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88)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88화(188/203)
188
<188>
오늘은 6월 16일.
내 생일이다.
작년에는 내 생일과 맞물려 라누아의 출산, 프란의 호라이즌 메달 수상 등 경사가 많아 큰 축제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아르야 왕국과의 전쟁으로 전면 백지화되었었다.
올해는 다행히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나는 왕자와 공주를 품에 안은 레이나, 라누아와 함께 화려한 마차에 올라탔다.
“에반 폐하 만세!”
“만세!!”
기사단의 호위를 받으며 왕도 바로나를 행진했다. 백성들이 리오넬 왕국의 국기를 흔들며 나의 생일을 축하했다. 열심히 손을 흔들며 그들의 성원에 호응해줬다.
“왕자님 공주님도 곧 다가올 생신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두 분 다 너무 귀여우세요!!”
공교롭게도 아이들의 생일도 전부 6월이다.
1왕자 이안 리오넬이 18일.
1왕녀 루아 리오넬이 20일.
생일 축하 연회는 5일간 진행된다. 16일에 열려서 20일. 연회 기간에 아이들의 생일이 껴있다.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생일은 곁가지 이벤트 정도로 취급되는 셈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하면 자기들이 왕이 되면 된다.
당장은 걱정할 일이 아니긴 하다. 아직 제대로 된 말도 못 한다. 생일의 개념이 뭔지 모를 터였다.
두 돌 된 이안은 두세 단어를 이용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고, 루아는 아장아장 걷는 수준이었다.
“이안, 아바마마처럼 손을 흔들어 줘야지.”
“알겠습니댜! 어먀먀먀!”
인파가 가득한 낯선 환경에 얼어있던 이안이 나를 따라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루아도 오라버니처럼 해야지.”
“마?”
라누아 품에 안겨있던 루아도 조막만 한 손을 백성들을 향해 허우적거렸다.
두 아이 모두 잔병치레도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왕도를 한 바퀴 돌고 왕궁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유모들 품에서 잠들었다.
라사유 궁에서 연회가 개최되기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기에 왕비들과 간단한 간식과 차를 마시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라누아, 연회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아닙니다. 저는 결재만 했을 뿐인걸요.”
왕비가 하는 일은 매우 많다.
이번 내 생일과 관련된 행사만 해도 왕비가 대부분 사항을 결정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럼 왕비가 여럿이면 어떻게 하지?
별거 없다. 가문의 힘이든, 왕의 총애든 왕비 중 가장 힘이 있는 여인부터 중요한 일을 떠맡게 된다.
한데 왜 리오넬 왕국은 라누아가 내 생일을 준비했을까? 내 생일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라누아가 레이나보다 내 사랑을 듬뿍 받아서?
전부 아니다.
“아니에요. 저라면 분명 놓치는 게 많았을 거예요.”
“과찬이십니다.”
레이나의 치하에 라누아가 고개를 숙이며 겸손한 태도만 봐도 두 사람의 서열 관계가 어떤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8성 기사.
왕국의 방패.
1왕자의 어머니.
카로스 대첩의 영웅.
라누아는 한때 리오넬인들이 대놓고 야만인 취급하던 칸족 출신이다. 그녀가 레이나의 머리 위에 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라누아가 왕실의 대소사를 관리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나가 검을 놓고 왕비의 업무에 매진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없는 탓.
레이나는 3개의 기사단으로 재편된 왕국의 근위기사단을 총괄한다. 왕국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을 다룰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엊그제는 루아가 이안에게 놀러 가자고 떼를 써서 혼났답니다.”
“그런······ 왜, 놀러 오지 않고요.”
“때마침 이안이 낮잠 자는 시간이어서요.”
두 왕비는 육아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면서 전보다는 어색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이렇게 셋이 모여 대화 나누는 시간이 참 어색하다. 그래도 필요한 일이라 정기적으로 모여서 찻자리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왕의 직계 후손들이었다. 내 아이들만은 그렇지 않길 바라는 소망이 있다.
