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85)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85화(185/203)
185
<185>
통신의 발달로 배 타고 보름은 가야 하는 대륙의 소식을 늦어도 이틀이면 알 수 있게 된 시대다.
『리오넬 왕국의 놀라운 승리』
『해양강국 아르야의 몰락』
『전쟁사에 기억될 카로스 해전』
불과 사흘 만에 카로스 해협에서 벌어졌던 전투의 진행 과정까지 꽤 상세하게 퍼진 상태.
군사적 식견이 있는 이들은 앞으로 리오넬 왕국이 보일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하믈 제국의 19황자 샤를 한 하믈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파에 앉아 기사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으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신문을 접으며 맞은편 사내를 바라보았다.
클라우 로비츠.
그의 참모가 소파 테이블에 카로스 해협의 지도를 펼쳐놓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정신은 카로스 해협에 가 있는 듯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클라우.
샤를은 저 볼썽사나운 모습이 그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튀어나오는 버릇이란 걸 알고 있다.
“클라우.”
“······.”
“클라우.”
샤를의 연달은 부름에 그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네? 뭐라고 하셨죠?”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아, 네. 그런데 왜 부르셨죠?”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지?”
샤를의 말에 클라우는 그제야 헤진 입술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느꼈다.
“아······ 이번에 리오넬 왕국과 아르야 왕국과의 전쟁에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 뭐지?”
“에트림과 미카엘이라는 사도입니다.”
미카엘, 단칼에 에트림을 베고 사라졌다는 다나르의 사도.
샤를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인간의 일이었다.
에트림이니, 신의 사도니, 그런 존재들의 개입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만신전이 신이라 인정하지 않았지만 에트림은 분명 ‘신성’을 얻은 존재였습니다.”
샤를은 고개를 까딱 끄덕였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에트림이 직접 현신까지 해가며 호라이즌에서 귀국 중이던 리오넬 왕국의 비공정을 습격했었죠. 황자님도 아시다시피 신성을 지닌 존재가 한 세력의 이익을 위해 다른 세력의 인간을 직접 해하려 시도한 건 역사적으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처음입니다.”
클라우 말대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장 하믈 제국의 수호룡 아우렐리스만 봐도 그렇다.
지금 제국이 내부의 싸움으로 인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국력이 쇠퇴하고 있는데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대세인 가설은 있다. 속세의 개입은 신성의 약화를 불러온다는 것.
‘승천했던 존재가 다시 미물로 전락할 만큼 말이지.’
이번 에트림의 비참한 최후가 알려지며 신학자들 사이에서 그 가설이 더욱더 지지받게 되리라 샤를은 짐작했다.
“에트림이 어째서 영락을 각오하면서까지 나서게 되었는지 그게 신경 쓰이는 건가?”
“그것도 있습니다만······ 그건 에트림이 제대로 된 신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고 어떻게든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다나르의 사도라는 미카엘 쪽입니다.”
“왜지?”
“다나르는 오랜 시간 잠들었다 이제야 막 깨어난 것으로 알려진 신입니다. 신성을 얻은 에트림을 단칼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사도를 지상에 강림시킬 여력이 과연 있을까요?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요.”
대답을 바라는 듯한 클라우의 물음에 샤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들의 사정을 그가 알 리 없었다. 관심도 없고.
“신학자들에게 물어야 할 질문 같군.”
“그 인간들보다 제가 더 잘 압니다. 괜한 질문을 드린 것 같군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 클라우.
샤를의 눈썹이 꿈틀하는 걸 본 그가 재빨리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그것들 외에도 저의 신경을 살살 거슬리게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뭐지?”
“저희가 얼마 전에 황탑주님이 개발 중인 비밀 병기를 보고 오지 않았습니까?”
샤를의 머릿속에 강철 거인의 위압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타이탄.
저거트라는 놈이었다. 직접 탑승도 해봤다.
아직 전장에 활용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끔찍한 출력의 엔진과 연약한 외갑. 6성 기사 정도 수준이면 그냥 타이탄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게 더 강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샤를과 클리앙은 타이탄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하늘의 비공정, 바다의 철갑선과 마찬가지로 미래에는 타이탄이 육지를 지배하게 될 터였다.
