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73)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73화(173/203)
173
<173>
비공정.
서대륙 이민자들이 주축이 되어 건국된 아이멘 왕국을 단시간에 제국으로 만들어준 원동력.
비공정의 승무원들의 절반 정도는 마법사로 구성되어 있다. 리오넬 왕국의 유일한 대형 비공정 골든드래곤은 더했다.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곤 전원 3성 이상의 마법사.
함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6성 마법사인 그는 지루할 수도 있는 항공 시간에 마법서 탐독을 즐겼다.
그 탓인지 골든드래곤의 상황실은 조용한 독서실 같은 분위기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곳이 지금 난리가 났다.
“식별되지 않는 괴물체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 비공정입니다! 아르야 왕국의 비공정으로 추정됩니다!”
“대형 2척, 중형 10척, 소형은 셀 수가 없습니다!”
관측병의 쏟아지는 보고.
주변인들까지 페닉으로 몰아갈 것 같은 그에게 함장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경보부터 울려!”
“아, 알겠습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전시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이 선내에 울려 퍼졌다.
“뭐야? 뭐야?”
“입 닥치고 뛰어!”
“사수 위치로!”
선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골든드래곤의 승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위치로 이동했다.
상황실의 함장은 굳은 표정으로 관측병이 띄운 화면을 바라봤다.
아르야 왕국의 비공정 선단이 맞았다.
두 대의 대형 비공정을 중형, 소형 비공정들이 호위하며 접근하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가 이쪽으로 올 줄 알았지?’
함장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늘도 바다처럼 길이 있다.
골든드래곤은 이미 검증된 그런 길, 항로를 크게 우회하여 길을 개척하다시피 하며 귀환하던 중이었던 것.
‘설마 첩자인가!’
함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하늘에 고립된 탑승 인원들이었다. 항로를 외부로 유출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니, 통신설비를 이용하면 가능은 한데 그러면 모를 수가 없다.
통신설비는 함장석 바로 코앞에 있었다.
“함장, 따돌릴 수 있나?”
자신을 부르는 레이나의 목소리에 함장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아르야의 선단이 골든드래곤의 항로를 알아냈는지 고민하는 것은 나중 문제. 눈앞에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함장은 고개를 돌렸다.
프란과 1왕비 레이나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힘듭니다.”
“역시 그런가······.”
레이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중형, 소형의 비공정이 문제였다. 선체는 작은 대신 속도는 대형 비공정을 압도하는 것들이 꽤 많았다.
무엇보다 역풍이었다.
함장은 골든드래곤의 현 상황이 정말 촘촘히 짜인 그물에 갇힌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장님! 접근하던 아르야의 선단이 잠시 멈췄습니다. 통신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통신병의 말에 함장은 레이나를 바라봤다.
레이나가 고개 살짝 끄덕였다.
“연결해.”
“알겠습니다!”
상황실의 스크린에 머리가 새하얗고 푸른 눈동자를 지닌 중후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 띄어졌다.
“리히드 프로스······.”
레이나는 그의 이름을 낮게 되뇌었다.
아르야 왕국의 총리이자 8성 마법사인 그의 얼굴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반갑습니다. 리오넬 왕국 여러분. 굳이 제 소개를 할 필요는 없겠지요?”
“호라이즌 기간 중 어디 가서 안 보이나 했더니 여기서 대기하고 있었나?”
냉소적인 프란의 말.
리히드는 비릿하게 웃으며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프란 미네르바 공작님, 아르야 왕국으로 오시죠. 리오넬 왕국의 지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프란 님만 저희와 함께 아르야 왕국으로 가주신다면 나머지 인원들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보내주겠습니다.”
“싫다면?”
“안타깝지만······ 세계의 문명을 한 단계 앞으로 도약시킬 뻔했던 스텔라의 연구는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제거도 불사하겠다는 말.
“프란 님.”
레이나가 프란을 나직이 불렀다.
“알아. 내가 순순히 가더라도 다른 인원들이 멀쩡하지 않을 거란 거.”
