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47)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47화(147/203)
147
<147>
아이멘 제국.
육군사관학교 이스트라인.
전쟁사 강의실.
“열흘 전, 리오넬 왕국이 10여 년 전 그들이 하믈 제국에게 빼앗겼던 영토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개시했지. 오늘은 이를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스트라인의 생도들이라면 두 국가 간 전쟁의 기본적인 사항은 숙지하고 있겠지?”
소령은 자리에 앉아있는 생도들을 바라보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번 전쟁에서 리오넬 왕국이 보인 행보에 본 교수는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세계 전쟁사에 다신 없을 완벽한 기습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였지. 제군들의 생각은 어떤가?”
소령은 먹이를 찾는 눈빛으로 생도들과 눈을 마주쳤다.
다들 그의 시선을 피하기 바쁜 와중, 유독 또랑또랑한 눈빛의 여생도가 한 명 있었다. 소령은 그녀에 관한 간략한 정보를 떠올렸다.
이름, 라일라.
육군사관학교 차석 입학.
어머니가 리오넬 왕국 출신 이민자.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서 소령은 그녀를 지목했다.
“라일라, 한 번 대답해보겠나?”
“네, 교수님. 하믈 제국 황제 사망과 맞물린, 정말 완벽한 타이밍에 시작된 전쟁이었습니다. 황제의 사망과 그가 남긴 유언으로 혼란한 하믈 제국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단 일주일 만에 10여 년 전 점령했던 리오넬 왕국의 서북부 절반가량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라일라의 발언에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타이밍. 맞는 말이야. 상대가 예측할 수 없을 때 허를 찔러라. 우리 이스트라인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관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오넬 왕국이 전쟁을 개시한 시점은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생도들을 훑어보던 소령의 눈에 입술을 삐쭉거리는,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살집 있는 생도가 보였다.
이름 리앙.
하믈 제국 출신 부모를 둔 이민자 2세.
“리앙,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정이군.”
“선전포고도 없이 이루어진 비열한 기습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풉-”
라일라의 작은 폭소.
리앙이 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노려봤다.
“시비인가, 라일라!”
“10여 년 전, 하믈 제국이 리오넬 왕국을 침공할 때는 선전포고가 있었던 것처럼 들려서 말이야.”
“이익! 그때는······.”
“그만!”
소령이 단호히 둘의 말을 끊었다.
신성한 강의 시간이었다.
생도들 멋대로 토론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 그것도 감정싸움으로 번질 것이 뻔하다면 말이다.
“라일라, 리앙. 토론은 따로 주어진 시간에 실컷 하도록. 그런 의미에서 둘 다 벌점 2점씩이다.”
“네, 교수님.”
“······ 알겠습니다.”
개의치 않아 하는 라일라와 입술을 꽉 깨문 리앙.
소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서대륙 브리센 연합의 이민자들이 주축이 되어 탄생한 아이멘 제국. 부모나 본인의 출신국 관련해서 다툼이 벌어지는 건 일상이었다.
“다만, 리앙. 네가 했던 발언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군. 최근 10년간, 선전포고가 먼저 이루어지고 전쟁이 발발한 게 몇 번이나 될까? 소규모 국지전을 제외하고 말이야. 혹시 맞춘다면 조금 전 네게 준 벌점을 없던 일로 하겠다.”
리앙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이내 그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
“세, 세 번?”
찍었다.
씩 웃으며 입을 여는 소령.
“안타깝군. 답을 아는 표정이었는데 말이야. 정답은 단 한 번도 없다.”
“······.”
그는 리앙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생도들을 바라봤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본인은 이번 전쟁을 계획한 리오넬 왕국의 국왕, 에반 리오넬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소령이 단상의 마도구를 조작하자 강의실 스크린에 에반의 초상화가 떠올랐다.
“불과 5년 전, 그의 왕위 계승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까웠지. 올해 18살. 아,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16살이다. 여기 앉아있는 제군들보다 어리군.”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생도들은 다시 한번 경탄하며 스크린 속 에반을 바라봤다.
