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74)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74화(174/203)
174
<174>
아르야 왕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하루 전만 해도 [도서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던 정보가, 다음날이 되면 지워지기 일쑤.
‘기록’이 지워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모든 ‘기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 하루아침에 아르야 왕국 전체의 문서들을 불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놈들이 개발하고 있던 잠수함이나 타이탄의 설계도 같은 것들도 폐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들은 열람할 RP도 없긴 했지만.
어쨌건.
[도서관]을 통해 아르야 왕국의 기밀을 손쉽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해서 두 손 놓고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잠시 소강상태인 하믈 제국 쪽의 요원을 대부분 아르야 왕국 방면으로 돌렸으며, 그들의 활동 자금도 비약적으로 올렸다.
거기에 나도 틈만 나면 [도서관]을 살피며, 아르야 왕국이 폐기한 정보 주변에 남은 흔적들을 훑었다.
그러던 중.
조만간 큰일이 일어난다는 확신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전대 2왕비와 7명의 아르야 왕족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마 얀데르시아의 이름이 [인명록]에서 사라진 것.
에트림에게 공물로 바쳐진 것이 분명했다.
그날부로 다른 일은 제쳐두고 모든 역량을 아르야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데 쏟아부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줄리앙이 허겁지겁 내 집무실 앞으로 뛰어왔었다.
-왕비님이 위험합니다!
아르야 왕국에서 활동하는 요원 몇이 ‘밤하늘을 무리 지어 날아가는 빛나는 새’를 보았다는 목격담을 들었던 것.
아르야의 비공정 선단이었다.
붉은별열병이 세계를 휩쓸던 당시, 치료제를 개발 중인 슈이츠를 납치하려던 전적이 있는 놈들이었다.
그 습성이 어디 갈 리 없었다.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골든드래곤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중형 비공정인 블랙와이번의 상황실.
관측병이 탄성을 내지를 만했다.
섬나라 놈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골든드래곤과의 통신이 뚝 끊긴 상태였다.
“화면 띄우겠습니다!”
관측병의 말과 동시에 스크린이 떠올랐다.
꺼질 듯 말 듯 한 마력 보호막을 두른 채 아르야 비공정들의 추격을 받는 골든드래곤이 보였다.
“정말 이쪽이었다니!”
“어떻게 아신 거지?”
상황실의 몇몇 인원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지시한 항로를 바탕으로 단 한 번 만에 골든드래곤을 발견했기 때문.
통신을 이용한 위치 파악이 불가능하더라도 내겐 [도서관]이 있었다. 항공일지를 작성하는 승무원이 제대로 기록만 한다면 골든드래곤의 위치는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뭣들 하나! 골든드래곤이 위급한 게 안 보이나!”
함장의 호통에 승무원들이 즉시 고개를 돌렸다. 한계까지 속도를 올렸던 블랙와이번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요.”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골든드래곤의 보호막을 보며 줄리앙이 말했다.
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이유는 뻔했다.
골든드래곤과의 합류라는 첫 과제는 무사히 끝냈지만, 그 이후도 문제였다.
나는 줄리앙의 보고 후, 과감 신속한 결정으로 당장 운용 가능한 모든 비공정을 하늘에 띄웠다.
블랙와이번을 포함한 중형 6척, 소형 46척.
아르야의 비공정 선단에 비하면 명백히 떨어지는 전력. 설상가상으로 화면에 보이는 골든드래곤은 전투에 참여하는 건 무리일 것으로 보였다.
구출하러 왔다가 되려 함께 공중에서 산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정체불명의 괴선단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라고!”
보호막이 벗겨지기 직전인 골든드래곤이 곧 화려하게 폭발할 모습을 기대하던 리히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리, 리오넬 왕국의 비공정입니다! 중형 6척, 소형 약 40척입니다!”
관측병의 이어진 보고.
리히드는 굳었던 표정을 다시 폈다.
자신들의 전력이 두 배를 훌쩍 넘었다. 거기다······ 그는 힐끔 사피안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이 기회에 골든드래곤을 구출하기 위해 나타난 비공정 선단을 궤멸시킨다면, 화려하게 날아오르던 리오넬 왕국이 다시 땅으로 처박히게 될 것이다.