나는 차를 홀짝거리며 두 왕비가 나누는 대화를 듣는 데에만 집중했다. 빨리 연회가 시작되어 자리에서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
연회가 시작되었다.
귀족들의 축하 인사를 듣느라 진이 빠진 나는 알폰소와 함께 테라스로 가 잠시 바람을 쐬었다.
대낮같이 밝은 라사유궁의 정원에는 내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가 아이들에게 붙잡힌 지드래곤과 해리가 인기였다.
무뚝뚝한 표정의 여자아이가 해리에 등에 올라타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을 오시하고 있었다.
클리앙과 밀로아의 딸, 클로아였다.
“나도! 나도!”
“빠빠빠빠빠!”
이안도 해리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고, 루아는 그런 이안을 응원했다.
둘의 유모와 호위들은 당연히 좌불안석.
“클로아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생긴 건 밀로아 공작과 판박이인데, 표정이나 분위기는 클리앙 공작을 쏙 빼닮지 않았습니까?”
알폰소의 물음에 녀석이 혹시 내 머릿속을 읽은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폰소가 클리앙과 밀로아를 지칭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와이트 백작가와 크리스티 백작가 둘 다 공작가가 되었다.
부부가 서로 다른 공작 가문의 가주인 건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
보통은 여자가 가주의 권한을 넘기고 남자 쪽 가문에 편입되는 게 관례인데, 밀로아가 워낙 능력이 출중한 탓이었다.
그래도 후계자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지금 두 분, 저희 얘기하고 계셨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클리앙과 밀로아가 내게 다가왔다.
밀로아의 배가 많이 불렀다.
임신 5개월 차. 둘째다.
그녀의 말로는 이제 후세 계획은 끝이란다. 클로아와 저 배 속 아이가 사이좋게 와이트 공작가와 크리스티 공작가를 잇게 할 거라고······.
실제로 어찌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
“그동안 두 사람이 고생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지.”
“하긴 저희가 고생을 좀 많이 하긴 했죠. 우리 클리앙 공작님을 봐봐요. 생전 안 하던 야근을 일 년 가까이 하느라 스트레스로 이마가 훤해지고 있잖아요.”
밀로아의 그리 말하며 깔깔 웃었다.
나도 모르게 클리앙의 이마로 시선이 향했다. 일 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넓어졌다. 와이트 백작가의 남자 열에 아홉이 가진 불치의 병,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풍성한 모발을 자랑했던 그는 자신이 열에 하나인 줄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방심했을 때 찾아오는 법이었다.
내 시선을 느낀 클리앙의 눈가가 사정없이 꿈틀거렸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이제 재정경제부에 야근은 없습니다. 제 머리도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스트레스성일 뿐이니까요.”
클리앙이 단호히 선언했다.
“포기해, 포기해. 아무리 봐도 스트레스성이 아니라니까? 내가 스트레스성 탈모가 왔던 적이 있어서 잘 알아.”
“밀, 로, 아.”
한 글자 한 글자 끊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클리앙에 밀로아가 서둘러 시선을 내게 돌렸다.
“조금 전에 아르야의 여왕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어요. 뵐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신데 참 영민하신 것 같아요.”
유리아 아르야를 말하는 거였다.
그녀는 오토를 이어 아르야의 여왕으로 즉위했다. 당연히 실질적인 권력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언젠가 세상에 등장할지도 모를 입헌군주국의 왕보다도 가진바 권한이 적다.
“그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왔지?”
“이안 왕자님이 폐하를 닮아 미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왔죠.”
밀로아가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또 깔깔 웃었다.
“누냐! 같이! 나도! 같이!”
정원 아래서 해리의 등을 점령한 클로아에게 자신의 자리도 내어달라는 이안의 공허한 외침이 들려왔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데, 멀리서 줄리앙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쉬려고 테라스로 나왔는데, 어쩐지 다들 나를 찾아오는 분위기였다.
“다들 어디 가셨나 했더니, 여기 계셨군요.”
“어머, 우리 줄리앙 후작님. 어서 와요. 폐하와 유리아 여왕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러셨군요.”
“아이라는 좀 어때요? 이번 달이 출산일 맞죠?”
