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53)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53화(153/203)
153
<153>
옆 섬나라에서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속보] 충격적인 연쇄살인마의 정체』
아르야 왕실의 원로들을 살해하던 범인의 정체가 드러난 것.
『자애의 천사라는 가면을 쓰고 있던 1왕녀,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본모습』
『그녀가 연쇄살인마가 된 연유는?』
범인은 바로 1왕녀, 얀데르시아 아르야.
그녀가 대비를 포함한 아르야 왕실의 원로 7명을 살해한 범임이었음이 드러났다.
『누명을 벗은 총리대신, “본인을 모함한 근위기사단장은 반드시 정중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 단언』
아르야의 귀족파를 이끄는 총리대신.
그는 내각회의 당시 연쇄살인마가 귀족파의 인물일 것이라며 자신의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광분했던 국왕의 검, 근위기사단장을 맹렬히 물어뜯었다.
아주 좋은 현상이다.
기왕 싸우는 거 말로만 싸우지 말고 실제로 치고받았으면 더 좋을 텐데.
『범인을 밝혀낸 주요 단서는 바로 지문』
재미있게도 총리대신은 내가 모리아 룬티아를 몰아넣을 때 사용한 지문을 이용해 범인을 특정했다.
연쇄살인마의 피해자 중 가장 거물이었던 대비. 그녀의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에서 존재할 리 없는 1왕녀의 지문을 찾아낸 것.
『그녀는 어째서 왕실의 원로들을 살해하였는가?』
『1왕녀, “내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
나는 항상 언론보다 빠르게 소식을 접한다.
『[속보] 1왕녀의 서재에서 비밀의 방이 발견되다』
『철저히 비밀로 가려진 비밀의 방.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가?』
아르야 왕국에서 활동하는 왕실기무대 요원들과 [도서관]의 힘이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는 비밀 역시 몇몇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든 비밀의 방에 뭐가 있었을까요?”
신문에서 시선을 뗀 나는 질문을 던진 알폰소를 바라봤다.
호기심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 뭐 아는 게 있으면 같이 좀 알자는 것 같았다.
“어디 가서 이상한 소리 안 하고 다닌다 약속하면 알려주지.”
“하핫, 폐하가 왕세자가 되느냐 마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을 때! 무시무시한 왕실기무대에 끌려가서 어떤 기밀도 누설하지 않았던 저를 아직도 못 믿으시는 겁니까?”
삼색 지팡이단과 함께 남부 귀족들을 들쑤시다 잡혀갔을 때의 이야기다.
저렇게 기회만 되면 우려먹는다.
뭐, 촐싹거리는 알폰소의 행동에도 내가 꽤 관대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아도, 녀석은 내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옆에 있어 준 최초의 가신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수많은 사진과 연애편지.”
“사진과 연애편지요? 그녀가 누구랑 비밀연애라도 하고 있었나요?”
“나랑.”
“네?”
혼란스러운 알폰소의 표정.
이해한다.
나도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녀석과 똑같은 표정이었으니까.
곧, 알폰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하! 폐하가 그녀를 유혹해 아르야 왕실을 혼란스럽게 만드신 거였군요. 이거 큰일이네요. 북부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장 오늘이라도 아르야 왕국에서 우리한테 선전포고하면 어쩌죠? 거기다 폐하가 그녀랑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걸 왕비님과 곧 2왕비가 되실 라누아 님이 알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알폰소.
잘못된 녀석의 상상을 바로잡아줄 필요성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없어. 그녀 혼자 주고받은 거야.”
알폰소의 눈동자가 거칠게 요동쳤다.
“······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결국 녀석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녀가 계속 내게 편지를 보내왔던 것 기억나지?”
“네. 그러다 폐하의 성혼 이후에 뚝 끊겼던 걸로 압니다.”
“자기 스스로 내게 보낸 편지에 답장을 한 것 같더라고.”
“네?”
눈을 동그랗게 뜬 알폰소.
한참 뒤에야 녀석의 입이 열렸다.
“그러니까······ 1왕녀가 사실 여기가 이상한 여자였다는 말이신가요?”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알폰소. 나는 정답을 맞힌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어··· 음······ 알고 보니 엄청 무서운 여자였네요.”
