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60)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60화(160/203)
160
<160>
마경.
쉽게 말하면 불가사의한 이유로 마기가 모이는 곳이다. 그런 탓에 마경의 생태계는 상식을 뒤집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난다.
물고기가 날아다니고.
나무가 하늘로 뿌리내리며.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일부 신학자의 경우 마계의 마족이 중간계를 다시 침범하려는 흔적이 마경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진실은 모른다.
어떤 교단도 마경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공언을 한 적이 없다.
하여튼.
대부분 국가에 한두 개씩은 존재하는 마경은 각 국가 지도자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골칫거리다.
붉은 달이 뜨는 시기에 마경의 마수들이 본래의 서식지를 벗어나 살육을 일삼는 일은 너무 흔해 기삿거리도 안 된다.
마경에 오래 머문 생물은 마기가 골수에 가득 차 극도로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그건 인간, 엘프, 드워프라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신수조차도.
그런 마경을 청소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마기도 마기지만······.
‘마경의 지배자가 제일 문제지.’
마경은 마수를 불러 모은다. 아니, 그 반대인가?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니 넘어가고.
어지간한 마경은 못해도 7성급 마수가 서식한다.
왕국의 벨카스 산맥과 인접한 마경인 쌍둥이숲에는 설상가상으로 그런 존재가 둘이나 존재하는 상황이다.
서리와 염.
독수리의 얼굴, 닭의 날개, 사슴의 다리, 독사의 꼬리를 지닌 거대한 쌍둥이 마수.
본래는 화염과 냉기를 동시에 다루는 상급 마수의 돌연변이다. 어쩐 일인지 한쪽으로만 특화된 두 녀석은 본래의 종이 가졌던 한계를 뛰어넘어 쌍둥이숲의 지배자가 되었다.
사이도 좋다.
녀석들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항상 붙어 다닌다고 한다.
“폐하, 쌍둥이숲의 그놈들은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
서부로 향하는 대형 비공정, 골든드래곤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질문을 던진 알폰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서리는 우리 귀염둥이가 맡을 거야.”
나는 지금도 열심히 땅을 파며 따라오고 있을 지드래곤을 떠올리며 빙긋 웃었다.
“염은요?”
“그건 비밀.”
알폰소가 입술을 삐죽거리다 입을 열었다.
“신무기가 완성된 거죠? 비공정에 엄청 큰 화물을 실으셨잖아요. 프란 님, 길루드 님과 함께 마수도 한 방에 보내버리는 대형 마력포라도 개발하신 겁니까?”
“50점 줄게.”
알폰소조차 그 실체를 모르고 신무기를 개발하는 중인 정도만 알 정도면 타이탄의 보안은 매우 성공적이다.
‘마력포라······.’
타이탄을 실었던 상자의 모양새를 떠올려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쌍둥이숲의 그놈들을 처리한다고 해서 마경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입을 열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다가왔다.
“창고에 쥐가 생겼으면 잡아야지. 다시 생길 게 뻔하다고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어? 안 그렇습니까. 폐하?”
줄리앙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가 알폰소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거기다 마경을 지배하는 마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특성이 있지. 처리할 수 있을 때 처리하는 게 좋아.”
맞는 말이었다.
왕당파와 국왕파.
1왕자파와 2왕자파.
끊이지 않는 당파싸움으로 토벌이 미루어지다 지금에 이르렀다. 쌍둥이숲에 서리와 염이 둥지를 틀었다고 알려진 게 벌써 20여 년 전인데 말이다.
“넌 어디 있다 갑자기 나타난 거야?”
“중요한 보고가 날아올 시간이어서 말이지.”
알폰소의 물음에 그리 답한 줄리앙이 나를 바라봤다.
무슨 보고일지 알 것 같았다.
“하믈 제국 쪽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삼파전이 되어 서로의 눈치만 보던 1황자, 7황자, 11황녀,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었다.
조만간 피를 흘릴 것 같았다.
“11황녀의 회유를 거부하고 중립을 선언했던 9황자가 7황자와 접선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에 발끈한 11황녀의 군이 9황자를 치기 위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래? 샤를은?”
“행적이 묘연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흑기사단의 비공정인 흑염룡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을까?
