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93)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93화(193/203)
193
<193>
전 세계의 모든 국가는 다신교다.
만신전이 인정한 신만 수백.
각 신을 따르는 신관들은 교세 확장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리오넬 왕실의 지원을 듬뿍 받는 다나르 교단은 꽃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왕국인 대부분이 다나르의 신도였다.
클리앙과 밀로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워낙 바쁜 탓에 신전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두 사람이 가장 많은 헌금을 내는 곳이 다나르 교단이었다.
오랜만에 둘은 장남과 장녀를 대동해 다나르 대신전을 찾았다.
“그오오오오!”
“크르릉!!”
“우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
대신전의 정원은 아이들로 붐볐다.
모험심을 자극하는 정글짐과 아찔한 경사의 미끄럼틀을 만들어주는 지드래곤,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게 해주는 해리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밀로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오늘은 저 둘이 아이들과 놀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지드래곤과 해리가 온종일 신전 정원에 있는 게 아니었다. 녀석들도 살아있는 존재인 이상 먹고, 쉬는 시간이 있었다. 그냥 아이들과 놀아주기 귀찮은 날도 있었고.
“그렇군. 정말 다행이야.”
신전에 있는 동안은 남매를 정원에 자유롭게 풀어놔도 되기에 감정표현이 드문 클리아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환상의 정원이 아니었다.
“클로아, 동생이랑 같이 놀고 있으렴.”
올해 7살이 된 클로아가 감흥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 끄덕이곤 동생과 함께 척척 걸어갔다.
아이들의 유모와 호위들이 후다닥 그 뒤를 밟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밀로아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누굴 닮아서 저리 무뚝뚝한지.”
“무뚝뚝하다니. 방금 환하게 웃지 않았나?”
“그랬어요?”
“그랬다.”
무표정한 클로아의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어내는 클리앙이 밀로아는 굉장히 신기했다.
“들어가지.”
“그래요.”
신전 내부는 사람으로 붐볐다. 그중 유독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었다.
“성녀님이 나와계시나 보군.”
클리앙의 짐작대로였다.
사람들의 중심에 이제 봉오리가 핀 꽃 같은 소녀가 서 있었다. 다나르 교단의 성녀 마리였다.
그녀가 환한 미소를 띠며 신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다 크셨네요. 처음 봤을 때는 지금 우리 클로아보다 작았었는데.”
“그때가 거의 10년 전이니까. 그러고 보니 폐하도 지금 성녀님 나이 때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셨었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밀로아.
곧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한창 에반을 어떻게 골려 먹을까 고민하던 당시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휴, 갑자기 더워지네요.”
밀로아는 손부채로 열심히 얼굴을 식혔다. 그러던 중 마리에게 다가가는 배가 볼록한 임산부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클리앙, 저기 아이라에요!”
“줄리앙도 있군.”
“새로 태어날 아이의 축복을 받으러 왔나 보네요.”
아이라의 배에 손을 살짝 얹는 마리.
곧 축복의 빛이 터지며 신전을 따스하게 했다. 구경하는 이들조차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묘한 힘이 깃들어있었다.
“이 정도로 기운찬 아이는 오랜만이네요. 분명 왕국의 기둥이 될 거여요.”
“감사합니다. 마리 성녀님.”
“정말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줄리앙, 아이라 부부.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던 둘은 자신들을 보고 있는 클리앙과 밀로아를 발견했다.
마리와 말 한마디 붙여보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두 사람은 얼른 자리를 비키고 클리앙, 밀로아에게 다가갔다.
“두 분,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말 오랜만이군. 거의 일 년 만인가? 둘째 출산 문제로 왕국에 잠시 들른다는 소식은 들었었네.”
“어제 막 들어왔습니다. 안 그래도 조만간 두 분을 찾아뵈려고 신전에 오기 전에 기별을 넣었습니다.”
“아이라, 몸은 좀 괜찮아요?”
“네. 뛰어다녀도 될 정도예요.”
잠시 근황 소식을 전하던 네 사람.
인파로 붐비는 신전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적당하지 않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다나르의 신상 앞에서 각자의 기도를 올리고 신전 부근의 고급 찻집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지드래곤과 해리에게 맡긴 채.
“아르야의 상황은 좀 어떤가, 줄리앙.”
“최근에는 리오넬 왕국과 폐하에 대한 적개심을 대놓고 표현하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행이군. 하긴 들어간 자금이 있는데.”
“그 점은 언제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오넬 왕국이 아르야인들의 적개심을 줄이기 위해 쏟아붓는 자금은 어마어마했다. 보통 열강이 점령한 식민지의 주민들을 쥐어짜는 것과는 대조적인 정책.
네 사람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언젠가 두 나라가 하나가 되었을 때 발생할 잡음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
“올해 지원될 예산도 예년과 비슷하겠습니까?”
줄리앙이 클리앙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하믈 제국에 두 개의 전국새가 등장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19황자 샤를이 황도를 점령하면서 기울어진 균형을 7황자는 결국 되돌리지 못했다. 이젠 열에 아홉은 샤를이 황위에 오르게 될 것이라 짐작하는 상황.
역사는 내전을 끝낸 국가가 높은 확률로 주변 국가를 침략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하믈 제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군비확장을 벌이는 상황. 리오넬 왕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폐하께서 아르야로 가는 지원금은 반드시 유지하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줄리앙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데 가능하겠습니까? 작년에 시작된 대형 비공정의 자체 생산도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진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폐하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군. 믿는 구석이 있으신 모양이야.”
줄리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스텔라야.’