진실을 마주한 알폰소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더 무서운 건 본인이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자각도 없다는 것. 진실로 자신이 결백하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탓에 [도서관]의 지니도 그녀를 범인이라 단번에 특정하지 못했었다.
이런 걸 보면 ‘기록’된 사실만 알 수 있다는 [도서관]의 제약이 상당히 크다. ‘기록’이 왜곡되어 있다면 거짓을 진실로 알 수도 있다는 이야기.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사항이었다.
역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패배한 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 승자의 이야기만이 진실인 양 남을 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더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아! 그러고 보니 그녀와 엮이시는 걸 극도로 꺼리셨었죠? 설마! 알고 계셨던 겁니까?”
“조금 이상한 여자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그녀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흠······.”
그녀가 살해한 아르야 왕족만 7명이다. 그중에는 대비도 있고. 친족살해다. 아무리 왕족이라도 살아남기 힘들다.
아르야 국왕, 오토의 성정이라면······.
전대의 2왕비가 떠올랐다.
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죽었다고 알려진 그녀는 에트림의 제물로 사용될 예정으로 철저한 감시하에 지내고 있다.
‘1왕녀도 그녀와 함께하려나?’
슬슬 에트림이 깨어날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놈에게 바칠 아르야 왕실의 고귀한 혈통을 두 명이나 준비한 오토가 과연 무슨 짓을 꾸밀지 걱정이 되었다.
‘밀로아와 줄리앙에게 언질을 줘야겠어.’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믈 제국의 아우렐리스.
아르야 왕국의 에트림.
열차가 대륙을 횡단하고, 비공정이 하늘을 나는 세상임에도 그런 규격 외의 존재는 대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칠미호를 우습게 가지고 놀았던 우리 귀염둥이가 성체가 된다 해도 어림없다.
‘근데 귀염둥이는 대체 언제 일어나는 거지?’
얼핏 계산해도 잠든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황이 없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녀석이 잠들어 있는 에메랄드궁에 라누아 남매가 지내는 걸 별생각 없이 승인했을까.
만약 도중에 지드래곤이 깨어나면 당황할 게 분명했다. 똑똑한 녀석이니 거대화해 날뛰거나 하진 않겠지?
오늘 업무가 끝난 뒤 슬쩍 가서 지드래곤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알폰소를 바라봤다.
“오늘 저녁에 은밀히 에메랄드궁을 다녀와야겠어.”
“네? 왜 굳이 은밀히······.”
“그동안 우리 귀염둥이를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야.”
“퍼질러 자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뭐, 알겠습니다.”
“그럼 가서 볼일······ 아! 아인베르크 자작령의 재건 계획서는 잘 준비하고 있어?”
북부에서 왕도로 돌아온 나를 가장 머리 아프게 했던 건 되찾은 영지들에 관한 것들.
알폰소와 오스틴을 비롯, 리오넬수호군에서 활약하던 북부 출신 몰락 귀족들이 자신의 땅을 되찾았다.
문제는······.
10여 년간 지속되었던 하믈 제국의 수탈로 인해 영지들의 상태가 처참했다. 땅만 덜렁 돌려준다고 재건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중앙의 지원이 필수.
그래서 일단은 영지를 되찾은 가문의 가주들에게 재건 계획서를 준비하라고 전달한 상태였다.
“하핫, 들어보시겠습니까? 제가 어떤 계획을 세웠냐면 말이죠······.”
알폰소가 신나서 아인베르크 영지 재건 계획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물류의 허브인 동부의 와이트 백작가처럼 아인베르크 영지를 북부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 그러니 아인베르크 영지의 정 중앙에 열차역만 따악! 세워주시면 제가 이 한 몸 바스러지도록 왕국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웃기게도 전혀 신빙성 없는 계획은 아니었다.
이번 서북부 탈환 때 왕국과 치고받았던 제국의 적흥주와 은화주. 150여 년 전 두 주에 편입된 속칭 엘렌베이라 지역을 왕국이 장악한다면 말이다.
저 녀석, 과연 알고 저런 계획을 짠 걸까?
하지만 그건 먼 미래 얘기고.
“그대로 발표하면 클리앙이 네 계획서를 보자마자 찢어버릴 거야. 그리고 아인베르크 영지로의 지원은 후순위 밀리겠지.”
