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95)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95화(195/203)
195
<195>
타이탄이 사용하는 마력포라는 아이디어가 나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신무기를 개발하는 이라면 타이탄을 보자마자 떠올릴 법한 생각. ‘미래’에서도 타이탄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안 되어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었었다.
하여튼.
중요한 건 초고위 마력 각성자의 존재 외에도 지상에서 비공정을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하믈 제국의 비공정 전력이 우리를 압도하는 상황이지만, 전략을 잘 짜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하믈 제국의 초고위 마력 각성자.
8성급만 봐도 샤를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9명. 많다. 많은데 비공정 전력보다도 더 걱정되지 않았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나 자신.
일국의 신을 자처하던 에트림의 목을 벤 나였다. 아, 물론 바리사다가 거의 반 죽여놓은 상태이긴 했지만.
반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쉬운 점은 내 전심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리오넬 왕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데 까지라는 거다.
이게 좀 복잡한 문제인데 대충 반신이나 승천하지 못해 아직 지상에 얽매여 있는 신은 각자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예컨대 나 같은 경우 리오넬 왕국과 아르야, 황금룡 아우렐리스는 하믈 제국 전역 같은 식으로 말이다.
내가 하믈 제국에 몰래 잠입해 샤를이나 7황자 등을 암살하고 다니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믈 제국 내에서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충 8성 기사 서넛을 동시에 상대하는 정도는 가능할 거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확률은 낮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황금룡 아우렐리스가 에트림처럼 미쳐 날뛸지도 모를 일이다.
가능하면 아르야와의 전쟁에서의 에트림처럼 아우렐리스가 개입하는 것은 피하고자 한다.
나는 슬쩍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가 깊은 잠에 빠진 지 벌써 삼 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 일어날지 기약이 없는 상태.
에트림 같은 경우 그녀 덕분에 운 좋게 일이 잘 풀렸을 뿐이다. 다시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순 없다.
“폐하, 혹 폐하께서는 놈들이 침략해올 경우의 복안이 있으신 겁니까?”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내게 베르트가 물었다. 그와 동시에 하믈 제국의 침략에 관해 의견을 나누던 회의장 인원들이 일시에 입을 닫고 내게 시선을 주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만히 그대들의 의견을 경청하다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지. 나 말고도 혹시 그걸 눈치챈 사람이 있으면 자신 있게 말해보시오.”
내 말에 다들 의아한 눈빛이었다.
잠시 기다려줬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르야의 총독으로 가 있는 줄리앙이 떠올랐다. 그였다면 정답을 맞혔을까?
조금 실망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폐하는 혹시 저희가 하믈 제국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을 지적하신 겁니까?”
유사 정답자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클리앙. 나는 그의 물음에 씩 미소 지어 주었다.
“서, 설마! 선제공격?”
“폐하! 하믈 제국을 먼저 치실 생각이신 겁니까?!”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국무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우리가 역으로 하믈 제국을 친다는 생각은 그들의 머릿속에 전혀 없었던 탓이리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방어와 공격은 다르니까.’
성벽을 기어올라야 했던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방어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밀로아가 스크린에 띄워놓은 하믈 제국의 전력만 봐도, 우리가 먼저 놈들을 침략하는 걸 상상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
다만 회의장의 인원들이 오해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나는 방어의 이점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먼저 공격해온 놈들에게 치명적인 카운터를 날린 후 그로기가 된 놈들을 몰아붙일 계획이었다.
나는 회의장 인원들을 한차례 훑었다.
오늘부로 여기 있는 모두는 왕실기무대와 내 직속 정보부대 요원들로부터 집중 감시를 받게 될 터. 그만큼 오늘 국무회의에서 있는 일은 절대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된다.
***
소란스럽던 국무회의장 인원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그들을 훑어보는 에반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클리앙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진짜로 공격을 염두에 두셨을 줄이야.’
