있겠니?”
“으음······ 네!”
“그래, 기다리게 한 대신 이 쿠키를 줄게. 모양이 망가지긴 했는데, 맛은 똑같아.”
“감사합니다!”
마리는 의자에 앉아 초코 쿠키를 냠냠 먹으며 창문 너머 거리를 살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리 곳곳이 음울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린 마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9살이나 된 마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저 위쪽, 엄청 추운 곳에 사는 무시무시한 야만인들이 리오넬 왕국인들을 잡아먹으러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거리에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딸랑.
손님이 들어왔다.
“주인장, 초코 쿠키는 다 팔렸소?”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거의 다 구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과점 주인도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아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퉁명스럽게 “기다리쇼”라고 대답했을 거다.
원래 어린아이와 이쁜 처자 아니면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그였다.
“주인장, 소식 들었나? 왕국군이 글쎄 때놈들한테 빼앗겼던 서북부로 진격했다더군.”
“하하, 당연히 알고 있소. 거기, 신문들 안 보이오? 내가 이래 봬도 한때는 왕실사관학교 입학도 노렸소. 신문도 직접 읽을 수 있다 이 말이지.”
마리는 오도독 초코 쿠키를 씹으며 제과점 한편에 쌓여있는 신문 더미를 바라봤다.
글은 9살이나 된 마리도 읽을 줄 알았다.
왜 제과점 주인이 그걸 자랑스러워하는지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속보] 왕국군, 서북부를 향한 거침없는 진격』
『[속보] 충격! 하믈 제국의 황제, 사망하다』
“야만인, 아니, 칸족이 사실은 왕국의 동맹이었다니! 하믈 제국 황제가 죽기 직전에 정확히 서북부 탈환이 시작된 게 기가 막히지 않소? 국왕 폐하가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을 줄 상상도 못 하고 있었소.”
“하하, 나는 애초에 칸족이 남하한다고 했을 때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소. 국왕 폐하가 떡하니 버티고 계시는데, 그 누가 왕국을 침략한단 말이오.”
제과점 주인과 손님의 재미없는 이야기.
마리는 금방 흥미를 잃었다.
어서 빨리 초코 쿠키를 가지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슈이츠 자작의 저택에 딸린 마리와 어머니의 보금자리 말이다.
따르릉! 따르릉!
오븐에서 울리는 요란한 소리.
손님과 열띤 토론을 벌이던 주인이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갔다. 곧, 그가 큼직한 봉투 두 개를 꺼내 나타났다.
“자! 오래 기다렸지. 여기 대왕 초코 쿠키.”
“감사합니다!”
마리는 쿠키 봉지를 가슴에 안고 제과점을 나섰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 칸족의 병력은······.”
“제국놈들······ 우리가······.”
“······ 지원을······ 아버지가 북부에서······.”
“그레이스틸을 얻으면······ 열강이 될······.”
거리의 어른들이 모두 제과점 주인과 손님이 나누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9살이나 된 마리지만 어려운 말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르갈! 오늘부터 우리는 친구다.”
“좋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적은 누구냐!”
“이놈들! 나는 마족의 666번째 계약자, 하믈 제국의 새로운 황제다. ”
아이들의 전쟁놀이 내용이 변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리오넬 왕국과 칸족이 싸우고 있었다.
“형제여! 저 녀석이 우리의 적이다!”
“좋다! 내 도끼로 머리통을 부숴주지!”
“후후후, 덤벼······아야! 아야! 아파! 아프다고! 진짜로 때리면 어떻게 해!”
바보 같은 남자애들.
마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렇게 그녀가 슈이츠 자작 저택에 도착해 정원길을 지나고 있을 무렵.
짹애액- 째애액-
구슬피 우는 새 소리가 들려왔다.
쿠키 봉지를 품에 안고 주위를 둘러본 마리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도도도 달려갔다.
날개가 피투성이인 작은 새가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프겠다!”
마리는 쿠키 봉지를 옆구리에 끼고 새를 품에 안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재빨리 집으로 뛰어갔다.
마리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짹애액- 짹애액-
애처롭게 우는 새.
“아프지, 내가 낫게 해줄게.”
마리는 새를 따스하게 품에 안았다.
우웅- 우웅-
눈부시게 환한 빛이 이불 속을 가득 채웠다! 피투성이였던 새의 날개가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다.
짹짹! 짹짹!
“됐다! 쉿! 조용히 해야 해!”
마리는 이불을 살짝 들어 올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창가로 다가갔다.
“내가 고쳐줬다는 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짹짹, 짹짹.
알겠다는 듯이 지저귀는 새.
마리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창문을 열고 새를 날려주었다.
새가 멀리 날아간 걸 확인한 그녀는 초코 쿠키를 오도독 씹으며 몸을 가득 채웠던 신성력을 다시 꼭꼭 뭉쳐 안 보이게 잘 숨겨두었다.
아무한테도 들켜선 안 되는 비밀이었다.
또 들키면 엄마랑 헤어지게 될 테고, 그러면 엄마는 다시 못생긴 인형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버리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