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196)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196화(196/203)
196
<196>
동막.
하믈 제국 최고의 첩보 조직인 그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인물은 제국 내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샤를의 즉위식 이후 재상의 자리가 예약된 클라우는 그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다.
사실 그는 19황자 샤를이 7황자의 목을 벤 후로도 동막이 아직 황제에 자리는 비었다며 강짜 부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다행히 동막도 융통성이란 것이 있어 샤를을 차기 황제로 인정. 그동안 외세의 개입을 막는데 주력했던 요원들이 리오넬 왕국에 대거 잠입했다.
그에 관한 보고서가 지금 클라우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스읍- 후우─
연초를 꽁지까지 피우며 마음의 준비를 한 클라우.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끈 후 보고서를 펼쳤다.
사락, 사락.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고, 어느새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클라우는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품에서 연초를 꺼내 입에 물었다. 기대했던 내용에 한참 못 미쳤다. 그가 원했던 알맹이가 쏙 빠져있었다.
‘투입된 태반이 행방불명이라······.’
리오넬 왕국의 실체를 파고들던 요원들 대부분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탓에 큰일을 보려다 끊긴 느낌의 보고가 대부분이었다.
클라우는 그걸 읽는 내내 장님이 되어 리오넬 왕국이라는 코끼리의 다리를 더듬는 기분이었다.
치익, 치익.
연초에 불을 붙인 그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었어.’
이제야 자신이 동막이라면 원하는 정보를 척척 가져올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얻은 게 전혀 없지는 않았다.
마력초전도체, 스텔라를 필두로 리오넬 왕국의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누구나 안다. 대형 비공정을 단기간 내에 2척이나 건조했는데 그걸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데 리오넬 왕국에 흘러간 돈이 사람들의 상상 이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사라진 자금은 어디에 투입된 거지?’
문제는 그걸 쫓던 요원이 갑자기 땅에 꺼진 듯 하늘에 솟은 듯 행방불명되었다. 말이 좋아 행방불명이지 첩자임이 발각된 게 분명했다.
스읍- 후우─
연초를 피워대는 클라우의 모습에서 그의 답답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라면 어디다 썼을까?’
그는 자신이 에반 리오넬이었다면,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숨긴 자금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고심해보았다.
돈이란 것이 참 쓸데가 많았다.
자신들의 침입을 대비해 타국과 비밀동맹을 맺는 대가로 지급했을 수도 있고, 사실은 대형 비공정을 2척이 아니라 비밀리에 4척, 5척 건조한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무기를 개발한답시고 어마어마한 자금을 헛되이 소모한 걸지도.
‘신무기라······.’
클라우의 머릿속에 황탑주가 개발한 신병기가 떠올랐다. 전설 속 거인족 타이탄을 재현한 강철의 거인.
리오넬 원정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해보기로 이야기가 나왔다. 브리센 연합이 선보였던 전차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충격을 선사할 터였다.
리오넬 왕국이 등 뒤에 숨기고 있는 보이지 않은 칼이 거슬리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클라우는 자신할 수 있었다. 내전 기간에도 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자신들의 신병기가 그것보다 훨씬 더 날카로울 거라고.
다소 답답한 마음이 해소된 클라우는 담배를 비벼 끈 후 다시 보고서를 주워들었다.
사락, 사락 종이를 넘겨 그의 마음에 유일하다시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펼쳤다.
눈알이 무수히 박힌 네 쌍의 날개가 있는 이형의 존재가 그려져 있었다. 리오넬 왕국에 나타난 다나르의 사도 미카엘의 초상화였다.
과연 신의 사도.
초상화로 보는 것만으로도 근원적인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외형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신의 사도들이 당대의 미적 기준에 따라 본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묘사되는 것은 꽤 흔한 일이었다.
미카엘의 외형이 타이탄과 흡사할지도 모른다는 그의 걱정은 실제로 미카엘을 목격한 이들이 그 모습을 미화한 것 때문이라는 결론이 났다.
***
첩보전에서 리오넬 왕국을 따라올 수 있는 국가는 단언컨대 없다.