그래.
굳이 좁아터진 열도 내에서 집안싸움을 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오넬 왕국을 점령하고, 잠시의 재정비 후 한참 상태가 안 좋을 하믈 제국까지 침공한다면 아르야 왕국이 제국으로 탈바꿈 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지금 리오넬 왕국의 영토에서 공왕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었다.
생각을 마친 리히드는 함장을 바라봤다.
“접근하는 리오넬 왕국군도 함께 저세상으로 보내버려.”
“알겠습니다! 통신병 전 선단에 공작 각하의 지시를 전달하도록!”
***
에반이 끌고 온 비공정 선단이 골든드래곤을 괴롭히던 날파리들을 향해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쾅! 콰아앙! 콰아아아아앙!!
사방에서 폭음이 작렬했다.
“왕비님. 이제 들어가시지요. 당장은 큰 위험이 없을 것 같습니다.”
기사의 말에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갑판에 있어도 더는 할 게 없었다. 그녀는 검을 검집에 넣고 상황실로 이동했다. 상의가 피범벅이 되어 치료받는 프란이 보였다.
“프란 님?”
레이나의 눈이 살짝 떨렸다.
“마나 탈진입니다. 다행히 제때 응급조치를 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6성 마법사이기도 한 함장의 말에 레이나는 한시름 놓았다.
상황실에 떠 있는 수많은 스크린 중 검은 선체를 지닌 블랙와이번이 그녀의 눈에 쏙 들어왔다.
에반이 그곳에 있는 게 느껴졌다.
지켜야 할 이에게 구해졌다. 레이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함장을 바라봤다.
“함장, 현재 상황은?”
“미드라 삼각지대를 향해 계속 후퇴하라는 통신을 받았습니다.”
“그런가······.”
레이나는 다시 상황실에 띄어진 화면들에 시선을 주었다.
쾅!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리오넬 왕국의 비공정들은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포격전에서 밀리지 않고 있었다.
새로 개량된 마력포 덕분.
마력초전도체 라크K를 이용해 마력포를 가장 먼저 개량하기 시작한 곳이 리오넬 왕국이었다.
에반이 끌고 온 비공정의 마력포들은 모두 최신식으로 교체한 것들. 아르야 왕국의 것보다 더 멀리, 더 많이, 더 강했다.
그렇지만 레이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상황실 인원들이 힐끔힐끔 바라보며 예의주시하는 아르야 왕국의 두 대형 비공정 때문이었다. 대형 비공정에 장착되는 마력포는 그 크기부터가 달랐다.
저것들의 마력포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한순간에 변할 것이다.
“함장님! 마력 보호막을 유지하기 위해선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뭐라고? 절대 안 돼! 속도를 늦추면 놈들의 대형 비공정이 바로 따라붙을 거야!”
“하, 하지만 마력 보호막이 없으면······.”
콰아아앙!!
때마침 골든드래곤의 마력 보호막에 떨어진 포탄의 소리가 상황실 인원들의 귀에 천둥처럼 들렸다.
레이나는 항로를 바로보며 현재 위치를 가늠했다.
‘여기쯤이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은 것 같았다.
“함장, 내가 나가고 5분 뒤에 마력 보호막을 거두게.”
“네?”
레이나는 그 말만 남기고 등을 돌려 상황실을 나섰다.
“왕비님! 왕비님 어디 가십니까!”
“왕비님!”
기사들이 다급하게 그녀를 쫓아갔다.
갑판으로 나온 레이나
그녀는 비공정에서 가장 높은 곳, 망루로 올라갔다.
“와, 왕비님?”
망루를 지키던 승무원이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 내려가 있겠나? 그리고 따라오는 기사들에게 올라오지 말라고 전해줬으면 좋겠군.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혼자남은 레이나는 전황을 살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아아앙!!
아르야 왕국군이 골든드래곤의 마력 보호막이 꺼지기 전 불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리오넬의 중형, 소형 비공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골든드래곤을 표적으로 마력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콰앙! 펑!
콰아아앙!!
아군 비공정들이 그걸 대신 맞아줬다.
