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55)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55화(155/203)
155
<155>
신은 실존한다.
그렇다면 신이란 무엇인가?
신학자들 사이에서 몇천 년이 넘게 이어져 온 화두지만, 아무도 그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낱 신학자에게 정의 당한 신을 신이라 부를 수 없을 터이니.
그렇다고 신학자들이 신에 관해 영 무지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신을 숭배해오며 알게 된 것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신의 힘은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
교단들이 세를 확장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신도가 늘어날수록 신의 힘이 강해지고, 신은 더 많은 이적을 일으키는 게 가능해진다. 자연히 신을 믿는 신도가 증가한다.
대지모신의 교단같이 전 세계 규모로 퍼져있는 경우, 그런 이상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영세한 교단은?
정반대다.
신도가 줄어든다. 신의 힘이 약해진다. 간단한 계시조차 받기 힘들어진다. 신도가 감소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그러다 결국 만신전에서 퇴출이라도 되는 일이 벌어지면 그동안 누렸던 수많은 혜택을 일시에 박탈당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자유로운 포교 활동을 할 수 있는 혜택 같은 것들 말이다.
만신전.
그곳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생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오늘도 영세한 교단의 신관들은 발 벗고 뛰고 있다.
빈민가를 돌며 무료로 치료해주거나.
부랑자들을 보살피거나.
마수를 토벌한다거나.
절대 비꼬는 것이 아니다.
그런 행동을 마음에서 우러나와 실천하는 신관들도 많다.
본론으로 넘어와서.
운명과 시간의 신 다나르.
태고부터 이 땅에 존재했다던 수호신. 나는 왕국민에게 잃어버린 수호신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아르야 왕국의 에트림.
하믈 제국의 아우렐리스.
그런 규격 외의 존재들을 견제할 수 있는 신수 해리온도 키워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말이야.’
무턱대고 믿으란다고 신앙이 생겨날 리 없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기존에 믿던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라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것.
오래전, 전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종교 전쟁 이후 만신전을 만든 교단들이 그렇게 합의했다.
유일신이었던 국가들?
종교 전쟁 당시 전부 멸망했다.
어떻게 해야 왕국민의 기억 속에 운명과 시간의 신 다나르를 박아넣을 수 있을까? 최근 내가 틈만 나면 고민하는 주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타이탄을 다나르의 사도로 분장해 몬스터와 마수를 토벌하는 것.
마침 조만간 붉은 달이 뜬다.
벨카스 산맥의 몬스터와 마수들이 미쳐 날뛸 시기라는 말.
이번 기회에 덤으로 서부의 골칫거리인 마경, 쌍둥이숲 정리도 같이 겸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말이냐?”
두툼한 손으로 색연필을 쥐고 노트 위를 바쁘게 움직이던 길루드가 완성한 그림을 보여주었다.
강인하면서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눈매.
금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갑주.
4쌍의 커다란 날개.
보자마자 신의 사도가 연상되었다.
미카엘.
불현듯 그 이름이 떠올랐다.
“길루드. 이 녀석의 이름, 미카엘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크하하, 보자마자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내 그림이 마음에 들었나 보군.”
프로젝트 미카엘이 시작되었다.
***
비밀 연구소에서 마공학부 학부장실로 돌아온 에반이 프란에게 물었다.
“스텔라가 타이탄의 엔진으로 활용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아무리 못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이제 겨우 중급 마정석 효율을 내는 데 도달했어. 슬슬 혼자서 연구하는 것도 벅차고 말이야.”
에반은 잠시 기억을 뒤적여봤다.
‘미래’에서 황탑주는 내년 6월에 있을 호라이즌에서 갑작스러운 프란의 사망으로 실전되었던 스텔라를 복원해냈다고 발표.
그로 인해 2연속 호라이즌 위너가 되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게 되었었다.
‘지금이 왕국력 502년이니까······.’
그런 황탑주가 스텔라를 활용해 타이탄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진을 만들어낸 것이 왕국력 510년.