아르야와의 전쟁 탓에 잠시 미뤄졌던 줄리앙과 아이라의 결혼. 전쟁이 끝나고 줄리앙의 후작 승작 후 바로 식이 거행되었다.
줄리앙이 아르야 총독으로 발령이 났기에 그곳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생겼던 두 사람의 아이가 벌써 산달이 가까워졌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만 빼면 아이라는 문제 없습니다.”
“아이는 아르야에서 출산하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올 때 같이 왔습니다. 친가인 메어튼 백작가에서 출산하는 게 아이라의 심신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잘하셨어요. 우리 줄리앙 후작님, 무심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세심한 면이 있으시다니까.”
한창 서북부 탈환을 위해 머리를 맞대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거의 날마다 이 인원이 모여 밤을 지새웠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리오넬 왕국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겉으로 보는 것만으로 말이다.
라크K와 스텔라.
전생으로 치면 상온초전도체를 상용화하고, 석유를 뛰어넘는 대체에너지를 발견한 격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어마어마한 지원이 리오넬 왕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휘청휘청하던 국가 재정이 단 석 달 만에 정상화되었다.
안 그래도 붉은별열병 당시 유례가 없는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경제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리오넬 왕국이었다.
그런데 근 일 년, 붉은별열병 당시보다 세 배가 넘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래서 왕국의 곳간이 좀 풍족해졌냐?
‘······ 여전히 부족해.’
돈이란 게 참 신기하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쓸 곳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일례로 아르야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비되었다.
쌀과 고기는 리오넬 왕국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르야 주민들의 마음을 녹이는 최고의 무기였다.
철갑선과 비공정 수리, 개량, 건조에도 실시간으로 돈을 쏟아붓는 중이다. 비밀 연구소의 타이탄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 2~3년간은 곳간에 돈이 쌓일 일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달리 생각하면 그 기간 동안 왕국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세상사가 늘 그렇듯 마음대로 일이 척척 진행되지 않는다. 돌발상황이 터지기 마련이다.
마침 줄리앙에 그와 관련된 화제를 꺼냈다.
“아, 밀로아 공작님은 그 소식에 관해 자세히 아십니까?”
“11황녀와 19황자가 혼례를 올릴 수도 있다는 거 말이에요?”
“네. 제가 아르야에서 지내다 보니 하믈 제국 쪽 정보가 영······.”
“남들보다야 잘 알고 있긴 하죠. 지금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연회가 끝나고 왕실기무대에 방문하세요.”
근친혼.
잦은 기형아 출산 등으로 그 폐해가 알려진 후부터는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종종 행해지고 있는 혼인 형태.
내전 중 엄청난 공훈을 세우며 대체할 수 없는 전력이 된 19황자 샤를이 11황녀와 혼례를 올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다.
[도서관]이 함께하는 나는 이미 구체적인 날짜까지 정해진 걸로 알고 있다. 거기에 실제로 11황녀가 샤를을 연모한다는 것도.최고의 재테크는 결혼이라더니······.
둘의 결혼을 내기 막을 방도는 딱히 없고, 그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높은 확률로 11황녀의 세력을 흡수한 19황자는 전국새를 소유했음을 밝힐 터. 자신이 전국새에게 선택받은 황자라며 하믈 제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으려 할 거다.
‘흠······.’
나는 오랜만에 [만물상]을 열었다.
━━━━━━━━━━━━×
[전국새]등급 : 전설
이름이 잊힌 신의 보구를 녹여 만든 옥새.
.
.
.
가격 : 4,999,999RP
━━━━━━━━━━━━
내가 고생고생하며 모아 타이탄의 설계도보다 두 배가 훌쩍 넘는 가격.
슬쩍 시선을 돌려 보유 RP를 살폈다.
9성 진입, 아르야 정벌, 근 일 년간 리오넬 왕국의 발전 등으로 어마어마하게 쌓인 RP가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전국새를 구매해도 조금 남을 정도.
······ 근데 저걸 사는 게 최선인가?
눈독 들이던 상품을 막상 살 수 있게 되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