[도서관]의 존재 때문이다.‘기록’이라는 걸 남기는 즉시 [도서관]에 포착되기에 구두로 왕국의 기밀을 빼가는 것이 아니면 외국의 첩자는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순히 첩자를 색출하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는 조금 심심하다. 약간의 위험부담만 감수하면 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면 혹 진짜 왕국의 기밀이 빠져나가더라도 거짓된 정보 탓에 어떤 것이 진실일지 혼란스러울 터였다.
최근 심혈을 기울인 것은 당연히 하믈 제국 쪽으로의 정보 조작.
‘흠······.’
동막이 왕국에 관해 작성한 보고서를 확인한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용이 꽤 만족스러웠다.
특히 미카엘의 외형이 타이탄을 전혀 떠올릴 수 없게 묘사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꺼림칙한 게 있다면 왕국의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는 걸 동막이 포착한 것. 그나마 막대한 자금이 최상급 마정석을 구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에 첩자를 잡아서 다행이었다.
똑똑, 똑똑.
“폐하,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알폰소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궁의 비밀공간에 있는 이동 마법진을 통해 왕도 부근의 은신처로 이동한 후, 거기서 소형 비공정을 타고 동부로 향했다.
그렇게 은밀히 이동한 곳은 동부의 무인도.
타이탄의 오너가 된 기사들이 적응 훈련을 하는 곳이었다. 무인도 내에서도 이중삼중의 보안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중심으로 이동했다.
쿠아아아아앙!! 쿵! 쿵!
거대한 연무장에서 강철의 거인들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었다. 왕국의 타이탄, 기체명은 쿠베르였다.
이름은 길루드가 지었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쿠베르라는 맹수를 바탕으로 외형을 디자인했다나? 투구 뒤에 길게 늘어진 갈기가 꽤 멋들어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프란을 찾았다.
그녀가 차트를 들고 다니며 끊임없이 펜을 놀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 다가갔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내 목소리에 프란이 차트에서 시선을 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고생하는 걸 알아주니 고맙네.”
“새로 오너가 된 기사들은 어떱니까?”
“그럭저럭. 원체 몸 쓰는 게 익숙한 이들이니 별 무리 없이 적응했어.”
기본적으로 타이탄을 조종한다는 건 육체를 움직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본인의 육체와 다른 이질감에 적응이 힘들지만, 대개 한 달 정도면 적응한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국무회의에서 타이탄을 공개한 지 한 달 하고도 이틀이 되는 날이었다.
“딱 한 명 빼고 말이야.”
프란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누굴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기동훈련 중에도 유독 움직임이 굼뜬 기체가 하나 있었다.
베르트의 기체였다.
이해가 갔다.
그는 오너로 선발된 이 중 가장 연장자로 70년이 넘는 세월을 본신의 육체를 다루는 데 매진해왔다. 갑자기 제2의 육체인 타이탄을 조종하는 게 가장 힘들 수밖에.
‘미리 적응시킬 걸 그랬나?’
아니다.
보안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베르트 같은 7성급 기사는 첩자들의 예의주시 대상. [도서관]으로 첩자들을 색출해낸다 해도 불안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왕국의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는 걸 하믈 제국의 동막이 눈치채지 않았는가.
지금이야 뭐, 하믈 제국과의 일전이 코앞이니 왕국의 7성급 기사들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여야 정상이고.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최근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으니까. 때가 되기 전에는 적응을 완료할 거야.”
“그거 다행이군요.”
안 좋아지더라도 베르트의 기체를 다른 기사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
타이탄은 기본적으로 탑승자의 마력을 증폭해 에너지로 활용한다. 아무리 그의 타이탄이 굼떠도 화력만큼은 6성 기사들이 따라갈 수 없다는 뜻.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타이탄 전용 마력포인 천둥을 쏘아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값을 할 수 있다.
“최상급 스텔라의 적용은 힘들겠죠?”