8년 후이다.
세계 단위의 투자가 이루어져도 그 정도 시간이 걸렸었다. 프란이 10년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것도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인 에반이 입을 열었다.
“내년, 아이멘 제국에서 개최될 호라이즌에서 스텔라를 발표하죠.”
“괜찮겠어?”
“네. 그때라면 발표하셔도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얼씨구. 그것참 고맙네.”
말은 그렇게 해도 프란은 기분이 묘했다.
여태껏 에반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여기저기 불려 다녔었는데, 어느새 자신을 지켜준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50년만 젊었으면 심장이 간질간질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텔라를 발표하시면 2연속 호라이즌 위너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전 세계의 투자와 인력이 모여들겠죠. 그때 프란 님의 마탑을 건설하시는 겁니다. 부지는 제가 미리 왕도 근처에 마련해놓겠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을 리오넬 왕국에서 못 벗어나게 하려는 에반의 수작이 느껴졌다.
그래도 프란은 별 말없이 그를 흘겨볼 뿐이었다. 꿈에 그리던 마탑주라는 먹이를 흔드는데 어찌 싫다고 하겠는가.
“아! 그래도 아까 길루드 님과 함께 이야기했던 대로 붉은 달이 뜨기 전까지 스텔라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미카엘의 엔진을 개량하는 것에 집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매년, 붉은 달이 뜨는 시기를 전후해 하프엘프인 그녀는 자리를 비운다.
노화를 억제하는 엘프의 피가 약해지기 때문. 그 기간, 그녀는 제자인 앨리스에게도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 쓸만하게 만들어놓고 갈 테니까.”
“또 7번째 가지에 가 계실 겁니까?”
“글쎄······ 그때 가봐야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데려왔던 자르얀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 녀석은 언제까지 데리고 있어야 하는 거야?”
“반년 정도 뒤에 현재 이자벨이 만든 마력초전도체를 발표할 겁니다. 그 직후 그녀를 왕도로 부를 생각입니다.”
에반의 분신 프랑켄이 호라이즌 발표회장에서 마력초전도체의 기초인 라크의 관한 모든 자료를 남기고 폭사한 이후, 세계 열강은 마력초전도체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게 벌써 4년 전.
『아이멘 제국 마력초전도체 연구팀, 세계 최초로 마력 손실률 20%의 벽을 깨다. 프랑켄이 선보였던 라크9을 뛰어넘다!』
『우리도 해냈다! 라비아 제국, 하루 차이로 마력 손실률 20%를 넘어섰다 발표』
『황탑주, 진작에 20%의 벽을 깨트렸었다. 발표할 가치가 없었을 뿐이라고 단언』
당시 호라이즌 현장에서 프랑켄이 발표했던 마력초전도체의 마력 손실률이 불과 1년 만에 허물어졌을 정도.
하지만 에반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었다.
그는 마력 손실률이 올라갈수록 마력초전도체가 물러지려는 성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마력초전도체 연구진들 역시 그걸 깨달은 후에는 마력 손실률에 관해 떠드는 기사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이자벨이 이번에 마력 손실률 20%를 유지하면서도 철에 90% 근접한 마력초전도체를 만든 것이었다.
“반년 뒤에 발표라······ 철과 같은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프란의 나직한 중얼거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매달릴 예정이거든요.”
에반이 결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왕국의 줄줄 새는 금고를 채울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
마공학부에서 나온 나는 바로 마차에 올랐다. 다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창문 밖으로 사람 구경을 했다.
대부분 밝은 표정이었다.
봄이라 그런지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보였다.
스읍-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제가 다닐 때보다 다들 표정이 밝군요. 평민 출신에 대한 차별도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고.”
오늘 내 호위를 맡은 아돌의 목소리. 나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고 정면을 바라봤다. 그가 추억에 젖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전혀 없지는 않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아돌이 생도일 때는 어땠는데?”
“아, 제가 다닐 때 말입니까? 그때는 말입니다······.”