스텔라도 탐나지만, 아르야 왕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리오넬 왕국의 발전인 게 분명했다.
자신을 납치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리히드의 대답에서 프란은 그 사실을 눈치챘다.
왕국의 대형 비공정 골든드래곤과 레이나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아르야 왕국이 놓칠 리 없었다.
프란이 리히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꺼져.”
“이런, 아쉽군요. 그럼 여러분의 건투······.”
통신이 뚝 끊겼다.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통신병이 화들짝 놀라 통신을 끈 범인을 확인했다.
“함장님?”
“엔진 출력 최대로! 미드라 삼각지대를 향한다!”
“넷?”
“진심이십니까?”
승무원들이 경악에 차 외쳤다.
미드라 삼각지대는 변화무쌍한 난기류가 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곳 근처를 지나던 비공정이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이 여러 차례.
“뭣들 하나! 항명인가!”
“아닙니다! 엔진 출력 최대로!”
“조타수 방향 틀어!”
골든드래곤이 90도로 크게 틀었다.
선체에 튀어나온 파이프로 몸을 지탱한 레이나가 자빠질뻔한 프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선회가 완료되고, 레이나는 항로지도를 바라봤다. 그녀도 미드라 삼각지대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외국을 자주 나가는 아이라가 찻자리에서 그곳에 관한 괴담도 여럿 들려줬었다.
“함장, 미드라 삼각지대까지는 따라잡히지 않을 수 있겠나?”
레이나는 왜 그리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이 과거 조 베이리 해적단을 피해 불규칙한 용오름이 솟는 용아목으로 향하던 때와 비슷했다.
함장은 통제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이용해 조 베이리 해적단을 침몰시켰던 에반처럼 난기류라는 변수를 이용하려는 게 분명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에반이 없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함장의 답변에 레이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아르야 왕국의 기함.
일방적으로 통신이 끊긴 리히드가 부관을 바라봤다.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군.”
“제가 그럴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추격하지.”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둘의 대화를 듣는 통신병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꼭 리히드가 부관에게 보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리히드는 부관으로 분한 에트림의 세 번째 머리, 사피안에게 보고를 하는 중이었다.
프란을 제거하기 위해 동행한 사피안.
사피안은 어지간하면 정체를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그가 중간계에 간섭할수록 그를 옮아 매는 지상의 인과는 더 무거워지기 때문.
승천을 바라는 사피안으로서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오면 정체를 드러낼 각오는 한 상태였다. 지금 골든드래곤을 놓치면 자신이 정체를 드러낸 것보다 더 큰 피해가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비던?’
사피안은 두 번째 머리에게 살해당한 네 번째 머리의 이름을 불렀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모두가 일어난 뒤에 활동해도 될 것을 혼자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다 다른 머리를 깨운 그였다.
자신의 행동이 포악한 두 번째 머리의 짜증을 돋우는 걸 뻔히 알았을 텐데도 말이다.
‘녀석이 무엇을 봤는지 들었어야 했는데.’
사피안은 그 점이 무척 아쉬웠다.
하다못해 기록이라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모든 ‘기록’을 폐기하라는 것을 손수 실현한 탓에 무엇을 보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긴, 알았어도 달라질 건 없나.’
비던이 보는 미래는 추상적이었다. 해석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뜻. 그와 자신이 생각하는 해석이 다른 경우도 무척 많았다.
“소형 비공정들에게 따라붙어 늘어지라고 전달해!”
“알겠습니다.”
상황실에서 들리는 분주한 소리에 사피안은 상념을 털어냈다. 그는 스크린이 띄운 골든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멋진 불꽃놀이를 기대하며.
***
쾅! 콰앙! 콰아아아앙!
골든드래곤의 우현.
47번 마력포가 불을 뿜었다.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아르야의 소형 비공정에서 빛이 머물렀다.
“아······.”
47번 마력포의 사수가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저 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소형 비공정에 장착된 마력포의 포탄이 날아오고 있다는 뜻.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앙!