“갑자기 황탑주의 비밀 병기 얘기가 왜 나오는 거지?”
“신문 열심히 보시던데, 미카엘이란 신의 사도를 묘사한 부분은 안 읽으셨습니까?”
묘하게 기분 나쁜 되물음.
화를 내기에는 자신의 도량이 작아 보일 수 있는, 그 아슬아슬한 선을 잘 타는 클라우였다.
샤를은 이맛살을 팍 찡그리며 신문 기사들이 묘사하고 있던 미카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중구난방인 묘사였지만, 그래도 공통점들을 취합해보면······.
샤를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황탑주가 개발 중인 타이탄 저거트에 날개를 달면 미카엘을 묘사한 글들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잠시 표정이 굳었던 그가 단호히 말했다.
“설마 리오넬 왕국에서 황탑주가 개발 중인 타이탄보다 한참 앞서 있는, 하늘까지 나는 타이탄을 운용하고 있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나도 저거트에 탑승해봤지만, 그 상태로 날개를 움직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말이 많아진 샤를에 클라우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제가 언제 미카엘이 타이탄이라 했습니까? 저도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렴요. 대형 비공정을 자체 생산하기 힘든 리오넬 왕국의 기술력으로 타이탄이라뇨. 그런데······ 황자님도 신경 쓰이시긴 하는가 봅니다?”
샤를은 입을 꾹 닫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흥분했었다.
‘억측이야.’
골든드래곤을 습격받았을 당시 에반이 에트림을 패퇴시켰다는 소문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더는 고민할 가치도 없는 문제.
그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샤를의 머릿속에서 날개를 펄럭이는 저거트의 형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샤를은 고개를 털며 그 모습을 깨끗이 지운 후 클라우를 바라봤다.
자신이 상념에 잠긴 사이 테이블에 있던 과도로 사과를 깎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은 그만하고, 앞으로 리오넬 왕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생각해보는 게 더 건설적일 것 같군.”
“뭐 별거 있겠습니까.”
클라우가 과도로 테이블 위 지도의 한 부분을 툭툭 건드렸다.
아르야 왕국의 수도였다.
“듣자 하니 에반 리오넬이 병상을 털고 일어났다는데, 그 인간이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당연히 아르야의 수도를 향해 진격할 겁니다.”
“바보가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군.”
“그 정도로 지금 아르야 왕국의 상황이 먹음직스럽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이쁘게 깎아 놓은 이 사과처럼 말이죠.”
클라우가 토끼 모양으로 잘라놓은 사과를 아삭 깨물어 먹었다.
“황자님의 마음은 잘 압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훼방을 놓으시고 싶으시겠죠. 아닙니까?”
“으음······.”
“참으셔야 합니다. 황제가 되시는 게 먼저입니다. 오히려 잘 됐습니다. 황제가 되신 후 리오넬 왕국을 점령하면 아르야 왕국도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말은 그리 했지만, 클라우도 속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는 아르야의 해군이 그렇게 허망하게 궤멸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줄리앙, 그리고 로이르······.’
에반 리오넬에 가려져 있었던,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유능한 인물들이 이번 전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아마도 샤를이 황자가 된 후에 리오넬 왕국을 점령하는 건 상당히 험난한 일이 되리라. 이번에 아르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또 어떤 예상 밖의 행보를 보일지······.
그는 아르야 왕국이 리오넬 왕국을 향해 칼을 빼 든 이유가 떠올렸다.
‘라크K, 그리고 스텔라······.’
마력초전도체의 상용화를 연 라크K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스텔라의 출현.
이웃 나라의 성장을 반길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그건 하믈 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샤를이 황제로 오르고 칼을 빼 들면 그 첫 목표는 무조건 리오넬 왕국이었다.
‘계획을 좀 더 앞당겨야겠어.’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슬슬 전국새가 세상에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 최대한 빨리 제국의 상황을 정리하고 리오넬 왕국을 향해 진군해야 했다.