「흑염룡은 10분 전, 하믈 제국 어진주 바르소 산맥을 통과했습니다.」
운행일지라는 게 있다.
흑염룡의 운행일지를 착실히 작성하는 승무원이 존재하는 한, 샤를의 움직임은 내 손바닥 위에 있었다.
‘바르소 산맥을 지났다고?’
나는 흑염룡이 움직인 경로를 떠올려봤다.
1황자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17황자가 있는 지역으로 가는 것 같았다.
“줄리앙, 너는 샤를이 어디로 갔을 것 같아?”
준비해두었다는 듯 그의 입이 곧바로 열렸다.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 9황자를 치는 선봉장으로 미리 이동했다. 둘, 특수한 임무를 맡고 잠행에 나섰다.”
“특수한 임무라면 어떤?”
“비공정을 타고 움직이는 흑기사단의 기동력과 무력은 그 누구도 우습게 볼 수 없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느라 방심하고 있을 1황자 측 주요 인물 암살할 적기이기도 하죠.”
“그렇군······ 샤를이 노릴만한 이들에게 그가 그들을 노린다고 흘려. 지금 바로.”
“이미 지시해놓았습니다.”
“혹시 거기 17황자도 있나?”
“물론입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줄리앙을 살렸던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고받은 1황자 측 인사들이 출처도 모르는 정보를 믿고 철저히 대비할지, 안 할지는 그들의 선택.
‘그리 쉽게 무시하진 못하겠지.’
샤를이 움직이니 조심하라는 것뿐이다. 의도가 어쨌든 조심해서 손해 볼 것은 없을 테니 신경 쓰일 터.
하믈 제국이 조금이라도 더 혼란스러워지는 거면 그걸로 족했다.
열심히 치고받고 싸워라.
스스로 국력을 갉아먹어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볼 때쯤이면 우리가 너희의 심장을 찌를 준비가 끝나있는 상태일 것이다.
***
리코는 서부 원정에 자원했다.
가슴이 시키는 것도 시키는 거였지만, 원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을 때 주어지는 혜택이 상상 이상으로 컸다.
그는 보육원을 떠날 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아이들을 떠올렸다. 특히 군기반장 주근깨 소녀 자니의 눈물 콧물로 엉망이었던 얼굴이 기억에 선명했다.
-신관님, 꼭 가셔야 해요?
-안 가시면 안 돼요?
-다시 돌아오실 거죠? 안 돌아오시면 안 돼요!
불과 한 달 남짓이지만, 그 사이에 리코는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어있었다.
열차에 몸을 실어 메어튼 백작령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리코는 긴장이 풀리지 않았었다.
서부 산맥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마수와 몬스터 무리의 괴성과 병사들의 비명이 울려퍼지는 전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그런 광경을 상상했었다.
요 며칠, 현실은 조금 달랐다.
“여, 리코. 오늘도 한가하네. 나 여기 다쳤어.”
랄프가 의무실의 천막을 열며 들어왔다. 그가 보이는 손등에 작은 생채기가 있었다.
리코는 인상을 팍 구겼다.
“그 정도는 대충 물로 씻어.”
“무슨 소리. 그러다가 살이 썩을 수도 있어. 내가 작은 상처를 방치했다가 골로 갔다는 인간들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군의 간부들이 병사들의 위생에 엄청나게 신경 쓰는 걸 보면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리코는 랄프에게 아까운 신성력을 사용했다.
화아아-
순식간에 아무는 랄프의 생채기.
“오오! 쓰라린 게 싹 가셨어. 이래서 친구가 좋다니까.”
“소문내지 마. 그런 것도 치료해준다고 소문나면 여기가 미어터질 거야. 정작 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어.”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오늘은 뭐 때문에 다쳤던 거야?”
“언제 다쳤는지는 나도 몰라. 진지 보수 작업 중에 쓰라려서 보니까 피가 철철 흐르고 있더라고. 뭐, 워낙 뾰족한 것들이 많아야지.”
아직 마수와 몬스터가 광기에 휩싸이는 붉은 달이 뜨려면 며칠 남았다. 랄프를 비롯한 병사들은 마수들이 몰아닥칠 요소요소에 진지를 구축하는 중이었던 것.