“붉은별열병의 발발 이후 리오넬 왕국과 그에게 관심이 생겨 연구를 시작한 자국의 학자들이 늘었지. 그중에는 에반 리오넬이 왕위에 오른 것을 기적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어지간한 왕국의 전설 속 건국 시조보다 그의 행보가 더 파격적일 정도니까.”
소령이 잠시 말을 멈추고 마도구를 조작했다.
왕실 재판, 청문회, 동부 해적 소탕······ 유령왕자였던 에반이 왕위에 올라가기까지의 타임라인이 나타났다.
사건의 발단과 그로 인해 에반이 얻은 것들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었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에반 리오넬이 아니야. 하믈 제국과 리오넬 왕국간에 벌어진 전쟁에 관한 것이지. 그런데도 본 교수가 그를 언급하는 것은 그를 알아야 이번 전쟁에서 리오넬 왕국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령이 생도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스크린을 바라봤다.
“본 교수가 에반 리오넬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리앙.”
“네? 넷!”
갑자기 불린 리앙이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누군가가 너에게 누명을 씌워 재판장에 서게 되었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나?”
“어······ 어떻게든 누명을 벗기 위해 노력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소령.
“그래,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지. 하지만, 에반 리오넬은 달랐어. 그는 단순히 누명을 벗는 걸 넘어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4 왕자가 유배길에 오르게 만들었지. 죽음으로 가는 유배길에 말이야.”
소령이 포인터로 타임라인의 청문회 부분을 가리켰다.
“이번엔 청문회 때를 볼까? 발단은 간단했다. 시종이 당시에는 괴뢰 집단이라 불렸던 북부해방군의 끄나풀로 판명되어 잡혀갔지. 여기서 에반 리오넬은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선택을 한다. 시종을 구하는 선택을 한 거야. 이게 얼마나 이례적인 선택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어쩌면 세계 어느 역사를 살펴봐도 찾아볼 수 없는 경우일지도 몰라. 아! 만약 시종이 아닌 시녀라면 몇 가지 사례가 있긴 하군.”
소령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 힘든 마지막 말에 몇몇 생도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평범한 이라면 시종 하나 살리는 것도 버거웠을 거다. 하지만, 에반 리오넬은 청문회를 통해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두 가지를 얻었지. 맞추면 상점 2점을 주지. 무엇인지 알겠나?”
상점이란 말에 생도들의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벌점을 받았던 라일라도 번개처럼 손을 들었다.
“라일라가 가장 빨랐군. 말해보도록.”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의 세력을 뒷받침해줄 북부해방군입니다!”
“정답이다. 그럼 보이지 않는 것은?”
“······ 시종의 충성?”
첫 번째 답변과는 달리 자신감 없는 그녀의 어조. 소령이 잠시 턱수염을 매만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틀렸지만, 또 아주 틀린 건 아니군. 정확히는 청문회를 계기로 에반 리오넬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주군이란 이미지를 손에 넣었다. 여기 있는 생도 중 누군가는 그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군. 하지만 본 교수는, 최소한 나는 그게 그가 끝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 말을 끊은 소령. 물병을 입가에 가져가던 그는 자신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라일라에 피식 웃었다.
“라일라는······ 상점 2점을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교수님!”
목을 축인 소령은 다시 여타 군주들과 달랐던 에반의 선택과 그 결과에 관한 본인과 학자들의 해석을 생도들에게 계속 강의해나갔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에반이 왕에 즉위한 순간까지 도달했다.
“······ 자, 여기까지 이야기했으면 본 교수가 어째서 에반 리오넬이란 인간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지 이해가 가는가?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를 평가를 한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군.”
쓴웃음 지은 소령이 마도구를 조작했다.
에반이 왕이 되기까지의 타임라인이 사라지고, 리오넬 왕국의 북부 일대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힐끔 제대로 지도가 떠오른 걸 확인한 소령이 입을 열었다.
“에반 리오넬이 국왕이 된 후, 그의 행보가 다소 심심하다는 평이었지. 하지만, 이번 전쟁이 터지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가 말하면서 계속 마도구를 조작했다.
