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91)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91화(191/203)
191
<191>
서대륙 국가 중에는 브리센 연합에 속하지 못한 곳이 몇 있다.
그들은 호시탐탐 서대륙 진출을 꿈꾸는 라비아 제국과 브리센 연합의 완충지대로써 국가를 존속해왔다.
라비아 제국의 극서 지역과 국경을 맞닿는 폴라니아 왕국 역시 그런 국가 중 하나이다.
앙트완 퀴리.
그는 폴라니아 왕국이 자랑하는 8성 마법사이자 연금술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하믈 제국 19황자의 초빙으로 전국새를 감정하고 막 귀국한 앙트완은 국왕의 호출을 받았다. 그 이유를 짐작한 그의 심사는 매우 불편했다.
『하믈 제국의 7황자, 앙트완 퀴리의 감정은 잘못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진짜 전국새!』
『정말 앙트완 퀴리의 감정 오류인가?』
일평생을 연금술에 매진한 그였다.
특히, 유물이나 보물 감정에 있어선 세계 최고가 맞았다. 언제 만들어졌으며 사용된 금속 비율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눈 감고도 맞출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전국새 감정은 매우 손쉬웠던 일.
그런데 감정 오류?
7황자의 것은 모조품이 확실했다.
“앙트완 공작, 7황자 측이 다시 한번 하믈 제국을 방문해 자신의 전국새를 감정해 달라고 요청했소. 어떻게 안 되겠소?”
“안 됩니다. 모조품 따위를 감정하기 위해 낭비할 시간은 조금도 없습니다.”
앙트완은 국왕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딱 한 번만 둬 갔다 와주게. 내가 이리 부탁함세.”
국왕의 간곡한 부탁에 앙트완의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소국인 폴라니아 왕국이었다.
국왕이 자신에게 이런 아쉬운 소리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모를 그가 아니었다.
“어차피 누군가 7황자의 전국새를 감정하면 그게 모조품이란 것이 금방 들통날 겁니다. 굳이 제가 갈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그걸 모르겠나. 혹시라도 7황자가 연금술사들을 매수해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킬까 그렇네.”
하믈 제국이 가짜를 진짜라고 우기는 데 일가견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아는 사실.
앙트완은 국왕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구설에 휘말릴 것이 분명했다.
이번 만해도 하믈 제국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인 그에게 전국새 감정을 요청했다며 세계 언론이 떠들 때, 세계 최고 권위자‘였던’을 잘못 쓴 거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가 마력초전도체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라더라?
연금술사 분야의 최고 권위자는 이제 리오넬 왕국의 이자벨 로넬리라나?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이자벨이 만든 라크K는 인정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자신이 그동안 연금술 분야에서 일군 업적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
무엇보다 마법사 출신도 아니었고.
“어떻게 정말 안 되겠나?”
다시 고개를 숙이는 국왕.
앙트완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답했다.
“······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하믈 제국에 가서 7황자에게 그가 가진 전국새가 모조품인 이유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오겠습니다.”
앙트완의 말에 국왕의 얼굴이 환해졌다.
“고맙네.”
그리고 사흘 뒤.
오만상을 찌푸리며 7황자의 전국새를 감정하던 앙트완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이, 이게 왜 진짜지?’
19황자가 세상에 공개한 것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혹시 원래부터 두 개였던 걸까?
“어떻소? 내 휘하의 연금술사들은 모두 이 전국새가 진짜인 것에 목을 걸었지. 그대도 처음 왔을 때와는 눈빛이 많이 달라진 것 같소만?”
살집 있는 체구에 냉혹한 눈매를 지닌 7황자의 물음에 앙트완의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19황자의 것도 진품이고, 7황자의 것도 진품일 리가 없었다. 둘 중 하나는 모조품이 확실했다.
앙트완의 인생에서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할 수 없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그는 7황자의 물음을 못 들은 채 전국새만 쳐다보았다.
그러다.
‘어? 저게 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전국새의 모서리 쪽에서 미세한 흠집을 발견했다. 분명 19황자의 감정할 때는 똑같은 것이 있었다.
