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94)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94화(194/203)
194
<194>
하믈 제국의 황성.
클라우는 불편한 기색으로 읽고 있던 두툼한 문서를 책상 위에 툭 던졌다. 얼마 전, 리오넬 왕국이 자체 건조한 대형 비공정에 관한 보고서였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간 그는 창문을 열고 품에서 연초를 찾았다. 보고서를 다 읽고 나니 스트레스가 밀려온 탓에 흡연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치익, 치익.
불이 붙은 담배를 스읍 빨아들이는 클라우.
두 개의 전국새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담배 연기에 질색하던, 비흡연자였던 그지만, 이제는 누가 봐도 오랜 기간 담배를 입에 달고 산 사람처럼 보였다.
후우─
클라우는 폐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던 담배 연기를 창밖으로 내뱉으며 근심 걱정이 함께 섞여 나가길 바랐다.
헛짓이었다.
그것들이 연기에 섞여 나가기엔 조금 전 그가 읽은 보고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묵직했다.
‘자체적으로 대형 비공정 건조라······. 생각했던 것 이상의 속도로 강해졌어. ’
대형 비공정은 마공학의 집합체다.
대형 비공정의 자체 건조는 강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척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겉모습만 그럴듯한 것도 아니야.’
비공정 건조 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은 아이멘 제국. 현재 그들이 운용하는 최신 대형 비공정들을 흔히 3세대라 평한다.
보고서는 이번에 리오넬 왕국이 건조한 대형 비공정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2세대급에는 비견될 수 있다고 평했다.
현재 세계열강이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뜻.
그걸 두 척이나 건조해냈다.
‘리오넬 왕국이 보유한 대형 비공정이 벌써 5척이야.’
공식적으로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골든드래곤에 새로 건조한 2척을 합쳐 3척이지만, 아르야 쪽에 2척이 더 있다.
리아 전쟁 후 맺어진 조약의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마 전쟁 발발 시 리오넬 왕국은 아르야군을 동원하게 될 터.
실질적으로 리오넬 왕국이 전장에 동원할 수 있는 대형 비공정은 5척이라고 봐야 하는 게 맞았다.
내전 기간 7황자와의 크고 작은 전투 통틀어 샤를 진영이 운용한 대형 비공정의 수가 6척.
하믈 제국의 13주 중 하나에도 미치지 못했던 리오넬 왕국이 불과 10년 만에 섣불리 건들기 힘든 국가가 되어버렸다.
아르야, 하믈, 주변 강국이 견제할 수 없는 사이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리오넬 왕국을 두고 전 세계인들은 대운이 깃들었다 평한다.
‘운, 운이라······.’
클라우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데 그의 목을 걸 수 있었다. 운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쥘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클라우는 에반을 정말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비밀이지만 그의 주군인 샤를보다도 더.
‘이제 더는 방관해선 안 돼.’
그동안은 코앞에 칼을 휘두르는 상대가 있었기에 리오넬 왕국 쪽으로는 눈 돌릴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샤를이 7황자의 목을 베러 출정한 상태. 내전 종료는 이제 시간문제였다. 빠르게 주변 정리 후 황제 즉위식을 올릴 일만 남았다.
‘그러면 이제 동막도 움직일 수 있게 돼.’
외세의 개입을 막는 데만 집중하던 동막 요원들을 대거 주변 국가들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는 당연히 리오넬 왕국을 집중적으로 후벼팔 생각이었다.
경쟁 관계가 될지도 모르는 맹수의 새끼는 일찌감치 물어 죽이는 게 최선. 하지만 잠시 신경을 못 쓰는 사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버렸다. 심지어 계속 크고 있다.
‘아직, 아직은 괜찮아.’
리오넬 왕국의 20배가 넘는 영토를 보유한 제국이었다. 내전으로 병력이 줄었어도 그들의 10배가 넘는 군부대를 운용할 수 있다.