안 그래도 파탄에 가까운 왕국의 재정이었다. 클리앙이라면 분명 그럴 거다.
울상인 알폰소에게 조언을 건넸다.
“너무 먼 미래를 보지 말고, 당장 5년 내를 상정하고 계획을 짜봐.”
“······ 알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 야심한 밤.
알폰소와 함께 에메랄드궁의 정원을 방문한 나는 무릎을 굽혀 땅에 손을 대고 귀염둥이의 기운을 탐색했다.
‘어?’
분명히 쿨쿨 자고 있어야 할 자리에 귀염둥이가 없었다.
당황한 나는 마력을 운용해 에메랄드궁 전체를 샅샅이 훑었다. 어디에서도 녀석이 목에 멘 나비넥타이에서 보내야 할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폐하, 유령이라도 본 표정이시네요? 그 녀석이 사라지기라도 했습니까?”
“······ 없어.”
“네?”
“녀석이······ 사라졌어.”
“지, 진짜요?”
바위에 털썩 궁둥이를 붙이고 머리를 감쌌다. 나비넥타이의 신호가 잡히지 않는 걸 보면 왕도를 벗어난 게 확실했다.
‘대체 언제 깨어나서 사라진 거지?’
무심했던 나를 자책했다.
“이, 이 녀석이 말도 없이 사라져? 폐하, 제게 시간을 주시면 반드시 녀석을 찾아오겠습니다.”
허구한 날 지드래곤과 투덕거리던 알폰소가 흥분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왕국을 벗어날 수도 있는 녀석이야. 목에 멘 나비넥타이가 보내는 신호를 잡으려면 마법사여야 하고.”
“그, 그런.”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떠났다.
분명 녀석을 잊은 우리에게 상처받고 떠난 것이리라.
나를 더 자괴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은 만약 녀석을 찾아 다시 데려온다 해도 많은 신경을 못 써준다는 것.
더 큰 상처만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광활한 자연에서 마음껏 노니는 게 녀석에게도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 기는 개뿔.
‘찾기만 해 봐라.’
말도 안 하고 사라져?
갈 땐 가더라고 인사는 하고 가야지.
오늘 밤은 녀석이 목에 멘 나비넥타이가 보내는 신호를 잡는 탐지기를 만드는 데 쏟아붓기로 했다.
찾으면 혼쭐을 내줄 생각이다. 나는 궁둥이를 털고 일어났다.
“폐하? 폐하! 갑자기 어디로 가십니까.”
“녀석을 찾을 탐지기 만들러. 아까 시간을 달라고 했지? 아인베르크 영지의 재건 계획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탐지기가 완성되면 네가 녀석을 찾아.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밖에서 마주쳐도 잡아먹진 않겠지.”
“알겠습니다!”
***
다음 날.
밤새 지드래곤의 나비넥타이가 보내는 신호를 잡는 탐지기를 만든 나는 그걸 알폰소에게 건넸다.
“제가 꼭! 일주일 내로 녀석을 찾아오겠습니다.”
중요한 일이었기에 비공정 사용을 승인했다.
비공정이 전속력을 내면 하루 만에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이동할 수 있는 리오넬 왕국이었다. 지드래곤이 왕국 내에 있고, 한 곳에 터를 잡았다면 충분히 일주일 내로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알폰소에게 휴가를 가장한 특별 임무를 부여한 나는 의자를 뒤로 눕혀 휴식을 취했다.
밤새워서 그런지 머리가 조금 몽롱했다.
다음 일정이······.
‘줄리앙의 보고인가.’
똑똑, 똑똑.
귀신같은 노크 소리.
“폐하, 줄리앙 자작이 찾아왔습니다.”
알폰소를 대신하는 시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고 해.”
나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줄리앙이 들어왔다.
그럴만했다.
서북부 탈환과 맞물려, 하믈 제국의 정치 상황이 급변하는 중이라 왕실기무대의 일원들이 전부 밤을 지새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론 11황녀의 진영에 19황자 샤를과 흑기사단이 합류했다. 그로 인해 그녀가 황위 계승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된 것.
1황자, 7황자의 이파전으로 될 듯하다 다시 삼파전이 되었다.
천하삼분지계를 보는 듯한 상황.
정말로 세 조각으로 찢어지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