라크K, 그리고 스텔라가 등장했으니 황탑주의 비밀병기인 타이탄의 양산도 꿈만은 아니게 되었다.
아삭, 클라우는 깨물어 먹은 사과의 뒷맛이 이상하게 쓰게 느껴졌다.
‘······.’
다시 한번 그에 머릿속에 글로 묘사되었던 미카엘의 형상이 떠올랐다.
우연이겠지?
리오넬 왕국이 세상에 선보인 놀라운 기술들이 하필이면 타이탄에 꼭 필요한 것이란 건 우연이 틀림없다.
***
왕국력 503년 7월 13일.
리오넬 왕국의 선봉대를 수송한 대규모 선단이 아르야 왕국 본토를 향해 출발했다.
목표는 놈들의 최대 규모 항구인 나가포항.
도중에 아르야 함선대가 수송 선단을 기습해왔다. 남은 군함을 박박 긁어모아 철갑선까지 포함된 위협적인 규모였다.
하지만 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놈들의 함선들을 나포함으로써 아군의 해군 전력이 급상승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별거 아니다.
에트림의 추한 후퇴를 전해 들은 아르야의 국왕 오토는 놈이 지시했던 사항들을 전면 백지화했고, 각종 기밀이 다시 문서화되기 시작했다.
[도서관]으로 놈들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고 있게 된 내가 놈들의 기습에 당해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왕국력 503년 7월 14일.
왕국의 병력이 아르야 왕국의 본토를 밟았다.
설마 자신들의 해군이 우리를 단 하루도 잡아둘 수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 같다.
놈들의 병력은 아직 방어를 위해 모이지 못한 상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성을 점령했다.
아르야 왕국의 나가포항이 그렇게 손쉽게 아군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왕국력 503년 7월 19일.
단 5일 만에 3개의 성을 접수했다.
최소한의 점령군만 남기고 쾌속 전진했던 결과였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아르야 놈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왕국에서 출발했던 후속 부대가 나가포항에 도착했다.
병사들의 피로가 제법 쌓였고, 후속 부대가 합류하길 기다려야 하기에 오늘 하루는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왕국력 503년 7월 20일.
베르트가 지휘하는 후속 부대가 합류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아르야 왕국의 최대 곡창지대. 의욕이 넘치는 베르트가 나이를 잊고 선봉을 자처했다.
당당하게 놈들의 성 앞으로 다가가 기사전을 제안한 그가 아르야 7성 기사의 수급을 들고 아군의 품으로 돌아왔다.
노장이 살아남은 것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가 손수 증명했다.
왕국력 503년 7월 26일.
리오넬 왕국의 후속 부대가 모두 도착했다.
선봉대는 지금 아르야의 수도까지 단 두 개의 성만을 남겨놓고 있다.
왕국력 503년 7월 29일.
아르야 왕국의 수도가 눈으로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다.
놈들의 방어선이 두텁다.
이른 시일 내로 공략해야 했다.
엊그제 놈들의 대형 비공정 한 대가 수리가 완료되어 하늘로 떠올랐다. 다행히 골든드래곤도 급하게 수리를 끝내고 지원을 왔기에 하늘에서의 싸움은 밀리지 않았다.
시간 싸움이었다.
놈들이 수리하고 있는 비공정이 전부 수리되기 전에 왕성을 장악해야 했다.
비공정 전력이 놈들이 우세한 것도 문제지만, 비공정 선단은 아군의 전쟁 수행 가능 일수를 절반으로 단축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소모한다.
왕국력 503년 8월 2일.
아르야 왕국의 검이라 불리던 근위기사단장의 목을 베었다.
그의 수급을 들어 올리는 내 모습에 아르야 왕국군은 일제히 검을 놓고 손을 들었다.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아르야 왕국의 왕성에 걸린 놈들의 국기를 꺾고 리오넬 왕국의 국기를 걸었다.
단 20일 만이었다.
오토 아르야는······ 수도의 백성들을 버리고 도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