좋지 않다.
아군은 필사의 조준을 해야 겨우 상대 비공정을 맞출까 말까인데, 상대는 골든드래곤을 향해 대충 쾅 쏘면 상대가 맞아준다.
하지만 그것마저 이제 끝이다.
우웅- 우웅-
“마, 마력 보호막이!”
“마력 보호막이 해제됐어!”
마력 보호막이 해제되었다.
함장이 레이나의 말을 따른 것.
레이나는 검의 손잡이를 쥐고 감각을 집중했다. 시끄럽던 마력포 소리가 작아지고, 시간이 느려졌다.
콰-아-아-아-아-앙!
아르야의 비공정이 쏜 마력포를 아군이 막아주기 위해 이동한다.
늦는다.
저건 아군의 비공정이 막아줄 수 없다.
포탄이 떨어질 위치에 있는 골든드래곤의 승무원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팔로 얼굴을 가린다.
레이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파앗-!
그녀를 중심으로 펼쳐진 심상영역이 골든드래곤을 뒤엎었다. 팔을 올리며 눈을 가렸던 승무원은 눈 부신 빛에 팔을 슬쩍 내렸다.
골든드래곤 주변을 배회하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빛의 검이 보였다.
서걱!
그중 하나가 승무원이 있던 자리로 떨어져 내리는 마력포의 포탄을 베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서걱- 서걱- 서걱-
빛의 검들이 골든드래곤을 향해 날아드는 모든 포탄을 베었다.
그는 넋을 잃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수호검진(守護劍陣).
누구도 그녀의 허락 없이 검진 안의 존재를 해할 수 없다는, 아주 단순한 법칙을 강요한다.
이안, 그리고 에반, 더 나아가 리오넬 왕국을 지키고자 한 레이나가 깨우친 심상영역의 이름이었다.
***
성능이 월등한 리오넬 왕국의 마력포 때문에 지지부진했던 추격전.
금방 리오넬의 비공정 선단을 궤멸시키리라 생각했던 리히드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골든드래곤의 마력 보호막이 해제될 조짐이 보이자 입꼬리가 실실 올라갔었다.
그런데.
“심상영역!!”
리히드는 골든드래곤을 뒤덮고 있는 심상영역을 보며 경악했다.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다.
설마 1왕비가 8성 기사였다니!
리히드는 시선을 돌려 사피안을 바라봤다.
‘알고 있었을······?’
상황실의 모두가 경악해 골든드래곤을 띄운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와중에 사피안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것도 매우 인상을 찡그리면서.
리오넬 왕국의 1왕비가 심상영역을 펼친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리히드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봤다.
‘블랙와이번?’
한때 리오넬 왕국 국왕의 전용기였던 꽤 유명한 비공정이다.
‘왜 저걸 보고 있지? 혹시 리오넬 국왕이 저기에?’
리히드는 자기가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비공정 전력이 열세임을 알면서도 함께 오지 않았을 거다.
국왕이다, 국왕.
죽을지도 모르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다.
‘아니야. 어쩌면 왔을지도······.’
하믈 제국에게 빼앗겼던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전쟁도 그렇고 중요한 전투가 있을 때마다 빠진 적이 없다는 게 생각났다.
‘오히려 잘됐군.’
후계자가 돌배기 남자아이다.
적당히 식민지의 허수아비 군주로 세워놨다가 적당한 시기에 끌어내리면 된다. 그때 리오넬 왕국을 지우고 공국을 들이면 될 일이었다.
“리히드 공작 각하, 현 상황이 유지되면 리오넬의 선단이 미드라 삼각지대에 돌입하게 됩니다.”
함장의 말에 리히드는 행복한 상상에서 빠져나왔다.
한참 아르야의 귀족파를 찍어누르던 국왕의 힘이 약해졌던 결정적인 계기가 떠올랐다.
조 베이리 해적단의 침몰.
국왕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이 해적을 위장한 국왕의 사략 함대였다는 걸 모르는 귀족은 없었다.
리히드는 그 과정 또한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내가 조 같은 해적 놈과 똑같은 줄 아나?’
그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8성급 강자는 리오넬 왕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