지도에서 성난 얼굴의 칸족이 남하하기 시작했다.
“현대에 이르러 완벽한 기습이란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학자들이 많다. 특히 국가와 국가에 전면전에 있어서는 말이야. 왜인지는 다들 알겠지? 과거와 달리 하루 이틀이면 저 먼 대륙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통신 체계가 발달했다. 대규모 병력이동을 인접 국가 모를 수가 없다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었지.”
스크린에서 성난 칸족에 대항하기 위해 리오넬 왕국의 전 병력이 북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반 리오넬은 이번 전쟁으로 그들의 주장을 철저히 비웃었다. 대규모 병력이동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하믈 제국을 방심하게 만들었지. 북부의 야만인들, 칸족을 이용함으로써 말이야.”
치열하게 싸울 듯 으르렁대던 칸족과 리오넬 왕국군. 갑자기 방향을 바꿔 하믈 제국의 국경을 넘었다.
“리오넬 왕국군은 개전 하루 만에 서북부 최중요 거점인 (구)베이른 영지를 장악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신문에 리오넬 왕국군이 그레이스틸의 최대 매립지역, 아이언포지를 점령했다 하더군.”
소령이 목을 한차례 축인 후 말을 이었다.
“아이언포지에 매립된 그레이스틸은 우리 아이멘 제국에게도 탐이 날 정도야. 하믈 제국은 절대 이를 포기할 수 없어. 황제의 사후 극히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말이야.”
소령은 생도들을 한차례 둘러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시선을 마주친 이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그가 평가를 위한 질문을 던지기 전 하는 버릇 같은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언론에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본 교수의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언포지에 광산을 개발했던 하믈 제국의 두 주, 적흥주와 은화주가 협력을 약속했다더군. 과연 리오넬 왕국은 끝까지 아이언포지를 지킬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제군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
***
베링턴 요새에서 비공정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벌써 보름이 지났다.
파죽지세로 나아가던 왕국군은 그레이스틸의 최대 매장지역인 아이언포지까지 탈환하는 데 성공.
아직 되찾아야 할 영토가 절반 정도 남았지만, 여기서 정전 협상을 맺어도 실속은 충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이언포지에 훌륭한 채굴 설비를 갖춰놓은, 하믈 제국의 두 주, 적흥주와 은화주가 손을 잡았다.
대규모 병력이 접근해오고 있다.
이미 이틀 전, 비공정 선단을 통한 신경전이 벌어졌었다.
‘휴······.’
파손된 왕국의 비공정들을 떠올리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막사에 모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속으로 삼켰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청사자기사단장, 갈라드.
국방부 장관, 베르트.
해군 대장, 데릭.
.
.
.
왕국의 7성 기사들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이 모두 모인 상태.
그들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 앞에 포인터를 들고 서 있는 줄리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쟁을 개시할 때만 해도 그를 얕잡아보는 기사들이 많았다. 지금은 적어도 대놓고 그러진 않는다.
기사든 참모든, 전장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법이고, 줄리앙은 여태까지 극히 적은 사상자를 내며 흠잡을 곳 없는 전략을 냈기 때문이었다.
나는 줄리앙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막사에 모인 기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하믈 제국의 적흥주와 은화주 연합군이 아이언포지 이틀거리에 있는 걸로 관측되었습니다. 7성 기사 넷이 포함된 대규모 병력으로 파악 중입니다.”
“잠깐, 줄리앙. 7성 기사가 넷이라고?”
베르트가 잘못 들었다고 느낀 듯, 귀를 한번 손가락으로 후빈 후 물었다.
“네. 넷입니다.”
하지만 이어진 줄리앙의 단언.
그를 포함해 막사에 모인 기사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7성 기사를 막을 왕국의 기사가 한 명 모자란 탓.
“으음······.”
베르트가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 자동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도 내게 쏠렸다.
“해줘”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내가 그 한 명을 맡을 거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식적 육체적으로 6성 마검사인 나를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