에반이 그동안 보였던 상상 이상의 행보들에 혹시나 하고 던져본 말이었다. 말하면서도 설마 싶었다.
그런데 정말일 줄이야!
사실 클리앙이 하믈 제국을 공격한다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완성된 신무기가 그만큼 대단한 걸까?’
재정경제부의 장관인 그였다.
에반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소모해 신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대형 비공정을 2대, 잘하면 3대까지 더 건조할 수 있는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하였다.
다만, 신무기의 정체까지는 몰랐다. 은근슬쩍 물어도 에반은 그냥 미소 지으며 기대하라는 말뿐이었다.
그랬던 에반이 지금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늘 이곳에서 신무기를 공개하실 생각이신 거야!’
그 사실을 직감한 클리앙은 에반의 말과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먼저 그대들의 오해를 정정해줘야겠어. 나는 하믈 제국을 선제공격할 생각은 없어.”
“아······.”
몇몇 인원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의미로 작게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그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반에게 물었다.
“하면 폐하께서 클리앙 공작의 말에 미소 지으셨던 건 무슨 의미셨습니까?”
“공격이 꼭 선제공격만 있는 건 아니지. 아르야와의 전쟁도 우리가 먼저 시작했던 건 아니지 않나.”
에반에 말에 몇몇 이들이 눈을 크게 떴다.
먼저 시비를 걸었다 치명적인 손해를 본 아르야 왕국이 그 여파로 불과 20일 만에 수도를 점령당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대들의 논의에는 우리가 하믈 제국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이후가 빠져있더군. 그렇지 않나?”
잠시 말이 없어진 회의장.
에반을 제외하곤 왕국의 전력을 가장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밀로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우리 왕국이 놈들의 침략을 막아낸 이후 놈들의 본토를 공격할 여력이 남아있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밀로아 공작은 어떻게 생각하지?”
“어떻게든 막아는 내겠죠. 하믈 제국이 내전에 휩싸인 사이 우리도 놀고만 있던 게 아니니까요. 하믈 제국과 사이가 안 좋은 아덴이나 아이멘 제국과도 협상을 시도해볼 만하고요. 하지만······ 폐하께서는 가급적이면 타국의 개입을 원치 않으시겠죠?”
밀로아의 말에는 어서 숨기고 있는 신무기를 털어놓으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솔직히 에반에게 조금 섭섭했다.
어떻게 왕실기무대를 총괄하는 자신에게조차 개발 중인 신무기의 정체를 꽁꽁 숨길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밀로아는 남들보다는 많은 정보를 쥔 탓에 신무기가 무엇일지 어느 정도 눈치챈 상태였다.
아돌, 베록, 버논 등 왕실의 핵심 기사들이 작년부터 은밀히 그 개발에 동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고위 기사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어머어머한 개발비용. 거기에 마력초전도체와 스텔라······.’
밀로아는 과거 타국의 신무기 중에 기사가 탑승하는 대형 골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국무회의에서 꺼냈다 비웃음만 산 적이 있었다.
그녀가 타이탄이 개발 중일 것이라 유추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밀로아 공작의 말대로야. 타국이 먼저 요청한 거면 몰라도 먼저 도와달라 손을 내밀 생각은 없어.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
밀로아에게 다가간 에반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 좀 넘겨주고 자리에 앉지 않겠어?”
“네? 아, 네.”
스크린을 조작하는 마도구를 건네받은 에반.
밀로아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그가 국무회의 참여자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동안 왕국이 준비한 비밀병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
딸깍, 마도구의 버튼이 눌리는 소리와 함께 하믈 제국의 전력이 표시되어있던 스크린이 암전했다.
-휘오오오.
붉은 모래가 휘날리는 사막이었다.
“베고 사막?”
누군가의 목소리.
서대륙으로 가기 위해 횡단해야 하는 사막에 위치한 악명높은 마경. 피처럼 붉은 모래 탓에 몰라볼 수가 없었다.