아돌이 신이 나서 그와 버논이 기사학부의 생도였던 시절 무용담을 줄줄 풀었다.
썩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슈이츠의 병원을 찾아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본래 슈이츠가 왕궁으로 찾아오는 게 맞지만, 가는 길 중간에 있어 내가 그를 찾아간다는 기별을 해놓은 상태였다.
다그닥, 다그닥.
병원에 도착한 마차가 멈췄다.
슈이츠가 입구에서부터 나를 맞이했다.
“이렇게 친히 방문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폐하.”
“이거 괜히 내가 병원을 방문한다고 해서 더 힘들었던 거 아니야.”
“하하, 전혀 아닙니다. 평소랑 똑같습니다.”
그의 말과는 달리 가는 길이 먼지 하나 없이 광택이 나고,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조금 미안해졌다.
다음부터는 그냥 왕궁으로 오라고 하는 게 서로가 편할 것 같았다.
슈이츠의 진료실에 도착해선 웃통을 까고 병상에 누워 그의 진료를 받았다. 그가 특정 부분을 꾹꾹 누를 때마다 칼로 살을 후벼파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서북부 아이언포지 방어전에서 기사전 당시 강마를 사용해 몸을 혹사한 후유증 때문이었다.
육성으로 신음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통증도 익숙해지면 참을 만한 법······ 사실 잊을 만하면 똑같은 증상으로 슈이츠를 찾으니 민망해서 신음을 못 내는 것도 있다.
최대한 아픈 척하지 말아야 덜 민망하다.
‘끄으······.’
그걸 아는지 혈맥을 누르는 그의 손길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기분이었다.
“후, 끝났습니다.”
“수고했어, 슈이츠.”
나는 하나도 안 아팠다는 듯 씩 웃으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신기한 일입니다. 보통 마력 탈진 등으로 신체가 상한 이들의 혈맥은 치료 후에는 약해지기 마련인데, 폐하는 오히려 더 튼튼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을 슈이츠가 지적했다.
나도 영문은 모른다.
“특이 체질이라 그런 거 아닐까?”
리오넬 왕가의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훌륭한 육체를 유전으로 남긴 건 아마 건국왕이겠지?
조상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기회가 된다면 왕가의 다른 분들도 확인해보고 싶군요.”
“그러려면 일단 [바리사다]를 잡아야 하잖아?”
“안타깝군요.”
슈이츠가 진실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소식 못 들었지? 조만간 만신전에서 ‘천사의 손길’의 안전성을 인정한다는 발표가 있을 거야.”
나는 오늘 아침 들어온 따끈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심심했다.
하긴, 이미 세계 각국에서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고, 슈이츠의 이름은 치료사로서 더는 높아지기 힘든 지경까지 오른 상태였다.
“당분간은 원하는 걸 연구해 봐. 예를 들어······ 난임이라든가. 당분간은 지원이 힘들겠지만, 왕실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 넉넉한 지원을 해주지.”
슈이츠의 표정이 움찔했다.
내가 그를 왕도로 데리고 온 게 벌써 4년 전. 부인과 금실이 좋음에도 아이가 안 생기고 있었다.
아마 허약했던 부인 쪽 문제인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물어보기 껄끄러워 묻지 않았었다.
“괜찮······ 아니, 감사합니다, 폐하.”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동안 해준 게 있는데, 그도 자신을 위한 연구를 한 번쯤 할 때가 되었다.
“좋은 소식 기대하지. 그럼 이만 가보지.”
나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시겠습니다.”
슈이츠가 서둘러 일어나 문을 열어줬다.
내가 배웅 안 해도 된다고 말해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냥 내버려 뒀다.
그렇게 병원의 입구까지 도착했을 때.
누군가의 강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낯익은 아이가 로비 의자에 앉아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내게 인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 마리인가.’
씩 웃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주려는데.
「업적, ‘신이 점지한 아이’를 달성하였습니다」
「100,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별안간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건 또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