리코는 지금의 여유가 태풍 전의 고요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붉은 달이 뜨면, 그가 상상했던 아비규환이 펼쳐질 터였다.
***
붉은 달이 떴다.
“크아아아아아!”
“이놈이 어딜!”
랄프는 목책을 뛰어넘는 그림자늑대의 입천장에 검을 쑤셔 넣었다.
푸욱-!
“깽! 깨갱!”
“크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놈을 발판 삼아 뛰어오른 다른 한 마리가 그의 목을 노렸다. 랄프는 서둘러 검을 회수해 반격하려 했지만, 검이 뽑히지 않았다.
“염병.”
급한 대로 들고 있던 방패로 코앞까지 도달한 놈의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콰직!
불쾌한 액체가 그의 눈가를 튀겼다.
등골이 서늘했던 위기를 넘긴 랄프는 서둘러 검을 회수하기 위해 입천장을 찔러 넣었던 그림자늑대를 살폈다.
아직 죽지 않았다.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검을 강하게 물고 있었다.
“이 새끼가.”
그는 철판을 덧댄 부츠로 놈의 대가리를 인정사정없이 걷어찼다.
“깨갱!”
그제야 검을 회수한 랄프.
“으아악! 랄프 상병님!!”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
그는 재빨리 검을 휘둘러 그림자늑대의 숨을 끊고 고개를 돌렸다.
덩치가 유난히 큰 그림자늑대에게 깔린 후임이 어떻게든 목을 물리지 않기 위해 방패로 놈을 밀치고 있었다.
“크앙! 크앙! 크르르.”
목을 물지 못해 성질이 난 그림자늑대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후임을 난도질했다. 후임의 상의가 금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뒤져, 이 새끼야!”
쇄애애액- 푸욱!
랄프의 검이 그림자늑대의 목을 꿰뚫었다.
“깨갱! 깽!!”
비명을 토하며 옆으로 쓰러지는 그림자늑대.
랄프는 서둘러 후임을 살폈다.
그림자늑대에게 난도질에 당한 어깨의 상처가 심했다. 서둘러 붕대로 지혈했지만, 피가 멈추질 않았다.
“젠장.”
“라, 랄프 상병님······.”
“정신 차려, 이 새끼야!”
후임의 눈빛이 흐려졌다.
“랄프! 그 녀석 빨리 후방으로 보내!”
상황을 지켜본 소대장의 명령.
순간 랄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리코의 얼굴뿐이었다.
‘리코라면 살릴 수 있을 거야.’
후임을 들쳐멘 랄프는 바로 리코에게 달려갔다.
며칠 전만 해도 한가했던 그의 천막. 지금은 병상이 가득 신음하고 있는 부상병들로 가득했다.
“리코! 리코! 이 녀석 좀 살려줘!”
새하얗던 신관복이 붉게 물든 리코가 서둘러 달려왔다.
“내려놓지 마! 그냥 업고 있어.”
화아아-
긴장된 눈으로 후임의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던 랄프.
“후,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
리코의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날이 밝아온다는 나팔 소리.
랄프와 리코는 이제야 겨우 1일 차가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사흘간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붉은 달.
마수들의 광기는 붉은 달이 뜨는 마지막 날 가장 강해진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가.’
리코는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사흘 밤낮을 부상자들을 돌보느라 잠을 자지 못해서일까?
기묘한 느낌에 그는 천막을 걷고 밖으로 나갔다. 석양이 진 하늘. 평소였다면 아름답다고 느낄 경관이지만, 곧 광기에 미쳐 날뛸 마수와 몬스터를 생각하니 전혀 느낌이 달랐다.
리코는 조금만 더 늦게 해가 지기를 기원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붉은 달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기이하게도 붉은 달이 뜨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마수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모두가 불안해할 때.
-뿌우우우우우우우!
마수의 출현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수들의 출현을 느낄 수 있었다.
두두두두.
산이 떨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서, 서리와 염이다!”
“쌍둥이숲에 있어야 할 놈들이 어째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는 거대한 쌍둥이 마수, 서리와 염이 오만한 시선으로 왕국군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그 두 마수의 존재감을 느낀 리코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의 신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