그림자숲의 지배자였던 서리와 염 이상의 강력한 마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벌이는, 마경 중의 마경이라 불리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어? 아돌 경이다!”
“버논과 베록 경도 있어.”
영상의 주인공은 에반의 호위 기사들이었다. 그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붉은 사막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곧, 집채만한 마수의 뼈다귀를 든 깡마른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의 머리와 박쥐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아루스다!”
“아루스?”
“7성급 마수요!”
“그럼 저 전력으로는 상대도 안 되는 거 아닌가?”
“당연하지! 7성급 기사가 포함된 대규모 토벌대도 실패한 전적이 있는 게 아루스요.”
소란스러워진 회의장.
“어······ 그런데 아돌 경, 아까 문 앞에 대기하고 있지 않았나?”
“아! 나도 봤소.”
“그렇단 이야기는······.”
“저들만으로 아루스를 잡았다고?”
다들 침을 꿀꺽 삼키고 화면에 눈과 귀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을 비추던 시점이 이동하고, 강철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장 인원들의 머릿속에 과거, 인간이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기 전에 멸족했다는 거인족 타이탄이 절로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어?”
“저건!”
“저게 폐하가 준비한 무기?”
“예전에 밀로아 공작이 말했던 기사가 탑승하는 거대 골렘 같지 않소?”
“설마 그게 진짜였단 말인가!”
화면 속 기사들은 회의장의 소란과는 상관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타이탄에 탑승했다.
그중 아돌의 타이탄이 유독 국무위원들의 시선을 잡았다. 오른팔이 집채만 한 마력포, 천둥과 연결되어있었기 때문.
-우웅, 우웅, 우웅.
천둥의 포구에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그 여파로 영상구에 찍힌 화면이 지직거리며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
-커어엉! 크르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아루스가 위협을 느꼈는지 크게 도약하며 날개를 활짝 폈다.
-콰아아아앙!! 우르릉!!!
화면을 뚫고 나온 천둥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일부 국무위원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을 정도의 굉음.
엄청난 빛으로 인해 화면이 잠시 새하얗게 보였다. 그리고 곧 정상으로 돌아온 화면을 본 이들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저게······.”
“아루스의 팔을 날려버렸어!”
7성 마법사의 비전 마법 정도는 되어야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게 7성급 마수.
아돌의 조준이 조금 더 정확해서 아루스의 머리를 맞췄다면 단 일격에 7성급 마수를 잡을 수 있었다는 소리였다.
-가자 베록!
-명령하지 마!
곧 버논과 베록의 타이탄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아루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라라라라라!!!
팔을 잃고 성난 아루스와 두 타이탄의 싸움이 벌어졌다.
아니, 그건 전투가 아니었다. 사냥이라고 해야 옳았다.
과장 조금 보태서 6성 기사 백 명분의 오러가 담긴 것 같은 타이탄의 무기가 7성 마수 아루스를 도륙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빨리 보내 주자 베록!
-알았어! 내가 마무리한다!
베록의 검을 그대로 거대화한 타이탄의 대검이 드디어 아루스의 목을 베며 화면이 종료되었다.
“······.”
“······.”
한동안 회의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에반이 소개한 타이탄의 영상이 충격적이었다.
대부분 비공정이 세상에 처음 나타났을 때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체험했다.
그건 클리앙 역시 마찬가지.
“몇 기, 왕국은 저 거인을 몇 기나 보유하고 있습니까?”
그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에반에게 물었다.
“총 9기. 두 달쯤 뒤엔 2기가 더 생산될 예정이지.”
클리앙은 살짝 눈을 감고 상상해봤다.
왕국의 서북부를 다시 빼앗기 위해 국경을 넘는 하믈 제국군. 그런 놈들을 맞이할 강철의 거인들.
천둥처럼 울리는 마력포 소리에 놈들의 비공정은 땅으로 처박히고, 병사들을 지휘하던 기사들은 거인들의 발에 짓밟힐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