그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친 생각이 있었다.
‘아! 이건 얼마 전 감정했던 그 전국새와 동일한 물건이야!’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는 모르지만 7황자가 19황자의 것을 훔친 게 분명했다.
진실을 알아냈다고 생각한 앙트완. 그는 자신을 농락한 7황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걸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앙트완의 물음에 7황자는 전국새를 얻었던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근친혼을 한 짐승 같은 연놈들이 처음 전국새를 선보이고, 앙트완 퀴리가 그걸 진품이라 인정했었다. 그로서는 정신적으로 심하게 몰릴 수밖에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아 달밤에 정원을 걷던 중이었다. 그믐달이라 유난히 어두웠던 산책로. 7황자는 정말 우연히 바위틈에 끼워 홀로 빛을 뿌리고 있는 전국새를 ‘발견’했다.
“주웠네. 황제를 택한다는 전설처럼 정말로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지.”
“그러시군요.”
앙트완은 연기가 참 가증스럽다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래서 이 전국새는 진품이 맞나?”
“맞습니다. 이 전국새······ 진품입니다.”
“오오오오!!”
“역시!”
앙트완의 선언과 동시에 긴장한 표정으로 목의 땀을 닦고 있던 연금술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에게는 생명이 달렸던 일.
하지만 그렇게 기뻐하던 그들의 환호는 금방 멎었다.
“어······ 근데 그럼 저쪽에 있는 건?”
“지금 앙트완 공작이 감정한 전국새 두 개가 전부 진품이라고 한 거야?”
“어떻게 된 거지?”
커다란 모순을 발견한 것.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는 건 순식간이었고, 7황자가 그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앙트완 공작, 그럼 그대가 얼마 전에 감정했던 전국새는 진품이 아닌 것이 맞소?”
“그것도 진품이 맞습니다.”
“······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전국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요!”
앙트완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증스러운 7황자의 연극에 같이 놀아주는 것도 슬슬 힘들었다.
“어찌 된 사실인지는 7황자님이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 이 전국새가 진품이라는 것뿐입니다.”
진짜로 전국새를 산책로에서 우연히 ‘발견’한 7황자로서는 앙트완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
일이 참 재미있게 흘러갔다.
『앙트완 퀴리, 7황자의 전국새 또한 진품이라고 선언!』
그럴 수밖에.
평생 단 한 번도 유물 감정에 실패한 적 없다는 앙트완 퀴리가 7황자의 전국새 역시 진품이라 공언했다.
『19황자, 앙트완 퀴리가 노망난 것이 분명. 새로운 권위자들을 초빙해 자신이 소유한 전국새가 진품인 것을 밝힌다고 선언』
당연히 샤를 측은 즉각 반발했다.
어찌나 다급했는지 놈은 리오넬 왕국의 최고 연금술사인 이자벨에게도 전국새를 감정해달라는 요청을 보내왔다.
당연히 보내주진 않았다.
어쨌든.
본인의 고국인 폴라니아 왕국으로 돌아간 앙트완은 자신을 노망났다 발언한 19황자에 격분해 즉각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앙트완 퀴리, “내가 감정한 7황자의 전국새는 진품이 확실. 보물을 제대로 간수 못 한 어리석은 이의 투정일 뿐.”』
그의 발언이 7황자가 19황자의 전국새를 훔쳤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 모를 바보는 없었다.
『19황자, “전국새를 도난당한 적은 없다. 앙트완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상상일 뿐. 그는 은퇴하고 편한 여생을 보내야 할 때가 된 것이 확실하다.”』
진실을 아는 나로서는 해외 언론의 기사를 읽을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벌인 일에 휘말려 곤욕을 겪고 있는 앙트완 퀴리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마음의 빚을 갚기로 [도서관]의 [메모장]에 잘 기록해놨다.
내가 이런 은혜는 또 꼬박꼬박 잘 갚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19황자가 초빙한 연금술사들이 하믈 제국을 향해 출발했고, 세계의 눈과 귀가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19황자가 초빙한 연금술의 대가들. 이구동성으로 그의 전국새가 진품이라 인정하다』
앙트완의 기대를 저버린 충격적인 결말.