거기다 황탑주가 개발 중인 타이탄이 있었다. 슬슬 실전 운용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돌고 있는 상태.
여러모로 하믈 제국과 리오넬 왕국 사이에는 아직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 클라우의 판단이었다.
스읍- 후우─
그런데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담배 연기를 내뱉는 클라우의 눈에 집무실로 뛰어오는 이가 보였다.
‘잡았나보군.’
무슨 소식일지는 뻔했다.
샤를이 7황자의 목을 베었다는 것일 터.
클라우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리오넬 왕국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이제 제국의 내전은 끝났어.’
하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신문들의 헤드라인이 한 사건에 집중되었다.
『19황자, 7황자의 목을 베다』
『19황자는 어떻게 내란을 평정할 수 있었나?』
하믈 제국의 내란이 끝난 것.
아직 샤를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건 아니지만, 주변 정리가 끝나고 길일을 정하면 바로 즉위식을 올릴 터였다.
나는 그 소식에 맞춰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상석에 앉아 회의에 참여한 이들을 한차례 훑어보았다.
사뭇 긴장된 분위기.
다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밀로아 공작에게 시선을 주었다. 왕실기무대를 총괄하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 보고를 시작했다.
“하믈 제국의 내란이 끝났어요. 어제 19황자가 그의 목을 들고 황도로 돌아왔죠.”
저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소식.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기에 촌동네 꼬마들도 알 거다.
“중요한 건 앞으로 하믈 제국이 어떤 행보를 보이냐겠죠.”
밀로아가 나를 바라봤다.
호응해주는 의미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왕실기무대의 판단은 어떻지?”
“하믈 제국이 길하다고 여길 날은 9월 1일과 10월 1일인데, 9월 1일은 너무 가깝죠. 분명 10월 1일에 즉위식을 올릴 거에요.”
“그 뒤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탈환한 서북부를 다시 침공해올 것이라는 게 왕실기무대의 판단이에요.”
그녀의 말에 국무회의장에 앉아있는 이들의 상당수가 얼굴빛을 굳혔다.
그중 교육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걸로 유명한 몇 안 되는 여성 장관이었다.
“그동안의 내전으로 인해 쌓인 문제가 산적했을 텐데 바로 전쟁을 일으킬까요?”
“물론 우리가 라비아 제국 정도의 국력을 갖췄다면, 하믈 제국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겠죠. 아, 그리고 그들은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에요. 전쟁을 ‘재개’하는 거지. 저희는 서북부 탈환 이후 그들과 어떤 공식적인 협상을 한 적이 없단 거, 잊으셨나요?”
“아······.”
“그리고 하믈 제국의 입장에선 전쟁이 꼭 피로를 가중하는 행동만은 아니에요. 황위에 오를 19황자가 그동안 자신에게 반했던 세력을 정리하기도 전쟁터만 한 곳이 없겠죠.”
내전 중이라 마음에 안 들어도 억지로 품고 간 이들도 많을 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눈치를 보고 합류한 이들도 밉상일 거다.
우리와의 전쟁에 그들을 선발대로 보내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밀로아 공작님. 그런데 칸족의 칸트라 역시 하믈 제국과 정전 협상을 하지 않은 걸로 압니다. 제국이 우리 말고 그쪽을 먼저 공격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럴 가능성은 작아요. 왕국이 탈환한 서북부에는 소중한 자원인 그레이스틸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으니까요. 칸트라보다 훨씬 먹음직스럽죠. 거기다 칸트라는 10월이면 이미 왕국의 남부의 겨울과 비슷한 온도에요.”
잠시 조용해진 회의장.
대신들의 생각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과연 제국이 침략해오면 왕국이 막아낼 수 있을까?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밀로아가 손에 든 마도구를 조작했다. 곧 국무회의에 참여한 모두가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켜졌다.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 테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테니 그간 저희 왕실기무대가 파악한 하믈 제국의 전력을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밀로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크린에 하믈 제국의 전력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 하나가 떠올랐다.