“당연한 소리를. 아직 안정화도 끝내지 못했어. 그걸로 타이탄의 엔진을 만들고 정상적으로 기동하게 만드는 것까지 하면······ 아무리 못해도 삼 년은 걸리지 않을까?”
얼마 전, 최상급 스텔라가 완성되었다.
문제는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
순간적으로 방전되기 일쑤에, 한 번은 큰 폭발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만약 현장에 프란이 없었다면 분명 누구 하나 죽어 나갔을 거다.
“아쉽네요.”
“뭐, 어쩔 수 없지. 주어진 것 내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그래서 나도 지금 스텔라를 잠시 내려놓고 여기서 차트만 들여다보고 있는 거 아니겠어.”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흥, 퍽이나.”
코웃음을 친 프란이 다시 왕국의 타이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보내 준 하믈 제국의 타이탄 자료는 확인했어.”
“어떠셨습니까?”
“어떻긴 뭘 어때. 이름이 저거트였지? 그딴 거 10기가 달라붙어도 지금 저기 허우적거리고 있는 베르트 영감탱이의 기체도 감당할 수 없을걸? 잘 알 텐데 그런 걸 왜 보낸 거야.”
왕국의 쿠베르를 그런 저급한 타이탄과 비교하냐는 듯한 프란의 표정.
“알고는 계시라고요. 아마 그게 쿠베르를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타이탄일 겁니다.”
***
하믈 제국에서 서신이 하나 날라왔었다.
소국의 군주인 리오넬 왕국의 군주, 에반 리오넬은 대국의 황제로 즉위하는 샤를 한 하믈을 축하하기 위해 하믈 제국을 찾으라는 내용의 서신.
사실 그 정도면 초대장이라기보단 결투장이라고 표현해야 맞지 않나 싶다. 그래도 초대장을 보낸 성의를 봐서 답장을 줬었다.
대충 개소리하지 말라는 내용과 함께 내가 입힌 눈의 상처나 치료하라고 치료비도 동봉해서.
그 답장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믈 제국군이 움직였다. 왕국이 탈환한 서북부 국경 쪽으로. 즉위식이 끝나는 대로 침략을 시작할 거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듯했다.
그에 발맞춰 왕국군 또한 후방에 최소의 병력만 남기고 국경 부근에 재배치.
나 역시 왕궁을 떠나 북부로 왔다.
하믈 제국이 첫 번째로 노릴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북부 최대의 그레이스틸 매장지인 아이언포지.
그렇기에 나는 아이언포지 방어의 핵심 거점인 요새에서 병사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휘유~ 당장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겠는데요?”
성벽 너머 하믈 제국 쪽을 바라보던 알폰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놈들은 왕국의 세 배는 되어 보이는 병력이 집결한 상태였다.
더 끔찍한 소식은 왕국군은 이곳에 가장 많은 병력이, 놈들은 국경 전반에 걸쳐 저 정도 병력이 집결했다는 거다.
이래서 내가 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거였다.
미끼가 되어야 한다.
리오넬 왕국의 왕이 여기 있다는 걸 광고해야 하믈 제국의 주력 부대가 이곳을 공격해올 테니 말이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전략적 입지상 놈들은 이곳을 최우선으로 노릴 확률이 높지만, 만일이라는 게 있었다.
나는 힐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정오에 가까운 시각.
슬슬 샤를의 즉위식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피유유유유융─!!
난데없이 하믈 제국의 진영에서 폭죽이 날아올랐다.
펑! 펑!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 폐하 만세!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샤를의 황제 즉위식을 축하하는 제국군의 함성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놈은 내일이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겠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
내일이 기다려졌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
내가 다시 13살, 4왕자 아카드에게 머리를 깨졌던 때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과 같은 준비 이상은 하기 힘들 정도로.
-황제 폐하, 만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폐하, 저 녀석들 너무 시끄러운데 마력포나 몇 발 쏘라고 전할까요?”
오랜만에 듣는 알폰소의 좋은 의견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다음 날.
샤를을 태운 것을 포함해 7척의 대형 비공정이 놈들의 진영에 도착했다.
리하전쟁의 시작이었다.