그로 인해 앙트완이 정말 노망이 난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앙트완 퀴리, 어떻게든 자신의 명예를 깎으려는 이들의 모략이라 주장. 다들 눈뜬장님이라며 길길이 날뛰다』
그에 앙트완이 다시 한번 반발했고.
『7황자, 우리는 앙트완 퀴리를 신뢰한다. 소유한 전국새를 연금술사들에게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밝혀』
연금술사들은 곧장 7황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가 과연 눈뜬장님인가?
흥미롭게 지켜보던 이들은 곧 커다란 반전을 맞이했다.
『경악한 연금술사들, 7황자의 전국새와 19황자의 전국새가 모두 진품?』
『둘 중 진짜는 무엇?』
『전국새는 사실 두 개?』
있을 수 없는 일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익명의 연금술사, 정확한 판단을 위해 두 전국새를 함께 비교해봐야 한다고 주장』
7황자와 19황자는 그런 요청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소유한 전국새가 진품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 전국새가 가짜와 뒤바뀔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순 없었다.
『19황자, 연금술사들의 협조에 응하겠다 발표. 모조품을 소지한 7황자는 아마 응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먼저 결단을 내린건 샤를.
『7황자, “진품을 훔쳐가도 결국 내게 다시 되돌아 올 것.”이라며 연금술사들의 협조에 응하기로』
뒤이어 7황자는 그에 바로 맞불을 놨다.
그렇게 각자의 전국새를 소지한 두 사람의 극적인 만남이 성사되었다고, 그 결과가 오늘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속보] 두 개의 전국새가 모두 진품인 것으로 확인!』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지.’
나는 다 읽은 신문을 접었다.
“길루드 님을 다시 봤습니다. 앙트완 퀴리를 포함해 전 세계 연금술사들이 전부 속을만한 모조품을 만들었다니.”
아직도 7황자에게 전달된 전국새가 모조품인줄 알고 있는 알폰소가 길루드를 극찬했다.
아니라고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어디 가서 전국새 관련된 이야기는 떠들지 마. 이번 작전에 관련된 이들도 입단속 철저히 하고. 혹시 길루드 님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니까.”
“하핫, 저를 어떻게 보시고. 제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시지 않습니까. 예전에 제가 왕실기무대에 끌려갔을 때도······.”
또 저 이야기.
골백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얼른 녀석의 말을 끊었다.
“됐고, 형님의 상태는 어때?”
루카스, 그는 이번 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공민회의 잔당을 자처해 하믈 제국의 첩보 기관 동목의 눈을 자신에게 쏠리게 한 것.
덕분에 루나를 비롯한 요원들이 7황자의 산책로에 전국새가 발견되게 놔둘 수 있었다.
당연히 루카스는 동목의 추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죽을 위기를 수도 없이 넘겼다고 한다.
절정은 7성 암살자와의 조우.
루카스는 그 절체절명의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그를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던 것. 그렇게 왕국에는 숨겨진 7성 강자가 한 명이 생겼다.
“괜찮으신 것 같더군요. 안타깝게도 새끼와 약지의 복원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발견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얼굴의 상처는 많이 아물었다고 합니다.”
멀쩡히 살아 돌아온 건 아니었다.
엄지를 제외한 왼손가락은 모두 절단됐고, 왼쪽 얼굴의 반 정도가 독으로 인해 몹시 상했다.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잘린 손가락들을 소중히 품에 안은 채 의식이 없었다고.
“새끼와 약지라······.”
검지와 중지의 복원은 성공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정원의 나뭇가지에서 날갯짓을 연습하는 새 한 마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조기에 종료될뻔한 하믈 제국의 내전. 루카스를 비롯한 왕국의 숨은 영웅들 덕에 향후 3년은 거뜬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날갯짓을 연습하는 저 새처럼 리오넬 왕국 또한 화려한 비상을 준비할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도 형님은 조금 휴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