대형 비공정 11척.
8성 기사 4명.
8성 마법사 5명.
그 세 항목이 확대되듯 눈에 들어왔다.
아, 자세히 보니 실제로 다른 항목들보다 크게 강조해놨다.
“으음······.”
“아직도 저렇게나······.”
회의장 곳곳에서 침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믈 제국의 내전 기간 엄청난 자금을 소모하며 국력을 키운 리오넬 왕국이지만, 여전히 그 격차가 뚜렷했다.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일반 병사의 수가 왕국의 20배가 넘는다. 내전 기간에 수많은 병사가 죽어 나간 걸 고려해도 숨이 절로 턱 막히는 숫자다.
“······ 막을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중얼거림.
입을 열려는 밀로아보다 한발 앞서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었다.
“당연히 막아야지! 지금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가 이곳에 모인 것 아닌가?”
국방부 장관인 베르트였다.
여전히 정정한 그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국무회의 참석자들을 둘러보자 다들 부담스러운지 시선을 피했다.
“하믈 제국이 저 병력을 전부 투입하는 건 아니지 않소.”
“그렇겠지. 하믈 제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가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우린 아르야와의 전쟁 이후엔 하믈 제국 외엔 신경써야 할 국가가 없지 않나.”
“라비아 제국이 브리센 연합과 신경전 중인 게 아쉽군. 잘하면 그들을 이용해 하믈 제국을 견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전쟁이 발발하면 칸트라는 우리를 도우러 내려오겠지?”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네. 하믈 제국이 우리와의 전쟁을 끝내면 다음은 그들 차례야. 칸족은 우릴 도울 수밖에 없어.”
“그래도 하믈 제국의 침공 시 함께할 우국이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그들이 참전한다면······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하믈 제국도 물러나지 않겠나?”
제법 건실한 의견이 오고 갔다.
네 편 내 편 가르고 소모적인 논쟁만 하던 과거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오늘의 자리 목적은 베르트의 말처럼 하믈 제국의 침략을 버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통보를 위한 자리였다.
여기 있는 이들은 하믈 제국의 종식 이후 놈들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내가 준비한 것들의 일부만 알고 있다.
심지어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들도 내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지, 그 세부 사항은 모른다.
나는 힐끗 표로 정리된 하믈 제국의 전력을 다시 읽었다.
먼저 비공정.
대형 비공정도 문제지만 중, 소형 비공정의 수가 왕국의 5배를 넘어간다.
‘많긴 많네.’
하지만 문제없다.
프란은 스텔라, 이자벨은 마력초전도체. 두 사람이 타이탄과 동시에 그것들을 연구하는 동안 나도 놀고 있던 게 아니다.
‘비공정을 꼭 비공정으로 상대할 이유는 없지.’
나 역시 하믈 제국의 심장을 찌를 칼들을 만들었다.
내가 직접 논문을 발표하거나 하질 않아서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나도 나름 마공학에 일가견 있는 사람이다.
지상군이 비공정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지상에서 쏜 마력포가 비공정의 마력 보호막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지상에서 쏜 마력포가 비공정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면 된다.
세상에 없는 무기가 아니다.
지금도 아이멘 제국에 그게 가능한 마력포가 몇 개 있다. 실전 투입 용도가 아닌, 과시용으로 말이다.
실전에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마력포 주제에 최상급 마정석을 사용한다. 거기다 또 더럽게 크다. 그걸 만들 돈이면 차라리 비공정을 만드는 게 낫다.
막대한 소모 에너지와 다루기엔 지나치게 큰 크기. 그걸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있다.
타이탄이 그걸 다루면 된다.
증폭된 기사의 마력을 에너지로 이용해 발사되는 마력포. 소형 비공정 정도는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는 게 가능하다.
타이탄 전용 마력포, 천둥.
내가 하믈 제국이 내전에 휩싸인 사이 준비한 날카로운 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