작년에 대형 비공정의 자체 제작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도 예산 문제가 불거졌었지만, 곧바로 중급 스텔라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정말 기가 막혔던 타이밍.
막혔던 왕국의 자금줄이 뻥 뚫렸었다.
그에 프란이 호라이즌 당시 선보였던 스텔라는 연구의 극히 일부가 아닐까 하는 음모설도 나돌았다.
왕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여인을 아내로 둔 그였다. 그게 사실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미 왕국은 상급 스텔라를 제작할 기술을 보유한 거야.’
줄리앙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상급 스텔라.
상급 마정석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마도공학의 결정체. 소형, 중형 비공정의 생산단가와 유지비가 지금의 반의반도 안 되게 될 거다.
줄리앙은 그게 공개되고 변하게 될 세계정세가 쉬이 짐작되지 않았다.
“표정이 너무 어둡군, 줄리앙. 폐하가 있으시지 않나, 폐하가 계신 한 왕국은 어떤 풍랑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걸세.”
클리앙의 말에 에반의 얼굴을 떠올린 줄리앙. 여태껏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그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
자르얀.
칸족이 건국한 칸트라의 국왕 누르갈의 아들. 그는 왕국의 2왕비인 라누아가 왕도 바로나에 올 때 꼽사리로 끼어서 왔다.
누르갈이 그에게 던진 숙제가 있었다.
-자르얀, 칸족이 역사 속으로 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걸 리오넬 왕국에서 찾아봐라.
초고위 마력 각성자와 강력한 군대.
세상을 바꾸는 마공학.
중요한 전략 자원.
.
.
.
답은 하나가 아니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르얀은 아직도 누르갈이 던진 질문의 답을 완벽하게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었다.
‘지도자가 가장 중요해.’
열강을 이루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더라도 지도자가 무능하면 말짱 헛것이다.
한때 서대륙의 절반을 집어삼켰던 칸족도 결국 지도자의 그릇된 선택으로 인해 얼마 전까지 부족 단위로 흩어져 있지 않았던가.
자르얀이 본 리오넬 왕국의 발전은 경이로웠다.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차라리 옳았다.
누군가는 엄청난 행운이 따라준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르얀은 안다.
모두 에반 리오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행운에 기대는 사람이 아니야.’
프란의 스텔라 연구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그는 리오넬 왕국의 기술 수준이 세상에 드러난 것보다 적어도 두 수 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몇 달 전만 해도 리오넬 왕국은 무리한 군비확장으로 국가 재정이 휘청거렸는데, 새로운 스텔라를 발표하며 그 위기를 극복해냈다.
세상은 그걸 엄청난 행운이라 치부했다.
사실 에반이 적절한 시기에 숨겨두었던 기술을 세상에 푼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어.’
자르얀은 에반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어디쯤일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똑똑, 똑똑.
“자르얀! 들어가도 돼?”
연인 앨리스의 목소리에 그는 후다닥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서류를 정리했다.
“잠깐! 잠깐만!”
덜컹, 문이 열리고 비시시 웃고 있는 앨리스가 들어왔다.
“무슨 야한 책을 보고 있길래 그렇게 당황했을까~?”
휘이이잉─
때마침 창가에서 불어온 강한 바람이 서류를 휘날렸다. 그중 하나가 앨리스 옆에 떨어졌다.
“이게 뭐길······.”
서류를 본 앨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너······ 이거··· 그걸 푼 거야?”
최근 프란과 앨리스를 지독히고 괴롭히고 있던, 최상급 스텔라의 문을 열어줄지도 모를 수식의 풀이 과정이었다.
“아직, 아직 증명은 하지 못했어.”
“풀긴 풀었다는 거네.”
자르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지금 상태로도 리오넬 왕국의 발전은 경이로운데 저것마저 얻게 된다면······.
혹시 미래에 칸트라는 리오넬 왕국의 손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자신이 풀어낸 저 수식으로 인해서.
***
며칠 전부터 세계의 이목이 하믈 제국에 집중되어 있었다.
『칼을 들 수 있는 남자라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징집한 7황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나?』
어느새 본래 세력의 절반을 잃은 7황자가 악착같이 병력을 끌어모아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들려온 놀라운 소식.
『7황자의 기적적인 승리! 하믈 제국의 내전, 장기화하나?』
『연전연승! 어느새 고립된 19황자』
승리를 거듭한 7황자의 군대가 19황자를 포위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속보] 7황자군, 대패하다』
『19황자. 전 황실근위기사단장의 목을 베다』
『7황자의 오른팔, 8성 기사 로베르의 비참한 최후』
『전장의 악마, 클라우 로비츠. 도주하는 7황자를 비웃다』
모든 것은 샤를의 참모인 클라우 로비츠의 계략.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달려들었던 7황자군은 그대로 궤멸했다.
7황자의 이번 패배는 돌이킬 수 없다.
“끝났군.”
“네. 끝난 것 같습니다.”
나는 맞장구치는 알폰소에게 읽고 있던 신문을 건넸다.
“하믈 제국에 침투한 요원들에게 당분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전달해.”
“이미 전달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따스해진 봄.
새싹이 생명의 싹을 피우는 정원에서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는 두 왕비와 잔디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3년 반 정도 버텼나.’
7황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버텨주었다.
나쁘지 않았다.
하믈 제국의 내전이 끝날 것을 대비해 내가 준비한 기간도 그만큼 길어졌으니까.
“오빠! 오빠! 같이 가!”
“하하하! 나 잡아 봐라!”
정원에서 뛰놀고 있는 두 아이의 웃음소리 뒤로 전장의 포성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