아직은 상대의 마력포가 골든드래곤에 피해를 못 줄 것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골든드래곤이 자체적으로 갖춘 마력 보호막 덕분이었다. 소형 비공정들이 쏘아대는 마력포 ‘서너 발’은 거뜬히 버틸 수 있다.
‘골든드래곤이 얼마나 견딜까······.’
못 해서 30기는 되어 보이는 소형 비공정들이 따라붙었다.
그나마 8성 마법사인 프란이 마력 보호막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어 버티는 중이었다.
그나마 우현과 좌현은 사정이 나았다.
날파리처럼 따라붙는 소형 비공정들이 집중적으로 노리는 골든드래곤의 후미가 가장 큰 문제였다.
어떤 비공정도 후퇴를 전제로 설계되지 않는다. 비공정의 후미에는 마력포가 가장 적게 배치되어있다.
레이나는 그곳에 있었다.
번쩍!
“1왕비님!”
기사 한 명이 그녀에게 직격으로 날아드는 마력포의 포탄을 목격하곤 비명에 가까운 경고를 날렸다.
검의 손잡이를 쥐고 있던 레이나.
그녀의 검이 기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뽑혔다.
쉬이익- 펑!
기사의 입이 벌어졌다.
레이나가 날아오는 포탄을 검으로 막아내는 신기를 보여준 것.
에반이 마법으로 보여줬었던 기예였다.
레이나는 에반처럼 마법은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유형화한 오러를 방출할 수 있는 경지에는 올랐다.
물론, 효율은 끔찍할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파리채로 잡을 수 있는 파리를 일도양단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광활한 하늘에서 아르야의 비공정들이 골든드래곤에 날파리처럼 달라붙으며 마력포를 쏘아대는 현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정도가 다였다.
번쩍! 번쩍!
레이나는 골든드래곤의 후미를 따라붙은 소형 비공정들이 쏘아대는 마력포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하아··· 하아······.”
금방 지쳐버리고 말았다.
레이나의 시선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는 중형 비공정에 향했다.
체급이 커진 만큼 중형 비공정에 장착된 마력포들은 위력도 달랐다. 저것들까지 합류하면······.
‘폐하, 이안······.’
그녀의 머릿속에 에반과 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래도 살아 돌아가는 건 무리일 듯 싶었다.
***
기어코 아르야의 중형 비공정들이 골든드래곤에게 유의미한 포격을 날릴 수 있는 위치까지 접근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아아앙!!
소형 비공정들의 마력포와는 비교가 안 됐다.
한 발 한발이 묵직했다. 보호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력을 쏟아붓고 있던 프란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콰앙!
콰앙!
콰아아아아앙!!
끊임없는 아르야 선단의 포격.
얼마나 지났을까?
프란을 보조하던 승무원이 비명을 내질렀다.
“1, 1번 동력이 전부 소모되었습니다!”
함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최상급 마정석을 이용해 작동하는 마력 보호막이었다. 하나가 동이 났다는 것은 다른 것들도 시간문제라는 것.
콰앙! 콰앙! 콰아아아앙!!
함장의 시선이 지도를 향했다.
‘멀어······.’
목표였던 미드라 삼각지대까지는 한참이었다.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
함장도 거기까지 도착하는 게 힘들 거라 짐작했었다. 그나마 떠올릴 수 있는 탈출구가 미드라 삼각지대였기에 전속력으로 그곳을 향했던 것뿐이다.
쾅! 콰앙! 콰아아아아앙!
“아, 안돼! 2번, 3번, 4번 동력이 연속으로 작동을 멈췄습니다!!”
“쿠, 쿨럭!!”
“프란 님!!”
프란이 피를 왈칵 토해내며 쓰러지고.
‘여기까지군.’
함장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전방에서 무엇인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관측병의 보고.
쓰러져 입가에 피를 줄줄 흘리는 프란이 흐릿하게 웃었다
‘늦었잖아.’
에반이다.
에반이 분명했다.
근거는 없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심하고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